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Wednesday3
"여긴 어디에요?"
"찻집이요."
쑨양의 위험했던 질주를 몸소 체험하고 도착한 곳은 어느 한 찻집이었다.
멀미로 기력을 빼앗긴 나는 쑨양의 품에 기대어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훑어보았다.
자갈이 깔린 주차장에는 몇 대의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주차장부터 이어진 자갈길은 가게 문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싱그러운 녹빛의 수풀은 가게 뒷편에 우거져 있고 한쪽으로 산책로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저쪽 보이죠? 이 가게 주인이 만들어놓은 산책로에요."
"흐음~"
"주변 숲 사이로 걸어서 산림욕하기에 그만이죠. 그 길을 쭉 가다보면 호수가 보이는데 참 예뻐요."
"와 봤어요?"
"아니요."
"그런데 어떻게 잘 알아요? 여기도 아는 분 추천?"
"그럼요. 아무나 못오는 곳이니까요."
"어째서요?"
"태환은 알았어요? 이런 곳이 있을지? 정보가 없으면 찾아오기 힘든 곳이잖아요."
쑨양의 말에 긍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곳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찾아오기 힘든 곳이었다.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손님 유치를 하려면 가게 주인의 적극적 홍보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개인 차량이 없이는 찾아오기가 힘들어 보였다.
아마 보다 많은 손님을 받기보다 여기를 발견한 손님만을 위한 가게라는 성향이 큰 곳 같았다.
그런 점이 일부 손님에게 환영 받을지도 모르겠다.
"태환 이제 괜찮아요?"
쑨양의 걱정어린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괜찮다고 말했다.
그의 손을 잡고 자갈이 깔린 가게길을 걸었다. 자갈과 자갈이 서로 마찰하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가게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니 가게 주인이 직접 만든 게 아닐까 생각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입간판에는 <Buen Camino>라고 스페인어로 적혀 있었다.
'당신의 앞길에 행운을' 아주 멋진 말이라 생각되었다.
쑨양도 그 간판을 보고 있었는지 작게 웃음을 짓고는 가게 이름의 유래를 말해주었다.
"가게 이름 멋지죠?"
"네. 당신의 앞길에 행운을 이라는 뜻이 잖아요. 무척 마음에 들어요."
"이 가게 주인이 산티아고에 다녀왔대요. 산티아고라고 하면 순례자의 길로 유명하잖아요."
"맞아요. 나도 한번 가고 싶었죠."
"그때 순례자에게 인사할 때 부엔 까미노 라고 앞길을 축복하죠."
그래. 한번 가고 싶었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거나 긴 휴가를 내고 유럽으로 날아가 한번쯤 걷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꿈이 되어버렸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되었다.
이제 슬퍼하지도 않는 무딘 심장을 위로하며 쑨양의 말을 들었다.
"순례자의 길을 걸을 때 매일 들었던 그 말이 산티아고까지 걸어가는 힘이 되었대요."
"그래서 기념으로 가게 이름에 붙인 거고?"
"맞아요."
"멋지네요."
쑨양의 말을 듣고나니 이 이름은 더욱 여운이 남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입간판을 살며시 쓸어보았다. 나무의 거친 단면이 느껴졌다.
투박하면서도 다정한 느낌이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쑨양 그가 없었다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들어가요."
먼저 걸어가 가게 문을 열고 기다리는 쑨양과 함께 찻집 안으로 들어갔다.
"와~"
예전의 쑨양과 만찬을 즐겼던 화려하고 우아했던 그곳과 다른 매력이 존재했다.
가게 안은 전체적으로 아일랜드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고 곳곳에 에스닉 스타일로 가미되어 있었다.
믹스매치는 의외로 잘 어울렸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런 인테리어 때문일까. 가정에서 느껴질 법한 아늑함도 가지고 있었다.
"어때요?"
"멋진 걸요."
감탄을 하며 가게에 곳곳에 장식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구경했다.
이 곳은 일반 찻집과 다르게 좌석 분리가 되어 있어 신기했다.
요즘 유행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오픈형이 아니라 칸막이가 설치 되어 있었다.
거기다 불투명한 천으로 좌석 입구에 달아놓아 내부를 전혀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분명 도심에서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흔하지 않을 것이다.
왠지 흥미로운 곳이었다.
이런 곳을 잘도 추천받아 오는 쑨양이 신기했다.
"태환. 어떤 것으로 마실래요?"
메뉴판은 꽤 간결했다.
일반 까페의 복잡한 메뉴판와 달리 단순해서 메뉴선정에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좋았다.
원두 커피와 홍차, 녹차, 허브차 등의 티종류, 과일주스, 식사류가 적혀 있었다.
"페퍼민트 티 마실래요."
"다른 건 더 안 골라요?"
"그거면 됐어요. 점심은 먹었으니까."
"그러면 태환 먼저 자리에 가 있어요. 우리 자리는 저쪽이에요."
쑨양이 가르키는 자리로 걸어가 섬세한 자수가 놓여진 천을 들어올려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는 창가에 위치하고 있었고 창을 통해 바깥이 보였다.
가게 주인이 정성을 다해 관리하고 있을 정원의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참 예뻤다. 벌과 나비들이 날개짓하며 내려와 꿀을 빠는 모습이 참 예뻐보였다.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취해 있을 때 천을 거두며 쑨양이 들어왔다.
반대편 자리에 앉으며 그가 묻는다.
"무엇을 보고 있길래 웃고 있어요?"
"풍경 보고 있었어요. 쑨양도 봐요.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아름답죠. 도시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고마워요. 이런 곳에 데려와줘요."
"태환을 위해서라면."
또 하나의 추억이 만들어졌다.
그와 함께하는 모든 것이 나에게 추억이 되었지만 이런 데이트는 더욱 특별하다.
나 뿐만 아니라 그에게도 특별히 남겠지?
행복이라는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일 때마다 냉정한 머릿속은 또 다른 것을 상기시켰다.
언제 말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그를 덜 상처받게 할 수 있지?
고뇌는 그치지 않는다.
손을 뻗어 잘생긴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사람.
드르륵. 바퀴 구르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가져오나봐요."
"그러게요."
수레는 바로 앞에서 멈추었고 그것을 몰고 왔을 가게 주인의 발자국 소리는 점차 멀어졌다.
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지 않고 그대로 두고 가는걸까.
내 얼굴에 어린 의문을 알아챘는지 쑨양은 씨익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레에 올려진 음료를 가져왔다.
음료가 담긴 원목 트레이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면서 나의 의문에 답을 해주었다.
"일부러 방해하지 않는 차원으로 앞에 놓고 가요. 그럼 손님이 음료를 가져오고 수레가 비워지면 주인이 다시 끌고 가죠."
"흐음~"
칸막이를 세워 좌석 분리하여 방해받지 않도록 한 의도대로 이것 또한 마찬가지였나보다.
가게 주인의 세심함에 한번 놀랐다.
곧 수레를 끌고가는 소리가 들렸왔다.
내가 주문했던 페퍼민트 티를 내 앞에 놓아주며 말을 이었다.
"이렇다보니 타인의 시선이 부담되는 불륜 커플도 오는 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긴 하겠어요. 거의 차단되어 있으니까. 어? 이건 무슨 음료에요?"
"딸기 주스에요. 그 위에 있는 것은 생크림이죠."
쑨양 앞에 놓인 딸기 주스 위에 하얀 생크림이 잔뜩 올려져 있었다. 컵사이즈도 컸고 빨대가 두개가 꽂혀 있었다.
"여기에서 제일 인기 많은 메뉴래요. 태환도 먹어봐요."
"다른 이유는 없고요?"
"헤헤...커플에게 인기가 많다고 해서 주문해봤어요."
겸연쩍었는지 뺨을 긁적이는 쑨양을 보고 작게 웃었다.
하는 것마다 나를 웃기게 하는지 이 귀여운 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그럼 한번 마셔볼까요?"
빨대를 이용해서 주스를 빨아 마셨다. 딸기 육질과 새콤달콤함이 느껴졌다.
주스를 마시다보니 주스 위에 잔뜩 올려진 생크림이 코에 묻는다.
아직 마시지 않은 쑨양은 생크림이 묻지 않아서 조심하라고 말해주었다.
"음. 생크림때문에 먹기 불편해요. 코에도 묻고. 쑨양은 조심해서 먹..."
어느새 내쪽으로 건너온 쑨양이 내 코에 묻은 생크림을 핥아 먹었다.
그리고 입맞추며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입안에 남은 딸기주스의 잔여물을 핥고는 나에게서 떨어졌다.
"이때문에 이 주스가 인기 많나봐요."
쑨양의 말에 긍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조심하지 않는 이상 산처럼 쌓아올린 생크림때문에 주스를 마시다보면 필연적으로 코에 묻었다.
연인이라면 그것을 계기로 키스도 할 수 있었다.
"태환. 또 마셔봐요."
재촉했다. 이 점이 그를 끓어오르게 한 것 같다.
나도 싫지 않아서 쑨양이 원하는대로 또 한번 주스를 마셨고 생크림은 좀 전보다 더 많이 묻혔다.
쑨양은 자연스레 달달한 생크림을 핥아먹고 내 입안을 침법하여 딸기 주스를 감미했다.
"정말 달아요."
"으음..."
그 작업을 몇번 하다가 이윽고 키스에만 열중했다.
생크림이 흐물흐물 녹아 딸기 주스에 가라앉을 때까지 서로의 달콤함에 취해버렸다.
이 모습을 누구도 볼 수 없다는 점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을지도 몰랐다.
==================================
전편보다 더 달달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