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집으로 지훈은 귀가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날이 추워 후후 내뱉는 숨은 까만 밤 하늘위로 하얗게 번졌다. 집 앞에 세워진 가로등이 어째 요 며칠간 깜박거리며 말썽을 부린다 싶었는데 드디어 수명이 다 된 건지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이 어두컴컴하니 앞을 분간하기가 꽤 힘이 들었다. 저벅저벅 걸어 입구로 다가가는데, 유리 문 앞 계단에 누군가 앉아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계속 걸어가니 그제야 계단에 앉아있던 인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꼴통학교라고 소문이 난 요 앞 남고 교복을 입은 녀석이 한 손에는 담배를 물고 한 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앉아있었다. 오- 너구나. 이 시간만 되면 우리 집 발코니로 담배연기를 띄워 보내던 녀석이! 드디어 잡았다 싶어 지훈은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은 채 그 고딩의 앞에 발걸음을 멈춰 섰다.
"야."
낮은 목소리로 툭 하고 말을 던지니 담배를 물고 있던 고딩이 고개를 올려 눈을 마주친다. 뭐야. 머리는 또 왜 저렇게 길어. 진짜 양아치구만. 지훈은 속으로만 혀를 차며 최대한 좋게 말하려고 애썼다. '너, 학생이 담배 피우면 안 되는 것도 몰라?' 조근조근 타이른다는 것이 지훈의 목소리와 섞이자 괜히 위압감이 느껴지는 어투로 변해버렸다. 고딩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지훈을 마주보며 섰다. 일어서자 제법 키가 커 지훈과 비슷해보였다. 하지만 성인인 지훈과 아직은 미성숙한 고딩의 덩치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다부진 지훈에 비해선 마른 듯한 몸이었기에 지훈은 쫄지 않았다. 까짓거, 맞아도 별로 아프지도 않을 것 같은데.
"너 매일 이 시간만 되면 여기와서 담배 피우지. 여기 살아?"
"아- 진짜.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귀찮게."
쪽 찢어진 눈으로 지훈을 흘겨본 그 고딩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손가락 사이에 쥐고 있던 담배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카악- 퉤. 양아치의 상징인 침 뱉기도 잊지 않았다. 오- 이렇게 나오시겠다? 조용히 타이르고 들어가려던 지훈의 이마에 왠지 힘줄이 서는 것 같았다. '니가 담배를 일찍 배워서 폐가 썩도록 피우다 일찍 뒤지던 어쩌던 그건 내 알바가 아닌데, 니가 피운 담배 연기가 우리 집 창문으로 자꾸 들어오거든요?' 지훈은 열이 받아 차마 웃으며 말할 수는 없었지만 애써 꾹 눌러 참으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을 뱉었다. 그러자 발끝으로 담배꽁초를 비벼 끄던 녀석이 손을 탈탈 털며 고개를 돌려 지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녀석의 눈을 가리던 긴 앞머리가 바람결에 흩날리고 그제야 고딩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눈꼬리가 치켜 올라간 게 꼭 사나운 들 고양이같이 생겼네.
"아저씨, 요즘 애들은 한 성질 하거든요? 예? 그냥 가던 길 가세요―"
저의 묘한 분위기에 잠시 말을 잊고 있던 지훈에게 녀석은 불쑥 고개를 들이밀며 손가락으로 어깨를 꾹꾹 찔러대며 말을 이었다. '알겠죠? 그냥 조용히 가세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뒤돌아 자리에 주저앉으며 주머니에서 담배 한가치를 더 꺼내 무는 녀석. 라이터를 찾으려는지 반대쪽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그 손을 붙잡은 지훈이 녀석의 입에 물린 담배를 빼앗아 손에 쥐고 구겨버리며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그 애가 커서 된게 나다. 이 xxx xx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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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 난 십분짜리 조각^^.....
Find는 내일 들고올게욥!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