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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대학 후배 전정국 X 시각장애 너탄 번외
부제
정국이를 돌려줘요.
쪽쪽쪽 아침부터 제 얼굴로 쏟아지는 무수한 뽀뽀세례에 고개를 저으면서 정국의 어깨를 밀어내면, 정국이 서운하다는듯 탄소의 어깨에 얼굴을 비벼온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연애를 하는 듯 한 느낌에, 기분이 묘해져 김탄소가 실없이 웃는다.
"누나아.. 나 시간표 망해서 쫌이따 나가야해.."
정국이 칭얼거리며 이불 안으로 끙끙거리며 파고든다, 그 소리가 어릴때 잠깐 맡아 키워주던 강아지 새끼의 울음소리 같아서, 탄소는 정국의 얼굴을 더듬다 제 품에 꼬옥 안았다.
달달한 꽃냄새, 진짜 전정국이 내 남자친구가 맞는걸까, 그렇게 꼬옥 끌어안은 정국의 냄새를 킁킁 거리며 맡다가 혼자 큭큭 웃는다.
"또그런다, 나 누나꺼 맞다니까. 너도 내꺼고."
정국이 괜히 바르작바르작 품에서 벗어나 고나리를 한다, 큰손으로 김탄소의 작고 말랑한 코를 한번 주욱 땡기다. 김탄소가 표정을 찡그리니까 또 그 말랑한 코에 입술을 부빈다.
"나 나가볼게요, 쪽 누나 어디 가지말고 쪽 여기서 기다려요! 응? 쪽 나 학교 갔다가 바로 요기로 올꺼니까, 응? 으응?"
마지막으로 쪽쪽쪽 아주그냥 뽀뽀 못해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전공수업을 들으러 가기전 인사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뽀뽀를 해대는걸 잊지 않는 정국이었다.
멀어지는 정국의 소리에 허공에 대고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는데, 또 신발을 신다말고 엉뚱한 허공에 인사를 해대는 김탄소가 귀엽기도 하고, 마음에 안들기도 하고 해서 다시 뚜벅 뚜벅 걸어오는 전정국이었다.
"누나, 나 나가는 쪽은 이쪽! 쪽!" 아.. 진짜 전정국! 정국이 말장난을 하면서 괜히 뽀뽀를 한번 더 하고, 손을 흔드는 위치를 정정해줬다, 그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는지 신발을 마저 신고는 밖으로 나서면서, 찰칵 티나게 사진을 찍었다.
"야!!!"
유난히 사진 찍히는걸 싫어하는 김탄소 라는걸 알면서도, 개버릇은 남 못준다고. 전정국의 앨범엔 어느새 입가에 짜장면을 다 묻히고 먹는 김탄소, 솜사탕 먹다가 정국이 놀려 눈물자국에 솜사탕이 붙어 버린 김탄소, 저와 커플티를 입고 먹여주는 아이스크림을 예쁘게 받아먹는 김탄소, 집에 들어가는 정국에게(사실은 엉뚱한 곳에) 인사를 해대는 김탄소 의 사진으로 넘쳐났다.
그리고 전공 수업을 앞두고 열심히 뛰쳐나가는 전정국의 휴대폰 배경화면엔, 김탄소의 연화대 졸업식에 장미꽃다발을 부끄럽다는 듯 들고 서있는 김탄소가 있다.
그래 김탄소 니꺼다 정국아, 그러니까 진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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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굳이 제 집에서 자고간다는 전정국의 어거지를 꺾기엔 너무 나약했다, 좋아하니까 함께 있고싶고 안고싶고 한게 당연한거니까, 그래도 여전히 좁은 장소에 둘만 있는건 너무 부끄러웠다.
사귄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정국은 키스 이외엔 진도를 나가지 않았다. 탄소도 그 이상을 바란다면 사실, 좀 무서웠다. 그런 탄소를 잘 알기에 정국은 시도 조차 하지 않는다.
어제도 잠들기 전까지 지칠때까지 뽀뽀를 해대다 잠든 꼴을 보니 할말 다 했지, 이불 사이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정국의 꽃향기에 나른해져, 다시 꿈벅꿈벅 잠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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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 하니까 생각이 난건데, 정국과 탄소의 첫 데이트 현장을 요약해 보자면, 그야말로 똥망이었다. 그러니까 마악 둘이 사귈 시점이었으므로 약 1년 전쯤 되시겠다.
그래 뭐가 문제였냐고? 그건 쓸떼 없이 신나서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향의 향수를 -칙 -칙 진짜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두번 뿌린 전정국에게 전적으로 문제가 있었지.
떨리는 마음으로 지하철 역 앞에 지팡이를 쥐고 서 있는 김탄소를 마주 했는데,
"누나, 나왔어요."
김탄소가 킁킁 하고 냄새를 맡더니, 알수없는 표정을 지었다.
"정국이야,,,?"
낯설다는 눈빛과 안절부절 못하는 몸짓이 딱 봐도 뭔가가 잘못되어 간다는걸 느꼈다,
"누나...?"
정국이 손을 뻗어 탄소의 팔목을 쥐려는데 화들짝 놀란 김탄소가 몸을 뒤로 확 빼버렸다.
"정국이 아니야..."
야무진 두 손엔 지팡이가 애처롭게 꽈악 들려 있었고,
아니, 내가 전정국인데 정국이가 아닌것 같다 하며는....아, 향수! 정국은 제 크나 큰 실수를 이제서야 깨닫고는 울고 싶어졌다. 유난히 향수를 뿌리지 않은 제 온전한 향기로 저를 알아보던 탄소인데 갑자기 맡아지는 낯선 향기때문에 당혹감을 느꼈을 만도,
정국은 어쩔 줄 몰라하는 탄소의 손을 이끌고, 말없이 자신의 자취방으로 데려왔다.
"여기서 10분만 기다려요, 그러면 전정국 짠! 하고 데려올게."
그리곤 욕실로 들어가 미친듯 몸을 씻었다, 에라이 모지리 전정국아. 왜 그렇게 니 생각만 하냐, 머리를 감으면서도 제 자신에게 화가 나서 샴푸질 한 머리카락을 쥐어 뜯길 몇차례,
말끔히 씻고 나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정국이 머리를 털며 밖으로 나왔다.
"누나, 정국이 왔다."
고개를 숙인채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던 김탄소의 양 볼에 손바닥을 대 얼굴을 들어올리자, 눈가와 코가 벌게진채 눈물 범벅이 된 김탄소가 보였다.
"왜... 왜 울어요.."
정국은 영문을 몰라 따라 울고싶어졌다, 아니, 쪽팔린 일이었지만 그 서러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제 입술도 시옷(ㅅ) 자를 그리며 움찔움찔 대더니 결국엔 눈물이 삐져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부여잡고 울고나니까, 김탄소가 정국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면서 웅얼웅얼 이야기한다.
"정국이한테 다른냄새가 나면, 나는 슬플것 같아.. 아까는 주정뱅이 냄새가 났어,"
정국이 처음으로 내뱉은 김탄소의 솔직한 말들에 풉 웃으면서 생각한다, 후각이 예민한 김탄소인데 그래 내 코엔 멋있는 수컷의 향기라지만 향수의 성분이 알코올이니 주정뱅이의 냄새가 났다는 것도 이해가 갔다.
"미안해.."
정국이 커다란 손으로 탄소의 작은 등을 두드리자, 자세를 편히 고치더니 그대로 정국의 품에 안겨들었다, 정국이 그런 탄소의 엉덩이를 받쳐 일어나 등을 몇번 두드려 주니까,
색색- 눈코입이 붉어진 채로 잠든 김탄소가 제 품에 안겨있었다, 이대로 안고 재워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불편할까 싶어 제 침대 위에 눕혀줬다.
어렵게 시간을 맞춰 세운 첫 데이트 계획이 이렇게 무산되었다. 정국은 쓰게 웃었지만. 이렇게 가만히 잠든 김탄소의 얼굴을 보는게 또다른 행복 아닐까 하고 웃는다.
자는 동안에도 제가 조금이라도 멀어질라 치면 칭얼거리며 제 품에 파고 들어오는 탄소의 모습에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정리 해 줬다.
무슨꿈을 그렇게 무섭게 꿔대는지, 자면서도 계속 "정국이를 돌려주세요... 흐엉엉" 하고 울어제끼는 탓에
귓가에 계속 "정국이 여깄는데," 소심하게 속삭이는 정국이었다.
다음날 향수는 그대로 쓰레기 통에 쳐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