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거
w.로스트
(Neon Vibes - Party ~ (feat. Teo Gold))
“...지민 씨.”
“놔도 좋아요.”
“안 놓으면 더 좋고.”
여전히 티브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하는 지민의 옆 얼굴에서 여주는 눈을 떼지 못했다. 영화가 끝나려면 아직 조금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여주가 입술을 달싹이며 다시금 티브이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심장이 잔뜩 움츠러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이유가 저번에 미처 끝까지 보지 못한 바로 이 영화때문인지, 아님 지금 지민에게 잡힌 자신의 손 때문인지, 여주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그 이유를 확실히 알지 못했다. 지민은 자신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는 여주의 손을 보며 조금 긴장했다. 이런 자신이 낯설었지만 마침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그때까지도 아무런 미동 없이 자신의 손 안에 들어와 있는 여주의 손을 보며 지민은 결국 안심하고야 말았다. 진짜 큰일났네. 지민이 작게 웃으며 생각했다.
“그 쪽이 놔야해요, 이 손.”
“......”
“난 이제 못 놔.”
영화가 끝나고 검은 배경이 티브이 화면을 뒤덮었다. 화면 속으로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지민과 여주,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지민이 잡고 있던 여주의 손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오랜만에 보는 지민의 미소였다.
“...지민 씨 외투가 제 방에 있던데.”
“......”
“가져다 드릴게요.”
하지만 그런 지민의 미소를 본 여주는 애써 시선을 돌리며 지민에게 잡힌 자신의 손을 슬며시 풀어냈다. 허한 공기가 여주의 손이 빠져나간 지민의 손 안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방으로 향하는 여주의 뒷모습을 보며 지민은 그런 자신의 빈 손을 달싹거렸다. 그럼에도 괜스레 웃음이 나오는 지민이었다.
-
“...뭘까, 정국아.”
빈 컵에 꽂힌 빨대를 까득거리며 앞니로 씹어대던 여주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가요? 정국이 그런 여주의 입에 물려있던 빨대와 빈 컵을 자연스레 뺏어들며 물었다.
“집 주인 남자 있잖아.”
“......”
“갑자기 분위기가 묘하게 바꼈어.”
빈 컵들을 테이블 한쪽에 몰아놓고는 다시 노트북에 집중하는 정국을 향해 여주가 궁금증과 복잡함이 뒤섞인 듯한 얼굴로 말했다. 여주의 수첩을 한 번 대강 훑어봤던 정국으로서는 대충 평소 지민의 분위기가 어떠한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었고, 그래서 정국은 잠시 지민의 이미지를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는데요?”
“그냥, 뭔가..”
여주가 잠시 뜸을 들였다. 그 짧은 시간동안 정국에게로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간질거려.”
노트북을 두드리던 정국의 손이 덜컥, 허공에 멈췄다. 잔잔한 카페 음악도, 사람들의 소란스런 말 소리도, 여주의 목소리를 제외한 모든 소리가 일순 정국의 귀에서 저 멀리로 아득히 멀어져갔다. 정국이 허공에 떠있던 손을 안으로 살짝 말아쥐며 여주 몰래 아랫입술을 물었다. 중간에 뚝 끊겨버린 문장 하나가 정국의 노트북 화면 위에 덩그러니 떠있었다.
“...글쎄요.”
“......”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
하지만 정국은 이내 모른 척, 말을 아꼈다. 일종의 발뺌이었다. 자신의 직감이 틀리길 바랐고, 설령 그 직감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여주는 끝까지 모르길 바랐다. 정국이 멈췄던 손을 움직여 다시 조용히 노트북을 두드렸다. 이미 집중력이라곤 저 멀리 날아가버린 지 오래였으나 지금 정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것 밖에 없었다. 정국의 노트북 위로 문맥에 맞지 않는 글들만이 줄줄이 늘어갔다. ..집중이 안되잖아. 정국이 굳어진 표정을 겉으로 여지없이 드러내며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
“선배.”
“저 오늘 선배 집에 놀러가도 돼요?”
결국, 위기감을 참지 못하고 저질러버린 정국의 한 마디였다.
-
“야.”
“너 연애하냐?”
지민에게서 받은 음악 파일들을 하나씩 들어보던 윤기가 대뜸 고개를 돌려 모난 눈으로 지민을 노려보았다. 소파에 앉아 노트 위에 가사를 적어내려가던 지민이 그런 윤기의 물음에 잠시 손을 멈추고 숙였던 고개를 들어보였다. 연애? 지민이 곰곰히 여주를 떠올렸다. 뭐, 아직은.
“아닌데요.”
“그럼 여기 껴있는 이 존나 야한 비트는 뭔데.”
지민의 대답에 윤기가 기다렸다는 듯 스페이스 바를 눌러 지민이 보낸 음악 파일 하나를 재생시켰다. 야하다는 윤기의 표현이 딱 적절하다 생각 될 만큼의,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아슬아슬한 느낌의 곡 하나가 윤기의 작업실 내부를 울렸다. 아, 그거.
“그건 내가 어젯밤에 찍은 거.”
“..어젯밤?”
네. 지민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묵묵히 펜을 굴렸다. 윤기는 그런 지민을 보며 의심쩍다는 듯한 표정을 쉽게 지우지 못했다. 지민은 그저 어젯밤 자신의 손이 가는 대로 비트를 두드린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나름 찍어놓고 보니 비트가 꽤 마음에 들었고 왠지 여주의 손을 잡았던 때의 상황이 떠올라 그 상황에 어울릴만한 멜로디를 하나 만들어 얹었을 뿐이었다.
“어젯밤에 또 뭔 짓거리를 했길래 갑자기 이런 비트가 나오냐, 넌.”
마치 어젯밤 지민이 느낀 감정이 윤기의 작업실 내부에 고스란히 쏟아져내리는 듯했다. 뒤가 구리다는 듯한 투로 설레설레 고개를 젓는 윤기의 뒤통수를 보며 지민이 애써 새어나오는 웃음을 꾹 참아냈다.
“손 밖에 안 잡았어요.”
그리곤 이내 장난기가 가득 섞인 목소리로 윤기를 향해 실토했다. 구라치고 있네. 하지만 역시나 그런 지민의 말을 쉽게 믿을 윤기가 아니었다. 자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장 들려오는 윤기의 언짢은 목소리를 들으며 지민이 결국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아, 진짠데. 지민이 흘러내린 앞머리를 위로 쓸어넘기며 혀로 마른 입술을 훔쳤다.
그리고 잠시 후, 별안간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지민의 휴대폰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번호조차 저장되어있지 않은, 처음 보는 낯선 번호였다. 지민이 윤기를 향해 노래 소리를 조금만 줄여달라 손짓하며 통화 연결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한참을 웃다 전화를 받은 탓에 지민의 목소리에 약간의 웃음기가 서려있었다.
ㅡ ..아, 지민 씨. 저 김여주에요.
정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받은 전화 한 통이었다. 그런데 그 전화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전혀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지민의 얼굴에 배어있던 웃음기가 빠르게 사라져갔다. 지민이 자신의 귀에 대고 있던 휴대폰 액정을 떼어내 다시 한 번 액정 위에 떠있는 번호 열 한자리를 확인했다. 9초, 10초, 11초.. 액정에 찍힌 여주의 번호 아래로 두 사람의 통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ㅡ 바쁜데 전화해서 미안해요.
“......”
ㅡ 제가 아는 동생이 하나 있는데, 얘가 갑자기 저희 집엘 가보고 싶다고 해서..
수화기 너머로 여주의 난처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주에게서 전화가 올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지민이었다. 때문에 그런 전화 속 여주의 목소리가 처음보는 여주의 전화번호만치 낯설고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물론 그런 지민의 속을 알리가 없던 여주는 그저 제 앞에 앉아있는 정국의 눈치만 살펴댈 뿐이었다. 아까부터 아무런 말 없이, 누가봐도 아주 예민한 표정을 지은 채로 불나게 노트북만 두드려대고 있던 정국이었다.
ㅡ 저, 불편하시면 다음에..
“그렇게 해요.”
ㅡ ...네?
어차피 난 오늘 늦으니까, 그 쪽 편할대로 해요. 계속해서 묵묵부답인 지민의 반응에 역시 무리한 부탁이었나 싶어 조심스레 한 발짝 뒤로 물러서려던 여주였다. 하지만 갑작스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불쑥 튀어나온 지민의 대답에 여주는 얼떨결에 고개만 주억거릴 뿐이었다.
ㅡ ..아, 고마워요.
“......”
ㅡ 그럼 이따 집에서 봐요.
참으로 어색하기 그지없는 두 사람의 첫 통화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통화는 끊어지고, 지민의 휴대폰 액정 위엔 이내 ‘통화 종료.’ 라는 붉은 글씨만이 번뜩거렸다. 지민은 전화가 끊긴 자신의 휴대폰 액정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집에서 봐요.’
그 말이 뭐라고 괜스레 가슴 한 켠이 울렁거리기 시작한 지민이었다. 누구야? 윤기가 다시 작업실 스피커의 볼륨을 키우며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노래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요.”
스피커에선 여전히 지민이 만든 멜로디가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
“컨펌 받으면 연락줘요, 형.”
지민은 10시 쯤의 늦은 밤 중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민이 귀에 꽂고 있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빼내며 창 밖으로 보이는, 거실 스탠드 불빛만이 은은하게 밝혀져있는 거실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지민은 여주가 또 혼자 거실에서 영화를 보는구나, 싶었다. 평소 두 사람 모두 방 안에만 틀어박혀 각자의 생활에만 몰두하는 편이었으니 통 거실에 불을 켤 일이 별로 없었을 뿐더러, 스탠드 불 또한 저렇게 가끔 여주가 혼자 영화를 볼 때나 켜놓는 것이 전부였다.
“오셨어요?”
지민이 집 앞에 주차를 마치고 맥주가 담긴 편의점 봉투를 챙겨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을 열자 익숙한 집 안의 풍경이 보였고, 거실 쪽에서 나온 여주가 현관으로 다가와 자연스레 지민을 맞았다. 얼핏 보이는 거실의 티브이에선 역시나 영화 한편이 틀어져 있었다. 지민의 몸을 감싸오는 집의 온도 또한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여주의 신발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저 낯선 운동화 한 켤레는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아, 이쪽은 제가 아까 말했던 그 동생이에요.”
“......”
“국아, 인사해.”
여주의 입에서 마침내 듣고싶지 않았던, 이젠 지민에게 마저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정국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지민이 고개를 비스듬히 틀어 여주가 가리킨 쪽을 돌아보았다. 지민의 시선이 아까부터 지민의 얼굴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던 정국의 시선과 단번에 부딪혔다. 정국이 그런 지민을 향해 짧은 목례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정국입니다.”
*
드디어 두 사람이 만났네요!
제가 이번에도 너무 늦었죠ㅠ 제가 요즘 여행 준비때문에 자꾸 늦어지게 되네요 죄송합니다ㅠㅠ
그래서 분량을 좀 낭낭하게 드리고자 열심히 써봤는데.. 이런 망글을 쓸꺼면 그냥 짧게 쓸껄 그랬나바여 하하하하
아 그리고 위에서 나온 지민이가 찍은 야한 비트라 함은... 다이나믹듀오의 먹고하고자고 같은 곡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ㅎ 제목부터 야한노래..
아 저 오늘 치환 기능 넣어봤는데 어떻게 치환 기능은 잘 적용되었나요? 처음으로 해본거라 잘 적용이 되었을런지...
방법은 익혔는데 매번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까먹고 그래가지고 이렇게 뒤늦게 적용했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것도 꾸준히 넣어드릴게요..ㅠㅠ♡
암호닉
2차 암호닉은 메모장에 잘 적어두고 있습니다 다음에 한꺼번에 정리해서 다시 올려드릴게요ㅎㅎ
그러니 밑에 중복 암호닉만 한 번씩 확인 부탁드려요
▼ 중복암호닉 ▼
'흑설탕융기'님은 두 분 다 F편에 신청해 주셔서 두 분 중 한분이 바꿔주셔아 할 것 같아요..!
'구르밍/꾸꾸/몽글/지민이랑/체셔리어/휴지/호두마루'님들은 1차 암호닉 분들과 곂치는 암호닉이라 F편에서 신청해 주신 분들이 바꿔주셔아 할 것 같습니다ㅠㅠ
조금 번거로우시더라도 수정 부탁드릴게요!
그럼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๑´ლ`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