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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오빠 저 오늘 외박해요~! 워후 완전 두근두근하죠? 내가 밖에서 무슨 사고를 치고 올지!


매니저: 그래봤자 본가잖아... (한심)


탄소: ...뭐야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요?


매니저: 지한이한테 연락 받았어, 오늘 너 가족끼리 뭐 외식 있다며


탄소: 아... 인생에 도움이 안되네 김지한...


매니저: 왜 애먼 동생을 욕하고 난리야...


탄소: 진짜 서프라이즈가 안되잖아요 서프라이즈가... 걘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살까 몰라


매니저: 니 직업을 생각하면 서프라이즈 없는 게 다행이거든


탄소: 아 예에...


매니저: 지한이는 언제 온대?


탄소: 여기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 했는,


지한: 김탄소씨~!


탄소: ......


매니저: 니네 싸웠니?


탄소: 밖에선 제가 누나인 걸 알리기 싫은가 보죠 뭐... (삐짐)


매니저: 그게 그런다고 해서 니네가 남매인 게 숨겨져? 대한민국이 다 아는데?


탄소: 지 누나랑 열애설 난 거 보면 아직 모르는 사람 많을 듯여


매니저: 아니 그러니까 그 이후로는 이제,


지한: 어우, 안녕하세요!


매니저: 어어... 그래...


지한: 우리 못난 누나가 많은 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탄소: ?


매니저: ?


지한: 아휴 이 못난이 어디 가서 사고나 안 치나 몰라


탄소: ???????? 님 인성 어디 갖다 버렸냐??????


지한: 아이돌이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냐 진짜


매니저: 카메라 앞에서만 안 그러면 됐지 뭐... (익숙)


탄소: 아니 오빠 내 편을 들어줘야져!!!!!!!!





방탄 회식 촬영이 끝나고 2차를 가자는 남준의 제안을 선약이 있다며 깔끔하게 거절한 탄소. 지한이 데리러 온다며 늦은 시간이니 걱정하는 남준에게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했는데요. 지한과의 약속은 아니지만 지한도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도통 누굴 만나는지 알려주지 않아 의문이었는데 진실은 놀라울 만큼 허무한 가족 외식이라고 합니다.



회식 촬영이 끝날 때까지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던 지한이 밖에서 매니저와 대화하고 있던 탄소를 알아보고 다가왔네요.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보낸 문자를 보고 바로 달려온 모양입니다. 다른 멤버들은 아직 안에서 뒷정리 중이라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죠. 선글라스를 끼고 발랄하게 인사하는 동생과 말을 잃은 탄소의 온도 차에 의아한 매니저는 지한의 친화력이 언제 봐도 참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남매가 같은 연예계 종사자라고는 해도 자신과 이렇게 마주치는 경우는 상당히 적은데 말이에요. 누가 보면 같은 소속사인 줄 알겠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까 지한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니까요?





매니저: 내일 올 때도 지한이가 데려다줘?


지한: 그렇죠? 누나가 면허는 있는데 장롱면허라서


탄소: 아 자꾸 지네 누나 깎아내리네...? 상처준다 너...?


지한: 팩튼데 뭔 상처야


매니저: (못 들은 척) 언제쯤 올 건데?


탄소: 아침 먹고 바로 오지 않을까요? 김지한 요새 일 없다고 완전 놀자판이던데 같이 오래 있어봐야 나만 손해에요


매니저: 집에 부모님도 같이 계실 텐데 왜? 점심까진 먹고 와도 괜찮아


탄소: 아 그게... 말해도 돼?


지한: 뭐 이상한 것도 아닌데 숨길 건 뭐야, 그냥 저랑 누나한테 할 얘기 있으시다고 잠깐 한국 들어와서 저녁만 같이 먹는 거에요 이따 새벽에 바로 공항 가실걸요?


매니저: 아 그런 거야? 여전히 바쁘신가보네


지한: 그래서 솔직히 누나가 바쁘다는 거 잘 모르겠어요 (얄밉)


탄소: 강냉이 털리고 싶나봐 ㅎ


지한: ......


매니저: 야 너... 그냥 빨리 가라... 애들 나오기 전에... 지한이도 왔는데 왜 아직도 여기서 만담쇼야





거의 쫓겨나다시피 매니저에게 떠밀려진 탄소. 서운함에 입술을 비죽이며 손을 흔들곤 지한과 나란히 서서 떠나갑니다. 주변에 차를 주차하고 기다리다 탄소의 연락을 받고 마중을 나왔거든요. 멀지 않은 거리에 있으니 사람도 많지 않은 한적한 시간대겠다, 걸어가려는 모양이에요.





탄소: 나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요~!


매니저: (환장)


지한: 어쩜 이렇게 세상 부끄러운 줄을 몰라...


탄소: 뭐 인마 (팍씨)


지한: 깡패가 따로 없어...





고작 몇 걸음 사이에도 방정맞음을 숨기지 못하는 탄소와 그런 누나가 매니저 앞에서 민망한 동생과 이하동문인 매니저 안녕~!





호석: 형형 누나 어디 갔는지 형은 알아요?


매니저: 개인사정이야


호석: ...에이~ 좀 알려줘요 형


매니저: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남준: 뭐 어디 위험한 건 아니죠? 지한이가 데리러 온다고 하던데


매니저: 어어, 안 그래도 아까 인사하고 갔어


정국: 헐 진짜여? 아깝다 좀만 더 일찍 나올 걸


태형: 너 지한이 되게 좋아한다


정국: 아 고럼여 누나 동생이잖아요


태형: 그게 뭔 상관이래...?


정국: 제 취향을 저격하셨슴다


지민: 너 그런 취향이니...?


정국: ? 아, 아니 그니까 그게 그 뜻이 아니라...!


석진: 미리 말하지만 탄소는 안돼


윤기: 누나 동생이 좋다는데 갑자기 누나는 무슨...


호석: 역시 팔불출~


지민: 아니죠 누나는 원래 아무도 안되는 거에요


석진: 넌 왜?


지민: 아무한테도 못 줘요 너무 소중하니까 나만 볼 거야


석진: (언짢)


매니저: ...됐고 빠진 애 없지?


남준: 없는 것 같아요


매니저: 그럼 가자





탄소가 지한의 차를 타고 출발할 즈음 멤버들도 숙소로 돌아가네요. 그나저나 탄소와 지한 남매의 부모님은 무슨 중요한 일이 있기에 할 말이 있다고 먼 해외에서 직접 찾아오신 걸까요?





탄소: 이번에 얼마 만에 뵙는 거지?


지한: 한참 됐지 저번에 정국이랑 누나가 집 왔을 때 그때 한 번 보고 말았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그날 우연은 참 기똥차단 말야? 친자식도 보기 힘든데 전정국이 온 날 딱 마주치고


탄소: 너 그러고 보니까 그때 받은 카드 어쨌냐


지한: (모른 척)


탄소: 너 혹시 그걸로 이 차 산 거니?


지한: ...ㅎ


탄소: 아 진심 양심에 털 났네... 밥값으로 얼마를 긁은 거야...


지한: 뭐 어때 어차피 신경도 안 쓰실 텐데


탄소: 인생 그렇게 살어...


지한: 섭섭하게 왜 이래? 나도 요새 나름 돈 벌고 있거든?


탄소: 이 차는 네 돈으로 산 게 아니잖아 양반아...





속 터져 죽는 누나와 천하태평 동생. 으리으리한 식당 앞에 차가 멈추네요. 예약자 이름은 아버지 성함으로. 가족끼리 외식한 적이 있긴 했었나 생각해보던 탄소는 아무렴 무슨 상관일까 싶어 잠자코 안내되는 방 안에 들어갔습니다. 부모님이 먼저 와 계셨네요.





엄마: 왔어? 좀 늦었네~


지한: 누나 촬영할 거 있어서 그거 끝나고 오느라 좀 간당했어요


엄마: 뭐 먹을지 미리 주문했는데 상관없지? 안 그래도 너네 늦을 것 같더라고, 요새 둘 다 하는 일이 있으니까


탄소: 나랑 얘가 언제 먹는 걸로 투정 부린 적 있나, 잘하셨어요


아빠: 술 마셨어?


탄소: 네? 네, 일 때문에 조금요





밥 한 술 뜨기 무섭게 남매를 부른 이유가 훅 들어왔습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며 서두른 탄소의 어머니는 탄소가 반찬 하나 집어먹는 시간도 아까운 듯, 충격 발언을 하셨는데요.





엄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 밥은 좀 있다가 먹고 엄마랑 아빠 말 좀 먼저 들을래?


지한: 뭔데요? 먹다가 체하는 내용인가?


아빠: 너네 결혼 언제 할 생각이야


탄소: 푸흨, 켁, 컼, ...예?


지한: ....결혼????? 내 나이가 스물 넷인데????? 아직 대학 졸업도 안 했는데??? 배우 데뷔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결혼은 무슨 결혼이에요 (황당)


엄마: 나도 너네랑 비슷한 나이일 때 결혼했어, 뭘 그렇게 놀래?


탄소: 아니, ㅋㅋㅋㅋㅋ 말이 좀 안되잖아요 그게 언제적 일인데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고,


아빠: 형준이랑 세준이 이번에 선 볼 거라더라


탄소: 오빠들 아직 서른도 안됐는데 뭔 벌써부터 선을,


아빠: 같이 준비해


탄소: ?


지한: 아니 이건 뭔 말도 안되는 상황이야, 내가 받아본 시나리오도 이렇게 막장은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엄마: 넌 굳이 비유를 그렇게 해야겠니


지한: 아버지는 계속 누나 말 자르고 자기 할 말만 하시는데 그럼 말이 좋게 나와요?


아빠: 너 그게 무슨 버릇이야 네 엄마가 너 그렇게 가르쳤어?


지한: 엄마가 가르치긴 뭘 가르쳐요 나 어릴 때 일 때문에 바쁘다고 집에 들어온 일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건 아버지도 똑같고


탄소: 야 너 왜 그ㄹ,


지한: 기억 안 나세요? 두 분 같이 집에 오신 날에 나 부모님 얼굴도 까먹고 몰라봐서 집에 모르는 사람들 와 있다고, 누나 잠깐 과자 사러 나갔다가 급하게 집 왔을 때 바로 달려가서 안긴 일, 아 애초에 자식이 딸하고 아들 하나씩 있는 거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됐나?


엄마: 지한아,


지한: 내가 삐딱하게 자란 것 같으면 그건 전부 가정 교육 제대로 못 받아서 그런 거에요 애가 엇나갈 때 바로 잡을 부모가 없는데 어떻게 반듯한 모범생으로 자라? 누나가 그랬다고 해서 나까지 그러란 법은 없지, 안 그래요? 솔직히 지금까지 말을 안 한 것 뿐이지,





탄소가 보이지 않게 지한의 손을 잡았습니다. 누나를 돌아보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네요. 하지만 지한을 따라 시선을 돌린 아버지의 눈에는 가만히 있는 탄소도 눈엣가시로 보였나 봅니다. 불안한 흐름을 읽은 어머니가 말려보려고 했지만,





아빠: 김탄소 넌 애를 어떻게 돌본 거야


탄소: ......


아빠: 알아서 잘 하는 것 같아 가만히 내버려뒀더니,


지한: 그게 왜 누나 탓인데!





평소에는 마주칠 일도 없었고 이런 대화 주제도 오가지 않았으니 막연하게 다정하고 여유로운 성격일 줄 알았던 아버지이지만 약간 욱하는 성격이 있었던 걸까요. 탄소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밥 한 술을 떠먹으려다 어머니의 한 마디로 결국 수저를 내려놓습니다.





엄마: 둘이 왜 이렇게까지 선 보는 걸 꺼리는지 모르겠어, 지한이는 대학 졸업 전이기는 해도 탄소 넌 스물 일곱이잖아 결혼할 때 그렇게 어린 편도 아니지 않아?


탄소: 뭐라고 하셨어요?


엄마: 내가 틀린 말했니? 그래, 지한이 배우 일하고 너 가수 하고 있는 거 알아 아는데 그깟 거 은퇴하면 그만이잖아 직업 수명이 긴 것도 아니고, 너 그거 하면서 돈은 얼마나 버는데? 십년 뒤, 이십년 뒤에는 뭐하고 살,


탄소: 지한아 일어나, 더 들을 필요도 없어 밖에 나가자


엄마: 김탄소!


탄소: 이딴 말 들을 거면 여길 왜 왔겠어요 엄마


엄마: 어머 얘가 정말,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이야?


아빠: 김탄소 자리에 앉아


탄소: 내가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이건 진짜... ㅋㅋㅋㅋㅋ 내가 뭐, 인형이에요? 꼭두각시야? 방치해뒀다가 필요할 때만 찾아도 알아서 뜻하는 대로 움직이게? 뼈 관절에 실 연결해서 움직이는 관절 인형이냐고요 애초에 이딴 건 나한테만 하는 걸로 부족했어요? 왜 지한이까지 들먹이는데!


지한: ......


탄소: 다른 집처럼 돈 때문에 너네 하고 싶은 거 못하게 막은 적 없다고? 아, 예, 참 대단하신 발언이세요 그래서 다른 집처럼 애가 하고 싶어하는 가족끼리 외식하기, 놀러가기 이런 거 한 번을 못해주셨어? 내가 지한이한테 우린 엄마 아빠가 왜 집에 없냐고, 왜 다른 애들처럼 같이 놀아주지 않냐고 들을 때마다 뭔 생각했는지 알긴 해요? 단 한 번이라도 날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은 있냐고!


아빠: 입 다물어


탄소: 다물긴 뭘 다물어 시작도 안 했는데 ...나 대학 입학했다고, 합격했다고 엄마한테 전화하고 들은 게 지금 바빠서 미안한데 나중에 다시 전화하란 소리였어요 지금 회사 계약할 때도 내 의사 존중 하나 없이 그냥 알아서 하란 식으로 멋대로 동의하고! 내가 그걸 알고 얼마나 힘 빠졌는지 알아요? 우여곡절 끝에 가수 데뷔하고 나서 상 탔을 때 나 한 번이라도 먼저 축하한다 해준 적은? 있었어요? 그날 엄마가 맘대로 벌인 일에 몇 년 동안 그 뒷감당은 나 혼자 다 하고 응급실만 몇 번을 실려갔어!





허리에 금이 갔어. 과로로 쓰러져서 응급실 갔는데 다음날 스케줄 때문에 수액 맞다가 뛰쳐나왔어. 발목 인대가 늘어났는데 깁스하면 안무 연습에 지장 생기니까 붕대 하나 감고 몇 달을 버텼어. 날이 갈수록 몸은 망가져서 건강 상태 확인하는 트레이너가 기겁해요, 너 어떻게 서 있는 거냐고. 무대는 지금까지 어떻게 올랐냐고 물어봐.





 탄소: 예쁜 딸 낳았으니 가수 한 번 시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고? 아, 진짜 무슨 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지한: 누나,


탄소: 그 잠깐의 변덕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면 이제 와서 은퇴니 뭐니 그딴 소리 꺼내지도 못하지, 엄만 진짜 좋겠다 말 한 마디면 다 되는 인생이라서, 난 그런 엄마 딸이라서 인생을 망쳤는데





듣다 못한 지한이 탄소를 끌어 당겨 방문을 열었습니다. 자신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는 누나의 얼굴에 끼워주며 차에 시동을 걸었죠. 바들바들 떨리는 누나의 어깨는 재작년에서 작년 즈음 있었던 그때의 일을 다시 떠올리게 해 지한에게도 괴로웠습니다. 집으로 가자니 부모님이 찾을 것 같고,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탄소: 미안해 못난 모습 보여줘서


지한: 그게 미안한 일이야


탄소: 두 번은 안 보여주고 싶었어


지한: ...왜


탄소: 너 아까 말하는 거 들으면서, 아버지 말 들으면서도 느낀 건데 넌 나만 보고 자란 애야


지한: 누나 그건,


탄소: 다른 데선 몰라도 네 앞에선 무너지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게 요즘엔 너무... 어렵다


지한: ......


탄소: 우리 어디 갈까? 너 평소에 가고 싶던 곳 있어? 나 곧 있으면 컴백이라 바빠질텐데


지한: 당장 내일 돌아가야 하는 사람이 가긴 어딜 가, 그냥 ...아, 집은 못 가는데


탄소: 가출 청소년...ㅎ


지한: 둘 다 성인 된 지가 언젠데 누나


탄소: 오늘만 지나면 어차피 한 동안 안 볼 거니까 ...지한이 누나랑 같이 살까?


지한: 그냥 거기에 집을 살까


탄소: 같이 살자니까 집을 살지 묻는 건 대체 어느 나라 화법이니


지한: 누나랑 둘이 살면 되잖아


탄소: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아, 좀 많이 혹한다





돌고 돌면서 여전히 어디로 갈 지 정하지 못해 때 아닌 드라이브를 하던 중에 지한이 잠깐 차를 세우고 카페에 마실 걸 사러 간 사이 휴대폰을 확인한 탄소는 카페 안에서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지한을 보다 화면에 찍혀있는 어머니의 부재중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너네 지금 어디니


탄소: 언제 돌아가세요?


엄마: ...엄마 속상하게 왜 그런 말을 해


탄소: 새벽 비행기로 가시죠? 들어보니까 이번엔 몇 년을 아예 통째로 거기서 지낼 거라던데 좋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아쉬울 것 같았는데 오히려 얼굴 안 보고 사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엄마: 탄소야


탄소: 결혼은 해도 어른들 뜻에 맞춰서 맞선 안 봐요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하고 할 거야


엄마: 김탄소


탄소: 그건 지한이도 마찬가지에요


엄마: 엄마 말 잘 듣는 우리 착한 딸이 왜 이럴까


탄소: 지금까지 엄마 변덕대로 휘둘렸으면 족해요





재미 삼아 시켜본 가수 놀이, 끝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셨나 모르겠네. 웃기지 마세요. 시작은 몰라도 끝은 내가 정해요. 그 동안 내가 몇 번이나 관두고 싶었을 때 엄마가 뭘 해줬는데? 아버지가 뭘 해줬는데. 진작 이렇게 끝내라고 할 거였으면 더 일찍 말했어야지.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야.





탄소: 나한테 무심한 건 넘어가겠는데 지한이 배우 데뷔한 거, 듣고도 축하한다 네 글자에서 끝난 건 심했잖아


엄마: ...네 아빠 화 많이 났어


탄소: 남들 앞에서만 자식 생각 끔찍한 척 이제 지겨워요 어차피 돈 주고 만든 겉치레였으면서, 더 할 말 없으니까 끊을게요





탄소의 발레 영상, 검도 영상. 어릴 때 출연한 단역 드라마의 모든 조각을 모아 만든 영상. 알아보니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파일을 전해받아 마치 원래부터 딸의 소중한 성장 과정을 멀리서나마 지켜보고 있었던 것처럼 꾸민 거였음을 안 탄소가 크게 상심했었죠. 회사에선 그래도 부모님이 딸 사랑 애틋하신 줄 알고 있으니 이미지 메이킹 하나는 참 잘하신다 생각합니다.



그걸 닮아서 괴로운 한편으로 득 보는 경우도 많아 기분이 마냥 좋진 않네요. 갑자기 멤버들의 얼굴이 스쳐가고 석진이 보고 싶네요.





탄소: 진짜 김석진 보고 싶다


지한: 어딜 가나 석진 형이 제일이지?


탄소: 근데 나만 엄청 좋아하는 것 같아 요새는


지한: ...단 거 먹으면 기분 좀 나아질 것 같아?


탄소: 일단 먹여주고 얘길 해봐





우리 이거 먹고 집 가자. 일찍 자야지.





지한: 엄마랑 아버지 오시면?


탄소: 안 올 거야


지한: 어떻게 장담해


탄소: 누나 좀 믿어봐 지한씨


지한: 그러면 또 못 이기는 척 넘어가야지?


탄소: 고롬 고롬





새벽녘에 집에 들어와 샤워하고 자려던 탄소는 영 싱숭생숭한 마음에 지한의 방문을 열었다가 조용히 닫았습니다. 동생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어서 말이에요. 근데 또, 혼자 두면 더 서러울 것 같아서 다시 방문을 열었습니다. 조용하게 안으로 들어가서 침대 위에 풀썩 누웠죠. 두꺼운 이불 위로 동생을 안아주었습니다.





탄소: 네가 하고 싶은 일 아니면 억지로 안 시켜


지한: ......


탄소: 연기하고 싶으면 평생 해도 돼 지한아


지한: ......


탄소: 내가 끝까지 응원할 테니까, 그러니까 네 꿈 접지 마


지한: 누나가 듣고 싶어했던 말이지


탄소: (끄덕끄덕)


지한: 진짜 어디 가서 유별난 남매라고 듣기 싫은데,





이럴 때마다 누나 없으면 어땠을까 싶어서. 유별나게 굴 수 밖에 없다.





탄소: 어디 가서 말 못하는 집안 사정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면 유별나게 생각하겠지


지한: 누나 어디 가서 나 때문에 하고 싶은 거 참지 말고


탄소: 응


지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다 해


탄소: 다 컸어 내 새끼


지한: 어린 나이부터 고생 많아 누나도


탄소: 얼른 자, 그만 울고





지한이 잠든 걸 확인하고 같이 선잠에 들었다가 휴대폰 화면에 밝게 빛나면서 눈이 부셔 깬 탄소. 예의 없게 이 시간에 대체 누구야, 이름이 일산 김남준이네요.





탄소: 예 여보세요... (저기압)


남준: ...자고 있었어요? 아, 내가 깨웠나? 미안해요


탄소: 보통 자고 있는 시각 아닙니까...


남준: 그럼 아침에 다시,


탄소: 말씀하십쇼 김남 일산준...


남준: ? (제정신 아닌가봐)


탄소: 왜 말을 안 해...


남준: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가 촬영하면서 했던 말이 안 잊혀서요


탄소: 그거 때문에 아직까지 못 잤다곤 안 하겠지?


남준: 작업에 집중이 안되네요


탄소: ...남준아


남준: 네 누나


탄소: 나 너무 힘들어


남준: ......


탄소: 컴백 앞두고 할 말 아닌 건 아는데 오늘 울고 싶은 하루였어


남준: 푹 자요 누나 일단 한숨 푹 자고, 그러고 나서 여기 와요


탄소: ...응


남준: 내가 해줄 건 딱히 없지만 누나 우는 모습 누가 못 보게 숨겨줄 정도의 어깨는 있어요


탄소: 아침부터 울면 못생겨진대


남준: 울면서 욕해도 안 도망가고 다 들어줄게요


탄소: ...김석진은? 자?


남준: 아마 그럴 거에요


탄소: 김석진도 너처럼 나 걱정하다가 잠들었을까?





남준에게서 말이 없자 탄소는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진짜 졸리니까 이만 끊겠다고, 너도 작업하는 건 좋지만 슬슬 자라며 통화를 종료합니다. 약간 서운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안 그래도 요즘 들어 예전처럼 날 좋아하는 게 맞나 싶은데 말이에요.





탄소: 왜 이렇게 지치는 것 같지 전부


지한: (뒤척)


탄소: ...컴백하고 지한이 또 한 동안 못 봐서 얘는 어째, 대기실로 날마다 부를 수도 없고





여기저기서 걱정 거리만 쏟아져 나오는 초봄의 꽃샘 추위가 유독 강하게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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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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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진짜 여주랑 지한이 너무 마음아파요... 어머님이 보내주신 영상도 어디서 가져왔다는 것도 충격이였지만 여주를 정말 인형처럼 보는 거에 소름돋았어요... 여주 그동안 버텨와줘서 고맙지만 앞으로가 걱정되네요... 남준이한테 석진이 관련한 것 물었을 때 답 못한거에 진짜 눈물날 뻔 했어요...ㅠㅠ
5년 전
독자2
스리에요 아 진짜 여주부모님 저말들었을때 제 속에서 얼마나울분이터졌는지ㅋㅋㅋㅋㅠㅠㅠ 여주가 저렇게 말하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석진이 설마 권태기는 아니죠? 권태기면 하 진짜 사랑하는 사람한테 위로받아야지 상처주면 여주는 진짜무너질거야ㅠㅠㅠㅜ김석진 너희 결혼해야돼 ㅠㅠㅠㅠㅜ

5년 전
독자3
아 정말 부모님.....너무 너무하시네요.....정말....ㅠㅠㅠㅠㅠㅠㅠ 너무하세여!!! 여주가 왜 석진이가 안사랑하는것같다고 하는걸까요ㅠㅠㅠㅠ 결혼도ㅠ할것만 같고 그런데ㅠㅠㅠ
5년 전
독자4
오늘 글은 정말 슬픈 글이네요ㅜㅜ 울 소중한 여주ㅜㅜ 이제 그만 힘들었으면 좋겠고 석진이한테도 계속 큰 사랑 받았으면 좋겠고ㅜㅜ 튼 작가님 오늘 글도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5
1218이에요!!! 작가님!! 오셨군요ㅜㅜㅜ
오랜만이 보는 탄소가 힘들어보여서 슬프네요ㅜㅜㅜ

5년 전
독자6
진짜 작가님 글 읽을때마다 탄소 너무 짠해요ㅜㅜㅜㅜㅜ 넘 눈물나....
5년 전
독자7
청아왔어요.. ㅠㅠㅠㅠㅠㅠ여주는 언제쯤 마음놓고ㅠ 여주로 살아볼 수 있을까요. 그마저도 살아온 세월때문에, 습관이라는게 무서워서,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두려움이 앞서서 온전히 여주로 살지 못하겠다고 하면 저 여린 마음을 누가 달래줄까요.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도 도망가지 않을 사람을 옆에 두는게 힘들고,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게 힘들어서 여전히 자기를 축내고 있는 저 가녀린 사람이 너무너무 안쓰러워지네요. 묵묵히 한쪽 어깨를 내어줄수 있는 석진이가 저도 보고 싶어요ㅠ. 그래도 작가님 오랜만에(?) 암튼 또 뵈어서 넘 좋았어요! 언제나 제가 많이 사랑합니다!! 뽀뽀 쪽쪽쪽쪽쪽❤️❤️❤️❤️❤️
5년 전
독자8
허ㅠㅠㅠ부모님들 너무하다ㅠㅠㅠㅠㅠ하ㅠㅠㅠ 여주 그만 힘들었으면ㅠㅠㅠ 여주랑 지한이 둘다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9
열렬 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이번 화는 눈물샘에서 눈물 파티 열리는 화인 것 같아요... 진짜 너무 짠하고 탄소 부모님도 밉고 막 그르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0
ㅜㅜ 진짜 탄소가 저렇게 글로 따지면 몇줄의 양으로 부모님에게 얘기했지만 그간의 시간으로 따지면 환산할 수 없는 상처가 안에 그득하겠죠.....
마음아파요 ㅜㅜ 석진아 위로해줘

5년 전
독자11
사실 방홍왜남김 읽기 전부터 작가님 전체 글 목록을 확인하고 읽기 시작해서 헤어지는 얘기는 어쩌나 나오는걸까 싸워도 다시 화해하고 서로 위로하고 사랑할 것 같았는데 이렇게 이별이 다가오는걸까요ㅠ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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