"어디 가는데, 어? 말해!" 저게 진짜, 위협적인 손길에 본능적으로 두 팔을 올려 머리를 감싸자, 그런 언니의 행동을 저지하듯 굳은 표정으로 여전히 올라가있는 언니의 팔을 잡는 권순영이였다. "...빨리 갔다 올게, 우리 애기." "......" "언니랑 오빠 없어도 씩씩하게 섬 잘 지키고 있어야 해." 알았지? 평소와 다를거 없이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에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먼저 배에 올라타선 뒤 따라 올라타는 혜선언니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 그게 내가 본 둘의 마지막 모습이였다. "...엄마, 언니랑 오빠 어디가는거야?" "이제 안올꺼야 여주야." "......" "언니 배 속에 순영이 오빠 아기가 생겼어." 꼬맹이의 손에 들려 있던 돌멩이가 볼 품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고사리 같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나보다 2배정도 큰 손가락에 몇 백번이고 걸었던 새끼 손가락. 약속했었잖아, 이 다음에 나 다 크면 오빠랑 결혼하겠다고. 13살, 그렇게 난 권순영이라는 섬에 갇히게 되었다. "......"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땀인지 바닷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팔이 아러오는 익숙한 느낌에 그제서야 손에 힘을 풀어 바다를 향해 던졌던 작은 돌멩이를 놓아 주었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가 어느 덧 난 16살이 되었다. 키도 크고, 얼굴형도 변했지만 마음 속 가득히, 권순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엉덩이가 젖는 것도 모르고 축축한 모래사장에 주저 앉았다. 몇백번을 더 자야, 나는 어른이 되고, 오빠를 보러 갈 수 있을까. 대체 오빤 어딜 간걸까. '여주야 그거 알아?' '뭐?' '우리가 사는 이 섬 말고 다른 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데.' '뻥치지마, 이모한테 다 이른다?' '진짜야! 내가 엄마한테 물어봤어.' '...진짜?' '응, 이거 봐. 이것도 다른 곳 사람들이 바닷물을 통해서 보낸거래.' 순영의 손엔 바닷물에 밀려 들어 온 깡통이 들려있었다. 빈 깡통을 신기하듯 바라보는 여주에 순영의 얼굴은 장난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우리집에도 있는 거 잖아!' 익숙한 깡통을 들고 따져드는 여주의 모습에 순영은 배를 잡고 굴렀다. 어느정도 웃음을 가다듬은 순영이 여전히 저를 노려보고 있는 여주의 머리에 손을 턱 하고 올리더니 살살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주야, 너 언제 다 클래?' '다 컷다, 뭐.' '어이구. 8살이 다 큰거야?" '오빠는 몇살 인데?' '오빠? 오빠는 16살이지.' '오빠도 안 컷네. 울 언니랑 같아. 언니는 엄마보다 작어.' 큰 눈을 꿈뻑이며 말해오는 얼굴에 순영이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주 다 크면 오빠랑 결혼할래? 끄덕여오는 작은 고개에 순영이 고사리 같은 손을 잡으며 천천히 해안가를 걸었다. 약속했다? 이제 집에 가자. '오빠 다 크면 나랑 다른 곳에 가서 살자.' '다른 곳?' '응. 할머니가 그랬는데, 깡통이 살고 있는데 말고 진짜 저 바다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데.' '와, 그런곳을 오빠랑 갈꺼야?' '응!' '영광인데, 김여주.' 몇 백 번을 자야, 난 어른이 될까. - 글을 좆또 못 쓰는것 같은 회의감에 끄적이는 글~ 맨날 생각해둔 연성~ 이건 언제 장편으로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