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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ㅎ♡ㅎ

☞ 복숭아 설리

감사합니다~♥

 

 

 

 

공중정원
w. Lucy

 

 

 

01

 

 

 

봄이지만 아직까지는 쌀쌀한 바람이 부는 아침. 한 고등학교의 운동장은 그 바람마저 잠재울 정도로 시끌벅적하다. 이제 갓 고등학교에 올라온 1학년들은 어색하게 눈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학교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고, 2학년, 3학년들은 반 배정이 어떻게 될 것이며 담임은 또 누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 한참 입을 놀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쌀쌀한 바람은 계속해서 불어왔고 귀와 코는 금세 불거졌다. 다들 입은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코트 주머니 안에 깊숙하게 찔러 넣은 손은 뺄 생각이 없어보였다. 백현도 예외는 아이었다. 게다가 모이기로 한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는데도 찬열은 올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다들 반 별로 모여 있는데 분명히 학교 정문에서 만나기로 먼저 약속을 정한 찬열은 전화도 안 받고 감감무소식이었다. 코와 귀는 이미 새빨갛게 된지 오래였고 백현도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모르고 외투까지 놓고 와서 작은 손은 아무리 비벼도 얼어 붙은지 오래였다. 아 씨, 왜 이렇게 안 오고 난리야 박찬열!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백현은 마지막으로 찬열에게 전화를 걸 심산으로 핸드폰을 들었을 때 학교 정문 건너편에서 백현아! 하고 손을 흔들면서 머쓱한 듯이 웃어 보이는 찬열이 보였다. 백현은 핸드폰을 마이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오는 찬열을 째려보았다.

 

 

 

 

“백현아, 춥지. 미안.”
“추워서 돌아가실 것 같아. 너 지금 몇 분인지 알아? 내가 너 밖에서 기다릴까봐 늦잠 잤는데도 패딩도 못 챙기고. 어? 그냥 이 상태로 눈썹 휘날리면서 뛰어 왔단 말이야. 지금 완전 얼어 죽을 것 같….”
“미안해.”

 

 

 


항상 이런식이다, 박찬열은. 백현은 찬열의 품에 안기면서 생각했다. 백현이 쫑알쫑알 말하는 거에 비해서 찬열은 그리 많은 말로 하지 않고 눈빛이라 던지 행동으로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표현했다. 지금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백현이 백 번 천 번 말해도 소용없다. 이렇게 갑자기 팔을 끌어당겨서 동생 취급하듯이 안고 등을 토닥이면 하고 싶었던 말도 금세 쑥 들어가 버리고 만다. 변백현, 박찬열. 4년 동안 매번 있는 일이었다. 백현은 이제 적응할 만도 한데 항상 찬열에게 지는듯한 이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진한 스킨쉽을 할 때마다 무슨 반응을 보여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찬열이 몇 번 백현의 등을 두들기다가 품에서 떼어 놓고는 머리를 쓱쓱 쓰다듬더니 백현의 뒤에 서서 아무 말 없이 등을 떠밀면서 조회대 앞으로 갔다. 백현은 왠지 찬열에게 말린 느낌에 너 이번만 내가 봐준다, 어? 나중에 이러면 짤도 없어! 백현에게는 나름 화를 내는 거였지만 저렇게 말해놓고 나중에 또 저렇게 말할 백현을 아는 찬열은 그저 웃으면서 백현의 등을 떠밀 뿐이었다.

 

 

 

 


서둘러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있는 줄로 가서 번호대로 줄을 서라는 선생님의 말에 찬열은 조금 앞으로 가고 찬열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 백현이 섰다. 번호대로 반 편성 결과를 알려주고 새 학기에 필요한 유인물을 나눠주는 식이었다. 찬열은 11번이었고, 백현은 14번이었다. 중학교 때 처음 만나 단기간에 친해진 찬열과 백현은 친해진 이후로 중학교 3학년 때 빼고 항상 같은 반이었다. 백현은 속으로 좋으면서도 항상 찬열에게 왜 너는 나만 따라오냐는 식으로 입술을 삐죽 내미는 반응이었다. 그런 백현을 보면서 찬열은 항상 그저 웃어보였다. 찬열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느꼈었던 거였지만 백현이 자신에게는 동갑이 아닌 동생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옆에서 챙겨주게 되고, 백현의 즉각적이고 솔직한 반응이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남들에게는 절대 못하는 장난도 치고 말도 많이 걸게 되고 그랬다. 찬열은 내심 기대가 됐다. 이번 반 편성에 백현은 어떻게 반응을 할까. 살짝 미소를 지으며 ‘2-4’이 적혀있는 교실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찬열과 백현의 학교는 남녀 공학이긴 하지만 분반이었기 때문에 교실에 들어가니 몇 명의 남학생들이 앉아있었다. 띄엄띄엄 얼굴이 눈에 익는 친구들도 보였고, 처음 보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찬열은 유인물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얼마 안 있어 들려올 백현의 목소리를 상상하면서 패딩 주머니에 손을 찔러 놓고 앞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한편, 백현은 유인물을 건네받고는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조심스럽게 새로운 반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1반부터 3반까지는 1학년들과 같이 쓰는 2층이라 좋지 않았는데 다행이도 3층이었다. 왠지 모르게 느낌이 좋은 백현은 교실 문을 열었다. ……역시 ‘2-4’반이었다. 앞문만 쳐다보던 찬열은 백현의 놀란 표정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푸흐흐 웃었다. 아, 변백현……. 하여튼 귀여워.

 

 

 

 


“아 씨, 박찬열…….”
“좋으면서?”
“좋긴 뭐가 좋아! 어떻게 너랑 나는 떨어지는 일이 없냐아….”
“운명인가 보지.”
“운명은 개뿔. 으아아…….”

 

 

 


신경질을 내면서도 자연스럽게 찬열의 옆에 앉는 백현을 보는 찬열은 그런 백현이 귀여울 뿐이었다. 팔을 쭉 뻗고 자기 쪽으로 고개를 돌려 엎드린 백현을 빤히 쳐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백현의 하얗고 말랑말랑한 볼을 잡아 당겼다.

 

 

 


“1년 동안 잘 지내보자, 백현아?”
“아, 됐어!”

 

 

 


볼을 잡아당기는 찬열의 손을 탁 쳐내는 백현을 보고 찬열이 잠시 표정을 굳히자 백현은 금세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바짝 세웠다. 가뜩이나 쳐진 눈꼬리가 아래로 더 내려가고 정색을 하면서 자신을 쳐다보는 찬열의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면서 자신이 쳐낸 찬열의 손을 살짝 잡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 아니 나는….”
“…장난인데?”
“아아! 박찬열!”

 

 

 


잠깐 정색 한 번 했다고 저렇게 나오는 백현 때문에 자기가 항상 이렇게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반응 하나 하나가 강아지같이 귀여웠다. 꼬옥 자신의 손을 쥐고 있다가 장난이라는 말에 또 눈을 치켜뜨면서 자신의 등짝을 때리는 백현이 웃겨서 끅끅 거리면서 웃는 찬열이다. 또 다시 1년이 시작되었다.

 

 

 


* * *

 

 

 

 

 

 

 

백현은 생각했다. 정말 찬열이랑 운명인건가…? 웃기게도 제비뽑기로 자리를 뽑았는데 적당히 좋은 자리가 걸려서 신나서 짐을 가지고 자리에 갔더니 자신의 자리 옆에 씨익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찬열의 모습에 말이 안 나오는 백현이었다. 백현이 자리에 앉지 않고 입을 벌려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만 있는 모습에, 찬열은 그저 어깨를 으쓱 해 보이며 백현의 의자를 빼주고는 앉으라는 듯이 손으로 의자를 두드렸다. 백현은 고개를 설레설레 하면서 털썩 의자에 앉아 짐을 정리했다.

 

 

 

 

“근데 우리 담임 너무 깐깐한 것 같지 않아?”
“뭐가?”
“여자라서 그런가. 그냥 말투도 그렇고, 이것저것 해오라는 것도 그렇고. 배운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별로야. 게다가 윤리라니……. 나 윤리 진짜 못 하는 거 너도 알지?”
“괜찮겠지, 뭐.”
“좀 가르쳐줘라,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법 좀.”
“네가 부정적인거야.”

 

 

 

입술을 쭈욱 내밀고 본격적으로 담임에 대한 불만을 쫑알쫑알 늘어놓는 백현의 이마를 톡톡 손가락으로 건드리면서 찬열이 말했다. 씨이… 야, 10명한테 물어보면 거기서 7명은 다 네가 긍정적인 거라고 말할걸? 넌 좀 심각해질 필요가 있어. 뭐 그렇게 항상 태평하냐? 쉴 새 없이 말을 하면서 의자를 뒤로 빼고 책상 앞에 앉아서 책 정리를 하는 동글동글한 백현의 정수리를 바라보던 찬열은 장난 끼가 발동해서 백현의 정수리 위에 턱을 가져다대고 킥킥 웃었다. 말이 없고 과묵하지만, 유난히 백현에게만 이런 장난을 하는 찬열이었다. 찬열은 즐거웠고, 백현은 죽을 맛이었다.

 

 


“아! 박찬열 무거워, 빨리 떼!”
“싫-어.”
“아, 빨리!”

 

 

 

 

그냥 일어나면 될 것을 찬열이 다칠까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백현이었다. 이러니까 내가 맨날 장난치지, 백현아. 찬열은 알지만 백현에게 절대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항상 당해줬으면 좋겠다. 찬열이 백현을 맘에 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백현과 처음 만난 중학교 입학식 때도 지금과 같았고, 중학교 2학년, 그리고 처음 떨어졌었던 중학교 3학년 때 자신의 앞에서 실망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않았던 백현도 지금과 같았다. 찬열은 그게 참 좋았다. 그래서인지 백현 이외의 친구들에게는 도무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둘은, 항상 붙어 다녔다. 그게 누구의 의사 던지 간에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싸웠을 때도 둘 중 누군가가 하루가 지나가기 전에 사과를 했다. 그저 여느 남학생과 같다고 하기에는 둘의 사이는 뭔가 특별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찬열은 알고, 백현은 알지 못했다. 이것에 찬열은 항상 씁쓸했다.

 

 

 

 

실실 웃으면서 정수리에서 찬열이 턱을 떼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정수리를 손으로 매만지는 백현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재빨리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그 날이다. 종인이 형이 공연하는 날. 언제 미간을 찌푸렸냐는 듯이 활짝 웃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은 잠시 의아해하더니 금세 알아챘다. 아, 그 날이구나. 어쩐지 한 순간에 두 명의 감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찬열은 심사가 뒤틀린 사람 마냥 뚱한 표정을 지었고 백현은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처럼 귀에 입이 걸린 표정을 지었다. 찬열은 그래도 혹시나 해서 입을 열었다.

 

 

 

“백현아, 오늘 집….”
“아아, 나 오늘 같이 못 가. 미안.”
“…….”

 

 

 

 

찬열은 금세 입을 다물었다. 말로는 미안하다 하지만 표정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 보이고 즐거워보였다. 담임이 잔뜩 유인물을 들고 들어올 때도, 앞 친구가 빨리 받으라며 유인물을 건네줄 때도, 담임이 유인물에 대해 설명을 할 때도, 임시 반장이 종례의 마침을 알리는 인사를 할 때도 찬열은 계속해서 아무 말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 동안 백현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핸드폰 액정에 쓰인 글자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카페 공연 날.’ 집에 가도 좋다는 담임의 말에 하나 둘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고 우르르 교실 문을 나갈 때 백현도 찬열에게 '잘 가!' 이 한마디만 던지고는 가방을 서둘러 들고는 순식간에 교실을 나갔다. 찬열은 한참동안 말없이 교실에 앉아 있었다.

 

 

 


* * *

 


  

 

 


‘공중정원’ 그 간판만 봐도 입이 귀에 걸리는 백현이다. 매서운 꽃샘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가방끈을 꼭 붙잡고 카페 앞까지 달려왔다. 백현은 유난히 음악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기타에 관심이 많다. 스스로 생각해도 노래는 곧잘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타는 아무리 연습해도 늘지 않았다. 욕심이 많은 백현은 언젠가 꼭 한 곡이라도 완주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집에 도착해 방 안에서 하루 종일 기타 연습을 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가 좋은 카페가 있다며 이 카페를 시켜줬고, 그 날이 카페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공연 날이었다. 친구는 저기에서 기타를 치는 사람이 이 카페 알바생이고 명문대를 다니며, 기타 수준이 상당하다는 얘기를 해줬다. 백현은 감흥 없이 공연을 봤고, 얼마 있지 않아 종인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했으며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한, 공연 날마다 카페를 들렀다. 물론 공연이 없는 날도 자주 가곤 했다. 공연이 없는 날이면 자신이 항상 앉는, 카운터 일을 맡는 종인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공책을 펴 놓고 공부하는 척 하면서 종인의 그 날 그 날의 모습을 연필로 끄적거리며 그렸다. 항상 허니 브레드와 딸기 스무디를 시켜놓고 흘끗 흘끗 종인의 모습을 훔쳐보며 좋아하곤 했다.

 

 

 

서둘러 카페 문을 열고 종소리가 나면서 아직은 한적한 카페에 들어섰다. 아직 오지 않은 듯 했다. 백현은 살짝 실망스러운 눈빛을 하고 항상 앉는 자리에 앉았다. 세훈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올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허니 브레드와 딸기 스무디를 들고 백현의 자리로 갔다.

 

 

 

 

“오늘도 오셨네요? 여기.”
“아, 감사합니다.”
“근데 오늘 공연 좀 늦을 것 같은데.”
“아…얼마나 늦어요?”
“예정시간보다 한 30분 정도? 오늘 형이 소개팅 나갔거든요.”
“소…개팅이요?”
“네. 소개팅.”

 

 

 

 

세훈이 작게 웃으며 좋은 시간 보내라는 듯이 고개를 까딱하자 백현도 고맙다며 웃음을 짓고는 바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소개팅……. 그래, 형은 잘생기고 키도 크고 명문대에다가 기타도 잘 치는데……. 여자가 안 꼬일 리가 없지. 한숨이 절로 쉬어지는 백현이었다. 30분 기다리고 공연 보고 갈까. 아니면 기분도 꿀꿀한데 오늘은 그냥 갈까. 흰 공책을 펴놓고 뚱한 표정으로 스무디를 마시던 백현은 결심했다는 듯이 공책과 연필을 가방에 넣고 자리에 일어나서 세훈에게 인사를 하려고 카페 입구 쪽으로 걸어가던 순간 카페에 종소리가 울리면서 헐레벌떡 뛰어온 듯이 숨을 몰아쉬는 종인이 들어왔다. 백현은 순간 종인과 눈이 마주쳤고, 급하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눈…눈 마주쳤어.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종인에 당황한 백현은 서둘러 가방에서 다시 흰 공책과 연필을 꺼내 놓고 스무디를 마시면서 흘끗 종인을 바라보았다. 일찍 온 종인에 기쁜 백현이지만 소개팅을 했다는 사실에 왠지 씁쓸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평소보다 활짝 웃는 종인의 모습에 씁쓸해지는 기분도 금세 풀리는 듯 했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한산하던 카페에 하나 둘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종인과 다른 밴드의 멤버들이 악기를 세팅할 때 쯔음 카페에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 찼다. 이제 몇 주만 있으면 시험 기간이라서 오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미리 오지 않으면 언제 공연을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잘 가라는 말 한마디만 건네고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찬열의 존재가 순간 백현의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원래 삐지고 그런 성격이 아니라서 매번 괜찮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그것도 잠시 밴드의 공연을 알리는 멘트가 들리자 곧바로 찬열의 생각을 지워버리고 공연에 집중하는 백현이다. 오늘도 종인은 멋있었다.

 

 

 

 

 

 


* * *

 

 

 

 

 

 


공연이 끝나고 시계를 들여다보니 벌써 저녁 8시가 지나있었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바로 달려와서 기다린 백현은 고작 먹은 것이 허니브레드와 딸기 스무디 밖에 없어 배에서는 진동이 끊이지 않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백현은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카페 주변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어서 오세요- 라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찬열?

 

 

 

 

“야, 너 여기로 옮겼어?”
“…응.”
“나한테 말도 없이. 난 아직도 우리 집 주변에서 하고 있는 줄…”
“손님들 들어와. 살 거 빨리 사.”
“어, 어…? 아, 그러려고 했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찬열의 말투에 기분이 상한 백현이지만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알바에 피곤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뭐라고 하려던 입을 꾹 다물고 계속해서 진동해대는 배를 움켜쥐며 빵이 놓여진 진열대 쪽으로 향했다. 이것도 아니야. 이건 더 싫어. 아, 뭐 먹지. 주욱 둘러보던 백현은 돈도 얼마 없어서 빵을 사 먹으려던 거였는데 마땅히 먹을 게 없어 눈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로 계산대 앞에 섰다.

 

 

 

 

“먹을 게 없네. 그냥 가야겠다.”
“…응. 잘 가.”
“…….”

 

 

 

 


분명 찬열이 이상했다. 피곤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오늘 내가 먼저 가서 그런가? 아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상하다 느낀 백현은 그래도 찬열의 기분을 풀어주려 계산대에 있는 물건들을 옆으로 치우고 계산대를 위로 올려 찬열 혼자 들어가도 좁은 공간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갔다. 찬열은 당황한 듯이 백현을 쳐다보았다.

 

 

 

 

“너 여기 앉아있어. 내가 해줄게.”
“됐어. 내가 할게.”
“쓰읍. 내가 한다니까. 나 이거 하는 동안 나한테 할 말 생각해놔.”
“할 말? 그런 거 없어.”
“너 지금 나한테 화났잖아. 아니야?”
“…….”
“뚱해있지 말고 말을 해. 내가 고치면 되잖아.”
“네가 고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야.”
“이거 봐. 나한테 화난 거 맞네. 뭔데? 오늘 내가 먼저 가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뭔데.”
“그거 줘. 네가 여기 앉아. 데려다 줄게.”
“…야, 박찬열.”
“그냥 나 혼자 그런 거야. 신경 쓰지 마.”

 

 

 


백현이 쥐고 있던 바코드 기계를 뺏어 들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백현의 어깨를 잡고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에 백현을 다시 앉히는 찬열이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계속 말을 하지 않는 찬열이 답답하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걱정스러운 백현은 그저 말없이 찬열의 알바가 끝나기까지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찬열의 타임이 끝나자 백현은 새벽 1시가 훌쩍 넘은 시계를 바라보며 먼저 편의점을 나가는 찬열의 뒤를 쫓았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 찬열의 뒷모습에 백현은 자신보다 큰 키를 살짝 누르며 가느다란 손으로 찬열의 뭉친 어깨를 주물렀다. 찬열은 피식 웃으며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살짝 굽혔다. 안마를 받으면서도 불편해 보이는 찬열의 모습에 백현은 웃으며 찬열의 손목을 붙잡고 근처 공원 벤치에 찬열을 앉혀 다시 안마를 해주었다.

 

 

 


“시원하지.”
“응.”
“…너 진짜 말 안 할 거야?”
“별거 아니라니까.”
“내가 신경 쓰여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찬열은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던 백현의 손을 잡고 일어서서 마주보고는 말랑말랑한 백현의 볼을 장난스럽게 양쪽에서 밀며 말했다.

 

 

 

 

“없-다니까.”
“아 씨, 없으면 없다고만 하지 왜 볼을 밀어!”
“귀여워서.”
“치…귀여운 거 다 죽었나.”
“나한텐 네가 제일 귀여운데.”
“으으, 닭살. 정색하고 그런 얘기 좀 하지 마. 이러니까 여자들이 좋다고 달려들지.”
“…갑자기 여자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질투 나서 그런다, 왜!”
“질투 하지 마.”
“왜? 나도 남잔데.”

 

 

 

 

누가 너 여자래? 뚱해서 죽 내밀어진 백현의 입술을 두 손가락으로 잡고 살살 양쪽으로 움직이자 백현이 웅얼웅얼 거리면서 하지 말라는 식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이 그저 웃긴 찬열이 푸흐흐 웃어버렸다.

 

 

 

 


“내가 너 고백 대신해서 전해줄때마다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힝… 이제 1년 내내 또 그러겠네.”
“그냥 거절해.”
“야, 너 남 일이라고 엄청 대충 말한다? 그거 부탁하는데 어떻게 거절을 해.”
“그러니까 네가 너무 착한거지.”
“아니 또 얘기가 갑자기 왜 거기로 가. 하여튼 너 진짜 부러운 놈이야.”
“뭐가 부러워.”
“부럽지! 여자 애들한테 쉴 새 없이 고백 받고. 선물 받고. 난 그런 거 언제 받아보냐.”
“우리 백현이, 내가 줄까?”
“아, 됐어! 누가 선물 받고 싶어서 이래?”
“그런 거 아니었어?”
“아, 진짜 박찬열!”

 

 

 

 

 

고요한 골목길에 억울한 소년의 목소리와 기분 좋게 울리는 소년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노란 가로등의 불빛은 백현과 찬열의 모습을 비추기에 바빴다.

 

 


 

 

 

* * *

 

 

 

메인은 찬백이지만 사이드로 카백이 있어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하트♡

이 글은 제 개인홈, 찬백닷컴, 인티에서만 연재해요! 그럴일은 없겠지만 밖으로 가져가지 말아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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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다음화 완젼 기대되용ㅜㅜ
콜라로 암호닉 신청! 둘이 완전 알콩달콩 이네요☞_☜

11년 전
루시
콜라님! 안녕하세여ㅠㅠㅠ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빨리 돌아올게여!ㅠㅠㅠ
11년 전
독자1
우와 이런거 겁나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꽁냥거리는죽마고우찬백이라니ㅠㅠㅠ거기다가학생ㅠㅠㅠ작가님 그냥저말려죽이세요ㅠㅠ우와 완전꿀이다.....암호닉 신청되면 식탁으로 신청할께요! 신알신해놓고 매일매일 기다릴꺼에요ㅋㅋ작가님 연재파이팅!!!
11년 전
루시
식탁님!ㅠㅠㅠㅠㅠ칭찬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완전 힘이나요ㅠㅠㅠ앞으로 연재 열심히 할테니까 계속 응원해주세요^♡^
11년 전
독자2
작가님 글 완전 대박이네요ㅜㅠ 이런거 너무 좋아요으헝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글 잘읽고갑니당ㅎㅎ
11년 전
루시
대박이라고 해주시니까 몸둘바를 모르겠네요ㅠㅠ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2
작가니 복숭아에여!!!ㅎㅎ 오랜만이에여 ㅠㅠ 보고싶었어영 ㅠㅠㅠ 첨부터 달달터지기에 이미 행쇼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직이군여!!ㅎㅎ 찬백카백이라니!!! 좋네여.. 오늘 분량도 완전 풀로 꽉꽉 채워주ㅅㅣ고 ㅠㅠ 작가님 쩔어쩔어!! ㅎㅎ 작가님 잘봤습니당!!ㅎㅎ 알라부~~♥
11년 전
루시
복숭아님! 오셧군녀ㅠㅠㅠㅠ저두 보고싶었어요ㅠㅠㅠ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영...빨리 다음편으로 찾아올게여! 분량 조절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이렇게 좋아해주시니까 힘이 나네여ㅠㅠㅠ 저두 알라뷰~♥
11년 전
독자4
헐 저 왜 카디카백이라고 썼죠?? 댓글 쓸때 정신을 놨나봐여 ㅠㅠㅠ 죄송해여 ㅠㅠ 찬백카백이여!! 다시 수정할게여 ㅜㅠ
11년 전
루시
앜ㅋㅋㅋ아니에여 복숭아님! 저두 이제서야 알았네여...ㅎ♡ㅎ
11년 전
독자3
으아!! 작가님 저 암호닉 큥으로 신청합니다!! 신알신도 하구가요 ㅠㅠ 담편 너무 기대되요!! 찬백카백... 감사합니다 ㅠㅠ
11년 전
루시
큥님! 안녕하세요~ 신알신 감사드려요ㅠ♡ㅠ 다음편으로 빨리 돌아오겠습니당!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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