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OID |
HUMANOID w.리바 우리세대에는 인간의 가까운, 인간 같은 로봇을 만드는 것을 성공한 세대이다. IH(Instrument Human) 는 이 기술을 처음 만들어낸 회사이며, 그들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인간의 틈에 끼어 살아가고 인간들과 소통하며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며 인간과 가깝게 지낸다. 인간같지만 인간이 아닌존제. 우리는 그들을 Humanoid라고 부른다. *** 어느 화창한 일요일 아침. 한아름 아파트 101동 406호의 베란다문이 소리없이 쭈욱열린다. 새카만 머리카락의 소유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온다. 남자는 나오자마자 하늘을 향해 두팔을 쭈욱 뻗더니 ' 으으' 하는 앓는 소리를 낸다. 새하얗고 상처없이 쭉쭉뻗은 팔다리가 내보이는 반팔 반바지를 입고있다. 아직은 초봄인데 지나치게 옷차림이 가벼운듯 보이는데... 양팔을 두 손을 교차해 부비부비 문지른 남성은 씨익 웃는다. 봄은 봄인가 보다. 바닥에 쌓여있는 눈을 뚫고 올라온 새싹을 보니 기운이 나는듯 하다. *** " 장동우- 일어나 " 한손에는 숟가락, 다른 한손에는 냄비뚜껑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간 나는 휴지로 대충 귓구멍을 막고 꽹과리 치듯이 숟가락으로 냄비뚜껑을 마구 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민원들어오는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지금은 장동우를 무조건 깨우겠다는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이리 시끄럽게 치는거라고 난 생각한다. " 흐으응.. 시끄러. 일어날테니까 그만쳐, 형! "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던 동우가 팍!하고 이불을 들추고 일어나는 바람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매일 있는 일이라 별로 놀라진 않았다. 무덤덤하게 냄비뚜껑으로 뒷통수를 때려주니 아프다며 엄살이다. 안아픈거 다 알거든. 아니야, 엄청 아파. 우리는 통각이 그리 발달되지 않았잖아. 쯧 하며 비웃어주니 진짜 아픈데.. 라며 미간을 구긴다. 장동우도 깨웠겠다, 숟가락과 냄비뚜껑을 제자리에 갖다 놓기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으로 가는 길목인 거실을 세심하게 관찰해보니 한숨부터 올라왔다. 한동안 마감에 찌들려 제대로 청소를 하지 못한데 화근이라면 화근이겠지. 금방이라도 저 쓰래기들을 들추면 바퀴벌래가 나올 것 같다. 소름이 돋는 느낌이 났다. 주방에 도착하니 지금이 오전8시 라는게 문득 떠올랐다. 급하게 동우를 불러 나침식사 얘기를 꺼내니 대충 라면이나 먹자고 한다. 매일 먹는게 라면인데 오늘도 라면이니.. 에휴, 차라리 굶는게 나을 듯 하여 주방을 빠져나와 거실 중간에 멈추어 섰다. " 동우야, 오늘 할 작업 없지? " " 응, 2일전에 마감했고... 시간 널널하네. " 좋았어. 오늘은 청소다. 결심 후 손가락 마디를 꺾어 소리를 내니 동우가 움찔거리는게 느껴진다. 오늘은 너도 같이 청소해야돼. 거실은 이정도지만 작업실은 더하다는걸 알잖니? 후우- 소리나게 심호흡을 하고 왼팔의 소매부터 겉어올렸다. " 청소 시작하자, 동우야. " *** 덜컹 하고 피아노 뚜껑이 열린다. 먼지가 앉을까 건반을 덮어두었던 빨간 덮개도 치웠다. 깔끔하게 상처없이 가지런하게 널려있는 88개의 검은 건반과 하얀 건반들. 내가 이렇게 관리를 잘하고 있었나... 세삼 기분이 뿌듯하다.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건반위에 올린뒤 꾸욱 하고 눌렀다. 딩- 하고 맑은 피아노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다시 시작해 볼까, 형을 위해... 씨익 하고 미소가 가득 번진다. " 성규형, 형을 위해서 내가 노래할께요. "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이 얼마만에 치는 피아노인가. 조용히 열 손가락을 건반위에 올렸다. 그리고 난 유려하게 손가락을 룸직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직, 그 사람을 위해. *** " 야, 야! 김명수! " " 아, 또 왜 " 투덜거리면서 욕을하면서도 내 말들을 다 들어준다. 뭐, 그게 남들과는 다른 김명수의 좋은점이지. 오늘은 일요일이니 스캐줄이 없다. 얏호! 놀러가자! 제발! 씨도 안먹힐 소리. 김명수는 무조건 안된다 그런다. 쉬는 날에는 놀러가야 제대로 쉬었다고 할수 있는거란다, 김명수! 쇼파위에 자리잡고있던 리락쿠마 인리형을 안아들고 TV를 조용히 응시하니 이달의 추천만화가 나오는게 아닌가! 기대를 가득품고 TV에 집중하니 왼쪽에서 피식 하는 비웃는 소리가 들린것 같지만... 지금 내가 관심있는건 너의 그 바람빠진 웃음따위가 아니다! [ 이 달의 추천만화는 최근에 연재를 시작한 작품으로써 HN의 이야기를 담은- ] " 역시 성규형이야. 그치?? " 그러네. 라고 작게 말하며 웃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도 기쁘구나, 명수야. 이번에 형이 새로 연재하는 HN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HUMANOID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와 공감가는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끌렸을 것 이다. " 오랜만에 형한테 갈까? " " 응! 좋아! 가자!! " 형 얼굴을 못본지 오래됐고 또 오랜만에 점심도 얻어먹을겸! 어서 가서 힘들어 하고있을 형을 돕겠다는 다짐을 하며 리락쿠마의 팔을 꼬옥 잡았다. *** 후아 힘들다. 연습실 바닥에 들어누웠다. 성종이가 보면 옷 더러워진다고 뭐라 하겠군. 벌써 나 홀로 댄스만 3시간 째. 벌써 오전 9시다. 내가 무슨생각으로 쉬는 날, 그것도 새벽 6시에 학원에 나와서 이러고 있는건지... 생각해보니 집에 혼자있을 성종이가 걱정된다. 아침밥은 잘 차려먹었는지, 현관문은 꼭 걸어잠궜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를 꺼내 성종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와 다르게 신호음이 꽤 오래간다.무슨일 있나? - 응, 형아. 왜? " 뭐하고 있었어? 전화 늦게받네. " - 피아노 치고 있었어. 의외였다. 피아노를 그만둔다고 한게 어연 2년.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구나. 그렇다고 한다. 성규형에게 꼭 좋은 노래 들려줄 거라고. 씨익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내 동생 화이팅. 핸드폰을 오른쪽 바지주머니에 넣으려다가 연습실 구석에 던져두고 다시 카세트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힘내서 연습하자, 이호원. *** 옆집에서 꽹과리 치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덕에 오늘 새벽 간신히 잠든 날 깨워주셨다. 아주 친철하게. 민원으로 신고하고 싶어도 하필 동우가 사는 집이니.. 나중에 만나서 뭐라 한마디좀 해줘야겠다. 침대를 벗어나 어기적 어기적 화장실로 향했다. 몰골이 말이 아닐거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난 알수 있다. 계속 밤샘근무를 한 덕분이겠지. 한숨이 나온다. 어쩌다가 IH에 들어가선.. 쯧. 딱하기도 하지, 내인생. 어푸어푸 세수를 정~말 대충 끝내고 방으로 들어와 아직 정리하지 못한 서류들을 정리하기 위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들을 주워들었다. 올해 폐기처분 해야할 HN목록. A4용지 10장을 정말 빼곡히 HN들의 이름과 사는 곳, 그리고 일렬번호가 적혀있다. 이걸 또 어떻게 추스려서 정리해놓냐... 진짜 한숨만 죽어라 나오는 것 같다. 아침부터 재루가 없더니 했더니 오늘 내 금같은 일요일도 날려먹게 생겼다. 하, 남우현. 니가 왠 이고생이냐,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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