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섯 살, 혹은 조금 더 어렸을 무렵의 기억부터 나는 시작한다. 어느 여자 어른의 손에 이끌려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유난히 커다랬던 2층 창문을 타고 노을이 새빨갛게 온 집안을 물들였다. 그 눈부신 붉음에 눈살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돌리면, 서늘한 촉감이 볼에 닿아왔다. 조금씩 선명해지는 주변. 앞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여인의 무릎께에 찰랑이는 밝은 감색의 치맛자락. 어린 아이에게는 한없이 가파랐던 목조 계단. 삐걱이던 소음. 그 끝에, 그 방이 있었다.
"네 방이야."
건조하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문고리를 잡는 그녀. 어린 남자 아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파란색으로 칠해진 방문. 멋도 모르고 살짝 들뜬 나는 희미한 보랏빛이 머무는 방 안으로 밀어 넣어지고 문은 닫힌다. 밖에서 잠금쇠 걸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삐걱삐걱, 계단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경직되어 있는 듯한 방안에서 한참이나 맥없이 서있던 나는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걷었다. 촘촘히 못질이 되어 있는 창문. 비죽비죽 드러난 창살 너머로 제 모습의 끝을 감추는 해가 보였다. 온전히 어둠이 깔리자 문득 추워져서 침대 위로 바르작거리며 오르려던 기억이 있다. 작은 키에 맞지 않게 침대가 좀 높아서, 의자를 가져다 오르기엔 그 의자마저 크고 무거워서, 팔에 닿은 이불을 질질 끌어내려다 몸에 둘둘 감고 바닥에 몸을 옹송그리고 누웠다. 냉기가 올라오는 그 바닥에서 나는 아마 잠이 들었던 것 같다.
하복부를 압박하는 요의에 눈을 떴다. 여전히 새파란 방안에, 창틈으로 비추는 달빛이 전부인 방안에 오롯이 혼자인 내가 있었다. 외로움보다 생리적인 욕구가 먼저였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화장실은 없었다. 발꿈치를 들고 문고리를 돌려보았지만 열리지 않았다. 점점 발가락 끝을 조여 오는 욕구에 급해진 나는 급기야 방문으로 기어가서 문을 두드렸다. 누군가 문을 열어 주기를 기다리면서, 이 방을 벗어나게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리 불러보아도, 아무리 애원해도. 아무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축축하게 젖어드는 바지를 느끼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안도감이나 편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배출이었다. 바닥에 진한 파랑색으로 퍼지는 소변을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의 방이라기엔 흔한 장난감도, 동화책도, 따듯함도 없던 그 방. 괴상하게도 모든 것이 파랬던, 벽지도, 침대보도, 베개도, 책상도, 옷장도, 그 옷장 안에 들이찬 옷들마저도, 모든 게 파랗기만 했던 그 방에서, 그러나 나는 14년을 살아남았다.
--
안녕하세요
연재주기가 매미급인 불성실한 번데기 에비입니다
요즘 주변도 그렇고 저 자신도 그렇고ㅋㅋㅋ우울한 일들이 많아서 파랑파랑한 블루블루한 우울우울한 소재 들고 와쪄염
4부작이나 5부작으로 계획 중인데 .. 아니면 말고 .....
우울할 거에요ㅠㅠ 그러니까 좋은 브금 좀 줘요 ............... ㅋㅋㅋㅋㅋㅋㅋ
일주일에 한 편 씩 감질맛나게 올리겠습니다ㅎㅎ이번엔 꼭! 늦지 않고! 열심히! 잘! 써야징! 올해 첫 글이니까ㅇㅇㅇ
이상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