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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성찬 엑소
Jena 전체글ll조회 3138l 11





     일라일라
        w. Jena









 "명수야!"
 "어, 형. 이제 와? 아씨, 술냄새."
 "그래서 불만이야? 불만이냐고오!"
 "아, 가서 씻어, 빨랑!"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다가 거실 바닥에 엎어진 성규를 보며 명수는 혀를 끌끌 찼다. 잘하지도 못하는 술을 대체 왜 저렇게 많이 마시는건지. 곧이어 쏴아, 하고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고, 명수는 쓰다 만 기획서를 다시 집중해서 쓰기 시작했다. 성규가 들어간 화장실에선 온갖 물건들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 같았다. 애써 소리들을 무시하려던 명수는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다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성난 걸음을 쿵쿵 옮기며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성규는 화장실 벽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아 투덜거리며 시퍼렇게 멍이 들고 있는 제 무릎을 감싸안고 있었다. 어휴, 저 병신…. 명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성규를 일으켜 세운 뒤 대충 세수만 시키고 침대 위에 성규를 던져놓았다.




 "아이고, 머리야."
 "누구랑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고삼 애들이랑. 와, 그렇게 다 모인 건 졸업하고 처음인 것 같더라."




  성규는 이불을 몸에 칭칭 감고 침대에 걸터앉아 명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갑자기 이성열이 너 잘 있냐고 물어보더라. 너도 기억나냐? 우리 반 반장이었잖아. 키보드 위를 바삐 날아다니던 명수의 손가락은 '이성열'이라는 세 글자를 들은 순간 멈춰섰다. 명수는 성규가 앉아있는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성규와 두 눈을 맞추었다. 아아, 속쓰려. 성규가 제 배를 부여잡고 인상을 찡그리며 침대에 널부러지자, 명수는 조그마한 냉장고에서 숙취해소 음료를 꺼내와 성규의 손에 들려주었다. 뚜껑을 따지 못해서 한참을 낑낑대던 성규는 명수에게 조심스럽게 병을 건넸고, 병을 건네받은 명수가 한심한 표정으로 뚜껑을 열어주자 음료수를 벌컥벌컥 원샷해버렸다. 캬. 시원한 감탄사까지 내뱉은 성규의 표정은 아까보다 한결 나아보였다.




 "애들 오랜만에 보니까 되게 신기하더라. 야야, 졸업앨범 좀 갖고와."
 "형이 좀 해."
 "아아, 명수야. 형은 지금 머리가 너-무 아파." 
 "…지랄하고 자빠졌네."




  명수는 침대 위에서 빈둥빈둥대는 성규를 욕하면서도 끙차,하는 소리를 내며 책장 맨 아래 꽂혀있는 앨범을 꺼냈다. 약간 먼지가 쌓인 것 같아 볼을 작게 부풀리고 후, 하고 입바람을 불자 먼지가 날아가자 성규가 손사래를 치며 기침을 해댔다. 형이 있는 데까지 날아가지도 않았을텐데 엄살은. 명수는 입술을 삐죽대다 침대 위에 앨범을 쿵 내려놓고 찬찬히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3학년 3반. 담임 남우현. 아마 임용고시를 패스하고 제일 먼저 발령받은 학교가 남고여서 좌절했었다던 그 선생이었다. 비록 남고의 젊은 남선생이긴 했지만 재치있고 공부도 잘 가르치는 편이라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았다. 메기같은 팔자주름을 내세우고 웃고 있는 담임, 그 아래 있는 단체사진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뚱한 표정의 성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명수는 성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킥킥 웃어댔다.




 "와, 눈은 뜨고 찍었냐?"
 "이 새끼. 야, 넌 나한테 고마워 해야돼."
 "왜?"
 "내가 좋은 유전자를 너한테 몰빵해 줬잖아, 새꺄."




  성규가 툴툴거리며 가는 눈으로 명수를 째려보았다. 어려서부터 지겹게 들은 말이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쩜 이렇게 다르게 생겼냐며 동네 어르신들도 신기해했었던 친형제였던 것이다. 명수를 외모로 이길 수 없다면 공부로 이기겠다던 성규는 정말로 공부도 잘했고, 노래도 꽤 해서 외모 외적인 요인으로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자기 프라이드도 센 편이라 명수는 항상 당당한 모습의 성규가 부러웠다. 나도 형처럼 할 말 다 하고 사는 성격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은 반 친구들의 졸업사진을 보며 낄낄대던 성규는 몇 장은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카톡으로 친구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반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던 성규는 반듯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이성열'을 보자 멈칫했다.




 "와, 얜 뭐 늙지도 않아. 뱀파이언가?"
 "성열이 형?"
 "어. 진짜 이 그대로야. 그냥 여기서 좀 더 고급스러워진 느낌? 원래 귀공자 스타일이잖아."
 "…애인은 있대?"
 "아니. 얼마 전에 헤어졌대."




  그렇구나. 잘 지내는구나. 입 안이 살짝 썼다. 이 사람은 날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명수는 침대에 풀썩 몸을 던지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당신을 처음 만난 건 10년 전, 그 쌀쌀했던 3월.









 * * *









 "김명수!"
 "어?"
 "앞에…!"




  조심…하라고. 호원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명수의 귓가에 들렸다. 진작 말해주던가. 앞에서 걸어오던 누군가와 부딪혀 바닥에 나동그라진 명수는 마음 속으로 호원을 무참하게 씹어댔다. 그 때,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명수의 앞에 하얀 손이 내밀어졌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덕에 손 끝이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명수는 내밀어진 손을 뿌리칠 수도 없고, 얼떨결에 그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보다 한 뼘은 큰 듯한 남자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명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괜찮아? 내가 조심했어야 되는데.

  가슴팍에 박힌 '이성열'이라는 세 글자가 돋보였다. 노란 명찰 색을 보아하니 3학년이었다. 그러니까 다짜고짜 말을 놨겠지. 명수는 고개를 대충 주억거리고 바지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명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저 멀리서 성열아! 라고 크게 소리치는 목소리와, 허둥지둥 뛰어오는 낯익은 폼새의 사람을 발견하고 제 이마를 탁 쳤다. 




 "야, 이성열. 왜 이렇게 안…. 어, 네가 왜 여깄냐."
 "빨리도 알아챈다."
 "아는 애야?"
 "내 동생!"
 "사촌?"
 "아니. 친동생!"




  좀 안닮았지? 그런 소리 많이 들어, 하하하. 바로 사촌이냐고 물어온 성열의 말에 성규는 재빠르게 대답하며 명수의 머리를 헝클어놓았다. 아침에 얼마나 힘들게 드라이 한 건데 이걸…. 명수는 자신의 머리를 한 시도 가만두지 않는 성규의 손을 겨우 떼놓고 3학년들 사이에서 기가 죽어 쭈뼛대는 호원의 팔을 잡아 끌며 성규를 불렀다.




 "형. 나 이제 가볼게."
 "어? 그래. 가."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봐."




  성열은 생긋 웃으며 명수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 자리에서 뒤를 돌아 교실에 도착할 때까지 심장이 거세게 뛰어댔다. 마음이 간질간질한 것이 꼭 재채기라도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 명수는 괜히 코를 훌쩍대며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수업시간 내내 멍하니 칠판을 응시하곤 했다. 국어시간 도중에 무심코 쳐다본 창밖에선 성규와 성열이 농구공을 두고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나른하게 들려오던 국어 선생님의 말은 이제 아에 들리지도 않았고, 명수는 샤프 끝을 입술에 갖다댄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밖의 상황에 집중했다. 결국 성규에게 공을 빼앗은 성열이 멋지게 골을 넣었고, 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질 지경이었다.




 "…수!"
 "…." 
 "김명수!"
 "네, 네?"
 "무슨 다른 생각을 그렇게 해. 다음 문단 읽어봐."




  허둥대던 명수가 엉뚱한 부분을 읽자, 반 아이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큰 소리로 웃어댔고, 명수의 귀는 빨갛게 달아올랐다. 호원은 책상까지 탕탕 쳐대며 숨이 넘어가도록 웃고 있었다. 명수는 책으로 얼굴을 거의 가린 채 모기만한 목소리로 국어책을 읽어내려갔다.







 -







 "야, 김명수."
 "왜."
 "너, 요새 무슨 일 있냐?"
 "뭐, 왜. 왜?"
 "아니 뭐 갑자기 뜬금없이 실실거리질 않나…. 좋아하는 애 생겼어?"




  누군데, 누군데. 예뻐? 긴 머리 웨이브야? 왜. 네가 맨날 노래 불렀잖아. 이상형은 긴머리 웨이브! 호원이 급식판 한 구석을 가득 채운 소시지를 하나 집어먹으며 매서운 눈초리로 명수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명수는 애써 호원의 눈길을 피하며 밥을 오물오물거렸다.

  그 사람은 긴 머리 웨이브가 아니야. 머리는 짧고, 키는 나보다 커. 제일 중요한 건 남자라는 것이겠지만.

  허나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용기는 없었다. 세상에, 남자가 남자한테 첫눈에 반하다니 그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명수는 가만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왜 그래. 나 때문에 화났어? 숟가락을 들던 호원이 멈칫하면서 명수에게 물었으나, 명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냥, 입맛이 없어서. 호원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국을 후루룩 마시더니, 잔반들을 국그릇에 모은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매점 가자. 빵 사줄게!"
 "야, 나 진짜 괜찮다니까."
 "아니야.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이 형님을 따르라! 명수는 호원에게 헤드락이 걸린 채로 어쩔 수 없이 매점까지 따라가게 되었다. 소시지빵을 두 개를 들고 팔랑팔랑 걸어오는 호원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점심에 그렇게 소시지를 쳐먹고 또 먹고 싶냐…. 역시 이호원은 알 수 없는 놈이야. 명수는 입에 빵을 물고 운동장 스탠드에 걸터앉았다. 명수의 눈은 자동반사적으로 성열이 있나 없나 운동장을 슥 훑어보기 시작했다. 농구공을 들고 뛰어다니던 성열의 길쭉한 모습이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명수는 자신도 모르게 실망하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야. 명수야."
"왜."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임마. 남자답게 고백을 확!"
"아, 그런거 아니라고!"





  그 후로 계속 이어진 호원의 시덥잖은 잔소리에 대충대충 맞장구를 쳐주고 있는데, 목덜미에 누군가의 차가운 손이 닿았다. 명수는 몸을 파르르 떨며 뒤를 홱 돌아보았다. 성열이 방긋방긋 웃으며 물기로 젖은 머리를 한 손으로 탈탈 털고 있었다. 성열의 옆에 선 성규가 김명수 놀란 꼴 좀 보라며 삿대질을 하며 비웃었지만, 그런 성규의 비웃음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성열이 햇빛 아래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놀랐어? 미안."
 "아니에요…."




  성열은 명수의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또, 또. 심장이 간질간질 거렸다. 명수는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는 볼을 감추려 두 손으로 볼을 감쌌다. 그런 명수의 행동에 성열은 명수의 코 앞에 얼굴을 들이대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손짓을 해서 성규를 불렀다. 성규야, 명수 아픈가봐. 얼굴이 빨간데? 호원과 농담따먹기를 하며 격렬하게 웃어대던 성규가 웃음을 뚝 멈추고 한달음에 달려와 명수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열 없는데?"
 "어?"
 "얘 원래 가끔 이래. 괜히 놀랐잖아."




  성규는 별 것 아니라는 어투로 어꺠를 으쓱거렸고, 성열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명수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냥 형이 나한테서 멀어지면 될 텐데. 명수는 눈을 내리깐 채로 제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점심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예비종소리가 울렸고, 성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복 바지를 툭툭 털었다. 뭐해, 명수야. 교실 안 가? 성열의 말에 명수는 벌떡 일어나 안녕히가세요, 라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후 곧바로 뒤를 돌았다. 하지만 성열이 갑자기 명수의 팔을 잡는 바람에 뒤돌아선 채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 명수였다. 




 "나 봐, 명수야."
 "어, 네."
 "이거."




  아프지마. 알았지?

  명수는 성열이 손에 쥐어준 청포도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리며 창 밖을 쳐다보았다. 빠져든다. 이성열이라는 사람한테, 점점 더. 오도독. 사탕을 깨문 명수가 호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남자답게. 하지만.

  남자에게 남자답게?

  명수는 한숨을 푹 쉬며 책상 위로 엎드렸다.







-







  그 후로도 계속 성열을 만날 때마다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성규에게 문제집을 갖다준다거나 하는 핑계를 대고 몰래몰래 3학년 층에 올라가 성열을 지켜보곤 했다. 수능 철인데 몸 관리는 잘 하고 있나. 집에 잔뜩 사놓고 먹지도 않는 성규의 비타민을 아침 일찍 등교해서 성열의 책상 위에 올려두기도 했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떠하든, 당장 중요한 일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문제까지 더해주고 싶진 않았다. 명수는 그렇게 먼 발치에서 성열을 지켜보기만 했다.

  수능날 아침,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성열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자, 성열은 명수가 반했던 그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성규와 함께 수능장으로 걸어들어갔었다. 수능이 끝난 후에도 꼬박꼬박 학교에 나와서 명수네 반에 찾아와 얼굴도장을 찍고 가는 성열의 행동에 내심 기대가 생겼다.

  그래, 남자답게.




 "형."
 "어. 명수야."
 "부담…스러울 건 알지만요, 형. 저, 형을. 그러니까…."




  때 이른 눈송이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빨간 야상을 입은 성열이 물끄러미 명수를 응시했다. 명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좋아해요. 형…."




  어느덧 눈이 보도블럭에 새하얗게 쌓이고 있었다. 성열은 아무 말도 없었고, 명수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괜히, 말을 꺼냈다. 성열은 아무 말이 없었고, 명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때, 성열이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서더니 명수를 꽉 끌어안았다.




 "…어?"
 "고마워, 명수야. 용기내 줘서."
 "형…."
 "하지만 네 마음을 지금 받아줄 순 없어."




  성열의 품에 안긴 명수는 두 팔로 성열의 허리께를 감싸안았다. 성열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 각도였고, 명수는 성열이 하는 말에 집중할 뿐이었다. 쿵, 쿵. 성열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 이렇게 뛰고 있는데, 형도 분명히. 그런데, 왜.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많을거야. 예쁘고, 착하고. 명수한테 잘 어울리는."
 "형, 나는…. 나는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하지만."




  우리는 이 마음만, 간직하도록 하자. 명수야.









 * * *









 "아, 미친…. 야, 김명수. 일어나 봐. 야."
 "왜…." 
 "내가 이성열 지갑을 가져왔대. 네가 대신 좀 갖다줘."
 "형이 가…." 
 "나 속이 진짜 쓰려, 정말로."




  졸업앨범을 보다가 잠에 빠져 기이한 형태로 잠을 자고 있던 명수를 깨운 건 다름 아닌 성규였다. 속이 아파, 죽을 것 같아. 성규는 골골대며 이불 속으로 몸을 꽁꽁 숨겼다. 저게 형이야, 웬수야. 명수는 입을 쩍 벌리고 크게 하품을 한 뒤 뒷목을 긁적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간만에 꿈에서 성열을 만났다. 명수는 대충 세수만 하고 나와 주섬주섬 옷장에서 옷을 꺼내입었다. 성규는 고급스러운 지갑을 명수에게 건넸다.




 "근데, 성열이 형 어딨는 줄 알고 내가 찾아가?"
 "걔 아직 그 동네 살아. 학교 등나무 앞에서 기다리겠대. 빨리 갔다와."




  학교 등나무.

  왜 하필 많고 많은 장소 중에 그 곳인지. 가슴 한 켠이 아련하게 아려오는 기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명수는 깔깔한 입을 다시며 검은색 모자를 눌러썼다. 신발을 신는데 성규의 앓는 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집에 오는 길엔 해장국거리라도 사와야될 듯 싶었다. 다녀올게. 명수는 들릴 듯 말듯한 소리를 낸 뒤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직장을 구한 성규와 함께 독립한 자취방은 본가와는 가까웠지만 다녔던 고등학교와는 꽤 멀었다. 택시를 타고 학교 앞에서 내린 명수는 등나무에 기대고 서 있는 희끄무레한 형체를 발견했다. 다시 또 심장이 두근댔다. 10년 전, 마치 그 날처럼. 오늘도 그 날처럼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펼쳐든 명수는 뒤집어쓴 모자 덕에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성열의 머리 위로 까만 우산을 드리웠다.




 "오랜만이에요, 형."
 "…어?"




  성규는? 성열은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성규가 나간다고 했던 모양이었다. 명수는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지다가 성규가 건네준 지갑을 꺼내들었다. 자요, 형. 성열은 지갑을 받아들곤 메고 있던 백팩에 넣었다. 서로 아무 말이 없던 두 사람은 얼떨결에 학교 운동장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득뽀득 소리를 내는 눈이 밟혔다. 먼저 말을 꺼낸 쪽은 성열이었다.




 "오랜만에 봐도 그대로네. 여전히 잘생겼네."
 "형도요. 키 더 큰 거 아니에요?"
 "응. 고삼 때보다 더 컸어."




  성열이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그것도 모른채 앞서나가던 명수는 자신의 옆에 성열이 없자 그제야 뒤를 돌아보고 성열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왔다. 쿵쿵. 남자답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고 있었다. 명수는 입꼬리를 올려 씩 웃어보이곤 그 상태로 성열을 향해 돌진했고, 성열은 기다렸다는 듯이 명수를 받아안았다. 명수는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고 자신의 눈동자를 성열의 눈동자와 마주했다. 그때도, 형은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겠구나. 




 "10년이 지났는데도."
 "네."
 "잊혀지질 않더라."
 "네."
 "명수야, 그 때의 네 마음이 그대로라면."




  우리, 지금 시작할 수 있을까. 
  성열의 입술이 명수의 부드러운 입술에 살짝 맞닿았다가 떨어졌다.




 "얼마든지."




  성열과 명수의 웃음소리가 낮게 울려퍼졌다.







+) 써니힐의 Goodbye to romance를 듣고 쓴 픽이에요~.~
뜨아 너무 춥네요 그대들 감기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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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거....아이씨....아...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열년데!!!!!!!!!!!!!!!!!!1111111111111
11년 전
Jen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2
왜 내 맘을 흔들어요!!!!!!1111 알지 나 열녀인거?????? 정체성에 혼란이 왔지만 예전부터 있었지만 나 열녀야ㅠㅠ알잖아ㅜㅠㅠ아 맞다 나 에비인데 알잖아 내가 열녀인거ㅠㅠㅜㅜ왜 이래 진짜 나한테ㅠㅠㅠㅠ그래서 열수 사귐? 사구림? 나도 연애 못하는데 얘네 사구림?ㅜㅠㅠㅠ아 제바류ㅠㅠㅠ내가 못살겠네........ 김명수 왤케 수줍어ㅜㅜ왤케 소녀여ㅠㅠㅠ이성열 뭔디 왕자같고 막 그럼ㅜㅜㅜ내 심장 책임져여 콩닥콩닥해 나 잠 못잔다ㅜㅜ
11년 전
Jena
나도 연애 못하는데 얘네 사귐........나랑 4귀자.........론리론리론리~~~~~~~수줍수줍한 명수 귀엽지 아나요⊙▽⊙???????난 그런거 가튼뎁?????????그대 심장은 내가 루팡 이제 굿나잇
11년 전
독자3
헐..열수..와..님..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 아 짱 진짜ㅠㅠ 명수막첫사랑이고막그른거예여막??? 막아련하구??? 십년동안못잊고그런ㅠㅠ그런..좋네요.. 성규도 조타 명수한테 유전자 몰빵 또르르..★ 그러치만 열수를 이어줬자나여?? 그러므로 성규는 제가우ㅓ더~!는무슨 사랑해여ㅠㅠ열수짱..♥
11년 전
독자4
헐 열수... 엘총은 스릉입니다 라고 외치는 타팬ㅋㅋㅋㅋㅋㅋㅋ 대박... 엘총 짜유ㅠㅠㅠㅠㅠㅠ 둘이 정말 이쁠것같네요ㅠㅠㅠ 명수진짜 걘 예쁘구만진짜ㅠㅠㅠ 둘이정말 잘어울리는 한쌍이라죠ㅠㅠㅠㅠ 잘읽고가요..♡ (근데 일라일라하니까 그분이 생각나네욬ㅋㅋ)
11년 전
독자4
으악 제나 그대 이 밤에 막 저한테 부정맥 선물하시고 그러는거아니예요ㅠㅠㅜㅜㅠㅜㅠ 아 너무 두근거려서 부정맥 온거같아.........ㅜㅜ 중간엨ㅋㅋㅋㅋㅋ 긴 머리 웨이븤ㅋㅋㅋㅋ 빵터졌어옄ㅋㅋㅋㅋㅋㅋㅋ 흐어엉 이런명수랑 열이 너무 좋아요.......♥ 스크롤 내려가는거 아까워서 진짜 아껴가며 읽었어옄ㅋㅋ 사랑해요ㅠㅠㅠ ♥ 제시예요.....
11년 전
독자6
열수는 진리이고 사랑입니다
11년 전
독자7
와..불꺼놓고 자기전에보는데.지금들리는건 내심장소리 콩닥콩닥 와..간질간질거려요ㅠㅠ자기전엔 진정해야하는데..에이치때문에흥분한맘 겨우 추스렸더니...이런 책임져요ㅠㅜ무럭자라예요
11년 전
독자8
환왓어요ㅜㅠㅠㅜㅠㅠㅠㅜ굿바이투로맨스제가진짜젛아하는노랜데설레요ㅜㅠㅠㅜㅠ그긋드으즈므느!!!!!!!!!!!!!!!!!!!!
11년 전
독자9
쫄란규에여 헐 수열만 봤었는데 열수라니ㅋㅋㅋㅋ 색다르고 좋네요?? 정말 색다르돻.. 수줍어하는 김명수씨라닠ㅋㅋㅋㅋ 잘보고가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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