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생의 이유
약간의 타박이 있었음에도 수연은 이제는 듣기도 싫다는 듯 여전히 고 안을 기웃기웃 하였다.
그 꼴이 너무나도 짜증스러워서 태연은 괜히 쪼개어진 유리들을 막 발로 파짝거리면서 서있었다.
"아무도 없어요?"
인기척이 있으면 이것과 저것들이 이리 널부러져 있겠냐, 멍청한 것.
가슴 끝꺼정 올라온 말을 막 화로 눌러 담으면서도 그냥 허리를 짚어누르며 뻐근댔다.
저 여자가 멍청하게 누군가를 찾는것은, 제 엄마를 찾는 연유였다.
한 해 전에 수연의 엄마는 왠 연극에서나 볼 범하듯 흔적도 없이 사라지어 버렸다.
게 무슨 복장터지는 소린가 하여 보니, 정말 설명을 들어도 알 수 없는 소리다.
수연은 서울에서 엄마를 보러 고향까지 다시끔 들어갔는데 사람은 온데 간데 없이 왠 피폐한 건물만 하나 들어있더라.
그래서 설령 하는 마음으로 찾아나선지 어언 반년 쯤 되었을까,
저어 멀리 바닷가에서 변사체로 발견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리 미쳐버리었다.
세상사는 인생사가 이리도 척박하고, 어이없는 것이라지만 정말로 정말로.
인간같지도 않은 아비란 놈에게서 몇 십년 간 얻어맞으며, 또 똥기저귀 찬 딸내미란 년을 그 몸으로 보살피어 온 엄마이기에.
그 모든 것들어 안아들어 이제 오직 엄마만을 보며 효를 지겠다 한 마음이었는데, 저리도 미쳐버릴 만큼
그것이 저 인생의 오직일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
지켜보는 어언 7년지기인 태연은 이렇게 밖에 가슴이 버쩍거리면서도 또 뜯어 말릴수는 없는 것이었다.
2. 남들이 보던 것
"정수연."
"저 앞이 사거리니까.."
"수연아."
그제서야 이렇게 고개를 꺾어서 부른 사람을 딱 쳐다본다.
참 꼴이 말이 아닌 듯 싶었다.
두 눈은 옴팍하니 패여 들었고 금방이라도 탁 치면 억 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그 골새가 태연의 눈망울을 아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 좀 그만하자는 얼굴로 쳐다보이 씨익 하고 입을 올리면서 그런 상판을 놀리듯 손가락질 한다.
"피난다."
"언제까지 이럴건데?"
"머리에서 피난다니까는?"
지나가는 시골사람 몇 명이 수연을 이상하대듯 쳐다보고 피식거린다.
태연은 한탄스러움에 머리를 막 쓸어넘기고 벅벅대다가도 아무말을 하지를 못한다.
숨이 속에서 끌어당기듯이 턱턱 막혀와서 그대로 확 주저 앉아 버리고야 만다.
고 옆에 와서 같이 앉아서는 지친 사람 볼따구를 막 맨질거리면서 밀기도 하고 장난을 막 친다.
"손대지마."
"어쭈, 튕기냐?"
"나한테 손대지도 말고, 말도 걸지마."
페지 주워 근근히 사는 듯한 저 할매도 수연을 막 이상하게 쳐다보고는 얼른 자리를 떠낸다.
그런 모든것들이 눈살보여 태연은 저를 건드리지 말라고 수연을 타이른다.
그래도 막 쳐내지는 않고 어린 애들 달래듯 살살댄다.
"왜?"
"사람들이 무서워 해."
"상관 없어."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수연은 손을 아깝게 내린다.
3. 새월 도로
"여기 였지, 아마?"
수연이 멍하게 질문을 내던지니까 태연도 그냥 멍히 앞만 본다.
가슴 속에 땡땡히 당겨지던 무언 밧줄 같은 것이 더욱이 제 심장을 막 잡아 끄는 듯한 기분에 그대로 도로 가에 주저 앉아 버렸다.
숨이 걱걱 막히면서 눈물도 아니고 무엇이 떨어져 눈을 막 괴롭힌다.
옆에 있는 사람덕에 소리도 못내고 혼자서 잔뜩 참아내고 양반 다리로 앉아 그래도 운명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참아 내 본다.
그러다 보이 옆에 착 누가 앉는게 저도 자세를 똑같이 다리를 접어서는 물끄러이 시벌게진 태연 얼굴을 본다.
"나도 그 안에 있을걸 그랬어."
"으응?"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랬을텐데."
비가 오는날, 그날은 제 엄마 변사체를 찾아내기 전이었다.
그래도 꼭 찾겠다고 인근의 사찰을 돌던 와중에 차가 뚝 멈춰 버려 그 안에서 싸우다가 수연은 화가 나 도로 갓길을 벗어나 절벽 쪽에 가 화를 다스리었다.
근데 저 쪽에서부터 비뚤거리며 큰 화물을 달고 오던 기름차가 별안간 콩만한 수연의 차를 우악스럽게 집어덮쳤다.
차가 제 몸보다 큰 바퀴에 깔리어 와그작 부셔져 버리고 그걸 모두 본 수연은 차 안에 있을 사람 생각에
그 궂은 날에 우산도 쳐버리고 막 달려가서 그 산이 떠나가라 막 울부짖었었다.
"무슨 소리야, 그런 말 하지 마."
"진심인데."
"진심이어도 말 하지마, 그런 건. 이제 그만두고 서울로 가."
"엄마는?"
"너희 엄마는 내가 찾을게. 찾아서 서울로 모시고 갈게."
"넌 언제 가려구?"
"그런거 상관 말고 가, 제발."
"..."
"아까처럼 그딴 말 한번만 더해봐. 진짜 데리고 가버릴 테니까."
"그 피는 언제까지 나는거야?"
"몰라, 닦아도 이러는데."
수연은 가방에서 손수건 하나가 돌돌 말아져 있는 것을 꺼내어 피가 나는 이마를 잘 문대어 준다.
피는 닦아져도 또 다시 뚝뚝대면서 흘러 나오고 그것이 태연의 눈 위로 막 흘러 눈꺼풀을 막 깜박대면서도 제 손으로는 닦지를 못한다.
계속 손수건으로 문질러 주어도 손수건은 아무렇지도 않고 얼굴은 계속 피칠갑이 되어 흐른다.
수연은 숨이 막 달가워 지고 흐극, 거리면서도 손이 파들거리면서도 닦는것을 멈추어 주지를 못한다.
손수건을 확 집어 던지어 버리자 도로 중앙선 위로 내떤져져 버린다.
태연은 거기로 가서 다시 주워들고 잘 탈탈 털어주고 가방에 개키어 놓아준다.
그럼에도 수연은 울음을 그치지를 못한다. 애처럼 막 계속 울어버린다.
"서울가려면 한참은 더 걸리겠네, 너."
"흐어어어엉-."
"그만 울어, 봬기 싫다."
"흐어어어엉-."
"뭐가 그렇게 슬픈데?"
"너가, 끅, 너가.."
"뭐 어때. 그럴 수도 있지."
"우리 엄마도, 너도, 왜, 왜. 왜... 왜..."
"세상에 어이없는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데."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아무도 이런 일 안생겨!"
"아니라니깐 그러네. 그럴 수도 있는거야, 이사람아."
"이 시발년, 이.. 못된.."
앉은 채로 뭘 어쩔려고 상체를 확 덤비어드는 사람을 그대로 확 껴안아 주자 더 애처럼 울어제낀다.
힘도 없이 후욱 처진 사람이 너무 애달퍼서 태연도 눈물을 막 꾹꾹 눌러삼키면서 토닥거리어 준다.
"보고 싶어서 어떻게 살아.."
"...."
"너 없이 어떻게 살아.."
나와 니 엄마를 잘 보내어 주어도 수연은 제정신이 돌아와 제대로이 된 삶을 잘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잠시 미쳐있는 간에는 눈에 보이니까 그나마 실성한 년 처럼 웃으면서 이미 죽고 없는 엄마를 잘 찾기도 찾는 것이지.
이제 서울로 올라가면 아마도 설마, 설마 자신을 어느샌가 따라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마냥 수연을 보내버리기도 못하고 어쩔수가 없음에 엉켜있는 사람을 팔로 꽈악 매붙든다.
"살 수 있지, 왜 못 살아."
"흐어어어엉-."
"가끔 꿈속에 가기도 하고, 그러면 되지."
"흐어어어엉-."
"어머니도 꼭 찾아서 모시고 갈게. 응?"
태연은 힘없는 이 사람 정수리에 콕 하고 입을 맞추어 준다.
그 애달픈 느낌에 얼마 안되는 힘으로 이미 죽은 이 여자 허리를 꽈악 잡아서 손에 넘치게 해본다.
옷 속이고 어디고에서 다 전부 그리 간질이던 향은 나지 않고 이젠 핏비린내랑 향 냄새만 진동을 하여 더욱이 고개를 부비적 거린다.
진즉에 더 잘해줄걸, 제 명을 팔아서라도 조금만 더 늦출 수는 없는 것이었을까.
하물며 이 세상이 아무리 그렇다는 것이어도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오는지. 왜 이런것인지 이제 사회 초년생이 된 수연은 알 길이 없었다.
그래도 그것이 두 사람이나 잃음으로써 알 수 있는 것이였다면, 쓰디 쓴 것이라.
알 수도 없고, 어쩔 수도 없음이라.
수연은 그래도 다시 몸을 털어내고 굳게 발을 옴겨낸다.
뒤에서 또 다시 한숨을 찌어낸다.
언제까지 저럴 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에 털어낼 것이라 저 사람을 믿고,
여기저기 그을리고 터져버린 몸을 끌고 절뚝대는 이 여자는 또 수연의 뒤를 따라 졸졸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