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온유 - Moonlight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은 기적이야.
- 어린왕자 中
그리고 나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17171771
十
w. 복숭아 향기
몸이 무거웠다. 열이 그렇게 많이 올랐는데 밥도, 약도 먹지 않고 버텼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천장이었다. 내가 쓰러졌었나. 기억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렸다. 내 옆에는 네가 곤하게 잠들어있었다. 언제부터 누워있던 걸까.
네 손에 물수건이 쥐어져있는 걸 보아 잠든지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았다.
손을 내밀어 네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렸다. 조금은 도톰한 네 입술이 까슬하게 매말라있었다.
거의 밤을 샌 모양이네.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조심스레 뒤로 물러났다. 지금은 그대로 자게 냅두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
"..."
"일어났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웠나보다.
네 눈이 떠진 걸 보면.
미안. 작게 중얼거리며 다시금 뒤로 물러났다. 아니. 물러나려했다.
네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다가왔다. 네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뭐, 뭐야.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바보같이.
"선배."
"응."
"한 번만 더 해줘요."
"뭘."
"그 말."
"어떤 말."
"알면서."
"몰라."
푸스스 바람빠지는 듯한 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좋아서 웃는 걸까. 누구는 지금 심각해 죽겠는데. 괜히 심통이 나 이불을 끌어와 내 얼굴을 가려버렸다.
너는 그런 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끌어안아왔다. 열이 잔뜩 올라있던 몸이 조금은 식었나보다.
네 손이 따듯하다는 게 느껴지는 걸 보면 말이다.
"선배."
"응."
"나도."
"..."
"나도 사랑해요."
그러니까 나 두고 어디 가지마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바보같게도.
-
"저리가."
"왜요."
"너 싫으니까 저리가."
"정말?"
네가 원래 이랬던 아이던가.
내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행동하던 너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너는 여전히 그런 나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래. 지금 나는 네 무릎 위에 앉아있었다. 밤새 열 때문에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그 몰골 그대로.
씻고 싶다는 내 말은 이미 귓등으로 들은지 오래였다.
자기는 괜찮으니까 계속 이렇게 안고 있고 싶다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아니. 네가 괜찮은 게 문제가 아니라고.
머리도 좋은 놈이 오늘따라 핀트가 이상하게 들어갔는지 사람 말귀도 제대로 못알아듣고 있었다.
마치 지금까지 네가 보여줬던 모습은 모두 헛깨비인 마냥. 너는 그렇게 나를 대하고 있었다.
꿈인가? 싶어 내 발목을 바라보았다.
발 뒤꿈치에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꿈은 아니었다.
네가 내 발목을 그었다는 사실도, 내가 쓰러지기 전에 너에게 '사랑한다' 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도 모두 현실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한순간이잖아."
"네?"
"약먹었어?"
"아니요."
"너 근데 왜그래?"
"뭐가요?"
"..."
"씻으러 갈까요?"
"혼자 갈 거야."
"선배."
"왜."
네가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왔다. 네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져 간지러웠다.
발끝을 살짝 오므리며 네 옷자락을 그러쥐었다. 조금은 서늘한 듯 하면서도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간지러워. 내가 중얼거리자 너는 다시금 키득키득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내 거에요."
"어?"
"선배 이제."
"..."
"아무도 뭐라 못하게 내 거에요."
이 말에 나는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왜냐고? 사실이니까.
하지만 네가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었다.
내가 너의 것이라면 너 역시도 나의 것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
서랍장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담배를 한 모금 마시고 싶어졌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네가 나를 바라보았다. 표정을 보니 무슨 말을 할 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피우지 마요."
담배 피지 말라는 말을 하겠지.
자기도 흡연자면서 이래라 저래라 말은 많아. 나는 어깨를 으쓱여 보이며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제 아무리 내가 네 것이라고 한들 기본적으로 나는 나였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겠다는데 말이 많아.
"선배."
"왜."
"나 궁금한 거 생겼어요."
"궁금한 거?"
이리 와봐요.
네가 네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렸다. 말없이 다가가 앉았다.
입에는 여전히 담배를 물고 있는 채였다. 라이터도 같이 꺼낼 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에만 물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네가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아. 입에 담배를 물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면 라이터를 찾는 거겠구나.
깊게 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네가 얼마 전에 사왔던 초콜렛 향이 담긴 담배였다.
"그거 피면서 키스하면 초콜렛 맛 날까요?"
"... 내 입에 있는 니코틴으로 충분해."
"낭만이 없어요. 낭만이."
"이런 거에서 낭만 찾는 네가 더 이상한 거거든."
나른한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네 입에 담배를 물려주었다.
너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작게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연기를 내뱉으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방금 전 내가 맛보았던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향이었다.
희미한 향기 사이로 네 입술이 내 입술과 서로 맞물렸다. 연기 속에서의 건조함과 함께 네 입술의 부드러움이 함께 느껴졌다.
달콤한데 써. 매운데 달아. 뜨거운 듯이... 뜨거웠다.
네 입술이 떨어졌다. 너는 여전히 입꼬리를 말아올린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담배를 하나 더 꺼내들었다. 내가 담배를 입에 물자 너는 다시금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담배의 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방금 전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달콤하고 씁쓸했지만 많이 달랐다.
"이리와."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너는 한 번 더 내게 입을 맞춰왔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팔을 들어 네 목 뒤로 감아 너를 끌어안았다.
너는 나를 네 무릎에 앉히고는 내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겨주었다.
서로 맞물려있는 입술 사이로 담배 연기가 흘러나왔다. 달디단 맛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개새끼."
"왜요?"
"너 때문에 담배 맛없어졌잖아."
"맛없어요?"
"응."
앞으로는 그냥 담배를 피울 때마다 네가 생각이 나게 되겠지.
가끔은 이렇게 키스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초콜렛 말고 다른 향을 가진 담배들도 얼마든지 많이 있으니까.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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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꾸기냥 유딩 링링뿌 우와탄 랩모나 검은여우 준 달다리 베네핏 검정손거울
마지막에 나온 담배 키스는 제가 좋아하는 소설에서 나오는 장면을 오마주한 장면입니다.
사실 그 장면을 보면서 17171771을 구상한 것도 없잖아 있어요.
드디어... 달달한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남준이 성격이 많이 변한 거 같나요? 간단하게 말하면 음...
고삐가 풀렸달까요.ㅋㅋㅋㅋㅋ 남준이 고삐가 풀렸습니다. 이제 표현이고 뭐고 아주 주구장창 할 거에요.
집착은 덤입니다. 어디까지나 17171771은 집착물 로맨스릴러니까요.
혹시 릴레이 1라운드 다들 보셨나요?
저는 과연 몇 번째로 글을 썼을까요? 맞추시면 진짜 bb
사실 제 글이 막 그렇게 문체가 독특하거나 그런 거는 아니라서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거든요.ㅎㅎㅎ
이번주 금요일에 올라올 공지 다들 꼭꼭 봐주세요! 그날 누가 무슨 글을 썼는지 밝혀진답니다.ㅎㅎㅎㅎㅎㅎㅎ
오늘부터 연휴가 시작되네요.
다들 기분 좋게 연휴를 보냈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제 글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오마주한 소설은 |
작가 그루 님의 '랑가쥬' 라는 소설입니다. 네... bl 이에요... 근데 진짜 문체며 다 bbbbbbbbbbb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