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찾아오고 탄소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한국에선 지민의 생일이겠네요. 여긴 아직이지만요. 그래도 한국 시간에 맞추어 자정이 되는 동시에 축하를 해주고 싶었던 탄소. 생일축하 글을 올리고 나면 토크쇼 스케줄을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음, 뭐가 좋을까. 들뜬 마음으로 설레하던 탄소는 축하멘트를 쓰러 트위터에 들어갔다가 석진에게 걸려온 전화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되는데요.
탄소: 김-하! (김석진 하이라는 뜻)
석진: 어, 뭐?
탄소: 아침부터 어쩐 일이야?
석진: 아니 방금 뭐라고,
탄소: 나 보고 싶었구나 (상큼)
석진: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탄소: 응 그래 나도 알아, 내가 너~어무 사랑스러워서 마음이 벅차오르고 그런 거 알지 알지
실제로는 얼굴을 마주한 것도 아닌데 부랴부랴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내리기 바쁘면서 말은 천연덕스럽게 잘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석진만 어이없어할 뿐이죠.
너도 알지, 지금 진짜 뻔뻔해서 반박할 말도 떠올리지 못하는 중인 거.
탄소: 네가 자꾸 솔직하지 못하니까 나라도 솔직하게 나와야지
석진: 내가 언제 뭘 솔직하지 못했다고!
탄소: 둘만 있을 땐 좀 사랑한단 말로 인사해달란 말야
친구들 앞에서도 숨겼던 연애에 이별까지, 팀에서는 애들 눈치 본다고 제때 표현 안해주잖아.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서운해. 아침부터 너한테 사랑한단 말 들으면서 웃고 싶어. 남들이 몰라도 너랑 나는 진짜 서로 좋아서 안달난 그런 관계 하고 싶어. 굳이 연인이란 말로 확인하지 않아도,
탄소: 너한테 사랑 받는 기분 느끼게 해줘
석진: ... ...
탄소: 아직도 나 좋아하고 있다고, 여전히 좋아한다고
석진은 탄소에게 한참 뜸을 들이다 대답합니다. 윤기였나, 남준이였나. 다른 애한테 말했던 것 같애. 근데 너한테 말했어야 되나봐.
내가 너 좋아하는 티 한 번 내기 시작하면 아무도 감당 못해. 제대로 표현 시작하면 너 도망갈지도 몰라. 주변에서도 그만하라 얼굴 찡그릴 거야. 너처럼 종 잡을 수 없이, 익숙해질 틈도 없이 새로운 모습을 계속 드러내는 매력적인 애가 날 좋아해준다는 것에 대해 기뻐하는 티를 너무 내서. 모두가 꿈꾸던 이상형인 너를 안을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나라서, 우정 말고 사랑으로.
석진: 아무리 멋들어진 고백을 하고, 귀한 것들을 내와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애가 나 하나에 깜빡 넘어오는 거에 질투나서 사람들 욕할까봐 참는거야
탄소: 욕하는 사람은 내가 고소할게, 민윤기도 그러잖아 혹 배가 아프다면 고소해~
석진: (와장창)
전날 새벽에 이어 뭉클했던 감정이 산산조각 나버린 석진이에요. 정말 종 잡을 수 없는 탄소죠. 이렇게 사람 기분 오르락내리락 만드는 부분 때문에 좋아하는 것도 있어서,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탄소: 디쥬씨마백~
석진: (마른 세수) 너 공장은 왜 산 거야?
탄소: 공장? 공... 아, 공장!
석진: 지민이 생일축하 한 번에 너무 요란 떠는 건...
탄소: 앞으로 쭉 쓸 건데 뭐 어때 ㅎㅎㅎ
석진: 쭉 쓴다고? (황당)
탄소: 근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대충 상황 설명을 들은 탄소는 십분만 기다리라며 전화를 끊고 세수부터 합니다. 옷을 갈아입고 석진의 방 앞으로 뛰쳐가네요.
석진: 물 마실래?
탄소: 허어어억, 아니 기사가 났단 말이야?!
차가운 냉수 한 잔에 놀란 마음을 달랜 탄소는 석진의 질문에 차례대로 답변을 진행합니다.
처음 의도는 장기간 해외투어로 인해 한국에 있는 팬들이 느낄 허전함을 달래주고자 어떤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거였고, 그게 어느 지방의 버려진 폐공장단지를 사들여 지민의 생일을 시작으로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 각 멤버들의 사진을 잔뜩 전시하고 여러 체험거리로 가득 꾸며 공개하는 걸로 정해졌다네요. 물론 혼자만의 결정입니다.
석진: 회사엔 말하고 한 거야?
탄소: 너도 회사 말 안 듣고 회사도 내 말 안 들어주는데 내가 왜...?
석진: (환장파티)
탄소: 내가 이걸로 돈을 번다고 했어, 뭘 어쨌어... 그냥 소소하게 내 갤러리를 공유하는 것뿐인걸? 이거 가지고 뭐라하면 진짜 아니다
모든 취미 생활을 이해받아도 유독 연예인을, 그중에서도 아이돌을 좋아한다 하면 무시 당하기 쉬운 팬들의 사정을 모르지 않기에 마음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곳을 내어주고 싶었다고 하네요. 팬들끼리 모여 나눔하고 싶으면 남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하고, 같이 어울리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게, 조용하게 좋아하는 사람 얼굴 실컷 보며 시간 보내고 싶으면 원없이 그럴 수 있도록.
탄소: 진짜 생일선물은 따로 있어
석진: 애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무서워
탄소: 아닌데, 되게 좋아할 텐데
석진의 옆에서 드디어 트위터로 올리는 생일축하 메시지.
지민: 아, 뭐야 누나 완전 멋있어...
사막화가 진행되는 땅에 1,013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아동후원단체에는 1억 130만원을 기부.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몇 마리의 동물을 지민의 이름으로 입양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낸 것까지.
자정에 축하하는 타이밍은 맞추지 못했지만 함께 올린 사진들은 그 모든 것의 증명서와 활짝 웃고 있는 지민이었습니다. 이렇게 한 걸음, 햇살처럼 웃는 너를 닮은 세상이 되었을까? 별다른 코멘트 없이도 감동적이죠.
탄소: 왜 우리 애가 아픈 거야
윤기: 지민이가 어쩌다 누나 애로 된 건데
탄소: 담이랑 담 쌓고 살자는 무슨
윤기: 뭐
탄소: (못마땅)
감동도 잠시, 토크쇼 스케줄에 심하게 걸린 담으로 인해 불참하게 된 지민을 서러운 표정 지으며 바라봅니다.
탄소: 애들이 하나 둘씩 아프기 시작하는 걸 보니 조만간 빅히트랑 삿대질하며 싸울 삘이 온다
석진: 아서라, 괜히 일만 키울라
탄소: 너도 감기 걸렸고 전정국도 발 다치고 박지민도 담 걸리고! 딴 애들도 골골대고!
석진: 그러는 넌
탄소: 나한테 무심한 건 몰라도 너네한테 신경 안 써주는 건 못 참아
석진: ... ...
탄소: 왜 그런 눈으로 봐?
그냥, 너 속상해서.
석진은 말을 삼키고 탄소의 머리만 쓰다듬었습니다. 우리 탄소, 왜 이렇게 일찍부터 컸을까.
탄소: ...미안해 나도 내가 백육십팔에선 멈출 줄 알았어...
석진: 아니 그 의미가 아닌데...
탄소: 그치만 중학생때 이미 그 키였던 걸 어떡해 (속상)
정국: 왜 우리 누나 기를 죽이고 그래여!
탄소: (서럽)
스케줄이 끝나고 지민에게 달려와 차마 안아주진 못하고 살포시 등을 토닥여준 탄소는 그대로 남준과 호석에게 호출되는데요.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는 탄소와 황당한 눈으로 형들을 보는 지민의 조합이 꽤 재밌습니다.
지민: 누나랑 좀 있겠다는데...!
호석: 지금 엄청 중요한 빅뉴스가 있어서 그래
탄소: 빅뉴스가 있어봐야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남준: (굳은 결심)
동생들이 누나를 데려가 하는 이야기는 주어를 빼놓고 관객석에서 어떤 얼굴이 보여도 당황하지 말고 무대에서 흔들리지 말 것. 탄소의 어처구니가 가출합니다. 내가 아마추어같이 그럴 것 같아? 진짜 새삼스러운 당부를 하고 앉았어.
네, 그래서 다음날 진행된 암스테르담 공연이요. 이 날은 현지에서 지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꽃과 노란 옷으로 코드를 맞추어 단장하자며 이벤트를 벌인 날이죠. 대기실에서 공연장 밖의 줄을 서고 있는 팬들의 사진을 본 탄소는 옳다구나, 무릎을 탁 치며 전하지 못한 진심 무대에서 노란 꽃 한 송이를 들고 올라오는데요. 때마침 그날따라 지민이 무대에서 고음으로 애드립 처리를 하네요.
지민: 홀로 남겨진 이 모래성에서 부서진 가면을 바라보면서
탄소: (바라본다)
지민: ?
참고로 전못진 무대에서 보컬라인 다섯 중 센터에 서는 건 정국이고 오른쪽엔 태형, 그 옆에 석진이 섭니다. 반대로 왼쪽엔 지민의 옆에 탄소가 서죠. 나이순대로 정렬하는데, 딱 지민의 파트 다음에 반주가 뚠뚠뚜하고 나오거든요. 무의식적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탄소쪽 방향을 향해 몸을 틀고 음을 높이는 지민에게 반주가 나오는 동안 눈을 맞춘 탄소는 숨기고 있던 노란 꽃 한 송이를 꺼내어 지민의 귀 뒤로 꽂아주네요.
탄소: and i still want you
지민: ... ...
정말 장난 아니다. 너무 만만세. 그리고 이 장면은 즐겁게 관람하던 동창, 서이현이 보지 않을 수가 없고요. 못본 새 많이 변했나 싶어 무척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쨌거나 현지에서의 지민 생일날 이루어진 콘서트도 잘 끝내고 오늘의 방탄 촬영을 위해 촐랑대는 탄소의 신난 기분은 아무도 말리지 못할 텝니다.
호석: (근심)
남준: 어떻게 공연장 밖에서 기다릴 생각을 하지...?
호석: 몰라...
탄소: 박지민이 생일 축하합니다 꺄아아앙ㅇ아
태형: 너무 신났다
윤기: 냅둬라 저러다 자빠져도 본인 잘못이지
석진: 넌 누나한테 (찌릿)
오방 촬영이 끝나면 차마 누나의 동창을 박대할 엄두는 나지 않는 호석이 이현을 대기실로 불러들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스태프들과 인사하느라 바쁜 탄소의 앞으로 백발에 옅은 보랏빛이 도는 머리카락에 새카만 롱코트를 입은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길을 막아서네요. 아이돌보다 더 화려한 탈색모를 자랑하니, 정말 서울에서 태어난 윤기 같네요. 다만 윤기보다 한 살 많고 더 거대할 뿐.
탄소: 오늘 고생 많으ㅅ... ?
이현: 안녕
탄소: 누구세요
이현: ?
태형: 뭐야? 누나 아는 사람이에요?
탄소: 초면인데...
호석: 어, 아니 저, 그 분은,
태형: (경계)
중학교 졸업이 까마득한 옛날인 탄소. 한국도 아닌 먼 나라 땅에서 기억 속의 단정한 흑발도 아닌 동창을 알아볼 리가 없죠. 아무래도 2차 성장기가 시작되던 무렵이라 좀 더 마르고 작았으니까요. 하지만 눈앞에 서있는 이십대 후반의 이현은 뉘신지. 앳된 소년이 건장한 청년으로 돌아오면 누가 안답니까.
태형은 괜한 낯선 남자에게서 탄소를 보호한답시고 누나를 제 뒤로 숨깁니다. 아, 귀여워. 그래봐야 키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말이에요.
이현: 나랑 같이 팔찌도 맞췄던 사이에 다 잊은 거야?
탄소: 제가요?
석진: 저기요 실례지만 누구세요
이현: (팔찌를 보여준다)
탄소: 예?
남준: ?????
호석: 야 저거 사랑과 전쟁이잖아...! (소곤)
윤기: 뭔데?
지민과 정국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지우지 못하고 스태프들은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빨리 퇴근하고 싶거든요.
이현: 진짜 너무한다
탄소: 아니 저한테 왜 이러세요
호석: 누나, 그러니까요,
이현: 김탄소 너 나 좋다고 했었잖아
석진: ?!
탄소: 네???????
진정한 서브는 이렇게 등장하는 법이라고 들었습니다. (지민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