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계획은 짧은시간에 이루어진것 치고는 정말이지 완벽했다. 온전히 자신을 제 곁에만 두려던 세훈이 회사에서의 급작스런 호출로 나갔던 것이 어쩌면 종인이 마지막으로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종인은 세훈 몰래 제 손목을 꽁꽁 죄였던 밧줄을 몰래 풀는 연습도 여러번 했고, 최대한 빠르게 이 저택을 나갈 수 있는 경로들을 생각해 빠져나갈 궁리만을 하고있었다. 종인이 급히 가방에 엄마의 사진, 이 저택에 들고왔었던 소지품들을 챙겼지만 다 허황된 짓이었다. 꾹 잠겨있던 현관문을 따고 세상 밖의 빛을 보기 직전에 세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 허황된 꿈을 이루려한 종인의 발버둥침이 꽤나 경쾌해보이기까지 했었다. 세훈의 등장으로 모든 상황은 그대로 일시정지되었고, 종인이 챙겨두었던 짐을 그만 떨어뜨리고는 허둥거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 미처 잠그지못한 가방안에서 물건들이 튀어나와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세훈이 들어왔다. 그가 신발을 벗고 현관에 들어섰을 때 그의 발에 걸리는 갖가지 물건들을 주시했다. 그리고는 가지런하지 못하게 널린 물건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종인의 어머니의 사진이었다. 흑백사진인것을 보아하니 그녀의 소싯적 사진인 듯 했고, 주름하나 없이 희맑게 웃고있는 그녀 옆에는 그녀의 손을 맞잡고있는 어릴적의 종인이 함께 웃어보이며 서있었다. 세훈이 실소를 내뱉고는 사진을 주욱하고 찢으며 가지런히 메어진 넥타이를 끌렀다.
"종인이가 많이 심심했나보네."
헛소리.
"겁도 없이 숨고 말이야."
닥쳐, 이 짐승새끼야.
"숨바꼭질 시작."
세훈이 꽤나 큼지막히 말했다. 세훈의 음성은 2층 너머 옷장안에 숨어 숨죽이는 종인에게까지 어렴풋이 들려왔다. 세훈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찬찬히 주변을 살폈다. 분명 그는 종인이 1층에는 없을것이라 장담하였다. 세훈이 소리를 내뱉지는 않고 크게 입을 벌리며 웃어보였다. 그러고는 커피포트에 전원을 키고 물이 팔팔 끓어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종인은 이 저택에 발을 내민 순간, 그 순간부터 완전히 세훈에게 잠식되었을지도 몰랐다. 금세 뜨거워지는 커피포트는 짧은 시간 내에 끓어오른다. 하지만 결코 쉽게 식지는 않는다. 세훈의 사랑이 그러했다. 종인을 향한 세훈의 사랑은,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질기고 극렬했다.
세훈이 커피잔에 커피를 따르고는 두어번 마시기를 그만, 마침내 그가 2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계단을 오르는 그의 발걸음이 가볍고 씩씩했다.
"여기없나?"
제발 오지마.
"벌써 집을 나갔나?"
종인이 결국 눈에 물기를 가득 머금고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세훈의 말이 결코 종인의 부재에 아쉬워하는 말투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상황을 그저 즐겁게 바라보다가 종인이 겁에 질려 그에게 항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종인의 생각보다 훨씬 더 극악무도했다.
"침대 밑에 있나?"
세훈이 침대 밑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아마 종인이 어디있는지를 알기때문에 그랬으리라. 세훈이 팔짱을 낀채로 그렇게 계속해서 2층의 게스트룸에서의 숨바꼭질은 계속되고 있었다.
"종인아."
"....흐...."
"지금 나오면 용서해줄게."
아주 조그맣게, 집중을 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종인의 흐느낌이 옷장 속 좁은 틈에서 새어나왔다. 애당초 승부가 나있는 싸움이었다. 종인의 울음을 알아챈 세훈이 옷장을 활짝 열어 웃어보였다.
"잡았다, 종인이."
"...흐으..형아..."
"자꾸 나를 화나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응?"
"형아..세훈형아..잘못했어.."
세훈이 옷장안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는 종인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옷장밖으로 꺼내었다. 세훈이 미소를 유지한 채로 종인의 땀에 젖은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고운 며릿결이 형광등에 반사되 빛이났다. 세훈이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내 뺨을 사정없이 휘갈겼다. 짝짝대는 소리와 함께 신음을 내뱉는 종인의 음성이 여간 고통스럽게 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잘못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흐윽.."
"욕실로 와, 안오면."
"..."
"네 엄마 다신 못봐."
거실바닥에 사등분이 되어 찢겨진 사진속에는 종인의 어머니와 종인이 여전히 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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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떡인데 쓸지말지 고민중이에여,,왜냐고요? 제맘이에요. 제목이 왜 술래가 없는 숨바꼭질이냐면 술래는 숨은 사람이 어딨는지 모르고 찾는 거잖아요. 하지만 세훈이는 알고 있기 때문이죠. 소오름 세훈사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