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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동거

w.로스트

 

(Vedo - Soulfood)

재생버튼 눌러주세요.

 

 

 

“아직 안 나갔어?”

 

 

세게 말아 쥔 주먹 탓에 정국의 손바닥 위엔 깊은 손톱 자국이 박혀있었다. 하지만 그런 정국의 분노는 얼마지나지 않아 방에서 나온 여주의 목소리에 의해 억지로 가라앉혀야만 했다. 대신 정국은 보란듯이 여주의 손목을 잡아끌며 지민의 집을 빠져나가는 것으로 지민의 도발을 잠시나마 막아섰다. 마음같아선 이대로 여주를 현관문 밖 뿐만이 아닌 자신의 집으로 까지 끌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국아, 잠깐. 잠깐만.”

 

 

정국의 손아귀 힘에 의해 맥없이 비틀린 여주의 손이 점차 노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여주가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 정국의 팔을 붙잡아 다급히 정국을 멈춰 세웠다. 정국의 단호한 뒷모습이 돌아가고 마침내 화기에 억눌린 정국의 얼굴이 여주의 두 눈에 비쳤다. 여주의 손목이 붉게 달아오를 만큼의 강한 힘이 실려있던 정국의 오른손에 조금씩 힘이 풀렸다.

 

 

“갑자기 왜그래, 정국아.”

“......”

“너 오늘 진짜 이상한 거 알아?”



 

 

 마침내 여주가 정국의 손에서 벗어난 자신의 손목을 매만지며 앞에 선 정국을 향해 물었다. 그런 여주의 물음에 정국은 그저 입술만 달싹이며 고개를 숙여보일 뿐이었다. 지민의 집에서 나오고 나니 한참동안 안개처럼 정국의 눈을 가리고 있던 분노가 점차 개어가는 듯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도 보이지 않았던 여주의 당혹스러운 얼굴이 정국의 두 눈에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고 정국은 그제서야 급격히 밀려오는 미안함에 더이상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국아.”

“......”

“네가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내가,”

“싫어요.”

 

[방탄소년단/박지민] 위험한 동거 I | 인스티즈

“...선배가 저 집에 있는 게 싫어.”

 

 

정국의 목소리가 지민에게 대응하던 때와는 달리 한껏 움츠러들어 있었다. 지민의 집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막상 여주와 자신, 단 둘만이 남아버리니 목 끝까지 차올랐던 분노는 눈에 띄게 사그라들어 버리고 덜컥 끝없는 불안감만 정국에게 던져진 기분이었다. 자신과 같은 감정을 품은 지민에게서 날아온 불안감. 또한 그런 지민의 감정을 서서히 알아차리기 시작한 여주에게서 날아온 불안감. 무엇 하나 빠짐없이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더 최악인 건,

 

 

“...갑자기 그게 무슨,”

“오늘은 미안했어요.”

“......”

“...먼저 가볼게요.”

  

 

[방탄소년단/박지민] 위험한 동거 I | 인스티즈

끝까지 이런 말 밖에 하지 못하는, 바로 정국 자신이었다.

 

 

 

-

 

 

 

 찬 기운이 가득한 침대 위로 여주가 엎어지듯 몸을 뉘였다. 손에 쥔 휴대폰 홀드 키를 반복해 누르며 다시 정국에게 무슨 연락이 오진 않을까 계속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택시도 못 태워 보냈는데. 무작정 가버린 정국을 차마 붙잡지 못한 여주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정국의 힘빠진 뒷모습을 떠올렸다. 그러자 자신이 이 집에 있는 게 싫다던 정국의 의미심장한 말 또한 꼬리표처럼 뒤따라 여주의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단순히 낯선 남자와 둘이 살게 된 자신이 걱정되서 한 말이었을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정국의 표정이 너무도,

 

 

 

[방탄소년단/박지민] 위험한 동거 I | 인스티즈

애처로웠는걸.

 

 

 

마침내 여주의 손에 쥐여있던 핸드폰 액정이 환한 불빛을 내며 번뜩였다. 여주가 놀란 얼굴로 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다급히 휴대폰 액정을 살폈다. 하지만 여주의 예상과는 달리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의 발신인은 다름 아닌,

 

 

“...지민 씨?”

 

 

[방탄소년단/박지민] 위험한 동거 I | 인스티즈

ㅡ 잤어요?

 

바로 여주의 옆 방에 있을, 차분한 목소리의 지민이었다.

 

 

“...아,

 

 

아뇨, 아직.. 여주가 짧은 텀을 두고 웅얼거리듯 작게 대답했다. 잠깐이라도 큰 소리를 낸 다면 곧장 서로의 목소리가 문 밖으로 들려올 만큼의 가까운 거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전화를 건 지민의 의도를 여주는 알지 못했으니까. 여주가 일으킨 상체를 침대 헤드보드에 천천히 기대 앉았다. 지민이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ㅡ 그냥 할 말이 좀 있어서 전화했어요.

“......”

ㅡ 얼굴보고 얘기하기엔 밤이 늦어서.

 

 

정국과 여주가 밖으로 나가고 난 뒤, 홀로 거실에 남은 지민은 마지막 한 캔의 맥주까지 몽땅 비워내고 나서야 묵직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향했다. 본인 스스로가 오늘 하루 정국의 앞에서 꽤나 여유로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결국 참지못하고 그런 유치한 말을 내던진 걸 보니 자신도 그리 여유롭진 못했구나 싶었던 지민이었다. 정국과 여주가 아무리 연인 사이가 아니라고 한들 정국이 여주에게 딴 마음을 품고 있는 건 확실했고, 무엇보다도 여주의 시선이 대부분 자신보다는 정국에게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았으니까. 그때문일까. 지민은 뭔가 진실을 알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개운치 못한 기분이었다.

 

 

 

ㅡ 아니란 걸 알았는데도,

“......”

ㅡ 왜 이렇게 싫을까요.

 

 

[방탄소년단/박지민] 위험한 동거 I | 인스티즈

벌써부터 그만큼 욕심이 나나봐, 당신이.

 

 

지민이 굳게 닫힌 자신의 방문을 바라보며 뒷말을 조용히 삼켜냈다. 옆 방에서 잠잠히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있을 여주를 생각하니 문득 ‘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불쑥 떠오른 지민이었다. 아까 그렇게 질리도록 여주를 자신의 두 눈에 담았음에도, 심지어는 문만 열면 금방이라도 여주와 닿을 거리에 앉아있는 자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민 씨? 갑작스런 정적에 수화기 너머로 지민을 부르는 여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민이 자신의 마른 입술을 훔쳤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계속해서 갈증이 일어나는 듯했다.

 

 

ㅡ ...아.

“......”

ㅡ 못 참겠다.

 

 

 고요한 새벽 어스름이 느리게 지나가고 있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위험한 동거 I | 인스티즈

ㅡ 저 지금, 그 쪽 방으로 가도 됩니까?

 

 

지민이 입을 열면 여주의 숨소리가, 여주가 입을 열면 지민의 숨소리가 수화기 너머 서로의 목소리 사이사이로 희미하게 뒤엉키기를 반복하던, 둘 만의 그 기나 긴 새벽밤이.

 

 

 

 -

 

 

 

“들어와요.”

 

 

 여전히 이 방은 밤에도 참 밝구나. 여주의 방에 들어선 지민에게 문득 든 생각이었다. 여주가 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창고처럼 비어뒀던 빈 방이었던지라 이렇게 달빛이 밝게 들어오는 방인 줄은 지민도 얼마 전 취한 여주를 데리고 들어왔던 그 날 처음 깨달았었다. 물론 그 달빛에 비친 여주의 얼굴이 이리도 하얗다는 것 또한.

 

 

“......”

 

 

긴 정적이 이어졌다. 나란히 침대 아래에 기대앉은 두 사람 사이로 간질거리는 공기가 웃돌고 있었다. 여주가 매번 지민을 볼 때마다 느껴진다던 바로 그 공기였다. 또구나. 여주가 자신의 무릎을 가지런히 모아 끌어안으며 생각했다. 왜일까. 왜 자꾸만 이 사람 곁에선 이런 공기가,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자꾸만 내게로 스며드는 것인지.

 

 

“내가 지금부터 하는 모든 말들이,”

“......”

“그 쪽을 많이 난감하게 만들지도 모르는데.

 

 

[방탄소년단/박지민] 위험한 동거 I | 인스티즈

“감당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마침내 불쑥 타이밍 좋게 튀어나온 지민의 목소리였다. 마치 방금 속으로만 조용히 중얼거리고 있던 여주의 속사정을 이미 옆에서 다 듣고있기라도 한 사람처럼.

 

평소 지민은 자신의 감정에 확신이 생기면 곧장 밀어붙이기에 바빴다. 상대방이 좋다면 좋은거고, 싫다면 또 거기서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여주가 싫다고해도 지민은 여주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한 마디로 저 말은 단순한 걱정이 아닌, 경고에 가까운 셈이었다. 여주를 놓지 않겠다는 지민의 다짐은 계속해서 자신의 어머니와 오버랩 되는 여주의 모습 때문일수도 있었고, 여태까지 여주에게서 풍겨오던 그 은근한 이끌림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 이유야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전자든 후자든, 지민이 여주를 좋아할 만한 이유로써는 두 이유 모두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유들 뿐이었으니까.

 

  

“......”

 

 

지민이 고개를 돌려 대답 없는 여주의 옆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검고 긴 여주의 머리카락 탓에 여주의 표정이 잘 보이질 않았다. 지민은 그럼에도 차분히 여주의 대답을 기다렸다. 딱히 불안하거나 떨리는 마음 따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괜찮아요, 전.”

 

 

 여주는 여전히 겁이 없었고, 그 사실은 이미 지민이 파악하고 있던 여주의 성향 중 확실한 한 가지였으니까.

 

 

 “그러니 말해주세요.”

“......”

“궁금하고, 듣고싶어요.”

 

 

 

[방탄소년단/박지민] 위험한 동거 I | 인스티즈

또한 그런 여주의 겁없음이 지민을 한없이 여주에게 다가서게 만들고, 욕심내게 만드는 줄도 모르고.

 

여주의 고개가 돌아가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침내 허공에서 부드럽게 얽혀갔다. 여주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지민은 마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길 재촉하는 촉진제라도 발려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묘한 흥분감이 지민을 사로잡았다. 그래. 어쩌면 지민은 여주의 이런 대답들을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주가 지금처럼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해주길 바랐는지도. 이렇게 겁없이 자신의 감정을 궁금해하는 여주의 모습을 보면서 지민은,

 

 

 

“그럼 똑똑히 들어요.”

 

 

 

[방탄소년단/박지민] 위험한 동거 I | 인스티즈

“이젠 저번처럼 실수 따위의 말로 내 감정을 포장하려 들 일은 없을테니까.”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원없이 여주를 탐하고 싶었으니.

 

 

 

 

 

*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8ㅅ8

나름 길었던 여행을 마치고 이제야 후편을 써서 올리게 되었네요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여행 내내 하루의 절반을 걸어다니느라 다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어요.. 저 같은 집순이에게 자유여행이란 참 힘든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제 체력을 너무 믿었던 건지ㅋㅋㅋㅋ 한국 돌아오자마자 대단한 몸살에 시달려버렸네요

그래도 이제 다시 체력 회복하고 돌이켜보니 역시나 여행 뒤에 따라오는 그 추억들은 넘나 뜻 깊고 좋은 것..

그러니 그 좋은 기억들로 다시 힘내서 열심히 위동 달려봐야죠..! 다시 한번 기다리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아 그리고 요즘 스밍 돌리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 오늘 브금은 자동재생을 꺼놓았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이번 콘서트를 못갔지만.. 다녀오신 분들은 우리 방탄이들 목소리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잘 담겨있기를 바라요

그럼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밤도 모두들 봄날 같은 밤 되세요..!

 

 누락 암호닉 댓글 전부 확인했습니다

2차 암호닉은 이번주 내로 다시 정리해 올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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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5

독자377
과연 지민이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고 백인 가요..?!!!
6년 전
독자378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장난아니네요....
새벽에 읽어서 그런가 더 묘하게 느껴져요
간질간질하네요 헿

6년 전
독자379
새벽에 읽으니까 짱이네요 ㅜ
6년 전
독자380
독자380 여기에서 잠들다... 작가님 필력 너무 대단한 거 아니에요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381
하..위험한 남자야ㅜㅠㅜㅜ
6년 전
독자382
이번 대사... 강력했다...
5년 전
1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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