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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화 전체글ll조회 1819l 1

 

 

 

 

인생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지만, 모든 것은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아가려 하고

-밤열한시 中

 

 

 

백일몽(白日夢)

 

 

 

시끄러운 클럽의 음악소리가 길거리로 새어 나왔다. 담배를 대충 입에 끼워 물고 걸음을 옮기던 한솔이 울리는 전화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아, 다 왔다니까. 전활 받으며 투덜대는 한솔에게 얼른 들어오라 말한 민규가 전화를 끊었고 아직 긴 담배를 바닥에 던져 발로 지져 끈 한솔이 약속 장소 안으로 들어섰다. 쿵쿵거리는 음악소리 시끄러운 여자와 남자들의 웃음소리. 그 속에서 이리저리 민규를 찾던 한솔이 파란 머리를 발견하곤 그곳으로 걸어갔다. 어이, 김민규. 어 최한솔이다!! 민규의 옆 한솔과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있던 석민이 소리치자 한솔이 피식 웃으며 이석민 오랜만이라는 말을 날렸고 그제야 술을 마시던 아이들이 하나둘 시선을 돌려 한솔을 맞이했다. 친했던 아이든 안 친했던 아이든,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라는 말로 시작한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대충 답을 해준 한솔이 곧 제 자리에 앉았다. 석민이 피식 웃으며 술잔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얼마 만이냐 이게"

"한, 4년 만인가"

"오래도 됐다 그치"

"미안해, 그동안 너무 바빴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말해오는 한솔의 모습에 잘났다 하며 석민이 술을 따랐고 고마워하고 술잔을 들어 그대로 입으로 털어 넣는 한솔이였다. 흥미가 없다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어느 동창회가 그렇듯 여기저기서 고등학교 때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이미 지나간 게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보던 한솔은 그저 근처에 앉아있는 몇 명의 아이들과만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새 얼굴이 살짝 붉어져있는 민규를 툭 치며 물었다. 너 여기 오는 거 애인이 뭐라 안 하냐? 민규가 한솔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고갤 끄덕였다. 어차피, 우리 애인님은 바빠서. 잘 만나지도 못한다. 아아. 작은 소리를 뱉으며 다시금 시선을 돌려 춤을 추는 여자들을 바라보던 한솔이 곧 흥미가 떨어진 눈으로 술잔만 만지작거렸다. 찰랑이던 술이 손끝에 떨어져도 그저 멍하니 술잔을 바라보다 한숨을 푹 쉬었다. 피곤하다. 중얼거리며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는 한솔에게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진짜 최한솔이네"

"....?"

"오랜만이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한솔의 앞으로 걸어온 남자 하나가 한솔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자신을 아는 듯한 남자의 말에 영문도 모르고 고갤 갸웃한 한솔이 누구였더라. 하고 묻자 크게 웃음을 터뜨린 남자는 말을 이었다. 나, 김윤호잖아. 기억 안 나? 윤호, 김윤호. 이름을 곱씹으며 가만히 생각하던 한솔이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오랜만이네. 부승관 친구였던가. 아마도 그랬던 거 같다. 한때, 내가 싫어했던 사람.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은 한솔이 곧 앞에 앉는 윤호의 술잔에 술을 따르자 곧 한 입에 들이킨 윤호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때 네가 나 존나 싫어한 거 아냐? 윤호의 질문에 한솔이 어색한 미소를 띠었다. 내가 그랬었나. 대충 답을 하며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는 한솔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린 윤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 눈에서 레이저 나올 만큼 나 노려보고 다녔을걸"

"그랬다면 뭐, 미안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미안할 거까지는 없고"

 

 

별로 엮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한솔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한솔의 손목을 잡아 다시 앉힌 윤호가 말을 이었다. 이렇게 가면 섭섭하지 할 말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너랑 할 말 없는데. 한솔의 말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싹수는 똑같다며 중얼거린 윤호가 술을 연거푸 들이 마셨다. 지끈 거리는 머리를 애써 꾹꾹 누른 한솔이 작게 한숨을 쉴 때 즈음 윤호가 입을 열었다. 부승관이랑은 연락해? 승관의 이름이 나오자 한솔이 저도 모르게 살짝 표정을 굳혔다. 옛날 얘기하지 말자. 조금은 낮아진 목소리에 민규가 되려 당황해 윤호를 말리고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슬쩍 본 한솔이 가야겠다 하며 민규를 툭툭 쳤다. 아 조금만, 더 있다가 가. 민규의 말에 고민하던 한솔이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술잔을 채웠고 윤호의 자리를 옮기고 한솔의 옆에 붙어 앉은 민규가 웃으며 한솔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오늘은 마시고 죽자. 그래, 마시고 죽자 그냥.

 

 

 

 

 

분위기는 계속해서 무르익었다. 술이 한 잔씩 들어갈수록 입에서 나오는 언어들은 거칠어졌고 말들 또한 수위가 높아졌다. 이제 정말 가야겠다 생각한 한솔이 눈을 감았다 뜨고 자리에서 일어날 즈음 들려오는 윤호의 목소리에 행동을 멈췄다. 너네 부승관 기억나냐? 윤호의 말에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아니 그 테이블에 앉아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윤호에게로 쏠렸다. 웃음을 지으며 기억나지 하는 아이들도 걔가 누구였지 하는 아이들도 섞여있었고 얼른 말해보라고 재촉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걔 학기 중에 유학 간 거 있잖냐 그거 유학 아니다? 반쯤 풀린 눈동자와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무엇보다 정확하게 한솔의 귓가로 들어왔다. 유학 간 게 아니면 뭔데? 다른 아이의 질문에 피식피식 웃은 윤호가 내가 다 얘기해줄 게라며 말을 이었다.

 

 

"그거 걔 병신 돼서 자퇴한 거야"

"...."

"우리가 걔 따먹었거든"

"...뭐?"

"아다인지 몰라도 존나 조이더라, 와 애가 밑에서 으응 하지마 하고 우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순간 한솔의 몸이 휘청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자기들끼리 꺄르르 웃으며 윤호의 말을 경청하는 아이들을 보던 한솔이 어이없다는 웃음을 터뜨렸다. 저게 웃겨..? 한솔의 말에 민규가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 윤호의 입안으로 오징어를 쑤셔 넣었고 다른 아이들도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서 하나 둘 도망가기 바빴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주먹을 쥐어 참아낸 한솔이 곧 테이블 위로 엎어지는 윤호를 보다 뒤를 돌아 가게를 빠져나왔다. 쌀쌀한 밤공기가 머리를 헝클임에 입술을 꽉 깨문 한솔이 숨을 뱉었다. 뒤이어 민규가 따라나와 한솔을 잡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야, 화났어? 어? 민규의 말에 민규를 돌아보고 픽 웃음을 터뜨린 한솔이 말했다. 내가 왜, 화가 나. 목소리는 이미 깔릴 대로 깔려놓고 무슨. 속으로 열심히 중얼대던 민규가 한숨을 푹 쉬었다. 아까 걔가 한말 뭐야. 한솔의 질문에 민규가 좆됐네 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다 답했다.

 

 

"말 그대로야"

"...."

"부승관, 유학 간 거 아니야"

"...."

"너랑 헤어지고 나서, 저 새끼랑 선배들 그리고 우리 밑에 있던 애들도"

"...."

"..부승관 따먹었단다, 미친새끼들이"

"....씨발"

"학교 측에선 어떻게 해서든 그 일을 막으려 했고 부승관은 그 충격 때문에, 지금"

"...."

"정신 병원에 있어, 네가 알고 있는 프랑스가 아니라, 정신병원에"

 

 

민규의 마지막 말에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다. 멍한 머릿속으로 아까 윤호가 한 말과 민규의 말이 오버랩 되어서 울렸다. 따먹어서 병원에. 병원에.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인 한솔이 주춤했다. 자신은 그저 저와 헤어지자마자 나오지 않던 승관이 유학 갔다는 말에 참 빠른 아이라고, 자기랑 헤어지길 기다렸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복잡한 듯한 한솔의 표정에 민규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네가 끝까지 모르길 바랐는데, 결국은 알게 되네. 하늘의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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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백일몽을 오랜만에 다시 정비해서 들고왔어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늘 글 읽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내님들! 이제 새로운 작품으로 달려봅시다! 하하하하 너무 늦게와서 죄송해요 ♡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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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 저런 나쁜 놈들ㅠㅡㅠ 왜 우리 승관이를 괴롭혀!!!! 제가 다 때려주고 싶네요 우리 한솔이 맴 찢어지겠어요ㅠㅠㅠ 좋은 글 잘 보고 가요~♥
8년 전
설연화
그러게요 왜 승관이를 괴롭혔을까요 나쁜 사람들. 봐주셔서 감사해요 :) 사랑합니다
8년 전
독자2
작가님 ㅠㅠㅠㅠㅠㅠ저이작품진짜기다렸어요ㅠㅠㅠ사랑해요작가님ㅠㅠㅠ감동
8년 전
설연화
기다려주셨다니 저 감동받아도 될까요? 제가 더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세상에.. 작가님 승관아 왔어요! 백일몽ㅠㅠ 백일몽 일단 제목부터 분위기 있어요..ㅠ 다른 커플링도 아니고 솔부라뇨.. 저번부터 자꾸 이러시면 정말 사랑합니다. 승관이가 ㄸ..따먹혔다니ㅠㅠ 얼마나 아팠을까요..ㅠㅠ 소중한 울 승관인데.. 김윤호 이 나쁜아이가 허엉 우리 승관이를 감히 어딜.. 맴찢이에요.. 한솔이와 승관이가 어떻게 이별을 했고 또 어쩌다가 이 상황까지 왔는지는 차근차근 작가님이 써 주시겠죠? 이번 글도 완전 짱이에요.. 역시 작가님의 글은 믿고 보는 글 인거같아요! 완전 짱ㅎ 아아 벌써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요ㅠ.. 이번에도 열심히 수고해주시고 항상 제가 응원합니다>_< 아셨죠~? 요즘 날씨가 쌀쌀해요! 밤에는 춥구..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또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랄께요~ 수고하셨어요 오늘도♥
8년 전
설연화
승관아님 안녕해요? 어쩌다 보니 제목을 정하다 백일몽으로 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제가 원래 제목짓는거에 잼병이라서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윤호가 왜 그랬고 한솔이와 승관이는 어쩌다 그랬는지 앞으로 차근차근 같이 알아가는걸로 해요! 믿고보다뇨 그런 칭찬 감동입니다 사랑해요 내님 일교차가 크더라구요 내님도 감기 조심하시구요 사랑합니다 감사해요 :)
8년 전
독자4
하리보
아 진짜 윤호는 정말 인중을 때리고싶네요!주둥이
를 어떻게 해버리든갛ㅎㅎㅎ헝 정말 작가님 진짜
글 잘쓰세요ㅠㅠㅠㅠ왜 이런 금손을 모르는건지
다른 사람이들이 안타까울정도로ㅠㅠㅠㅠ작가님
이랑 소통할 길이 이 댓글밖에 없다는게 너무 아쉽
고ㅠㅠ제가 많이 아껴요♡.~날씨가 쨍쨍한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춥더라구요!옷 따시게 입고 다니세요 독감조심!예방주사 꼭 맞고 사랑해요♡♡

8년 전
설연화
하리보님 안녕해요? 윤호는 입을 막아버려야하죠 저 입이 방정이죠 네 하하 아니에요 제가 잘쓰다뇨ㅠㅠ 잘쓰시는 분들이 워낙 많으신걸요 이렇게라도 소통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댓글하나하나에 응원받아서 글써요 항상 사랑합니다 내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
8년 전
독자5
ㅡ와...나쁜사람.....이제한솔이가 승관이 만나러가서낫게해줘야져ㅠㅠㅠㅠㅠ잘읽고갑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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