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에 멘토스!
04
이하이 - FXXK WIT US
어마어마한 파장을 몰고 올 만한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터트려 놓고 인생이 평범하길 바라는 것도 사치임을 깨달았다. 박지훈이야 워낙에 대외활동이 넓은 애라 그렇게 리스크가 크지는 않았다만 김여주는 다른 상황이었다. 친한 애는 박지훈이 다였고 그나마 요새 말을 하고 지낸다는 건 아싸인 척 하면서 최고 인싸인 이의웅뿐이었고, 게다가 여주는 의웅처럼 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기분 나쁜 게 있으면 기분 나쁘다고 말을 해야하는 본질. 흔히들 씹어대는 '공부 잘 하는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의 정석이었다.
딱 여주의 암흑기는 중학교가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다니엘을 만난 게 인생의 잘못이라면 잘못이고 죄라면 죄다. 필시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였을 거라고 여주는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야 중학교 때 헛돌았던 '김여주 싸가지 없음'설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다시 돌 줄이야 …
"어유, 독하다 독해. 독사 같은 기지배."
"말 시키면 뒤진다. 안 그래도 중간고사 때문에 신경 거슬려 죽겠는데."
"어련하시겠어요."
밥을 먹다 말고 박지훈에게 시비가 털리는 건 예삿 일이었다. 옆에서 묵묵하게 밥을 먹던 의웅이 눈을 접으면서 웃는 걸 보는 게 나름의 낙이라면 낙일까. 편식이라면 일체 않던 여주가 쌀밥을 젓가락으로 푹푹 찔러댔다. 밥맛이 없었다. 급식실에서도 긴장감이 웃도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다니엘이 직접 욕하는 게 훨씬 나을 건데, 다니엘은 대놓고 여주 앞에서 욕을 지껄인 적도 딱히 없었다. 오히려 더 골머리를 썩게하는 건 그의 무리와 소문에 쉽게 취하는 애들이었지.
"그럼 그냥 결별설 내면 안 돼?"
"안 돼! 그건 절대 안 돼!"
"어어, 왜 … ?"
"시발, 쪽팔리잖어 의웅아. 이렇게까지 했는데 바로 헤어졌다고 하면 딱봐도 구라인 거 너무 티나니까."
"혹시나 해서 일러두는데 약간 눈치 챈 애들도 있어 여주야!"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니 …"
고개를 내젓고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수저를 테이블 위에 소리내며 내려두곤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테이블 너머 너머로 여주의 눈치를 보는 애들이 간혹 가다 보였다. 3학년뿐만 아니라 2학년까지도. 그제야 슬슬 사건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여주가 건드린 건 한낱 양아치 새끼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파도라는 걸.
수저를 내려둔 걸 보자마자 잽싸게 식판 위에 있던 햄을 낚아채 입 안으로 쑤셔넣는 지훈이었다. 이젠 지훈이 애처롭기까지한 여주였다. 못난 친구 둬서는 이런 일에 휘말리게나 하고, 혹시나 욕하진 않을까, 차라리 먹고 욕까지 먹자는 맘으로 잽싸게 햄을 쑤셔넣은 지훈의 생각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걸 보곤 또 눈치를 살살 살피면서 여주의 식판 위에 있는 비엔나 소세지를 젓가락으로 콕 찝어가는 의웅까지. 아이고오 아이고오 어무니 아부지. 딸랑구가 남의 집 자식 둘이나 이렇게 인생을 말아먹게 했습니다.
"야, 그냥 먹어 … 화 안 내."
"그럼 나도."
뭐야 시발. 뒤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젓가락이 햄을 들고간다. 귓가에 넉넉히 들리는 낮은 음성까지. 소각장에서 본 이후로 더 열심히 피해다닌지라 다니엘을 마주칠 기회가 줄었는데, 이제는 다니엘이 아예 여주를 찾기까지. 시발 이걸 바란 게 아닌데.
"뭐야 너, 남의 거 왜 먹어."
"남기면 아깝잖아. 다같이 먹으면 더 맛있고."
"왜 또 아는 척이야, 밥은 마음 좀 편하게 먹으면 안 되냐?"
"누가 뭐래. 남자친구랑 오손도손 맛있게 먹는 게 보기 좋아서 온 건데."
"아아- 개새끼 진짜-"
얼굴이 확 붉어졌다. 놀리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탓이었다. 소각장에서 일은 박지훈이든 이의웅이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강다니엘이 이미 다 간파했다는 걸. 귀 바로 옆에서 낄낄대며 웃는 소리에 얼굴을 확 찌푸리고 얼굴을 밀어낸다. 아니 근데, 박지훈이랑 이의웅은 왜 보고만 있어.
"둘이 친해?"
"어?
"응."
의웅의 순진한 물음에 바보 같은 대답을 했고, 빠르게 응. 하며 말을 이어붙이는 강다니엘이다. 아니 씨발 이게 이렇게 되면 어쩌잔 거야? 지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마 상황 파악 중인 것 같은데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아 보였다. 습관성으로 떠는 다리의 떨림이 여기까지 전해졌으니까. 식판에 있는 햄을 다 먹고 나서야 박지훈이 입을 뗀다.
"존나 친한 친군가 보네, 그럼 너도 앉아."
"역시 쾌남이네 지훈이. 여주가 왜 친구 하려는지 알겠다니까."
생각과는 다른 전개에 김여주는 침을 꼴깍 삼켰다. 바보인 의웅이 아니고서야 박지훈과 강다니엘이 지금 서로를 재고있다는 건 다 알고있는 사실이다. 다리를 뻗어 여주의 옆 의자를 밀어낸 지훈이 친절한 투로 권하고, 그럼 다니엘이 실실 쪼개며 의자에 앉았다. 구성원 한 번 험악했다.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식판에 머리를 박듯이 고개를 숙여 밥을 먹는 의웅이나, 수저를 내려놓지 않고 계속 밥을 먹는 지훈이나, 시발 다시 수저를 들 수도 없는 김여주에 그 옆엔 젓가락만 들고 앉아서 여주의 반찬을 쏙쏙 골라가는 다니엘까지. 여주는 생각한다. 알다가도 모를새끼,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다고.
"여주야 요즘 어때."
"뭐가."
"요즘 인기 쩔던데 너, 애들이 다 니 얘기만 해."
"일부러 그러냐 지금?"
"그럼 모르는데 그러겠어?"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청도 소싸움을 보기라도 하는 듯, 지훈은 수저를 식판 위에 큰 소리를 내며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 먹었다. 나직하게 말하는 지훈의 음성에 소름이 끼친다. 얼마만큼 화가 난 건지 모르겠다, 아니 일단 화가 왜 났지? 잠깐 그런 생각을 하곤 부랴부랴 몸을 일으키면 의웅이 급하게 자리에서 따라 일어선다. 자리에 앉아있는 건 다니엘뿐. 그 쪼개는 웃음을 흘리면서 손을 흔들어보였다. 잘 가.
빠른 걸음으로 잔반을 버리고 급식실을 나오는 내내 박지훈은 말이 없었다. 의웅은 뒤에서 난리를 떨며 지훈이가 왜그러니 저러니 박지훈이 미쳤니 마네 하며 몸을 떨고있었고, 여주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아니 근데 니가 왜 화를 내냐니까. 빠르게 걷던 지훈이 갑작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여주와 눈을 마주쳤다. 인상은 벌써 풀렸는지 멍청한 표정이었다.
"야 김여주."
"어어, 왜."
"쟤 존나 싸가지 없다."
그걸 이제야 알면 어떡해 이 병신 새끼야 … 쫄아있던 김여주가 씩씩대며 박지훈의 등을 때렸다. 근데 너 왜 화났냐? 화난 게 아니라 화난 척, 기선제압이 중요하댔음.
아 시발 이 미친놈을 어떡하지.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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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애오입니다! 개인적 사정으로 4화가 너무 늦어버린 점 죄송합니다.
이상하게 글 숨김이 안 되어 암호닉은 길게 늘어놓았습니다.
브금이 실행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노래 제목을 적어놓았습니다!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는 점 죄송합니다, 참고로 영민이 글이 하나 올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죄송합니다 여러분들 !! ㅠㅠ 25p로 되어있더라구요. 분명 15p로 해놓았던 것 같은데.
다시 15p로 낮추었고 25포인트 지불하신 여러분들께서는 댓글 쓰시고 다시 받아가세요
죄송합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