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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멜마끼아또








그녀의 이야기




평소에도 생각하곤 했지만 당신은 잘생긴 편은 아니다. 디스하는게 아니고 신기해서 자꾸 말하게 된다. 내가 줄곧 찬양하던 각 종 연예인들의 얼굴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흔한 외모인 게, 내 글이 조금 지루하고 너저분할 수도 있지만, 잘생기지 않은 당신에 대해서 적어보려 한다.




유난히 덥던 초여름, 나는 카페 알바를 시작했다. 평소에 내가 싫어하던 카페 브랜드 인지라 알바가기가 매우 많이 귀찮았다. 그래도 또 구하기는 더 귀찮아서 그냥 참고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 날도 귀찮음을 무릎쓰고 출근해서 카운터에 앉아 친구들이 좋아죽겠다며 페북에 나를 태그한 프듀영상들을 보고있었다. 그리고 당신이 걸어들어왔다. '내 또래로 보이는데 부지런하네-알바만 아니였다면 9시는 내게 한밤 중 이였을 텐데.'라는 생각에 흘깃흘깃 쳐다봤다.




[프로듀스101/스타쉽/정세운] 카라멜마끼아또 | 인스티즈

평범한 반팔, 평범한 반바지 ,수더분한 외모 ,어깨에 둘러맨 기타가방 그리고 꽤 좋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며 고개를 꾸벅,


-주문 도와드릴까요?

-네 아이스 카라멜마끼아또요.


당신은 얌전히 앉아 기다렸다. 연한 분홍 빛이 도는 옷 때문인지 영화캐릭터 포뇨를 닮은 것도 같았다. 나온 음료를 받아들고는 감사합니다, 라고 중얼거리고 꾸벅인사하더니 총총 사라졌다. 그 날의 당신은 그냥 수많은 평범한 손님 중 한 명이었다.


그 다음 날도 당신은 비슷한 시간대에 왔다. 문을 당기려고 힘을 줬다가 '미시오'를 봤는지, 어정쩡하게 미는 바람에 종소리가 요란했다.'죄송합니ㄷ...'당신은 종소리에 놀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사과했다. 소심하다고 생각했다, 소심한 건 딱 질색이다. 당신은 어제와 같은 음료를 시켜놓고 기다렸다. 오늘도 기타가 든 가방을 맨걸 보니 음악 동아리 같은 걸 하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커피를 만들었다. 나온 커피를 양손으로 받아든 당신은 나를 보고 어제처럼 꾸벅 인사하고 나갔다. 뭔가 내가 형식적으로 하는 인사가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냄새가 나는 인사였다.


그 다음 날도 왔다 이번엔 문을 제대로 밀고 들어왔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묘한 뿌듯함이 보여 속으로 웃었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표정이 풍부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오늘도 어김없이 카라멜마끼아또를 시켰고,어김없이 같은 자리에서 얌전히 기다리다가 같은 방향으로 사라졌다. 학교나 집이 그쪽 방향인가 보다-했는데, 몇 시간 뒤 우연히 당신이 아침에 사라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을 봤다. 내일은 어디로 가나 봐야겠다고 혼자 다짐했다. 그리고 그런 날 놀리듯이 당신은 며칠 보이지 않았다. 인정하기 싫은데 꽤 궁금했다 손님도 몇 없었고, 뭔가 당신에 대해 추리하는게 좀 재밌어지려 했었는데.




[프로듀스101/스타쉽/정세운] 카라멜마끼아또 | 인스티즈

일주일쯤 지났을까 당신이 들어왔다.머리를 했는지 몇일 전과는 다른 꽤 깔끔한 모습이었다. 못내 반가웠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반가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이 반가움은 추리를 계속 할 수 있는 반가움이야!'라고 생각했다. 음료를 기다리며 당신은 전화통화를 했다.


-응 예 그렇슴니다. 며칠 뒤에 내려감다, 아 잘 챙겨먹고 있져, 아이고 걱정마시져, 응 영화보려고 나왔어. 아니 있어 걱정마, 어제?어제 조금만 마셨어 진짜로, 아이 믿으시져,응,응 이따 또 하겠슴다 예 쉬십셔


아마 부모님 같았는데, 말투가 친근해서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참 본인과 어울리는 말투라는 생각도 같이 하며, 그리고 말 사이사이 낮게 웃을 때의 웃음소리가, 어....꽤, 매력 있었다. 그리고 역시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너스레를 떨 때 나오는 표정은 묘하게 귀여웠다. 나도 모르게 자꾸 찾게 되는 당신의 매력을 인정하는게 민망해서 '영화를 보는 거구나.커피는 영화보면서 마시나보네'하는 생각들을, 그리고 당신의 웃음소리를 컵속에 넣어버렸다.




평소처럼 음료를 받은 당신은 인사를 하다말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캐리어가 필요없다고 말 한 당신은 카페 밖에 나가 방금 받은 커피를 입 안에 털어놓고 돌아왔다. 되게 멋쩍어하면서 다음 커피를 기다리는 모습이 좀 웃겼다. 혹시 술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카라멜을 조금 더 넣었다. 이 정도 호의는 누구나 베푸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조금 더 친절하게 인사했다 형식적으로 들리지 않게, 톤도 부드럽게, 멘트도 다르게.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어, 아, 네, 감사합니다 (꾸벅꾸벅)


받은 인사가 황송하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나가는 당신의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그냥 봤다 묘하게 영화관 쪽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이런 내마음을 아는건지, 두세시간 후 당신은 돌아왔다 책을 들고. 같은 커피를 시켜, 조금 안쪽 자리로 들어가 몇 시간 쯤 책을 읽었다. 당신이 책을 읽는 그 몇시간 동안, 난 점점 많은 것들이 궁금해졌다.무얼 더 주문해 먹지도 않는데, 뭘 먹고 들어온게 아니면 커피 세 잔이 먹은 것의 전부 일텐데, 배는 안고픈가 궁금했다.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봤는지 묻고싶었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었다.


정말 웃기게도 당신은 내 스타일이 아닌데, 내가 좋아할 만큼 잘생기지 않았는데, 난 당신을 고작 아르바이트생으로서 본 게 전부인데,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 어이가 없었고, 쓸데없이 등판한 개똥같은 자존심 때문에 그 뒤로도 꽤 많은 시간을 당신에 대해 궁금해하며 보냈다.




무더운 여름의 초입새에서 나는 '내가 말건다고? 내가 왜? 아니 솔직히 나 정도면 말 걸고 싶은 여자 아닌가?'라는 개똥같은 생각과 자존심을 버리기로 했다 진짜 개똥에 대기도 미안한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대신 궁금증을 핑계 삼았다. 이것저것 궁금해서 묻지 않고는 못베기겠노라고,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 얄궂게도 당신은 내가 행동하기로 마음 먹은 순간부터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내가 환상을 봤다는 듯이 당신은 발길을 뚝 끊었다.



 개강이 다가올 즈음, 나는 알바를 그만두었고 대신 그 주변을 맴돌았다. 그 카페에 죽치기도 하고, 그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의 얼굴을 일일이 훔쳐보기도 했다. 집이 근처일 것 같아 노래를 들으며 거리를 몇 시간씩 걷기도 했다. 그런 과정속에서 수없이 짜증이 났고 그래서 '아 더럽게 비싼 인연인가 보네'라고 털어내려고도 했었다. 근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연애를 한 것도 아닌데 서글펐고 화가 났다. 한 번 만나보기라도 했으면 그때 느낀 단점을 곱씹으며 밀어낼텐데 그것도 안되는 상황이고, '당신은 신포도야'라고 다독이기엔 너무 많은게 궁금했다. 미친 만나본 것도 아닌데 자꾸 궁금증을 빙자한 내 마음만 부풀었다 잘생기지 않은 그 얼굴을 계속 까내리려고 해도, 어느 샌가 상상 속 그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매력있게.


[프로듀스101/스타쉽/정세운] 카라멜마끼아또 | 인스티즈

당신이 다시 태연하게 내 앞에 나타났으면 좋겠다. 이젠 인정하기 싫다는 말은 하지 않을테니까. 인정한다 당신이 보고싶다, 매력있다. 내 기억 속에서 조금씩 각색까지 이루어져서, 지금 당신은 나에게 더럽게 매력 터진다. 지금 오면 내가 마음 죄다 꺼내줄 것 같다. 태연하게 와서 카라멜마끼아또 달라고 해라. 백 잔,천 잔도 사줄테니 같이 마시자.


난 요즘도 그 카페에서 내 입에도 안맞는 카라멜마끼아또를 마신다. 언제까지 이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잠겨 죽기전에 너는 나에게 밀려왔으면 좋겠다.







그의 이야기




저도 길게 적고 싶은데, 글재주가 없어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요.
한동안 SNS를 끊고 살았었어요. 근데 며칠 전에 동생이 이거 너 아니냐,라고 웃으면서 뭘 보여주더라구요. 긴 글이었고, 재밌는 글이라고 생각했고, 뭔가 익숙했어요. 잘생기진 않은 외모, 영화캐릭터 포뇨, 꾸벅, 카라멜 마끼아또. 어쩌면 김칫국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사실 엄청 망설였어요. 민망한 일이 생길까봐. 근데 제가 자주 다니던, 기억하는 그 카페에 계셨던 분이 적은 글일까봐, 민망함을 무릅쓰고 제보 보내요. 제보가 처음이라 약관...?같이 긴 부분들을 읽어봤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사람을 찾는 듯한 뉘앙스는 안되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다고 실명을 밝히기엔(제가 생각하는 분과 맞는 분이든 아니든)제가 너무 민망할 것 같구요. 그래서 익명으로나마 짧은 답장을 보내고 싶어요. 익숙지 않아서 규칙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다면 올라가지 않겠지만, 일단 적어 보내봐요.



저는 그 브랜드의 카페를 좋아해요. 친숙한 느낌이거든요! 커피를 잘 몰라서 달달한 것만 골라서 마셔요. 그러다가 정착한 게 카라멜 마끼아또에요. 그 날 카라멜 많이 넣어주신 거 정말 감사했습니다. 실제로 속이 너무 쓰려서 두 잔 마신 거였어요. 제가 거의 첫손님으로 찾아가는 느낌이라, 그냥 혹시나 제가 귀찮게 하는 부분이 있을까봐 조심스러웠어요. 실제로 조금 피곤해 보이시기도 했구요. 영화는 그냥 아무거나 전부 봤어요.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거든요. 읽던 책은 '언어의 온도'라는 이기주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근처 중고매장에서 샀어요. 그리고 걱정...?해주신 대로 밥을 잘 안먹었어요 그때는. 귀찮아서 그냥 아침에 커피 한 잔, 점심에 커피 두 잔. 보신 대로 잘생기진 않았고, 약간 소심한 것 같네요. 그래서 친절한 인사에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고, 조금 큰 종소리에도 죄송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전 오늘 밤 비행기를 타요. 유럽으로 한 달이 조금 안되게 여행을 가거든요.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군대까지 너무 쉬지 않고 달린 것 같아서 여유를 가져보고 싶었어요.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가네요. 될 사람은 된다더니, 전 안 될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사실 서글서글한 눈웃음이, 커피를 건낼 때 조금씩 스치던 손이,듣기좋은 상냥한 목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근데 보시다시피 제가 적극적이지 못한 탓에. 그리고 조금 더 사실은 '어떻게 나 같은 애가 저런 분을'이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더 자주 갈 걸. 이 답장을 쓰는 데도 입술 여러 번 깨물었어요. 민망하고 쑥쓰럽고 미안해서. 그리고 고마워요. 좋게 봐주셔서. 이 다음에 적을 말은 지울까 말까를 정말 한참을 고민했는데, 이왕 쓴 거 그냥 적어서 보낼게요. 




[프로듀스101/스타쉽/정세운] 카라멜마끼아또 | 인스티즈

다음달 마지막 주에, 저는 내내 그 카페에서 있을 생각이에요. 운이 좋다면 이 글을 보실테고, 조금 더 운이 따라준다면 아직 제가 밀려갈 수 있겠죠. 카라멜마끼아또 말고, 좋아하시는 커피 사드리고 싶어요. 여름의 초입새에서 절 기다리셨듯이, 이번에는 제가 기다릴게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대숲 레전드중 하나죠ㅜㅜㅜㅜㅜ맨날 대숲글만 읽구이씀,,ㅜㅜㅜ

이거 보는 순간 아 이건 세운이다!!싶어서 카피해와씀다..ㅎ

글쓴 분 진짜 필력이..어마무시..!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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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랭 ㅠㅠ 카라멜 마끼아또.. 저도 별오 안좋아하는데 세운이가 진짜로 맨날 마신다면 항상 마실 수 있어요.. 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세운아 ㅜㅜㅜ.. 오늘도 세운이를 앓는다.. 잘 읽고 가요 ㅎㅎ
6년 전
독자2
아 정말 ...세운이 ㅠㅠ 이미지 너무 설레요 ㅠㅠ 글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님 ❤❤❤❤❤
6년 전
독자3
아 진짜 좋아요ㅠㅠㅠ
6년 전
독자4
헐 진짜 대박인걸료ㅠㅠㅠㅠ
브금도 너무 잘맞아요!!

6년 전
독자5
아 어쩐지 읽으면서 자꾸 어딘가서 읽은거같아서 고개가 갸웃거리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알아차렸는데 카피글이였네요 그 글을 읽을때도 되게 설레고 막 그랬는데 세운이로 대입하니까 더 설레네요 잘보고갑니다
6년 전
독자6
와 레전드 대숲이네요... 이걸 못보다니...
6년 전
독자7
헐 실화였더니 더 설레네요ㅜㅜ 세운이랑 찰떡인 것 같아요ㅜ
6년 전
독자8
헐 이게 실화라구요? 대박이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세운이랑 너무 잘 어울리네요 쩡쨩
6년 전
독자9
헐 이거ㅠㅜㅠㅠㅠㅜㅜ
저번에 읽고 설렜었는데ㅠㅜㅜㅠㅠㅠㅠ
와..세운이 대입하니까 더 설레 미칭 ...

6년 전
독자10
렬루 대박.... 이거 읽고 감탄했었는데.... 세운이라니...저 미쳐요,.... 작가님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1
와 익숙하댔더니 카페모카 글이었군요ㅠㅠㅠ세상에 세운이 대입하니까 너무 설레고 상상되네요ㅠㅠㅠㅠ
6년 전
독자12
아 이거.....읽다가 중간에 댕 하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었어요 세운이를 대입해서 읽을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ㅜㅜㅜ
6년 전
독자14
괴물입니다! 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 잘 보고 가요! >♡<
6년 전
독자15
와 세운이한테 대입하니까 배로 설레요..ㅜㅠㅜㅠㅠ
6년 전
독자16
와 브금이랑 너무 잘 어울려요ㅠㅠㅠㅠ달달해요!!!꺄!!!!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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