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거
w.로스트
(NIIA - Hurt You First)
“오디션 보기로 했던 배우들 명단이야.”
남준이 건넨 얇은 투명 파일을 받아드는 여주의 표정이 어딘가 복잡했다. 애써 커피를 들이켜고 종이에 적힌 화려한 배우들의 명단에 정신을 모아 봐도, 자꾸만 여주의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건 쏟아지는 빗물에 온몸이 젖어 드는 정국의 모습이었다. 남준이 테이블 위에 펼쳐둔 명단을 꼼꼼히 눈으로 훑어내렸다. 김석진, 김태형...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배우들의 이름이 종이 위로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
“이미지로만 봤을 때 주인공 캐릭터랑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이 배우 같은데.”
“......”
“여주 네가 보기엔 어때?”
남준이 길쭉한 손가락으로 몇몇 배우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여주를 바라보았다. 그런 남준의 물음에 그제야 허공에서 떠 있던 제 시선을 다시 허둥거리는 여주였다. 아, 죄송해요. 잠깐 딴생각을.. 여주가 흘러내린 제 옆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기며 다시 한번 남준의 말에 집중하기 위해 애썼다. 남준이 그런 여주를 보며 작게 입가에 미소를 그리고는 이내 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이 꽤 지났네.”
남준의 말대로 어느새 맑았던 하늘은 컴컴한 어둠을 드리우고 있었다. 여주가 창 밖으로 길게 늘어서서 발광하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빛들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만 일어날까? 의자에 등을 기대며 자잘한 얼음 덩어리만 남은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뒤적거리던 남준이 천천히 테이블 위의 자료들을 정리하며 말했다. 여주가 작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남준을 따라 짐을 챙겨 들었다.
“리모델링 곧 끝날 거 같으니까, 다음 주엔 내 작업실에서 얘기하자. 그땐 저녁도 같이 먹고.”
“알겠어요, 알겠어.”
아쉽게도 저녁 선약이 있다던 남준은 몇 번이고 여주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렇게 카페 밖으로 나와서도 쉽게 발을 떼지 못하는 남준을 보며 여주는 결국 남준보다도 먼저 등을 돌려야 했다. 그럼 가볼게요. 마침내 남준에게서 돌아선 여주가 자연스레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며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단조로운 신호음이 이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 너머로 희미한 음악 소리와 함께 지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 끝났어요?
“끝났긴 한데, 아무래도 오늘은 지민 씨 먼저 집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ㅡ 왜요. 무슨 일 있어?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주는 미팅을 끝낸 후 지민과 만나 함께 집에 들어가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남준에게 정국의 얘기를 들은 이상, 여주는 이 찜찜한 기분 때문에라도 오늘 정국을 만나야만 할 것 같았다. 여주는 정국이 제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기분을 강하게 감지했다. 그러한 짐작과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문 여주의 생각들이 사정없이 어디론가 뻗어나가기 시작한 건 한순간이었다. ...잠깐 정국이 좀 만나야 할 것 같아서요. 여주가 마침내 지민을 향해 정국의 이름을 내뱉었다. 휴대폰 너머로 순간의 정적이 이어졌다.
ㅡ 그 친구는 왜?
역시나 한없이 차분했던 목소리 톤에 살짝 금이 간 듯한 지민의 목소리였다. 잠깐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여주가 별일 아니라는 듯 단조로운 투로 대답했다.
ㅡ ..그래요 그럼.
하지만 지민 또한 그뿐이었다. 지민은 의외로 순순히 여주의 대답에 순응했고 더이상 정국의 이름에도 예민하게 달려들지 않았다. 괜한 감정 낭비라고 생각했으니까. 두 사람 사이를 처음으로 묶어놓았던 세입자와 집주인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에 깨져버린 지 오래였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엄연한 연인 사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에서 저의 이러한 질투심 또한 너무 어린 애 같다고 생각된 지민이었다. 그러한 이유에서 지민이 새롭게 바꾼 방법은 가히 그러했다. 그건 바로,
ㅡ 여주 씨.
“응?”
ㅡ 사랑해요.
그런 어린 애 같은 시기를 보일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여주에게 사랑을 속삭일 것. 이제는 더이상 제 일방적인 구애가 아닌,
“..응, 저도요.”
저와 같은 대답을 내놓는 여주가 있었으니까.
-
“안 그래도 전화 안 받길래 선배 바쁜 줄 알았는데.”
“전화?”
헐레벌떡 뛰어나온 건지 바람에 날린 정국의 머리가 부스스하게 떠 있었다. 오랜만에 여주와 단둘이서 갖는 저녁 약속에 정국의 표정이 꽤나 들떠있었다. 여주가 정국의 말에 제 핸드폰 통화목록을 뒤적거렸다. 정국의 말대로 여주의 통화목록엔 여주도 몰랐던 정국의 부재중 전화 한 통이 붉은색의 통화 거절 표시와 함께 한쪽 구석에 덩그러니 떠 있었다. ..아, 지민 씨구나. 여주가 조용히 짐작하며 제 입술을 훑었다.
“감기는, 괜찮아?”
“이제 멀쩡해요. 열도 거의 다 떨어졌고.”
그렇다면 지민은 진작부터 정국에 대해 뭔가를 눈치채고 있었던 걸까. 여주가 정국과 나란히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두 사람, 첫 만남부터 이상하리만큼 서로에게 경계 태세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이후에도 서로의 이름만 나오면 묘하게 굳어지는 표정들 하며, 자꾸만 저를 곁에서 놓아주지 않으려는 행동. 그 모든 것들이 비슷했다.
“...다행이네.”
물론 지민은 당연히 그럴 수 있으리라는 것을, 여주는 어젯밤 여자에게 느꼈던 저의 질투심을 통해 이젠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국은?
“술 한잔할까요?”
대체 정국의 행동은 어떠한 이유로 설명이 되어야 할까.
두 사람이 들어온 곳은 근처의 한 포장마차였다. 대학 시절, 여주와 정국이 종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주 들리곤 했던 곳이었다. 매번 앉는 자리도 똑같았고 시키는 메뉴 또한 같았다. 순대볶음에 어묵탕, 닭똥집까지 추가해 둘이서 족히 세 병은 넘게 마시며ㅡ물론, 대부분은 여주의 입으로 들어갔다.ㅡ 틈만 나면 회포를 풀곤 했던 두 사람이었으니 덕분에 그럴 때마다 죽어나는 건 남준과 호석이었다.
“여기 진짜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졸업하고는 처음이니까.”
익숙한 구석 자리에 앉아 주문을 마친 두 사람이 여전히 달라진 것 없는 포장마차 내부를 훑어보았다. 밤이 되자 쌀쌀해진 날씨에 의해 차가워진 두 사람의 볼이 뜨끈한 포장마차 내부의 온도와 닿아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주문한 음식이 빠르게 상을 채우고 정국이 투명한 물기가 어린 소주병을 집어 들어 여주의 잔에 술을 따랐다. 짧게 서로의 소주잔을 부딪친 두 사람이 이내 약속이라도 한듯 한 번에 첫 잔을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전화는 왜 했었어?”
“아, 그거.”
쌉싸름한 술맛에 한쪽 눈을 찡그리며 순대 하나를 집어 든 여주가 정국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 여주의 물음에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제 후드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정국이었다. 정국이 테이블 위에 꺼내놓은 건 다름 아닌 대학로에서 상영되는 연극 초대권 두 장이었다. 여주가 그 중 한 장을 집어 들어 자세히 제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선배가 전에 보고 싶었다던 연극, 추가 상영한 다길래요.
“아는 동기한테서 우연히 초대권 얻었거든요. 나중에 같이 보러 가자고.”
그랬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이다 했더니 전에 여주가 아쉽게 상영 기간을 놓쳐 보지 못했던 연극이었다. 그저 아쉬움에 흘리듯 내뱉은 말이었는데 그걸 또 기억하고 있었을 줄이야. 여주가 새삼 놀란 표정으로 정국을 바라보았다. 그런 여주를 정국이 뿌듯한 얼굴로 바라보며 웃었다. 생각해보면 정국은 매번 사소한 여주의 말이나 작은 습관들을 잘 기억하곤 했다. 저번에 선배가 그랬잖아요, 선배 매번 이거 까먹잖아요 등등의 말들로 매번 여주를 챙기기에 바빴다. 심지어는 여주 스스로도 몰랐던 습관들을 정국은 이미 다 파악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평소라면 그런 정국의 섬세함을 자연스레 넘겼던 여주였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좀 달랐다.
“근데 감기는 어쩌다 걸린 거야?”
그 뒤로도 한참을 여주는 잔이 채워지는 족족 빠르게 술을 입으로 털어넣었다. 오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며 정국이 여주를 저지시켰지만 소용없었다. 포장마차의 풍경도, 음식의 맛도, 내부의 온도도, 그리고 앞에 앉아있는 정국도. 아직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어째선가 여주는 뭔가 변화의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한 아슬아슬한 기분이었다. 정국아. 여기서 네가 거짓말을 한다면 나는,
“...아, 전날 새벽까지 밖에서 술 먹고 돌아다녔거든요.”
“......”
“어제도 말했잖아요. 공모전 떨어졌다고.”
모른 척을 해야 하는 걸까.
뜬금없는 여주의 질문에 잠시 주춤하던 정국이 이내 그럴듯한 변명을 끝맺고는 곧장 술 한 잔을 들이켰다. 그런 정국의 대답에 여주가 묵묵히 안주 하나를 입에 넣었다. 말을 아끼려는 듯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근데 비는 왜 맞았어?”
“......”
“...너 감기에 약한 거 스스로 더 잘 아는 애가.”
여주의 물음에 술잔을 들어 올리려던 정국의 손이 허공에 멎었다. 정국이 고개를 들어 올려 건너편에 앉은 여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 정국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고 손으로 제 턱을 괸 채 쿡쿡, 음식을 쑤시는 여주가 보였다. 급하게 마신 탓인지 갑작스레 머리가 핑 돌았다. 여주가 인상을 구기며 점점 무거워지는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애썼다.
“선배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정국의 물음에 여주는 대답이 없었다. 이미 취기가 돌아 확연히 느려진 여주의 눈 깜빡임이었다. 정국이 그런 여주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뱉고는 제 입술을 달싹거렸다. ...김 선배한테 들었구나. 정국이 손에 쥔 빈 술잔을 매만졌다.
“...그냥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괜히 청승 좀 부리고 싶고.”
“......”
“나도 모르겠어요. 뒤늦게 사춘기가 왔나봐.”
애써 능청을 부리듯 내뱉은 두 번 째 변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주는 대답이 없었다. 술기운 때문이란 걸 알고 있었으나 괜스레 정국은 그런 여주가 두려웠다. 여주가 정말 모든 걸 알아채 버린 건 아닐까. 때문에 실망하고, 저를 더이상 후배로도 봐주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런 갖은 생각들이 정국의 머릿속을 서서히 지배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여주는 그런 정국의 앞에서 결국 제 머리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테이블 위로 스르륵 엎어졌다. 놀란 정국이 흠칫, 눈을 키웠으나 오히려 그런 여주의 모습에 안도감을 느낀 정국이었다. 정국은 그렇게 한참을 여주의 동그란 뒤통수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안 하면 선배를 볼 수가 없잖아요.”
“아무런 이유 없이 볼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니까, 우리가.”
마침내 두 번의 변명 끝에 나온 정국의 진심이었다. 빈 술병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었다. 애초에 술이 약했던 정국이었으나 오늘은 달랐다. 술이 는 건지, 아님 저 자신이 취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만큼 이미 한껏 취해 버린 것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정국이 여전히 테이블 위로 엎어진 여주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진짜 유치하고 웃기지 않아요? 선배랑 같이 있겠다고 내가 해낸 일이, 고작 그렇게 비를 맞는 일뿐이었다는 게.
“선배가 이런 내 감정을 눈치 챈다면, 분명 그럴리가 없다고 부정하겠죠.”
“......”
“...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거 되게 마음 아프다.”
헛웃음을 터트리며 웃는 정국의 표정이 슬펐다. 여주에게 제대로 된 고백을 해본 적도 없었으나 이미 정국은 여주의 대답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국은 발버둥을 쳤다. 아주 조그마한 희망에 용기를 얻길 바랐고, 여주가 지민에게 느끼는 그 감정이 사랑이란 걸 알면서도 부득불 모른 척으로 일관하며 부정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선배.”
정국이 여주를 불렀다.
“......”
긴 정적이 이어졌고,
“그만 일어나요. 집에 가자, 이제.”
정국은 끝내 또 한 번 그 뒷말을 잇지 못했다.
여주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 정국이 계산을 위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4년 동안 바래왔던 그 용기도, 그렇게 마음먹고 다짐해왔던 영악함도. 결국 여주의 얼굴만 보면 이렇게 또 어디론가 말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는 것을, 이미 정국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
소설에서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보편적인 문장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그러던 어느 날.’
지민과 함께 있으면 여주에겐 그 문장이 여주의 시간 속으로 불쑥불쑥 끼어들곤 했다. 첫 만남만 봐도 그랬다. 아직 작가로서 제대로 된 데뷔조차 없었던 여주에게 월세비며 생활비를 감당하기란 큰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싼 집을 구해보려 전전긍긍해오던 여주였고, 그러던 어느 날 남준의 소개로 알게 된 집에서 정말 우연처럼, 지금의 지민을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여주는 지민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민은 불쑥 여주의 손을 잡았다. 또한, 그러던 어느 날 지민은 여주에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더 솔직해질 것을 충고했다. 그리곤 여주를 향한 제 마음을 드러냈으며 그와 동시에 키스했다. 그 수많은 어느 날들이 쌓이고 쌓이자 여주는 어느 순간 그 모든 순간들이 자신이 요즘 지내온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게 하나씩, 서툰 감정들을 하루하루 깨우쳐가며 지민에게 조금씩 마음을 기대기 시작했던 셈이었다.
“...선배.”
여주는 순간 긴장했다. 물론 아무 일 없이 지나가버린 정국의 말이었으나 선배, 그 한마디 뒤에 이어진 그 묘한 정적이 여주를 한껏 긴장하게 만들었다. 취기가 오른 건 사실이었으나 완전히 까무룩 잠에 들어버린 건 아니었다. 조금 어지러운 정신에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었고, 다만 정국의 말들을 해석하는 것이 조금 느렸다뿐이지 자신이 엎어진 뒤로 계속해서 들려오는 정국의 목소리는 하나하나 똑똑히 듣고 있었다. 테이블 밑으로 말아 쥔 손에 땀이 배이는 것 또한 느꼈다. 하지만 여주는 결국 정국이 먼저 자신을 깨우기 전까지 고개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뒤늦게 발견한 상처의 깊이가 생각보다 깊었다는 것을 나는 대체 왜 몰랐을까. 여주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택시에서 내려 골목길로 들어섰다.
“...지민 씨.”
저 멀리 집 앞의 가로등 아래에서 묵묵히 저를 기다리고 있는 지민이 보였다.
여주의 걸음이 우뚝, 제 자리에 멈춰섰다. 그런 여주를 발견한 지민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여주 쪽을 바라보았다. 얼마못가 지민이 여주를 향해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럴수록 여주의 두 눈에 비친 지민의 얼굴이 조금씩 또렷해져 갔다.
“...지민 씨.”
코 끝이 매웠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몇 걸음 남겨두지 않은 지민을 향해 여주가 엄마를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지민에게로 달려가 안겼다. 지민이 조금 놀란 얼굴로 그런 여주를 제 품에 받아냈다. 익숙한 체취, 익숙한 품. 여주가 입술을 깨물며 지민의 품으로 더 바짝 파고 들었다.
“술 마셨어요?”
“......”
“..왜 또 술은 먹고 왔어요. 더 걱정되게.”
나긋한 지민의 목소리에 여주가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의 골목길이 고요했다. 지민이 그런 여주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술을 마셔서인지 그저 투정이 많아졌구나, 싶은 지민이었다.
“얼굴이 빨개.”
지민이 제 어깨에 기댄 여주의 얼굴을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여 바라보다 이내 여주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리곤 여주의 양 볼을 붙잡아 시선을 마주했다. 얼른 집에 가자. 지민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느슨히 풀린 눈을 서서히 접어 웃어보인 여주가 다시 한 번 느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민이 그런 여주를 따라 웃으며 여주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무슨 일 있었어?”
하고 지민이 물었으나,
“...아뇨, 아무 일도.”
제 어깨를 감싼 지민의 손이 너무도 따듯했던 나머지, 결국 거짓말을 하고만 여주였다.
*
오랜만입니다 여러분ㅠㅠ
제가 그 메일링 문제 때문에 쓰차를 당해서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본의 아니게 기다리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막연히 번외 메일링이 가능한 줄로만 알았던 제 잘못이 커요ㅠ 확실히 알아보고 글을 올렸어야 했는데..8ㅅ8
일단 사라진 최종 암호닉 정리글은 위험한 동거 완결 후, 전체 텍파 메일링+번외편을 대신한 특별편 공지와 함께 다시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수정한 암호닉들을 메모장에 미처 다 옮기지 못한 상태로 글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나중에 다시 수정을 해야할 것 같아요
자꾸만 번거롭게 해드려, 그리고 기다리게 해드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 점은 쓰차가 걸려있는 동안 시험이 끝났다는 것..! 그러니 전 얼른 이 수월해진 마음 안고 위동 다음편이랑 릴레이 글 쓰러 가봐야겠어요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저의 릴레이 순서가 다가오고 있기때문에... 후하 떨려죽겠네여
암튼 그럼 오늘도 좋은 밤 되시고 다들 행복한 연휴 되시길 바랄게요
오랜만에 찾아왔는데 이런 지루한 글로 찾아와서 미안해요ㅠㅠㅠㅠ 그래도 항상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