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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박지훈/김재환/옹성우] 견주 E | 인스티즈



Amor Fati-
Love Your Fate
which is in fact your life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그것이야말로 너의 삶이니


-Friedrich Nietzsche-










제 5 장









아버지, 도대체 제 약혼자라는 사람은 무얼 하는 사람이지요?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느 집안에서 어떤 것들을 교육받고 자랐으며 그의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왜, 알려주시지 않는거예요? 뱉은 말은 어느 집안에서나 그렇듯이 조용하고 얌전한 아가씨의 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실상 나는 정말로 아버지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아무리 애정이 없기로써니 제 딸이었다. 그것도 이 땅에서 단 하나뿐인. 보통의 아버지라면 자신의 딸과 약혼을 약속한 남자에 대해서 의중에라도 말을 꺼내 줄 법도 한데 아버지는 서재에서 가득히 쌓여져 있는 책들 위로 쌓인 먼지들을 만질 뿐 내 말은 듣고 있지도 않은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

내가 말하지 않았니? 언성을 높이는 것만큼 천박한 것도 없다고 말야.






하다못해 큰 소리로 말을 꺼내려고 하면 곧게 인상을 쓰시는 분이 내 아버지라는 사람인 것을 은연중에 품은 의문감도 정확히 해갈되지 못할게 뻔했다. 원체 말을 많이 하시는 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는 대답을 해주실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눈 앞으로 감겨오는 피곤함을 무릎쓰고 아버지가 도착하시자마자 이렇게 찾아왔는데 나는 또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가는 구나. 이이상으로 내 물음에 어떠한 말도 해주시지 않을 거라는 예감에 깊은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자 책들 사이에서 낡은 사진을 꺼내던 아버지는 내게 사진을 들이밀었다. 좋은 사람이야. 우유부단한 너에게 가장 잘 어울릴 배필이지.






네가 데리고 온 멍청한 개새끼와는 근본부터가 다른 사람이란다.






아, 정말이지 지독한 사람이다. 다행히 아이가 지금 자고 있기에 망정이지 무엇이 그리도 심신이 뒤틀리셨는지 아무리 아이가 제 맘에 안들어도 별 다르게 비꼬는 말이나 그릇된 표현들을 하시지 않던 아버지는 담배 끄트머리에 불을 붙이면서 길게 내뿜는 그 향기에 취한 것처럼 눈을 길게 감았다 뜨셨다. 나이는 너보다 두해는 앞서 태어났으니 좋은 오라버니가 되어줄 수도 있을거다. 비록 가문이나 집안 환경이 우리에 비하면 한참이나 뒤떨어지는 것이 흠이었지만 득과 실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아이니 네가 가지고 노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겠니. 흑백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자는 곱게 양장을 차려입은 모양새가 굳이 아버지께서 가문을 언급하지 않으셨다면 실로 뛰어난 가문의 자제처럼 보였다. 조선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으로 자라고 싶다는 이 남자가 왜 우리 집안과 연을 맺었는지 그리고 아버지는 그걸 왜 받아들이셨는지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단순히 갖고 놀 사람이 부족해서? 아니면 가문이 낮아도 그 뒤에 있는 배경이 큰 사람이여서? 초에서 녹은 촛농이 그릇으로 똑똑,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을 때 사진 뒤로 낡은 종이 쪼가리에 지나치지 않는 사진이 숨겨져 있었다.






조선귀족회 초대회장의 숨겨둔 입양 아들이다.






조선총독에서 직접 개설한 조선귀족회는 일본의 화족과 동등한 권리를 예우받는다는 목적으로 이뤄진 곳이었다. 그런 초대회장의 입양아라니. 그제서야 나는 모든 일에서 기고만장했던 아버지가 자신보다 낮은 가문의 사람을 제 사위로 흔쾌히 맞이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자작이라는 지위가 걸림돌이기는 했지만서도 그는 우리보다 더한 태생의 후원을 갖고 있었다. 숨겨둔 자식이니 아버지라는 사람이 많은 지원을 해줬을리도 만무했거늘 나와 두어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그는 제 힘으로 그 악명 높은 총독회에서 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새벽이 다가오는 이 시간에 듣기에는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였고 나는 더이상 아버지에게 그와 관련된 것들을 묻지 않았다. 그에 대해서 궁 금한 것들이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니었지만 알면 알수록 그의 사람이 될 내가 너무나 안타까워서 그 훗날에 대한 두려움은 입에 꿀을 물어놓은 것마냥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그 때, 그 순간 나는 마음 같아서야 아이와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했었다. 결혼이라는 것에 있어서 흔한 꿈이나 환상을 가지진 않았어도 무언가에 있어 내가 팔려간다, 라는 느낌은 곧잘 지워지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웬만하면 네 배우자라고 할지언정 너무 신뢰하지는 마렴.

….

아무리 좋은 사람이여도 항상 주의해서 나쁠 건 없으니 말이다.






이 세상에 제 남편이 될 사람을 주의하라니. 저렇게 어이없고도 두려운 말이 또 있을까. 아버지의 입 밖으로 나오는 당부의 말들은 나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될 정도로 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더한 독이 되었던 것도 같다. 차라리 그냥 답해주시지 않을 때 돌아서는 것이였는데. 이제 그만 돌아가보렴. 안경을 고쳐쓰던 아버지의 말에 차마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후회는 언제나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 때,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어리기만한 그 나이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이 결혼을 무산시켜달라고 울며 불며 떼라도 피웠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소원이 이루어졌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였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운명의 순리대로 따라야 하는 삶은 가혹하기만 했으니까. 복도 사이마다 촛불이 빛을 내주고 있었지만 긴 복도의 끝의 암흑이 괜스레 무서워 크게 요동치는 심장소리를 느꼈을까 문득 사진 뒷장에 적혀있는 그의 이름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 듯했다.










나카지마家  6대손


邕 聖 祐
옹 성 우




















[워너원/박지훈/김재환/옹성우] 견주 E | 인스티즈



견주(犬主)


MADE BY LIGHTER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반듯하게 짧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그 남자는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사람이 부담스러울만큼의 선물들과 내게 건네주는 붉은 장미의 꽃다발은 언제나  다웠으니까. 꽤 오랜 세월동안 관계를 맺고 살아갔음에도 실물은 오늘로써 처음 보는지라 시선을 어디에 마주쳐야 할지 막막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보다 한층 큰 키와 본연의 나이를 자랑하듯 남자다운 태가 잡힌 얼굴들을 찬찬히 보면서도 막상 그의 눈을 쳐다볼 용기는 없어서 내 눈길은 반질반질한 마룻바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간만에 찾아온 손님 때문에 더욱 분주해진 집안은 요란스러웠다. 집은 곧 그 집주인을 나타낸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입술을 앙다물면서 길게 숨을 들이마시자 내 앞에 앉아있던 그는 찻잎이 우려나온 내 잔에 따라주었다. 본래 손님을 맞이하는 집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아,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인데

어차피 곧 있으면 가족이 될 사인데 굳이 해야 할 몫을 나눌 필요는 없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신경쓰다니 누가, 누구를? 자연스럽게 가주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되려 당황을 한 쪽은 나였다. 내게 잔을 밀어주면서 먼저 드세요, 라는 그 친절한 말투가 이리도 불편할 수 있는지 새삼 놀라웠다. 미처 거르지 못한 찻잎이 내 잔을 빙빙 돌고 있은 것이 웃겨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을까 피식, 하는 어이없는 웃음소리가 바로 코 앞에서 들려왔다. 둘 밖에 없는 응접실은 한적했다. 조용하고 한층 음산해진 듯한 그런 분위기. 대략적으로 이름만 익히 들은 그는 내게 있어 우리 집안에 상주해있는 집사들보다도 못한 존재임은 틀림없었다. 둘 중에 아무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않아 적막하기만한 곳에서 웃다니. 본래 미친 놈인가, 라고 넘겨도 되는 일인것을 그 장본인이 옹성우로 주체가 달라졌을 때는 얼음장을 발 밑에 둔 것처럼 긴장감이 뼛 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다.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시나봐요.

….

“그 때의 그릇된 소문 덕에 토모코씨의 약혼자가 줄곧 그 아이인줄 아는 사람들이 허다해졌어요.






지난일이긴 했어도 아버님의 장례식에서 그런 농을 하시다니, 아직 가르침이 많이 부족하신가보죠. 찻잔을 올리는 손 끝마디에서부터 올라오는 기품이라는 것이 있다. 일제의 침략에서도 대대로 이어져오는 가문을 끊어내고 싶지 않은 우리들의 이기심이 지금 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그 사람의 인품과 베인 행동들 또한 오랜 세월을 차곡차곡 쌓아서 만들어진다. 하루 아침에 귀족 지위로 이름을 올린다고 해서 얻을 수 없는 것처럼. 옛 적에 들었던 아버지의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보통 웬만한 사람들과는 달리 그 본성부터가 달랐기 때문에 그를 직접 만난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 속에서 몇 번이고 나 스스로를 붙잡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 낭랑한 어조로 뱉어내는 그의 말들을 듣고 있자니 내 수고로움이 그닥 도움이 되지는 못했나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숱하게 인연을 맺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서로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었을 거예요.

당신과 결혼해서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아보인다면, 그건 말이 달라지겠죠.






우리들의 혼인은 야멸차게도 서로간의 이득을 위한 약속이었다. 세상이 워낙에 흉흉하다보니, 서로간의 얻을 신망과 신뢰조차도 배신이라는 단어 앞에서 맥도 못 추렸으니 그나마라도 배우자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혼인이 좀 더 낫겠다 싶었을 뿐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장미도 시간이 지나면 손아귀에서 바스라지는 더러운 재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우리들의 가문의 번영을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 뻔한 이 결혼은 어디까지나 아버지의 생각이었다. 내가 직접 입히고, 씻기고, 먹여서 키운 아이와의 하루는 그동안 나약하기만 했던 내 생각들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그까짓 번영도 언제까지고 영원하란 법이 없는데 고작 그것을 위해서 너를 포기해야 하다니. 나를 포기해야 하다니. 물질적인 풍요보다 너를 택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더한 쾌락을 가져다줌이 확실했다. 고로, 혹여 당신이 지금 내가 하는 말들이 마음에 안들어 죽여버리고 싶다고 해도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뱉은 말에는 자고로 뛰다르는 책임이 있었으며 나는 그것들을 지기에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득이라…. 그걸 따지는 사람치고는 당신은 너무 나약하지 않나요.

….

“이득을 따지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그 애를 데려오지 마셨어야죠.






박지훈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셨던데. 괜한 것으로 보기에는 더없는 애정이 담겨있잖아요. 언행에 있어서 행동이 어느정도 따라가줘야 하는 말들에 신뢰가 가는 것인데. 말끔하게 정리해 손질해둔 머리가 그의 손에 의해서 처참하게 망가진 것도 그 때였다.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분통한 것인가. 그렇게 보기에는 우리들의 사이가, 옹성우와 나의 사이가 친밀한 관계도 아니였다. 애증이나 분함을 가질만한 관계는 더더구나 아니었다.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갈리는 그의 잇새는 제 주인의 성격을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가 아이을 키운다는 사실이 그토록 문제가 되는 걸까. 득과 실을 나누지 못하고 제 분수에도 맞지 않는 감정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그런 아이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 그리도 잘못된 일이었나. 웬만하면 순리에 따르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나를 키운 아버지의 뜻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후계를 이을 남자가 없기에, 계집이라는 성별을 타고 난 것이 내 죄였다면 그런 나였어도 어느 것 하나 부족함없이 키워주었으니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어야 되는 것이 마땅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래.






사랑해요






그 네 음절이 뭐길래, 나는 흔들리는 걸까. 이른 밤에서부터 늦은 아침까지 함께한 결과는 그 하나의 단어가 다였다. 키우던 개에게 이렇게나 흔들리는 주인이 있으라면 또 나와보라고 할 정도로 나도 내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제 자리를 넓혀나가는 아이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도 내 남편이 될 사람이라는 남자와 같이 있어도 너가 생각나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그 때 다시 얘기해요.

싫어도 해야할 일들은 많아요. 그걸 거스르려고 하는 이유가 뭐죠?

애정이 없잖아요. 그런 결혼은 썩 내키지가 않네요.






나를 사랑하지 않잖아요. 그렇죠? 퍽이나 로맨스에 절여있는 질문이었다. 지극히 극단적이고 충동적이 질문. 귀족회의 초대회장 입양아. 실질적으로 지금으로써는 친아들의 실세보다 더한 권력을 갖고 있을 남자였다. 어떻게 성사시켜놓은 자리인데, 이렇게 망쳐놓냐고 아버지는 따지실까. 이미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은 사람이여도 후한이 두려운 것이 어쩔 수 없었다. 적어도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애정이 있어야 하잖아요. 옅은 미소와 함께 자리를 뜨며 말한 내 단어들이 어울리지 않을거라는 건 알고 있다. 내 생각이 이렇다고 한들 그에게 이런 비수를 꽂는다고 한들, 무언가 크게 변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항상 숙이고 들어가야만 했던, 아이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나는, 내 미래를, 아이와 함께 하고 싶다는 정도의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니까.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그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기 위해 손을 내밀자 순간적으로 당겨진 그의 힘은 그대로 입술로 이어졌다. 다분히 의도적인 입맞춤이 아닐 수가 없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 해줄 수 있어요.






숨도 못 쉴만큼 짙은 입맞춤이었다. 은실의 가는 끈이 우리 사이를 이어주고 있었고 비롯 야한 형상을 띄듯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길또한 더이상 예의 그 시선이 아니었다. 까만 동공으로 내 모든 것을 파고드는 것마냥 보는 그는 뭐가 그리도 심통이 나서 나에게 이러는 것인지 까닭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득과 실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아이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맴도는 것만 같았다. 의도하지 않게도 테이블 위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던 내 몸으로 인해 깔끔하게 깔아놓았던 하얀 테이블보는 이미 더렵혀지고 구겨지기 일수였다. 이이상으로는 버티기도 힘들어 여적 잡혀있는 그에게서 손을 빼려고 하자 억센 힘으로 나를 당기는 그가 있었다. 그리고 나카지마家의 후대를 이을 마지막의 후손인 이 남자를 다시금 찬찬히 보았을 때는 아버지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지. 그대와 나 사이에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대가 무엇을 원하든 나는 다 해줄 의향이 있어.






득과 실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아이니 네가 가지고 노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겠니






물론,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애정도 포함해서.













* * *











따뜻한 김이 피어나는 목욕물은 몸 위를 덮어주는 것처럼 있던 피로들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런 지훈을 씻기고 입히는 것은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누군가 할일이라고 정해놓지 않았거늘 그녀는 정말 어머니라도 될 심산인지 목욕물의 온도까지 수시로 확인했다. 태초에 모든 아이는 어미라는 본체와 모성이라는 종류의 것으로 태어나고 이루어진다. 숱하게 보는 육식계의 동물들이 그러하듯 그녀 또한 흉내를 내고 싶었던 건가. 지훈은 이미 성인의 몸을 하고 있는 저를 오늘과 같이 이렇게 아이로 보는 그녀의 눈짓은 그닥 편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지훈이 아직 어설프기만한 그녀의 손길을 받는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그녀의 목간시간에는 언제나 제가 있는 것처럼 자신의 모든 시간에도 그녀가 있기를 바라는 일종의 방정식과도 같은 이유였고 나머지 하나는 단순히 제 등 위로 물을 끼얹어 주는 그녀의 손길이 부드러웠기 때문이었다. 달큰하게 퍼져나가는 이 시간만큼은 그녀도 지훈, 저도 가장 여유로우며 좋아하는 시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둘 사이에 풍기는 분위기도, 오가는 대화도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아가씨.

응?






지훈의 말에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그제서야 저를 마주했다. 무엇이 그리도 마음에 걸리고 신경이 쓰여서 이 고유의 시간도 제게 온 신경을 주지 않는 것일까. 지훈은 이미 그에 대답을 알고 있었음에도 쉽사리 혓바닥 위로 말들이 나오지 않았다. 어제 입맞춤을 나누었던 그 남자는 누구인가요. 혹여 혼인을 약속한 사람이라면 그러지는 말았어야죠. 아니, 최소한 내 애정에 대한 답을 해주지는 못할지언정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그런 숨결을 나누면 안되는 거잖아요. 너무나 유아적인 발상일지도 모르는 수많은 말들을 지훈은 속으로 수십번이고 뇌까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뭐든 다 할 줄 알았다. 우리 사이에 비밀이라는 것은 없을 줄 알았다. 이른 밤의 그 날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문득 응접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어제의 기억 또한 잊혀지지 않아서 지훈은 고민에 빠져있어야 했다. 그토록이나 사랑하는 그녀를 제 눈앞에 두고서도 말이다.






그럼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다음에 또 만나요, 라니. 오랜 시간도 아닌 잠깐 사이에 본 그는 좀벌레마냥 끔직했다. 유리문으로 비친 지훈의 모습을 보고서도 싱긋 웃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시종일관 무시하는 그의 태도도, 저만이 만질 수 있는 그녀의 목 언저리를 매만지던 손도 모조리 다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 남자 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곁을 향휴하고 배회하는 모든 것들은 흔적조차 보기 싫었다. 제 선생짓을 하겠다고 온 김재환도 거슬리는 것을 이제는 하다못해 그녀의 약혼자까지 올 줄이야.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기다리고 인내하며 눈치를 봐야지만 그녀를, 온전히 저만의 사람으로 둘 수 있을까. 아득하기만한 생각이었다. 물기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보이는 그녀는 자태만으로도 모든 혈관들은 제 역할을 하기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환상에 사로잡힌 것처럼 넋을 놓고 있는 그녀는 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이제 그만 나갈까?






본래의 시간보다 좀 더 빨리 끝나버린 아쉬움이었다. 그녀는 지훈을 사랑했다. 지훈의 모든 것을 애정어린 눈길로 봐주었다. 그 시선의 끝은 온통 지훈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게 아니여서 어린 투기의 심술궂음이었다. 저를 목욕시켜주느라 물기에 절어버린 그녀의 손을 가져다 손가락 하나마다 조심스레 입을 맞추는 지훈의 본능은 그랬단다. 성인이 되어 자신을 가끔씩 정말 제 아이라도 되는듯이 보는 그녀였지만 작은 손, 입, 그리고 제 입술이 닿을 때마다 흔들리는 동공. 일절의 어느 것도 빠짐없이 오히려 자신보다 더 어린 그녀가 존재했다. 여전히 탐스럽고 예쁜 사람이었다.






그들은 아가씨가 없어도 살 수 있어요.

무슨

근데 저는 그렇지 않다는 거 알잖아요.






아가씨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통들어서 저는 아가씨가 없으면 제 명에도 못 사는 존재라는 거 아시잖아요. 지훈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감정적인 여자였다. 제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것은 아니였지만 그녀만큼 감수성에 짙게 빠져드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동정심이라는 얕은 감정에도 흔들리는 그녀이기에 바닥에 나뒹굴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자신을 데려온 것일테니. 어제의 일은 모두 잊어줄 수 있어요. 그런 것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어요. 변함없이 저에 대한 동정심을 잃지만 말아주세요.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이었다. 억세게 다문 입술 사이로 많은 말들을 고지곧대로 할 수도 없었다. 굳이 그렇지 않아도 제 말 한마디에, 눈길 한 번에 이렇게나 흔들리고 있는 그녀였는걸.






우리 조금만 더, 있다가 나가요.

….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요.






됐다. 이 정도면 된 일이었다. 구차한 말들과 어제의 기억까지 구태여 가지고 와서 그녀를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 진심으로 지훈은 짧은 순간 그녀와 함께, 오래 있고 싶을 뿐이었다. 제가 이기적이라고 욕을 한다면 그 쯤이야 당연한 사실이니 변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의 붉은 볼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지훈은 결국 또 제게 져주고 마는 그녀의 손을 맞잡으면서 절대 풀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다.







유독 오늘 날씨는 맑았다.

















[워너원/박지훈/김재환/옹성우] 견주 E | 인스티즈


*


안녕하세요, 라이터예요!



애정하는 나의 독자님들 드디어 임시저장의 에러의 폐해를 겪은 이번화를 다시 쓰기 위해서 휴가로 놀러갔던 곳에서부터 이틀 연장으로 열심히 썼답니다. 

공부할 때보다 한 몇 백만배는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중간에 계속 러브서클을 연재해왔지만 거의 견주로는 한달? 30일 정도가 지나서 만나게 되었네요. 

저도 너무 많이 보고 싶었고 한달이라는 시간이 길면서도 짧아서 도중에 한 일들과 겪었던 일들도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곧 있으면 제가 9월에 시험이 있어서 이번 달에 얼마나 많이 자주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최대한 시간을 조정해서 독자님들 찾아뵙도록 할게요ㅠㅠ

이제 제가 생각해둔 지훈이, 재환이, 성우가 다 나왔네요. 본격적으로 이제 견주를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견주(와 러브서클)을 모두 좋아해주시는 분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하트)



*암호닉은 최신화에서 신청해주세용*






암호닉 워너비 마 베이베

99

달다리

연두부님

설한화

뀨뀨

쥬쥬

지훈지

샐라인

정연아

수국

발챙발챙

체셔

물만두

지재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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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31.73
자,,,자까님!!!!!! 보고 싶었어욧!!!!!!!!!!!!!!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6년 전
Lighter
저도 우리 독자님 많이 많이 보고싶었어요!!!!! 기다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6년 전
독자1
작가님!발챙발챙입니다!
아 정말 견주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 진짜 좋고..글 배경도 까만색인건 정말 신의 한수...아 진짜 글에 몰입도 너무 잘되고 진짜 너무너무너무어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Lighter
발챙발챙님 또 이렇게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글 배경을 까만색으로 하길 너무나 잘한거 같네욬ㅋㅋㅋㅋ(뿌듯) 이렇게 재밌개 봐주시구 좋아해주셔서 고맙구 애정해요?
6년 전
독자2
[정연아]에요!
음......옹성우씨 여주는 지훈이가 절실하고 지훈이도 절실해보이잖아요.. 그쵸?
그러니 저를...(이하생략).........하하하ㅏ하하하ㅏ하죗오합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6년 전
Lighter
정연아님!!! 꼬박꼬박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으아닛ㅋㅋㅋㅋㅋ그럼 이제 지훈이와 성우가 골고루 나누어 사랑할 수 있는건가욬ㅋㅋㅋㅋㅋ(엄지척) 다음편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용☺️☺️
6년 전
독자3
작가니 작가님ㅠ 러브써클도 다 읽고 견주도 다 읽고 차근차근 댓글을 달고 잇습니다ㅎ 견주 분위기는 정말.. 비지엠까지 그냥 제 가슴을 후벼파고드는 취저!!!ㅜ 왜 제가 이런 대작을 이제서야 발견 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아직 한참 멀었나봐요..헿 등장인물들이 거의 등장하면서 구도가 슬슬 잡히는거 같은데 앞으로의 이야기가 진짜 정말 궁금하고 기대되네여ㅠㅠ 암호닉 쥬쥬로 신청하고 싶었는데 이미 있어서 음... [ 자몽쥬]로 신청할게요..
6년 전
Lighter
아이구 이렇게 막 정주행 해주시면 저는 기뻐서 춤을 출지도 몰라요......흫헣ㅎㅎ 비지엠까지 마음에 드셨다니 괜히 뿌듯해지네욬ㅋㅋㅋㅋㅋ이제라도 와주셔서 읽어주시니 저야말로 너무너무 감사한걸요ㅠㅠㅠ 기대해주시는 것만큼 열심히 쓰도록 할게요! 암호닉 신청 고마워요❤️❤️
6년 전
비회원77.100
달다리에용! 견주 너무 오랜만입니다 새로운 캐릭터로 성우가 등장했네요 아주 좋아요 지훈이와는 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홀릴 생각을 하니 제가 다 설레고 부끄러워요. 너무너무 좋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할게요! 하트 하트 입니다. 잘 읽고 가요!
6년 전
Lighter
달다리님 오랜만에 찾아와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된답니다 이때만을 기다렸어욯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독자님 많이 하트하트해요❤️❤️❤️❤️
6년 전
독자4
체셔에요...... 아 진짜..... 지훈이가 짱이라고 생각해쓴데..... 아니에요.... 성우 짱...... 짱섹시하다...진짜...... 저도 그 애정좀 주세요.... 성우야.... 아니 성우오빠 아니 성우님.....ㅜㅜㅜㅜㅜㅜㅜㅜ 진짜 대박적 이런 차가운 분위기도 잘어울리는거같아요 성우는ㅜㅜㅜㅜㅜ
6년 전
Lighter
정말 체셔님 댓글 볼 때가 제일 행복해욬ㅋㅋㅋㅋㅋㅋㅋㅋ매번 이렇게 앓는 글을 남겨주다니 뿌듯하고 행복하고 그러네요^^ 성우는 뭔들 다 잘 어울리죠....❤️ 항상 기분 좋은 댓글 써주시구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6년 전
비회원196.172
어후 ㅠㅠㅠㅠㅠㅠㅠ 셋 다 어떤 의미에서든 얼마나의 감정이든 여주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생각이 되는데 그게 또 숨막히게 좋고 ㅠㅠㅠㅠㅠㅠ 문체 분위기 장난 없으셔요 ㅠㅠㅠㅠㅠ 대박적입니다 ㅠㅠㅠㅠ 저 [온전하게]로 암호닉 신청해도 괜찮을까요?
6년 전
독자5
대박이에요 정말 이건 ....볼 때마다 놀라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분위기가 정말 좋구 전개도 너무 좋아요 ....지훈이도 마냥 안 어리고 성우도 마냥 진심같지만은 않고 먼가 숨기고ㅠㅠㅠㅠㅠ재환이가 정말로 알 수 없는 사람 ....이런 구도 너무 저아여 ㅎㅎ
6년 전
독자6
아ㅏㅏ갈수록너무재미있어요ㅠㅠㅠㅠㅜ엉엉 ㅠㅠㅠ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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