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먼지 13 - 만개하다.
순식간에 닥친 상황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태형은 그에게 벗어나려 그의 어깨를 미친 듯이 밀고 때렸지만
그의 단단한 어깨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밀어내도 티끌도 움직이지 않는 그의 몸에 태형은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그의 밑 입술을 세게 물었다.
"시발"
그가 욕지거리를 뱉으며 입술을 떼어내자 그를 벗어난 태형은 돌발 행동에 턱 막혔던 숨을 토해냈다.
"아윽-"
그 순간 그가 태형의 뒤통수 머리카락을 억세게 움켜쥐고 소파에서 태형을 일으켰다.
옆에 있던 목발 두 개가 큰소리를 내며 대리석 바닥에 부딪혔다.
태형은 머리가 모조리 뽑힐 것 같은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발을 딛자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가 바닥과 맞닿아 붕대 속에서 서서히 아려왔다.
“하아…흐읍….”
일어남과 동시에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태형의 눈에 피가 몰린 그의 밑 입술이 보였다.
그가 혀로 그 상처를 살짝 핥았다.
“걸레가 몸을 사리니까”
그가 뻐근한 목을 풀듯 나른하게 눈을 감고 고개를 천천히 이리저리 저었다.
하지만 그 악력은 여전했다.
그가 수치스러운 말을 뱉으며 태형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또 한 번 시선이 얽혔다.
두려움에 요동치는 태형의 눈 속 에 잔뜩 날이 선 그의 눈빛이 담겼다.
그의 광기 어린 눈은 태형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매서움에 태형의 몸이 또 요동치기 시작했고 울음소리가 떨려왔다.
"기분이 개 같네."
태형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의 위협적인 행동 한 번이면 그의 손 안에 갇혀 일말의 반항도 못하고 비참하게 울 수밖에 없는 미약한 존재였다.
퍽-
그가 태형의 여린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폭력이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태형의 마른 몸이 바닥에 나뒹굴어 지고 머리가 크게 진동함과 동시에 눈앞이 하얘졌다.
그의 격렬한 입맞춤에 터졌던 입술이 또 다시 크게 터졌다.
턱이 나가떨어진 것만 같았다.
태형이 바들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세게 흔들린 머리 탓에 온몸이 균형을 잃어 그 행동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바닥에서 발버둥 치는 그 안쓰러운 모습에도 그의 입은 여유롭게 비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던 태형의 등을 발뒤꿈치로 세게 내리 찍었다.
“컥-”
"있잖아."
이마가 세게 바닥에 부딪히고 거즈를 붙인 이마에서 스멀스멀 피가 새나왔다.
함께 속에서 역한 피가 올라왔고 그 비린내 나는 피는 거친 기침과 함께 바닥에 뿌려졌다.
깨끗하던 바닥이 처참하게 피와 핏덩어리로 물들여졌다.
"기어오르는 새끼들은…"
"아-윽!!"
그가 내리 찍은 발로 태형의 등을 잔인하게 서서히 밟아 눌렀다.
천천히 등을 관통하는 고통에 피 범벅이었던 태형의 입술에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튀어 나왔다.
"기어오른 만큼"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온몸이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순식간에 닥친 폭력에, 엄청난 충격에 짓눌린 태형은 죽기 직전 발악하는 사람 마냥 힘없이 몸부림쳤다.
"떨어지는 충격도 크다는 걸"
그가 발을 등에서 떼어내고 또 한 번 옆구리를 걷어찼다.
막심한 힘으로 폭력을 가하는 그의 얼굴은 한없이 여유로웠다.
한 번 더 가해진 고통에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태형은 바들바들 떨며 피를 토해냈다.
그의 바지에 태형이 토해낸 피가 물들었다.
"꼭 이렇게 알려 줘야 알아."
쏟아지는 폭력에 속이 모조리 헤진 것 같은 쓰라림이 태형을 찾아와 목을 졸랐다.
숨을 쉬려 했지만 목에서 자꾸만 숨이 턱턱 막혔다.
초점이 흐려지고 흐린 초점이 겨우 담아낸 바닥은 벽처럼 서있다 이내 사납게 빙빙 돌았다.
"하……하윽………."
그는 미세하고 불규칙 적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태형의 등을 시작으로 온 몸을 적나라한 시선으로 훑었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태형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이 머리에 닿자 태형의 숨이 파르르 떨렸다.
거친 폭력을 내쏟던 손이 그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몸에 손 하나 안대고 멀쩡하니까.”
“….”
“잠시 뭘 잊은 모양인데.”
“…흐으.”
"유감스럽게도 난 너랑 말장난 하려 만난 게 아니고"
머리를 쓰다듬던 그의 손이 멈췄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알싸한 알코올 향이 진해지자 흐릿했던 초점이 애석하게 그의 얼굴을 담아냈다.
반사적으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
“네 처음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만났거든.”
뒤통수에 머물러 있던 그의 큰 손이 목과 등을 타고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그 짙은 촉감에 태형은 눈을 질끈 감았고 얇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의 농락하는 손길이 하체를 향해 타고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수치스러움이 더 해졌다.
“병신 새끼”
태형을 쓰다듬던 그가 큰 한숨과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이내 뭍에 쓸려 나온 죽은 물고기처럼 힘없이 누워 호흡을 겨우 내 뱉고 있던 태형의 머리위로 수표 여러 장이 쏟아졌다.
“네가 개새끼 마냥 기는 돈을 줘야지.”
“….”
"그래야 짖지 않고 닥치고 있지"
“….”
그가 발로 태형의 머리를 툭툭 찼다.
힘없는 머리통이 흔들거렸다.
"이렇게 질질 끌면서 네 타이틀 유지 하는 거도 꽤 재밌네. "
“….”
"언제 너를 헤칠까 서서히 네 목을 조르는 일 "
“….”
"재밌어"
그 수치스러운 말을 태형의 머릿속에 세게 각인 시키고 나서야 그는 룸을 나섰다.
얼굴 앞에 떨어진 수표에서 진한 향기가 올라왔다.
그 짙고 더러운 향기에 태형은 눈을 감았다.
어느새 태형과 정국의 연은 가벼웠던 처음 보다 더 역하고 더럽게 엮여 있었다.
묶인 연의 실을 풀려 하자 그는 그 실에 지저분하게 엉겨 붙어 풀 수도 없는 엉킨 실로 만들어버렸다.
더럽게 변질된 그 실을 아예 잘라 버리려 하자 더 세게 엉겨 붙는 그의 방법은 끝도 없이 잔혹했고 비참했다.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그 시간을 잡아끌다 어느새 황무지였던 그들의 마음속에 무언가가 자라났다.
그것이 작은 감정이던 격한 감정이던 서로의 마음에 서로가 각인 되어 자라고 있었다.
한사람은 비참함과 미칠 것 같은 두려움으로
한사람은 증오와
그리움에 더럽혀진 지독한 탐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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