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여주
다시한번 로맨스 열다섯번째
현 여친 김팀장 X 현 남친 권팀장
너에게 난 뭘까.
해서는 안될 질문이 입안에 메아리친다.
네가 날 사랑한다는 그 확신말고,
그 당연한 거 말고도
우리 사이에 필요한 게 이렇게 많았던가
너와 내 사이로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커다란 벽이 세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네게 아무 말도 뱉을 수가 없었다
순영아 너희 누나라며
왜 말 안했어?
왜 날 감추듯이 굴어?
내가 창피해?
뱉어버리면 최악일 말들을 입안에 삼킨다
내가 지금 입을 다무는게 맞는걸까
아니면 최악일지 죄악일지 모를 말들을 뱉는게 맞는걸까,
너와 만나지 못한,
그 3주가량 바쁘게 움직이며
그냥 차곡차곡 접어버렸다
내가 혼자 받은 상처와 더불어 너를 정리하려고
가 아니라,
이런거에 아프고 흔들리기엔
내가 너를,
너무,
좋아해서
널 붙잡고 하소연하고,
또 오해인지 뭐인지 모를 감정을 뱉어내고
널 힘들게 만들면
내가 더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네 누나와, 네 가족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보다
지금 네가 곁에 없다는 게 나에겐 더 버겁다.
그리고
그냥 너와 함께 할 미래에
내가 허락 받지 못할까봐
네가 또 힘들까봐
다 짊어질까봐
그게 걱정돼,
널 너무 사랑해서.
서운함보다 큰 그리움.
그리고 그것을 뒤덮을만한 피곤함이 나를 집어삼켰다.
거의 3일을 쭉 밤샌 덕에 감정도 예민, 몸도 예민.
게다가 아무도 없는 새벽의 퇴근 길은 외롭고, 초라하고.
유난히 환하게 비추는 달이 오늘따라 밉다
둥근 보름달엔,
교복입은 네가 웃다가 울다가
어느새 교복은 사복이 되고,
사복은 양복이 된다.
옛날엔 힘들어도 혼자 잘 버텼는데
감정을 반으로 나눠 줄 권순영이 한동안 옆에 없어서 그런가
유난히 센치하다
술도 안 먹었는데 술먹은 것 같고
기분이 참 그렇네
달에 너무 집중한 탓인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져버렸다
발목이 너무 아파서,
하필 신고 온 높은 구두가 너무 거지같아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엉엉 울어버렸다
그렇게 울다가 아무도 달래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려서
부러진 하이힐을 들고는 절뚝거리며 일어섰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데 왜이리 집은 멀고 어두운지.
넘어지면서 접지른 발목에 걸음조차 엉망이다.
되는일이 하나도 없어,
대체 왜,
나는,
도대체가,
끝까지 난 화에 주어없는 말만 내뱉으며
신고있던 나머지 구두 한 짝도 던져버렸다.
그리고선 최소 2주는 죽어있던 것 같던 핸드폰을 집어든다
나 기분이 너무 더러워
넘어졌어
아파,
아프다고
중얼거리며
네게 전화를 걸지만 한참동안 받지않는다,
역시.
이제 끊어야겠다 싶어 핸드폰을 드는데
["....여보세요,"]
"...."
네 목소리 한 마디에 솟구치는 울음이다
혹여나 괜한 걱정을 끼치진 않을까
지금 나는 내가 생각해도 엉망인데,
나 조차도 이해가 안가는 상태인데
["....왜 김여주,"]
"...."
한 마디라도 뱉으면 혹시라도,
아니,
분명.
너라면 분명 내 기분과 상태를 모조리 읽어낼게 뻔해서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조심스레 일방적인 통화를 끊고는
배경화면의 웃는 네 사진만 바라본다.
조금만 기다려 순영아
이런 추한 꼴말고 우리 다시 예쁘게, 밝게 만나자
그렇게 되내이며 계단을 오르는데
왜인지 집 근처에 낯선 사람이 어슬렁 거린다.
검은 옷에 살집있는 큰 몸.
여름이 다되어가는데 두꺼운 옷에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쓰고있다.
어슬렁거리더니 왜인지 멈춰서서 내 쪽을 유심히 바라본다.
괜한 사람 오해말자, 예민해서 그런거다 싶어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괜히 스치는 두려움에 왔던 길로 발걸음을 돌린다.
뒤에 따라붙는게 발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
이성판단이 되지않아 아픈 발목도 잊고는 신발없는 발을 급히 움직인다.
얼마나 걸었을까, 사방이 조용해진 무렵
어디선가 또 다시 인기척이 들린다.
내가 되돌아가던 그 길쪽에서 나는 인기척에
또 다시 반대로 발길을 돌린다.
빠르게 걸어오는 소리,
가까워지는 기척에 눈물로 엉망이 된 채 뛰기 시작했다.
왜인지 뛰어도 뛰어도 가까워지는 소리에
흘깃 뒤를 돌자 잡아 채지는 손목이다
"....뭐야 왜 뛰어"
"...."
"....발은 왜 맨발이고
얼굴은,
....왜 이래. 무슨일이야"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피곤에 찌든 권순영이다.
집 앞 그 남자는 분명 네가 아니였는데
꿈인가, 왜 네가 여기있지
"... 무슨일인데."
"...."
".....나만 없으면 이러고 다닐래"
"...."
"...왜,
나만 없으면 울어.
너 아까도 울면서 전화했지.
소리 안 낸다고 모를 것 같아?"
"...."
"....나 생각해서 참은거 알아.
고생했어.
근데 나한텐,
네가 오해하고 화내고, 힘들다고 우는 것보다
괜찮은 척하면서 말 안하는게,
...더 힘들어."
"....."
"...업혀,"
"...."
아무말 없는 내게 추궁을 하지도,
답을 하라 재촉하지도 않은 채
너는 내 눈만 마주한 채
이내 등을 내민다.
"...진짜 속상하게
발은 또 왜이러는데.
울고, 다치고. 하지말란 짓만 다했네.
내가 속상하게 했다고 이렇게 복수하는거야?"
아직도 떠있는 하늘의 보름달 안에도 권순영이 분명있는데,
내 앞의 어깨도 권순영이다.
권순영이 둘이니까 꿈인가
내 얼굴보니까 이제 좀 숨 쉬는 느낌이라며,
근데 내가 아파서,
게다가 울고있어서 또 숨이 막히는 느낌이라며
내가 잠에 들어갈 무렵 뱉던
권순영의 목소리가 얼핏 물기에 어렸던 것 같다.
그리곤 희미하게 말했던 것 같다.
정말 죽고 싶었다고
죽을 것만 같았다고.
보고싶은데,
볼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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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오랜만이라 기억을 하실까요....ㅠ_ㅠ 죄인을 할 말이 없습니다 핑계라도 대자면 정말 방학전엔 일주일에 이틀씩 꼬박꼬박 밤을 샐만큼 바빴다고 밖에는..ㅠ_ㅠ 방학이니 이제 열심히 달려보고싶어여ㅕ 미루고 미뤄둔 일도 할 일이 많구여 하지만 아무도 기억을 못해주실까봐 두려운 마음뿐이네여ㅠ_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