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제이레빗 - Wonderful world
오늘 모의고사를 봤어요.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공부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점수가 안나온 거 있죠.
매일 독서실 가서 공부도 하고 아침마다 운동도 하고 그랬는데 왜 점수가 안나왔을까요.
망했네요. 진짜.
독서실에서 고딩이 자꾸 들이대요
13
w. 복숭아 향기
모의고사를 망했으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하는데 왜 공부가 하기 싫은 걸까요.
오늘은 독서실에 바로 가지 않고 편의점부터 들렸어요.
독서실에서는 할 수 없는 걸 하러 갈 거 거든요.
"만원입니다."
"..."
맥주 네 캔을 아무거나 집어들어 계산대로 가지고 갔어요.
독서실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으니 밖에서 마셔야겠지요.
술 먹고 공부를 하면 진도가 쭉쭉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진도만 나가고 기억을 못한다는 게 함정이겠지만요.
"누나..?"
근데 쟤는 왜 여기서 라면을 먹고 있는 걸까요.
그것도 두 볼이 탱탱하게 부어오를 정도로 말이에요.
-
"누나 지금 여기서 뭐해요?"
"... 알아서 뭐하게."
"술 마시려고요?"
"어."
평소에도 그렇게 말을 예쁘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더 안예쁘게 나가네요.
혹시 기분이 나쁜 건 아닐까 하고 눈치를 보기는 했는데
라면이 참 맛있나봐요.
제 말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이거 신상 라면 맛있는데 누나도 한 입 먹을래요?"
하는 걸 보면 말이죠.
늘 느끼는 거지만 참 해맑은 아이에요.
가끔
"아니면 누나 술마시는 거 옆에 있어줄까요?"
이러는 걸 보면 조금 적응이 안되지만요.
"그럴래?"
"대신에 맥주 한 입 만..."
"뒤지고 싶다고?"
"아니요. 그냥 있겠습니다."
아직 애라는 건 변하지 않지만 말이에요.
-
"진짜 무슨 일인지는 말 안해줄거에요?"
"안해."
"안주도 안먹고 그렇게 계속 마셔도 괜찮아요?"
"몰라."
"누나."
"왜."
"지금 누나 얼굴 진짜 빨개요."
"... 술 마셨으니까."
"나랑 있는 게 좋아서는 아니고?"
"너 진짜 죽는다."
사실 성적이 왜 떨어졌는지는 알고 있어요.
모를 리가 없죠.
정말 예전처럼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누나 지금 개새끼 하면 진짜 섹시할 거 같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
이 새끼때문에 매일 공부는 하지 못했으니까요.
"전정국."
"네?"
"너 내가 왜 좋아?"
"음..."
"이뻐서요."
지난번에 얘가 가지고 왔던
도시락을 생각해보면 전혀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네요.
"거짓말."
"거짓말 아니에요."
"거지잇마알."
괜히 맥주캔만 주물주물 거렸어요.
딸깍딸깍 소리가 나는 게 볼펜 소리 같기도 하더라고요.
소리가 나는게 재미있어서 계속 하고 있는데
"누나."
"왜."
"그거 자꾸 하면 안돼요."
"왜?"
"누나 손가락 봐봐요. 6개 다 있어요?"
"손가락..?"
"네. 누나 손가락이요."
"어..."
헐.
큰 일이에요. 손가락이 6개가 아니라 5개 밖에 없어요.
"흐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나. 누나 울지 말고."
"정구가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소, 손가라규ㅠㅠㅠㅠㅠㅠㅠㅠ 5개 밖에 없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꾸 맥주캔 가지고 노니까 그러죠."
"시험도ㅠㅠㅠㅠㅠㅠ 망했는데ㅠㅠㅠㅠㅠㅠ 손가락도 없어ㅠㅠㅠㅠㅠㅠㅠㅠ"
"시험 잘 못봐서 기분 안 좋았던 거에요?"
"나 손가라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통 사람의 손가락이
6개가 아니라 5개라는 걸 깨달았을 때 저는 이미 집에 있더군요.
아.
시험 망했을 때 보다 더 망한 거 같은 기분이 드네요.
시부러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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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국이도 가끔 진지해질 때가 있답니다.
나름..? 누나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은 아이에요.
가끔 이런 모습 보일 때 설레는 거죠.
냐핳.
다음화부터는 다시 해맑은 정국이가 나온답니다.
+)
우리의 여주는 알쓰였습니다...
는 쓰니의 주량입니다.ㅋㅋㅋㅋㅋㅋ
맥주 500짜리 4캔이면 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