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규시점 |
남우현이 변했다.
우리 둘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은 벌써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빨리 헤어지기 싫어 매일 밤 나눴던 긴 대화도, 서로 끊지 못해 잠이 들 때까지 했던 통화도, 다 셀 수 없을 만큼 했던 입맞춤도… 가슴 뜨거웠던 사랑도, 이미 모두 지나가버린 일이라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3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나눴던 사랑은 어느 순간 정으로. 또, 책임감으로 변질 되어갔다. 나는 아직도 남우현을 보면 심장이 떨리고 설렜다. 사랑해주고 싶고, 더 아껴주고 싶었다. 어떻게든 감정 없는 남우현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노력을 했지만 세상엔, 나 혼자서 다 할 수 없는 일도 있었다. 지금이, 정말로 남우현과 헤어져야 될 시간인 것 같았다.
나는 아직도 남우현을 사랑하기에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 사람을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먼저… 남우현의 손을 놓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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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골목길을 걷는 성규의 뒤로 낯선 남자의 등이 나타났다. 아직 아무런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성규의 뒤로 손장난만 치던 남자가 헛기침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갑자기 등 뒤로 난 소리에 어깨를 움찔한 성규가 걸음을 조금 빨리했다. 귀여운 성규의 행동에 살짝 웃은 남자의 걸음이 빨라졌다. 조금씩 빨라지는 성규의 걸음에 남자도 서둘러 성규의 뒤를 쫓았다.
등 뒤로 들리던 발걸음 소리가 덩달아 빨라졌다는 걸 눈치 챈 성규가 이제는 거의 달리기 시작했다. 공포감에 뒤도 한 번 돌아보지 못하고 큰 길이 있는 쪽 으로 계속 달렸다. 아직까진 쌀쌀한 날씨에 겹쳐 입은 옷 사이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두운 골목을 지나 큰 길로 나온 성규가 바튼 숨을 고를 새도 없이 횡단보도 건너 보이는 편의점을 향해 다시 달렸다. 편의점 앞, 그제야 몰았던 숨을 내 쉰 성규가 툭, 툭. 어깨 위를 치는 가벼운 손동작에 몸을 굳혔다. 형. 저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아무렇지 않은 듯 뒤를 돈 성규가 낯선 남자와 마주했다.
- …누, 누구세요. - 형, 왜 그렇게 달렸어요? - 누구신데 저한테 이러….
형 쫓아서 달려오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잖아요. 개구지게 표정을 구기며 말하던 남자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더니 성규의 머리위로 손을 올려 머리칼을 매만졌다. 겁을 먹었는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성규를 보던 남자가 머리를 만지던 손을 내렸다.
- 형, 저번 주 금요일. 새벽 2시쯤에 편의점 갔죠. - …뭐? - 거기서 콘돔 샀던데, 어젠 또 누구랑 잤어요? - 너…도대체. - 남우현인가? 걔 힘 좋죠? 걔랑 할 때 마다 형 신음소리 장난 아니… - 너 뭐야!
뭐긴요. 형 스토커.
뒷걸음질 치는 성규의 머리 위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성규의 위로 한참이나 시선을 떼지 못하던 남자가 성규를 안아들었다.
어두운 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 사이로 남자가 흥얼거리는 콧노래만이 공기를 갈랐다. / 파도치듯 밀려드는 엄청난 두통에 감았던 눈을 뜬 성규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에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입을 열지 못하게 물려놓은 재갈을 혀로 밀어내던 성규가 꼼짝도 하지 않는 재갈에 힘을 풀었다. 자꾸만 무겁게 감기는 눈을 고쳐 뜬 성규가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성규가 묶여있는 의자, 작은 침대를 제외하면 별 다른 가구가 없는 좁은 방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 생각하던 성규가 문뜩, 머리를 스치는 남자의 얼굴에 머리가 멍해졌다.
편의점 앞, 마주했던 그 남자가 분명했다. 녹슨 쇠문이 열리는 기분 나쁜 소리에 본능적으로 눈을 다시 감은 성규의 얼굴 위로 아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손이 올려졌다. 차가운 손에 티나지 않게 움찔한 성규의 볼을 만지던 남자가 또 다른 의자를 앞으로 끌고 와 앉았다. - 눈 좀 떠 봐요.
깬 거 다 아니까. 남자의 목소리에 성규의 눈이 천천히 뜨여졌다.
마주한 눈은 건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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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란도입니다.
자주 오고 싶었는데, 요즘 너무 바쁘고 할 일도 많아져서ㅠㅠ
시간이 널널한 주말에 오게됐어요!
여전히 글 쓰는 손은 똥손이고 글은 망글이죠... 거기다 분량도 짧아서 이제는 가져오기도 되게 민망해졌어요ㅠㅠ
읽어주시는 분들 다 너무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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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복받으세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