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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아닌 서프라이즈 같은 느낌.

 악토버 - Time to Love

 숨겨진 부제 하나. 야, 너 이름.

 

 3학년이 되어도 크게 변한 건 없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할 일이 생겼으니 농구에 조금 소홀할 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정도. 그래도 주장이라는 이름을 계속 가지고 있는 한 했던 일은 끝까지 해내고 싶어 팀 연습은 종종 빠지는 한이 있어도 신입생들 중 농구부에 지원한 녀석들을 고르는 것은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해 부실에 박혀 지원서를 보고, 점심시간에는 모인 애들을 보면서 하나하나 다른 부원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선발을 하는 매일이었다. 잠 깨는 건 쥐약인데.

 그건, 저 녀석도 마찬가지인가.

 얼마 전에 학교에 여기저기 붙어있던 선거 포스터를 통해 학생회장을 뽑았다는 것은 알았다. 투표도 하긴 했는데 누구한테 했더라. 그건 기억이 안 나네. 하여튼 분명한 건 내 앞에서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면서 어슬렁어슬렁 넥타이를 매는 저 녀석이 이번에 뽑힌 학생회장이라는 것이다. 딱히 생각나는 것은, 뭐였지... 보조개? 지금도 앞서 가는 녀석의 등을 보는 것 뿐이라 얼굴은 모르겠다. 그냥, 어렴풋한 인상 속에서 깊게 파였던 보조개만 기억이 났다.

 

"민윤기."

"...?"

"오늘 학생회장이 계속 널 찾아왔는데, 만났어?"

"아니. 왜 날 찾아."

"결국 내내 엇갈렸나. 내일은 쉬는 시간에 좀 있어줘라. 걔 3학년 건물까지 내내 찾아와서 너 찾았다."

 

 김석진의 말에 고개가 절로 갸웃거렸다. 날 왜 찾아, 그 녀석이? 김석진이 학생회장이라고 말한 순간 요즘 아침에 매일 내 뒤, 혹은 내 앞에서 걸어가는 길쭉한 기럭지의 그 녀석이 생각이 났다. 그러고보니 개학을 하고 나서 꽤 자주 같은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같은 버스를 타는 거야 종종 있긴 해도, 동시에 걸어나온 적은 없었다. 항상 내 앞이거나, 내 뒤. 문득 왜 그러나, 싶었지만 똑같이 걸음을 맞춰 나가는 게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금방 그 생각을 털어내었다.

 

"네가 그래주면 나야 편하지."

"감사합니다."

 

 체육선생을 찾아가 운동장 끝에 있는 농구코트의 열쇠를 받아내었다. 2학년 때부터 그냥 내가 관리하다시피 했던터라 열쇠를 얻어내는 것은 쉬웠다. 열쇠를 손에 그러쥐고 사물함에 있는 농구공을 꺼낸 뒤 자습을 하고 있는 반을 몰래 빠져나왔다. 가방과, 외투까지 다시 확인한 뒤 바쁜 걸음으로 농구 코트로 향했다. 코트 안의 벤치에 가방과 외투를 내려놓고 동복 와이셔츠의 단추까지 풀어 안에 입은 티를 드러냈다. 소매 부근의 단추도 풀어 조금 걷어올린 뒤에 가볍게 몸을 풀었다.

 조금만 하다가 가야지.

 어두워진 운동장에는 어느새 농구공이 코트에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내 운동화가 끌리는 소리까지. 빈 코트 위로 머릿속으로 가장의 상대편을 세우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여기에서, 이런 식으로 들어오면 몸을 돌리고, 여기서 막히면 패스. 아니면, 그냥 던질 것. 농구 골대의 그물이 공에 얽혀들어가는 소리는 농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싫어할 수가 없는 소리였다. 아래로 떨어져 튕기는 공을 보면서 그 사이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 손을 그러쥐었다 펼쳤다. 아, 역시 드리블이 조금 부족해. 슛도 조금. 다시 한 번 공을 주워와 이번에는 욕심을 내서 3점슛을 던졌다. 아, 이건 빗나간다. 손 끝에 감기는 느낌이 적었다. 내 예상대로 공은 골대링 끝을 맞고 떨어져나갔다.

 

"농구에 관심이라도 있어?"

 

 알아달라고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던 것 아니었나. 내가 먼저 답답해 말을 거니 코트 밖에서 멀뚱히 날 바라보던 녀석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다시 날 본다. 그 모습이 꼭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을 믿지 않는 모양새라 어이가 없어 작게 웃음을 보였다. 어제는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도망치듯 가버리더니. 간혹 저런 녀석을 본 적이 있는터라 땀에 젖은 머리를 대충 손으로 털어내며 꽤 장신의 녀석이 서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농구 하기에는 적당히 마르고 큰 것이 꽤 괜찮은 몸이라 생각했다.

 

"너, 어제도 보고 갔었잖아."

"아..."

 

 멋쩍게 웃는 얼굴, 깊게 파이는 보조개. 그러고보니, 익숙한 후드집업. 아. 이 녀석. 학생회장이다. 아는 척을 했더니 누가 여길 쓰나 보러 왔댄다. 2학년때 부터 종종 내가 썼던 곳인데 이제와서 안 된다는 건 아니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벤치로 돌아가 내 짐을 챙겼다. 어차피 이제 갈 시간이 되기도 했다. 문을 잠그고 자판기로 향하면서 녀석을 불렀다. 내내 나 때문에 2학년 녀석이 3학년 건물까지 오고가게 만든 게 미안하기도 했으니까.

 

"뭐 마실래?"

"네?"

 

 원래 잘 놀라는 성격인가. 내 말 하나에 눈을 크게 뜨는 것도, 그러면서도 금방 반응해 와중에 또 음료수를 골라내는 것도. 뭔가 나보다 어리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귀찮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냥, 징그러운 말일지도 모르는데 귀엽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내 머릿속의 녀석은 아침에 비몽사몽한 얼굴로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면서 넥타이를 매는 모습이 대부분이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콜라를 건네주고 나는 포카리를 꺼내 마셨다. 땀을 뺐을 때는 이온 음료가 최고니까.

 날 찾은 이유를 물어보니 운동부 예산서가 나와서 그렇다고 한다. 아, 민윤기가 아니라 농구부 주장을 찾아온 거구나. 아까의 대답으로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왜인지는 몰랐다.

 

"고마워."

 

 그냥 아쉬운 기분이 들어 아쉽구나, 했다.

 종이를 읽다가 반으로 접어 가방 안으로 넣고 다시 짐을 추슬러 들고 걸음을 옮겼다. 땀으로 젖은 몸이 차가운 바람에 금방 식어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도 춥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냥 이 느낌이 좋았다. 문득 그런 감상에서 깨어났을 때, 내 옆을 걷고 있는 녀석이 느껴졌다. 아까 아침에 왜 같이 걸어간 적이 없을까, 했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녀석은 내 옆에 자리해 걸음을 맞춰왔다. 저절로 나도 그 걸음에 내 걸음을 맞췄던 것 같다.

 음료수 캔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정류장이 보일 즈음 녀석을 다시 돌아보았다. 그러고보니 계속 녀석이라고 칭하는 것도 귀찮아져서 이름을 물었다.

 

"야." 

"네?" 

"너 이름." 

 

 김남준. 아, 이 이름 어디서 본 것 같아. 그... 선거 포스터에서. 기호 1번. 어. 생각났다. 몇 번 중얼거리다 나는 당연스럽게 정류장에 걸음을 멈췄는데 녀석이 잠시 뻘쭘히 있더니 내게 인사를 건네고 가려고 한다. 의아함이 들었다. 이 시간에 어딜 가려고.

 

"아, 집이 아니라 학원에 가야 돼서요."

 

 학원이란다. 어지간히 빡빡한 고2 생활을 보내는구나. 학생회장에, 학원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녀석에게 짧게 인사를 건넨 뒤 혼자 정류장에 남아 머릿속으로 녀석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이름도 같이 떠올렸다. 김남준. 응. 기억했다.

 다음 날 버스 정류장에 서서 아슬하게 버스에 올라타려다 문득, 길을 건너는 익숙한 모습의 녀석이 보였다. 그러니까, 김남준이 보였다. 버스에 올라타지 않고 그냥 보내버렸다. 배차 시간이 6분 정도였나. 아침이니까 비교적 맞춰서 올테니 크게 상관이 없었다.

 

"누구 기다려요? 방금 버스 지나갔잖아요."

 

 알아.

 

"아, 저 여기 사는 거 알았어요?"

 

 응. 알고 있었어.

 그냥 고개 한 번 끄덕이면 될 대답이었는데, 나만 너를 인식하고 있던 것이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글쎄라는 애매한 대답을 대신 던지고, 아리송한 얼굴을 하는 김남준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이어폰을 끼고 평소 듣던 노래에 집중하면서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나는 김남준을 기다렸다. 그러고 싶었다. 그냥, 제 앞이나 뒤에 걷던 녀석이 거기에서 걸음이 맞춰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내가 늦게 나온 날, 김남준이 정류장에 있다가 날 보며 왔어요? 라고 말하는 것에 처음으로 가슴께가 간질거렸다. 그때부터 김남준을 보면 발끝과 손끝이 간질거리기 시작했었다. 그래. 그 때부터였다. 너와 나의 관계는.

 

 

--

 

 

 숨겨진 부제 둘. 아... 고마워.

 

 학교에서 하는 행사들 중 가장 좋아하는 행사가 뭐냐고 물으면 난 당연하게 체육대회를 꼽을 것이다. 농구 이외의 종목에는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학교 내에서 가장 공공연연하게 농구를 즐길 수 있는 행사였으니까. 아침마다 내심 서운하다는 얼굴을 하는 김남준을 남겨놓고 항상 체육관으로 달려가 농구를 가볍게 하면서 몸을 풀고, 농구 대회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몇몇의 친구 녀석들과 같이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뛰다보면 내가 학교 생활을 열심히 즐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데 이 빌어먹을 동복은 언제까지 입어야 되는거야. 더워 죽겠네.

 이런 생각을 한 것이 나 혼자는 아니었는지 얼마 안 있어서 하복을 입어도 된다는 걸 김남준에게서 듣자마자 바로 꺼내 입었다. 아침에 얇은 하복 교복을 입다가 문득 예전에 빌렸던 넥타이가 보였다. 버스 안에서 처음으로 내 목부근을 스치며 매어줬던 손길이 생각이 났다. 더불어 귓가에 닿았던 녀석의 숨결까지 생각이 나 귀가 뜨끈해지는 것 같았다. 마냥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는데, 이제 못 느낀다고 하니 아쉬움도 느껴졌다. 그 넥타이 하나 때문에 집에서 동복을 다시 꺼내놓고 나가기 직전까지 고민을 했었지만 언젠가 돌려줘야 하는 것이라면 그냥 빨리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해 김남준에게 돌려줬다. 그걸 쥐어 가방 한 켠에 쑤셔넣는 것을 보고 내심 몰래 내 하복 옷깃을 매만졌다. 하복은 왜 넥타이를 안 매지? 잠깐 그런 생각도 했다. 겨울에도, 매달라고 하면 매줄까. 그 다음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근데 김남준이라면, 매줄 것 같았다.

 

"네가 보건 위원이라고?"

"그렇게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 하지 말아요. 원래 하기로 했던 임원이 빠져가지고 내가 대신 맡은거예요.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너한테 치료 받으러 갔다가 아예 뼈 부러지면 어떡하냐." 

"아, 뼈까지는 안 부러뜨리거든요?" 

 

 울컥한 얼굴을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뭐라 더 말하려는지 궁시렁대는 김남준을 두고 체육관으로 뛰어갔다. 하여간에, 귀엽긴.

 그저 열심히 농구연습을 하다보니 어느 날 체육대회 당일이 되었다. 어차피 참가하는 종목이라고는 농구 하나였다. 그것도 내가 농구부 주장이 아니었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종목이었다. 수험생 생활에 3학년이 함께 참가할 수 있는건 체육대회가 아마도 마지막이라서 그런건지 다들 지나치게 들뜬 것이 느껴졌다. 수험생의 위력인가. 무섭게 체육관을 채우는 응원소리가 어째 살벌하게 느껴졌다. 차례가 다가와서 미리 옷을 갈아입고 체육관에 섰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김남준을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씩 웃었다. 앞에 씌여진 보건 위원이라는 명함은 김남준과 정말 안 어울렸다. 그래서 웃었다. 아마도.

 

"아, 씹..."

"야, 괜찮아? 괜찮아?"

"어. 괜찮아."

 

 내가 농구부 주장이라 견제가 심할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남들 한 명으로 막을 때 나를 두 명으로 막을 것도 알긴 했다. 근데 이정도로 무식하게 몸을 부딪쳐 올 줄은 몰랐다. 기어코 세게 넘어져 발목을 접질렀다. 아마 파스 좀 붙이고, 무리만 안 하면 금방 나을 것이다. 한두 번 다쳐본 것도 아니라 부상 자체에는 덤덤했다. 그저 넘어지자마자 아, 며칠간 농구는 꿈도 못 꾸겠다. 이정도 생각만 들었다. 주위에서 괜찮냐면서 유난을 떠는 것 같아 손을 내저으면 혼자 절뚝거리며 걸어가니 멍하니 날 보고 있는 김남준이 보였다. 내가 다가가자 그제야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날 걱정해댔다.

 

"윤기 형. 윤기 형. 괜찮아요?" 

"어. 다리 좀 삔 것 같은데. 파스 좀." 

"엄청 세게 부딪쳤잖아요. 그냥 삔 게 끝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아, 어떡하지. 병원 갈래요? 보건 선생님 부를까요?" 

 

 자주 울컥하고, 놀라는 녀석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정신없이 안절부절하는 건 처음 봤다. 그 모습이 신선해 내 발목이 욱신거리는 것도 모르고 잠시 멍하니 구경 좀 했다. 우선 앉으라는 곳에 앉고 발목을 내어주는데 아픈 곳을 바로 잡아오는 것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면서 소리를 참았다. 덜그럭 덜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남준이 구급상자를 뒤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도 정신이 없어 그 손목을 잡고 진정하라고 한 마디 했더니 그제야 침착하게 내 발목을 치료하는 폼이 조금, 아니, 꽤 색달랐다.

 김남준의 손 끝이 내 발목에 스쳐갈 때마다 파스나 아픔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때문에 화끈거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가 끝나자마자 발목을 빼내고 신발을 고쳐신었다. 그러면서도 웃음이 살짝 나와 애써 참다가 김남준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다시 울컥하면서 내 걱정을 하는데, 신기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끝나고 매점 가자. 아이스크림 사줄게." 

"바쁘거든요." 

"그럼 말고." 

"아씨, 안 간다고는 안 했어요." 

 

 하도 내 발목 다친 걸로 투덜거리길래 그만하라는 의미로 이마를 톡 건들였다. 그리고 매점에 가자고 했더니 그거에는 또 고개를 끄덕여온다. 다친 발목을 절뚝거리면서 다시 팀으로 돌아가 괜찮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땀에 젖은 머리를 헝클이면서 건네받은 수건으로 얼굴을 부볐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씻으러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김남준은 뒷정리라도 하는건지 생각보다 늦게 나왔다. 덕분에 여유있게 씻고 나와 교복으로 다시 갈아입은 뒤에 자리에 앉아 조금 썼다고 뻐근해진 발목을 쉬게 해줄 수 있었다. 김남준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가 그대로 일어나버렸다. 나도 모르게 다친 발목에 힘을 줬다가 휘청였더니 김남준이 날 부축해줘서 넘어지는 것을 겨우 막았다. 살았다, 작게 입으로만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올렸더니 바로 김남준의 얼굴이 보였다. 손에 잡힌 김남준의 어깨가, 날 내려보고 있는 김남준의 눈빛이, 얇은 셔츠로 느껴지는 김남준의 가슴팍이 지독히도 현실감이 없게 다가와 숨조차 뱉어내지 못했다.

 

"아... 고마워." 

"뭘요." 

 

 겨우 떨어져 몸을 돌렸다. 매점에 가야지. 아이스크림 사러. 걸음을 옮기는데, 한 걸음씩 나갈수록 그제야 방금의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가슴이 쿵쿵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4쿼터를 모두 뛰고 나서 숨을 고를 때와 비슷하게 숨이 차올랐다. 땀이 나오지 않았는데 열은 느껴졌다. 옅은 여름을 품은 바람이 훅 끼쳐왔다. 고개를 돌려 마른 세수를 하고 있는 김남준을 보았다.

 손으로 가슴팍을 눌렀다. 바람을 타고 내 심장소리가 김남준에게 닿을까 걱정이 되었다.

 

 

--

 

 

 숨겨진 부제 셋. 그, 도서부 애랑 친해?

 

 가방에 문제집 몇 권을 넣고 샤프 하나와 지우개 하나. 그리고 빨간 펜 하나가 든 얇은 필통도 가방에 챙겨넣었다. 그래도 고 3이라고 공부하는 아들녀석이 뿌듯하신건지 옆에 놓아준 선풍기 덕분에 덥지 않고 서늘한 체온이 마음에 들었다. 옷깃을 팔락이다가 핸드폰을 들어올리고 카톡에 들어가보았다. 노란색의 기본 배경화면이 꺼지자 목록이 보이고 그동안 확인하지 않은 무수한 카톡들이 보였다. 광고, 단톡 등을 지나 쭉 내리다보니 꽤 밑에 자리한 김남준이란 이름이 보였다. 시험기간이 다가와서 서로가 조금씩 엇갈리게 늦잠을 자고, 일찍 가고 하다보니 같이 등교를 하는 횟수가 줄긴 했다. 생각보다 더 연락을 안 하고 있었나, 우리가. 밑의 목록에 자리한 것을 보고 우선 눌렀다. 채팅창을 띄우자 딱 한 마디씩 한 전날의 카톡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판을 두드리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토요일에 학교 도서실 언제까지 여냐.]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도서부냐는 투덜거림이 먼저, 10분 정도 뒤에 4시까지라는 답장.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나서 채팅창을 나왔다. 빤히 화면을 내려보았지만 그 뒤에 다른 카톡을 오지 않았다. 유일하게 알림이 설정이 된 채팅창인 것이 무색하게도, 울리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다시 채팅목록을 띄워도 김남준과의 대화는 그게 끝이였다. 그래도, 맨 위에 올라온 김남준의 이름은 마음에 들었다.

 

"저기, 잠깐."

"에?"

"학생회장 이 반 아니야?"

"아, 남준이요? 맞아요. 근데 걔 토요일에는 청소시간 되어서야 나타나던데."

"그래. 고마워."

 

 도서실에서 같이 공부할래?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반에 찾아왔더니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던 다른 남자애를 붙잡고 물었더니 청소시간이 되어서야 나타난다고 했다. 힐끗 달고 있는 명찰을 확인하니 정, 호... 까지 읽었다. 녀석이 몸을 틀어 뭐 전할 말이라도 있으면 대신 전해주겠다고 말해왔다. 남을 통해 그 낯간지러운 말을 전하자니 썩 내키지 않아 고개를 젓고 몸을 돌렸다. 그냥 혼자 공부해야겠다. 나는 왜 여기까지 온거지. 순간 내 행동에 의문이 들었다. 의문이 들었다가, 금방 지워졌다. 그저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 싶었다.

 일찍 도서실에 가서 공부를 하다가 집중이 안되어 가볍게 책장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의미없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책의 제목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김남준이 예전에 재밌다며 추천한 책이 보였다. 한 번 호기심이 들어 꺼냈다가, 그대로 종이를 팔락거리며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첫 장을 펼치고 읽다가 문득 풀다만 문제들이 보여 덮고 다시 문제를 풀었다. 그렇게 문제와 책을 몇 번 반복하다가, 영 책은 내 취미가 아닌 것 같아 얼마 못 있어서 책을 쥐고 일어났다. 그 녀석이 읽었을 때, 옆에서 슬쩍 봤던 내용들은 재미가 있었는데 혼자 읽으려니 썩 재밌지가 않았다. 그때 내가 본 게 이 책의 내용이 맞긴 한가. 그런 생각도 잠시 했다.

 누군가 도서실 바로 앞에서 이야기 하는지 시끄러워졌다. 아까 여기 들어왔을 때 인사하던 도서부의 목소리와, 김남준의 목소리였다.

 

"야."

 

 도서실 문 근처에서 둘의 대화를 듣다가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얼른 책장 안으로 들어갔다. 말소리가 멈추고 조금 뒤에 도서실의 문이 열렸다. 책상에 가방을 놓는 건지 철컥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책장에 책을 꽂아놓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김남준이 그 근처에 딱 서서 움직이지를 않았다. 우선 부르고 나서, 녀석을 자연스럽게 책장 틈에서 나오게 한 다음에 내가 그 틈으로 들어가 책을 꽂아놓았다. 읽으면 안 될 책을 읽은 것도 아닌데, 그냥 저 녀석이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었는지 모르기를 바랬다. 알면, 그냥 내가 쪽이 팔릴 것 같았다.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조금 대화하다가 김남준이 갑자기 가방을 가져오더니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냥 도서관에서 친구를 만나면 가까운 곳에 앉아 공부하는 것과 똑같은 일인데, 이상하게 나는 김남준의 그 행동에 특별함이라는 것을 부여하고 싶었다. 교칙에 맞는 딱딱한 하복차림에, 문제집을 꺼내놓는 녀석은 이 공간과 지독히도 어울렸다. 그래서 샤프를 쥔 손에, 집중하느라 살짝 찡그려지는 미간에, 절로 시선이 갔다. 김남준이 그 시선을 눈치챌까봐 긴장하느라 문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망했네, 오늘 공부.

 

"잘 잤어요?"

 

 어느순간 긴장이 조금씩 풀려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었나보다. 창문을 닫는 소리가 얼핏 들려 눈을 떴더니 바로 김남준이 잘 잤냐면서 물어온다. 침 흘리진 않았겠지. 슬쩍 입가를 문지르면서 굳어있던 몸을 조금씩 깨웠다. 이만 가는게 어떠냐는 목소리에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닫힐 시간은 훨씬 지났는데, 왜 우리 둘이 계속 여기에 남아있는지 이유를 몰라 순간 의문이 들긴 했다. 그래도 먼저 가방을 챙기고 나를 기다려주는 김남준을 보고있자니 그쯤이야 어떠랴싶었다. 중요한 건, 왜 도서실이 닫히지 않았는지보다는, 김남준과 여기에 이 시간까지 있었다는 거였다. 그 때의 나에게 그랬다.

 자다 깨고 나서 잠긴 목소리가 쉽게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평소처럼 말한다고 했는데, 그게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되어 김남준에게 전달되었다.

 

"그, 도서부 애랑 친해?"

 

 대수롭지 않게 물었을까. 그냥 호기심에 물어보는 것처럼 들릴까. 긴장감에 마른 침이 절로 넘어갔다. 주머니를 뒤적이느라 김남준은 그런 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들려오는 대답은 생각보다 맥이 빠졌다. 학생회장이라고 아는 것치고는 친근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내 표정을 봤는지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는 김남준에게 아까 앉아있었던 1학년의 외모를 최대한 상세하게 풀어서 설명했다. 사실 기억이 거의 안 났는데 쥐어짜내느라 힘들었다.

 

"걔랑은 좀 친해요."

 

 그리고 원하던 열쇠를 찾았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낸다. 학생회장이면 온 학교의 열쇠를 다 가지고 있는걸까. 쓸데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조금 친하다고. 조금. 가방끈을 쥐어잡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김남준이 생각치도 못한 물음을 해왔다.

 

"그건 왜요?"

"어?"

"왜, 궁금해하나 해서요."

"... 나 화장실 들렸다올게."

"나 저기 앞에 있을게요. 다녀와요."

 

 고개를 끄덕이고 얼른 걸음을 옮겨 화장실로 도망가듯이 향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연신 왜 그딴 질문을 했는지, 왜 궁금하냐는 물음에 왜 그냥, 이라는 대답을 하지 못했는지 자책하면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겨우 남은 숨을 토해내었다가 머리를 헝클이고 잠시 시간을 보낸 뒤에 화장실을 나왔다. 복도를 조금 걸어가자 날 기다리고 있는 김남준이 보였다. 엉킨 이어폰 줄을 풀어내면서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의아스러웠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떡볶이 먹을래요, 오늘?"

 

 김남준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다 김남준이 먼저 걸음을 옮기자 한 발 늦게 나도 걸음을 옮겼다. 사실 아까의 그 질문 뒤에 다른 질문을 덧붙이고 싶었다. 만약에, 다른 이가 나와 무슨 관계냐고 물으면 너는 뭐라고 대답할 거냐고. 좀 친한 형이라고 답할까?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러면 섭섭할 것 같았다. 정작 나는 김남준과의 관계에 대해 누가 물어오면 뭐라 답하지 못할 거면서.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혼자 섭섭해했다. 티는 내지 못했다. 얼마나 병신같은 생각이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층 더 더운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햇빛도 강렬했다. 마치 김남준의 존재감처럼, 모든 것이 짙어지는 여름이었다.

 

 

--

 

 

 숨겨진 부제 넷. 떨려요?

 

 여름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잠시 머물렀다가 간 곳은 추위밖에 남지 않았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경직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상담을 끝내고 나서 자습시간이라 인기척 하나 없는 복도를 걷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이제 이 복도를 걸어갈 일이 며칠 남지도 않는다는 것이. 과를 정하고, 내 성적에 괜찮은 곳들을 추천을 받고 나서 수시를 쓴 뒤 이루어진 진로상담은 반은 무쓸모했다. 그저, 컨디션 조절 잘 하고. 너는 침착하니까 잘 할거고. 수험생인 나보다 더 피곤에 찌들어 보이는 담임을 더 붙잡고 있기가 싫어 대충 고개만 끄덕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가 3학년 5반이라는 팻말이 보일 즈음에 아예 걸음을 멈추었다. 그제야 머릿속을 강하게 치고 간 생각에 숨을 잠시 멈췄다. 이제 김남준과 학교에서 시간을 보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윤기 형."

 

 이제는 당연하게 내 맞은 편에 앉은 김남준에게 문제집을 들이밀었다. 인사도 없이 문제를 물어보는 나를 김남준은 당연하게 받아주었다. 그 반응은 예상했다. 그런데 김남준이 내 옆에 앉아 어깨를 딱 맞닿게 만든 뒤 풀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 반응은 예상하지 못 했다. 그래서 김남준이 하는 말의 반은 흘겨들었다. 중간 중간 알겠냐고 묻는 김남준의 목소리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김남준이 다시 맞은편의 자리에 돌아간 뒤에야 눈에 김남준의 글씨가 보이기 시작했다. 풀이 하느라 빼곡해진 종이와 다르게, 내 머릿속은 텅하니 비어져있었다. 근데, 이게 무슨 말이지.

 애써 민망함을 투덜거림으로 무마시킨 뒤에 입을 꾹 다물었다. 김남준과 닿았던 팔뚝이, 계절과 다르게 뜨거웠다. 김남준이 그래도 알려준 문제는 이해해보려고 다시 붙잡고 한참 더듬더듬 써준 필기들을 옮겨적으며 집중했다. 그렇게 몇 문제를 더 풀어내고, 더 풀어내고, 또 풀어낸 뒤에 넉다운. 김남준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내 손등을 두드리는 손길에 안 그런척 손을 그러쥐었다. 웃음소리부터 사람을 간지럽게 만드는 건 너무하지 않냐는 생각을 했다.

 

"매점 갈래요?"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두 의자가 도서실 바닥을 끌었다.

 2층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니 어수선한 것이 방금 물품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우유나 커피는 취향이 아니여서 안 쪽으로 들어가 콜라를 집어들었다. 김남준이 항상 맛있게 마셔대는 콜라. 그걸 들고 가니 김남준이 의아하단 얼굴로 날 보았다. 네 생각이 나서 콜라를 집어들었다고 말하지 못 했다. 어떻게 말해, 그런 거.

 계산대에 콜라를 올려두고 주머니를 뒤적여 잔돈을 찾는 사이에 김남준이 내 콜라까지 계산해버렸다. 내가 사려고 했는데. 입 밖으로 그 말도 뱉지 못하고 웅얼거리는데 김남준이 웃으며 콜라를 내밀었다. 받아들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생각했지만 김남준의 웃는 얼굴에는 힘이 있었다. 말도, 생각도, 모든 것을 멈추고 올곧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사진 같은 거 다 찍었죠?"

"응."

"어때요?"

"친구들 말로는 그냥 똑같다던데."

"잘 나왔나봐요? 나도 보고 싶다, 그거."

"아냐. 걔들 눈 삐었어. 나 이상하게 나왔어."

 

 김남준이 내 수험표를 본다고 생각하니 민망함이 발 끝에서부터 쭉 올라왔다. 절대 보여주기 싫었다. 김남준이 보겠다고 그런 것도 아닌데 벌써 보여준 것 마냥 기분이 이상했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자 김남준이 다시 웃는다. 다시 콜라를 들이키는 옆얼굴의 선이, 웃음만큼이나 부드럽다는 생각을 했다. 행여 이런 시선이 들킬까 시선을 돌려 앞에만 묵묵히 고정한 채 도서실로 향하는데, 김남준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니 김남준의 손 끝이 보였다. 다시 시선을 옮겼다. 눈이 오고 있었다. 아주 얇은, 눈이.

 

"형은 최저만 맞추면 되죠?"

"응. 말했잖아. 난 정시는 안 돼."

"가볍게 보고 와요. 형 열심히 했으니까 잘 할거예요."

"그 때도 콜라 사줄거냐?"

"사달라고 하면요. 기념으로 1.5L 짜리 사줄게요."

"많이 못 마셔. 캔으로 사줘."

"캔으로 1.5L?"

"미친."

 

 이정도 가벼운 대화는 항상 좋다. 적당히 간질거리면서도, 김남준의 존재감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장난스럽게 내 어깨를 툭, 건들이는 손길이나, 내 짧은 욕설에도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쭉 올리며 깊게 보조개를 보이는 웃음도. 가만히 바라보다가 대화소리가 잦아들었을 즈음에 빈 캔을 버리고 왔다. 내가 버리고 온 것을 보고 조바심이라도 느껴졌는지 벌컥이면서 콜라를 들이키는 것이 보였다. 목이 약해서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괜찮다고 말해야 되나, 잠깐 고민했었다. 우선 옆에 서서 창 밖을 내려보았다. 바닥에 닿아 금방 녹아 사라지는 눈송이를 보자니 저 눈들이 내 마음에 쌓이는건가 싶었다. 무거워진 가슴팍에 남몰래 길게 숨을 내쉬었다. 유리창에 비친 김남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분이 이상해."

"뭐가요?"

"나 수능 다음에 졸업이잖아."

 

 너는 어때.

 

"그러고보니 오늘이 끝이네. 너랑 여기서 공부하는 거."

 

 우리 둘의 일상이 곧 있으면 끝난다는 게.

 

"아... 그러네요. 다음 주가 수능이니까."

 

 수능은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매일 붙잡고 있는 참고서, 문제집 등등은 너무 진저리가 났다. 그런데 시간은 늦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모순적이었지만 김남준과 있다보면 그랬다. 김남준이 호빵 어쩌고를 말한 것 같아 웃으면서 대충 알겠다고 했다. 김남준과 이 곳에 있을 날이 과연 며칠이 남은걸까. 공부 의외의 것으로 김남준을 불러낼 명분이 없었다. 콜라의 탄산이 아직 목에 남아있어서 그런가, 입안이 유독 텁텁했다.

 

[나 지금 가는 중. 떨린다.]

 

 공부에 그렇게 목을 매단 것도 아니면서 수능이 다가오니 떨리기는 떨렸다. 마음도 한 켠이 묵직하고, 아침에 여느 때와 비슷하게, 다만 평소보다 좀 더 걱정이 물든 부모님의 걱정과 응원을 껴안은 채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게 떨린다는 걸까. 그럼 나는 지금 수능 때문에 떨고있는 걸까. 저 멀리에 복작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대단한 응원이구나, 라고 생각한 순간 어디에서인가 추위에 코와 볼이 발갛게 물든 김남준이 불쑥 튀어나왔다.

 깜짝 놀랐었다.

 

"윤기 형! 형!"

 

 갑자기 얼굴 들이대지마.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서 웃지도 말고.

 

"떨려요?"

 

 어. 너 때문에.

 

"떨지 말고, 잘 하고 와요."

 

 품에 안겨주는 것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히 감싸고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다시 웃음소리가 들렸다. 손으로 얼굴을 가릴 수가 없어서 목도리에 얼굴을 더 파묻었다. 그리고 바쁜 걸음으로 시험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시험을 잘 보라던 김남준의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목도리를 풀어내고 그나마 가벼운 동복차림이 되어서야 자리에 앉았다.

 

"뭘 이렇게 자잘하게 많이 줬어."

 

 따듯한 캔 커피는 이미 손을 녹이는 곳에 모든 온기를 써서 미적지근해졌다. 캔커피를 내려놓고 부스럭거리는 인기척만 들리는 교실에서 내 수험표를 바라보다가 김남준이 준 초콜릿들을 가방의 작은 주머니에 우겨놓고 작은 하나는 꺼내서 입에 넣고 굴렸다. 달달한 맛이 퍼지면서 다시 방금 만났던 김남준의 목소리가 울렸다. 발갛게 언 코와 볼도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도 씩 웃는 얼굴까지 뒤이어 생각났다.

 응. 시험은 잘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교문을 지나면서 다양한 모습의 또래들이 보였다. 부모님에게 달려가는 아이, 마중나온 담임에게 달려가 우는 아이, 나처럼 묵묵히 혼자 걸어가는 아이, 친구들끼리 만나서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 지나가다가 김석진과 눈이 마주쳐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고 걸음을 옮겼다. 버스를 타고 가려면 일직선으로 쭉 걸어나가야 했다. 부모님과는 저녁에 외식을 하기로 했다. 집에 가서는 가채점을 한 번 해보고, 최저 맞췄는지 확인만 하고, 잘까. 아니면 게임을 할까. 아직 바닥에 있던 얼음이 조금 남아서 농구하기에는 썩 좋지 않은 날씨였다. 안 그래도 핸드폰을 켜니 농구부 녀석들로부터, 몇 명의 친구들로 부터 응원이나 뒤이어 연락해달라는 메세지가 보였다.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래도 저녁으로 넘어가는 늦은 오후라고 아침보다는 날이 풀려있었다.

 

"어, 윤기 형이다."

"..."

"시험 보느라 수고했어요. 이거."

"미친. 진짜 이걸 사오냐."

 

 차가운 콜라 페트병이 손을 타고 느껴졌는데, 하나도 차갑지 않았다. 시간 때문에 추위가 풀린 것이 아니라, 김남준 때문에 추위가 풀린 것 같았다. 핫팩을 꺼내 장난스럽게 내 얼굴을 부비는 김남준의 행동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페트병을 들어 김남준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키득이면서 물러나 해맑게 웃는 김남준을 보면서 결국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겨우 붙잡고 있던 마음이 풀어졌다. 이제 나도 모르겠다. 이 마음이 넘쳐흘러 너에게 닿는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이 끝나고 김남준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없이 짧았다.

 

 

--

 

 

 숨겨진 부제 다섯. 나, 너 한 번만 안아봐도 돼?

 

 수능을 끝낸 이후에는 학교에 갈 이유도 없었다. 가끔 한 두번, 시간을 맞춰 가긴했지만 그나마도 점심도 안 먹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김남준과 같이 버스를 타고 등교한 기억도 까마득해질 정도였다. 날짜를 따지고 보면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느낌은 그랬다. 그렇게 겨울방학 아닌 겨울방학이 시작되었고, 김남준은 겨울 보충을 나가기 싫다며 가끔 내가 답할 수 없는 이른 아침에 톡을 보내오고는 했다. 그나마도 내가 뭐라고 답을 보내면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다시 답장이 돌아오는 정도였다. 

 그래. 그런 나날이 지속되다보니 어느새 졸업식이 되었을 뿐이었고, 나는 너와 마지막이 될 추억에 어떠한 단어를 끼워맞춰야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여전히 우리 둘의 관계를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한 채였다.

 

"윤기야, 정말 끝까지 같이 안 있어도 괜찮니?"

"네. 괜찮아요."

"저녁에는 뭐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형 오면 결정해요."

"그래. 오늘 교복 입는 것도 마지막이겠네."

 

 네, 마지막이네요.

 교실에 들러서 대기하다가 대강당으로 모이라는 방송이 들려서야 우르르 이동을 했다. 몇몇 친구녀석들과 장난을 치면서 대강당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앉아 서늘한 의자 체온에 몸을 떨면서 우글우글 떠드는 소리 위로 내 목소리까지 섞이게 만들었다. 졸업식이 시작이 되고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강당 한 켠에 종이를 들고 읽어내리는 김남준을 발견했다. 오늘도 딱딱한 동복차림, 올곧고, 정갈한. 너는 참 교복과 잘 어울린다. 고 3이 된 김남준은 어떨까. 궁금해졌지만 답은 내리지 않았다. 내리면 안 될 것 같았다.

 졸업식은 멈추지 않고 진행이 되었다. 김석진과 김남준이 단상에서 내려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을 빤히 바라보다가 훈화말씀이 있다며 일어나라는 말에 어기적 어기적 일어났었다. 인사를 하고 나서 그냥 멍하니 앉아있었다. 일어나라면 또 일어나고, 앉으라면 앉고. 합창단의 노래가 얼핏 들렸다고 생각했다.

 

"졸업식을 마치겠습니다."

 

 그 소리 하나는 또렷하게 들었다. 우르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인파에 휩쓸리는 사이 나 혼자 멍하니 서 있었다. 갑자기 익숙한 얼굴의 농구부 녀석들이 다가와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너네는 적당히란 말을 모르냐면서 투덜거리다가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나서 꽃다발을 다 품에 안았다. 한참 녀석들과 사진을 찍고, 또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나니 한결 강당 안이 한산해졌다. 코트를 찾으려고 아까 넣어뒀던 탈의실 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코트를 꺼내와 내려두고 아래를 한 번 내려보면서 꺼뒀던 핸드폰을 켰다.

 부재중 전화, 김남준. 저기 꽃다발을 들고 두리번 거리는, 김남준.

 김남준은 참 생각치도 못 했을 때 한 번에 나를 덮쳐왔다. 누굴 찾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그저 부재중 목록 하나로 나일거라고 짐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쉽사리 김남준을 부르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는데 김남준이 갑자기 내가 있는 옆문 쪽으로 다가오더니 위로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잠시 놀랐다가 나름 인사를 한다고 손을 흔들었는데 김남준은 어떻게 알아들은건지 갑자기 내가 있는 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뭐해요?"

"외투 찾으러. 아까 가지고 있기 귀찮아서 여기 탈의실에 벗어놨었어."

"아... 졸업 축하해요. 이거."

"내 거였어?"

"그럼 누구 거겠어요."

 

 품에 안겨주는 꽃다발은 마냥 크지 않았다. 중간에 오셨던 부모님이 주신 것의 딱 반정도 크기였다. 품에 꽃다발을 안았다. 교실에 들렸다 갈 거라고 했더니 김남준이 내 짐을 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꽃다발 몇 개를 들어준다길래 고개를 끄덕였다. 와중에 김남준이 준 꽃다발은 내가 안고 싶어서 넘겨주지 않았다. 몸을 돌리고 교실로 먼저 향하면서 다시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지긋지긋하다면 지긋지긋한, 그러면서도 꽤 많은 추억이 자리한 3학년 교실에 들어서자 특유의 분필 냄새와, 칠판 냄새, 그리고 교실 특유의 미적지근한 온기가 느껴졌다. 내 자리로 가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는데 김남준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시 실감이 났다. 나는 이제 이 학교를 떠날거고, 김남준은 아직 1년을 이 곳에 머무를 것이다.

 우리, 마지막인가?

 

"이제 네가 3학년이네."

"그러네요."

"힘내라."

"네. 고마워요."

 

 그냥 입꼬리를 또 끌어올려 웃었다. 조울증마냥 방금 전까지 꽃다발로 좋아졌던 기분이 다시 한없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웃었다. 그러지 않으면 우울한 얼굴을 보일 것 같았다. 창 밖을 내려보니 운동장을 빼곡히 채운 자동차들이 보였다. 하나 둘 빠져나가는 것이 끝난 졸업식을 말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짧은 대화가 의미없이 흘러나갔다. 지금 너와의 관계를 마무리 지을 단어를 생각해내야 했다. 우리는 지금 무슨 사이일까. 친한 선후배일까, 미묘한 감정을 주고 받은 고등학교 때의 누군가일까.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해야 하는데, 쉽사리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김남준을 바라보았다. 역시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책상에 유일하게 가방에 넣지 않았던 김남준의 꽃다발만 만지작거렸다. 김남준도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침묵이 잠깐 내려앉았다.

 내심, 너도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유가 나와 같기를 바랬다.

 

"형."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멍한 시선을 바로 잡았다. 또렷한 얼굴이 잡혔다. 다시 귓가로 자동차가 운동장을 떠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교실 안은 김남준과 내 숨소리로만 가득 찼다. 어떡하지, 풀린 마음이 향할 곳을 찾자 주체없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김남준."

 

 모르겠다, 나도.

 

"나, 너 한 번만 안아봐도 돼?"

 

 목소리 끝이 떨려버렸다. 입술을 꾹 다물고 뒤에 무슨 말을 덧붙여야하나, 고민하던 것이 무색하게 김남준은 성큼 다가와 내 몸을 끌어안았다. 항상 옆에서 보기만 했던, 여름 때 잠깐 스쳐갔었던 품이 가득 느껴졌다. 가만히 안겨있다가 손을 올려 김남준의 허리춤을 잡은 뒤에 그대로 등을 끌어안았다.

 

"윤기 형. 가서 대학 생활 잘해요."

"너는 수험생 생활 잘 해."

"응. 알았어요."

 

 여기서 떨어져야, 그나마 우리는 계속 친한 선후배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남을까? 그게 우리의 관계를 정리해줄 단어일까? 그정도가, 김남준과 내 관계일까. 김남준이 먼저 날 품에서 놓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천천히 김남준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놓아버렸다. 시선을 살짝 들어올리자 바로 김남준의 시선과 마주쳤다. 두 눈빛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네 눈에 비치는 내 얼굴은 꼭,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만 가자는 말을 하려고 했다. 입술을 살짝 움찔이는 순간에 김남준이 내 볼을 감싸잡았다. 천천히 내 볼을 쓰다듬는게 느껴졌다. 김남준의 눈가를 엄지로 쓰다듬으며 울지 말라고 했다. 왜, 사내 자식이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냐고 말했다. 김남준은 울고 있지 않았다. 눈물 하나 보이지 않았다. 다만, 김남준의 눈에 비치는 내 얼굴은 그랬다. 사실 너를 위로하려 한 말이 아니라, 울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한 말이었다.

 손을 떼고 창가에 몸을 기댔는데, 김남준이 다가왔다. 또 눈이 마주쳤다. 그 시선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눈을 감아버렸다. 입술에, 따듯한 김남준의 온기가 맞닿았다. 내 손위로 김남준의 손이 겹쳐진 것도 느껴졌다. 눈물이 나올 뻔했다. 닿는 곳으로부터 흘러들어온 것은 김남준의 마음이었다. 키스를 어떻게 해야할 지 하나도 모르면서, 온기 하나만을 좇아 입술을 움직였다. 숨이 벅찰 즈음, 모든 것이 흐려진 와중에 김남준의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  

 

"좋아해요, 형."

 

 다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김남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알아." 

 

 내가 먼저 좋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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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부제 마지막. 좋아해.

 

 아침에 알람에 겨우 눈을 떴다. 눈을 부비면서 남은 잠을 겨우 떨쳐내면서 대학에 들어와 생긴 버릇대로 핸드폰 연락을 확인했다. 간밤에 온 연락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익숙한 이름이 목록 맨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우선 그것부터 확인했다. 멍한 시야로도 짤막한 글씨들은 잘 읽혔지만 내용은 크게 의미 없었다. 그냥, 그러는구나. 고개를 끄덕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나왔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슬슬 움직이지 않으면 조금 빠듯할 것 같았다.

 머리를 말리고, 단정한 옷을 골라 입은 뒤에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대학에 들어가 밝게 탈색한 머리가 부스스해진 채로 헝클어져 있었다. 손을 들어 몇 번 누르고 빗어내리자 그나마 사람 머리같이 내려오긴 했다. 목도리를 둘러매고 작은 원룸을 나왔다. 첫차를 타고 움직이는 정도는 아니였지만 1교시를 나갈 때보다는 훨씬 이른 시간이었다. 그냥 굶고 가면 안되나, 싶지만 잔소리꾼 하나가 옆에서 조잘조잘거릴 것이 뻔해 역에서 파는 간단한 빵 하나와 커피를 샀다. 그리고 빵은 몇 입에 겨우 삼키고 커피로 퍽퍽한 입을 축였다.

 

"아, 써."

 

 그 녀석은 도대체 무슨 맛으로 맨날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 몇 발자국 걸어갔던 거리를 돌아와 한 켠에 마련된 시럽을 잔뜩 넣었다. 근데 이건 또 너무 달았다. 이 커피는 글렀어. 겨우 비운 커피잔을 버리고 나서 전철에 올라탔다. 이러고 또 한참을 이동해야 되지만 오랜만에 얼굴까지 본다는 생각에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핸드폰을 들고 계속 톡이 오면서 어디쯤이냐고 묻는 물음에 대충 대답을 하고 넘겨버렸더니 그 사이 또 삐쳤다. 지 딴에는 티를 안 낸다고 하는데 이런 짧은 말에도 그게 다 느껴질 정도면 말 다한거지. 짧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러고도 자신은 어린 애가 아니라고 애 취급을 하지 말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전철에 내려서는 그 사이 몇 번 사람들 사이에 꼈다고 풀어져버린 목도리를 완전하게 풀어내렸다가, 다시 목에 둘러매었다. 모양을 내지 않고 그냥 둘둘 감은 모양새지만 이정도면 많이 발전한거다. 이 또한 잔소리꾼의 힘이 컸다. 역을 나와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자니 오랜만에 와도 여전한 거리들이 보였다. 마치 작년의 어느 때로 돌아온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시간이 뒤로 쭉 돌아갔다가, 지금 내가 내딛는 이 발걸음을 기점으로 다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이 가게 아직도 있네. 이 가게는 바뀌었네. 기억과 비교해나가며 거리를 걷는 기분도 색달랐다. 방학동안 알바하느라 내내 오지 못 했더니 익숙함 속의 낯설음이 조금씩 크게 다가왔다.

 

"무슨 꽃 찾으세요?"

 

 평생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던 꽃집에 들어가니 한 여자가 포장하던 꽃을 두고 물어왔다. 꽃다발 쪽에 눈길을 주니 바로 다가와 무난한 꽃다발들을 골라주었다. 가만히 화사한 꽃들을 바라보다가 하나를 골랐다. 기억의 꽃다발과 가장 유사한 느낌을 내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큰 꽃다발이었다. 품에 바스락거리는 꽃다발을 안고 있자니 풀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낯간지럽기도 한데, 녀석은 이런 일을 어떻게 한거지.

 익숙한 거리, 익숙한 풍경의 끝은 역시나 익숙한 건물이었다.. 걸음을 옮겨 자리를 잡고 앉아 한 때 내가 앉아있었던 자리를 훑어보았다. 내가 입었던 교복과 똑같은 교복 차림들의 졸업생들이 즐비해 우글거렸다. 그 와중에 원하는 머리 하나만 골라내는 건 비교적 어려웠다. 그러다 몇몇이 장학금을 받으러 나갈 때가 되어서야 원하던 얼굴을 찾았고, 내심 흐뭇해져 웃음이 나왔다. 변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행사의 순서마저 변하지 않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와중에도 익숙한 얼굴은 열심히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았다. 후드까지 눌러쓰고 있어서 그런가, 쉽게 찾지 못하고 다시 친구들에게 돌려지는 작은 머리가 귀엽기도 했다.

 

"여기 탈의실도 여전하네."

 

 졸업식이 끝날 즈음에 꽃다발을 품에 안은 채 강당 구석을 기웃거렸다. 내 기억과 비교를 해보면서도, 결국 마지막에 도착한 곳은 대강당 옆문 쪽에 위치한 탈의실이었다. 졸업식을 마친다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내려가 우왕좌왕 섞이는 것이 보였다. 가만히 그 모습을 내려보자니 꼭 지난번의 코트를 찾으러 왔던 갓 20살이 되었던 내가 떠올랐다. 그때, 이러다가 핸드폰을 한 번 확인했었고.

 지금처럼, 아래에서 날 찾던 너와 눈이 마주쳤었다.

 

"윤기 형!"

 

 올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내 손짓에 바로 쪼르르 올라오는 폼이 퍽이나 귀여웠다. 이미 품에는 화려한 꽃다발들과, 한 손에는 또 졸업장과, 졸업앨범. 그리고 아까 나가서 받았던 상장까지 두 손이 모자라 보여 절로 꽃다발 몇 개를 받아주려고 했더니 내 옆에 도착해서는 바닥에 든 것들을 모두 내려놓았다. 그리고 기대에 찬 얼굴로 날 바라본다. 정확히는 내가 쥐고 있던 꽃다발을 바라보는 게 느껴져 다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자, 받아."

"이거 내 거 였어요?"

"모르는 척은."

 

 능청스럽게 씩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꽃다발을 안아들었다. 작년에 네가 나에게 꽃다발을 주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기분이 좋아졌다. 뿌듯함도 잠깐. 수능 직전에 떨린다고, 잘 보라고 한 마디만 해주라며 칭얼거리던 녀석이 어느새 졸업을 하고서는 품에 꽃다발을 안고 웃는다. 오랜만에 직접 마주한 얼굴을 생각보다 더 어른스러워져 있어서 놀랬다. 키가 컸는지 조금 짧아보이는 와이셔츠의 소매가, 여름 때 봤던 얼굴보다 조금 더 굵어진 남자다운 선들이, 김남준도 이제 성인이 되었음을 여실히 알리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가슴이 떨렸다. 정말, 새삼스럽게.

 

"보고 싶었어요."

"봤잖아, 종종."

"영상통화나, 사진으로는 엄청 부족했거든요? 내가 진짜 고 3만 아니었어도 형 보러 몇 번이나 뛰쳐나갔을 거예요."

"그랬으면 나한테 쫓겨났겠지."

"... 그래서 안 했잖아요."

"응. 잘했다."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어주니까 또 좋다고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아, 이 패이는 보조개도 오랜만이다. 여름 방학 때 잠깐 만났다가, 겨울 방학때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내가 사는 곳으로 놀러오겠다는 녀석을 막았다. 그때 내가 알바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못 놀아준다고 거절했다가 이제 겨우 만난 거라 그런건지 김남준의 시선은 올곧게 날 따라왔다. 이번에도 단정한 교복차림의 김남준은 웃으면서 짧게 내 볼에 입을 맞췄다. 이런 스킨쉽은 아직 익숙치 않아 손을 들어 볼을 매만지자 웃음소리가 들렸다.

 

"점심 먹으러 가요."

"약속이나, 뭐, 친구들이나. 만나야 할 사람들 없어?"

"여기 오기 전에 다 인사하고 왔어요. 그러니까 이제 진짜, 좀, 제대로."

"...?"

"데이트 해요."

 

 진지한 얼굴로 내뱉는 말은 참, 간지러웠다. 키도 조금 컸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것도 조금씩 컸나보다. 내 팔목을 쥐어오는 손은 여전히 따듯했지만 그 손부터 타고 느껴지는 간질거림은 작년보다 더했다. 작년의 형처럼 가방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다며 벅차게 꽃다발과 짐을 챙기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입이 간질거렸다. 등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려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다가 느릿하게 겨우 목소리를 내었다. 너만 큰 것이 아니라고, 나도 표현하고 싶었다.

 

"김남준."

"네?"

"좋아해."

 

 내 말에 녀석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부드럽게 씩 웃는다. 품에 꽃다발을 껴안은 채 그 꽃들보다 더 환하게 웃은 김남준은 내 말에 답했다.

 

"나도 좋아해요."

 

 낯간지러움에 웃음도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버렸다. 김남준이 다시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허리만 살짝 숙여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직 소란스러움이 남아있는 대강당 안에서 김남준과 있는 이 자리만이 조용하게 느껴졌다.

 다시 너와 맞닿았다. 이제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너와 사랑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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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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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정주행 다 하고 왔는데, 영화 한 편 본 느낌이에요. bgm도 아련하면서 글이랑도 잘 어울리고. '졸업'이랑 '마지막'은 언제 들어도 되게 먹먹한 거 같아요 작가님 글은 그냥 다 제 취향인 거 같아요. 뭘 읽어도 다 좋아요. 남준이 시점으로 볼 때는 몰랐던 윤기 얘기도 보게 되어서 또 한 번 설레는 거 같아요 그냥 다 좋다는 말 밖에 표현 못 할 거 같아요. 새벽이라 그런지 감수성이 터지니까 랩슈 글 보면서 설레기도 하고 앓기도 하고ㅠㅠㅠ 결론은 어타임투러브 사랑한다 이거예요 심장저격당하고 앓으면서 잘 보고 가요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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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당근이에여 하 진짜 너무 좋자나여 작가님...8ㅅ8 이런 분위기 넘나 사랑합니다... 하 진짜 랩슈 영사해라...8ㅅ8 작가님덕에 랩슈러 앓다 갑니다... 오늘도 잘 보다 가여!!!♥♥♥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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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잘 읽었어용ㅠㅠㅠ 번외가 나올지는 생각도 못했는데 아무 생각 안하다 받으면 더 선물같은거죠 그죵!! ㅎ헿헤 그동안 남준이의 시점으로 볼때는 윤기가 너무 귀여웠는데 이렇게 윤기 시점으로 보니 또 윤기가 너무 귀엽네요ㅎㅎㅎ 남쥰이는 그냥 멋있기로 헿ㅎ헤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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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흐엥 ㅠㅠㅠㅠ안자길잘했다 ㅠㅠㅠ이거 되게 짧게 끝나서 아쉬어하고 있았는데 이렇게 뜻빆의 선물을..ㅎㅎ사랑해용 이글 읽다보면 정말 윤기와 남준이만 보여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되는거 같아요 오늘도 새벽에 글 올려주셔서 자기전에 좋은 기분 안고가용 글써주셔서 고마워용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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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사랑꾼입니다 번외라니ㅠㅠㅠㅠ 윤기 시점 번외라니 쉴 틈도 없이 봤어요 청게 랩슙은 제 마음에 불을 지피네요,,, 작가님 글 잘 봤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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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대작..랩슈계의 대작이 분명하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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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9.245
윤기 시점이네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제가 랩슈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 A time to love에 담겨져 있는거같아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 랩슈만의 그..분위기 아 설명을 못하겠지만 ㅜㅜㅜㅜㅜㅜ 여튼 작가님이 쓰시는 글 다 취저에요...작가니임..사랑해요 오늘도...♡ㅜㅜㅜ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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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귤입니다 막 심장이 간질간질한 느낌 딱 그 느낌이에요 글을 읽을때마다 감정이입을 해서 읽는 버릇이 있는데 윤기가 남준이한테 설레이는게 느껴져서 너무 좋은.. 또 읽고 또읽어도 설레요 제가 연애하는 느낌이에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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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쥬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한아름 쥔 기분이 지금과 같을까요. 잠결에 비몽사몽 알림을 확인하고 보인 글 제목은 어찌 간결한 한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간질거리게 할까요. 그만큼 이번 단편에서 남준이와 윤기가 나눈 교감이 크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작가님도 하루하루가 뜻밖의 선물처럼 의미있고, 또 행복하게 다가오셨으면 해요. 늘 좋은 선물 감사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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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꾸엉 이예요... 저 드디어 봄 방학했어요! 오랜만에 왔더니 조각 글 타임 투 럽이 있네요... 작가님도 럽... ♥ 보는 내내 간질간질 혼자서 갸악 거리면서 봤네요 크크 새벽까지 안잔 보람이 있네요 민 토끼도 좋고~ 대형 준 이도 좋고~ 작가님도 좋고~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글 읽는 건 언제나 힐링이 되거든요 작가님은 비유를 잘하셔서 머릿속에 막 그 장면들이 둥둥 떠오르고 저도 같이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서 몸이 바르르 떨린달까... 예쁜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하트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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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뜌입니다♡ 와 일단 번외 감사해요ㅠㅠ♡♡♡♡♡ 진짜 전 분명 인터넷에서 글을 읽고 있는데 종이 한장한장 넘기며 책을 읽는 기분이였어요ㅠㅠ 그만큼 퀼리티 짱♡ 분명 본편이랑 같은 내용인데 진짜 다른느낌ㅠ 좋아요ㅠㅠ 2년동안인가 고생 많았네ㅠㅠ 이제 둘이 행쇼 할 일만 남았어요ㅎ 행복하길♡ 작가님 이번 조각글인가요? 하튼 이번 작품도 진짜 잘 읽었어요♡ 생각 날 때마다 와서 재탕해야겠어요ㅎㅎ 그냥 작가님 글은 믿고 보네요ㅎ 항상 이렇게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당♡♡♡♡♡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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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슙슙이에요...하...진짜 풋풋하고 간질간질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복에 왜 넥타이를 안매냐고 투덜거릴때 남준이가 확 생각나면서 어엉어엉 얘네는 생각도 똑같아ㅠㅠㅠㅠㅠㅠㅠㅠ하면서 오열했네요...ㅋㅋ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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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스틴
진짜 이렇게 번외 주시면 사랑한다구요.. 윤기의 시점이였는데, 윤기가 더 먼저 좋아했구나.. 그리고 대학가서도 잘 사겨서 다행이네요! ㅎㅎ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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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연나입니다 헐 작가님 아 진짜 특급 서프라이즈네요 눈 뜨자마자 넘나 좋았어요 (심쿵) 윤기 시점에서 보니까 색다르네요 졸업식이 이렇게 설레는 건가요 남준이 졸업식 보면서 설레고 좋다 생각했는데 제대로 데이트라니 사랑아 랩슈해 징짜 ㅠㅁㅠ 감사합니다 작가님 글 대박입니당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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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620이에요!
작가님의 서프라이즈 선물 감동이에요ㅠ!ㅠㅠ 남준이도 졸업했네요!! 정말 딱 풋풋한 설렘을 느낄수 있었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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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생각못한 번외편에 맘이 간질간질해지네요
이런 느낌의 랩슈 너무 사랑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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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8
안녕하세요 작가님. 오늘도 일하다 들어와 글 보고 가요. 윤기도 졸업하고 남준이도 졸업했네요. 도저히 댓글에 무슨 말을 달아야 할지조차 생각이 안 드는 글이라 횡설수설해요. 분위기에 치이고 세세한 감정에 치이고 갑니다. 다른 썰어 일상을 엿보는 기분이었다면 이 글은 그냥 서로 알아가가는 감정이 너무 잘 보여서 제가 본인 인양 읽었어요. 진짜 청춘 같아서 전 뭘 했었는지 생각도 들었고, 몽글몽글해지는 기분같이 배경음악에 한 번더 빠지고 갑니다. 배경음악만 들어도 설레이게 꽃 핀것 같네요. 오늘도 잘 읽었어요. 맛있는 점심 드시고 오늘 하루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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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9
아 엄청 간질간질하다 윤기 시점으로 보는 남준이는 많이 귀엽네요 .여전히 분위기는 짱이시고.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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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0
희망찬란이에요. 크게 슬픈 내용도 없고 오히려 행복한 글인데 왜 눈물이 날 것 같죠? ㅠㅠㅠ 분위기에 취해서 계속 여운이 남네요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8ㅅ8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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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1
슈가행성이예요. 정주행 끝났다. 사실 하편까지 나왔길래 와, 완결 났다! 얼른 읽어야지! 하고서는 미루고 미뤘네요. 번외까지 한 번에 읽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이 되었지만. 학생회장 김남준과 농구부 주장 민윤기의 이런 잔잔한 청춘 로망스라니. 저 죽으면 다잉 메시지에는 작가님의 필명이 적혀있을거예요. 뉴스에 리트리버 쓰고 죽은 사람의 이야기가 전파 타면 전 줄 아셔요. 남준이 이미지와 윤기 이미지가 어떤지 너무 가슴에 확 박혀서 아무래도 이번 글도 제 일상생활을 저해할 것 같네요. 늘 작가님 글에 치이는 인생이다만은... 조직물도 좋고 섹시한 것도 좋고 욕설이 난무하는 고딩물도 좋고, 사실 싫은 게 없는 저라지만 그 중에서도 청게물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입니다... 플러스 이런 잔잔함이면 정말 좋아 죽죠. 뭐랄까, 글 속 랩슈의 감정 묘사와 분위기 묘사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오늘도 잘 보고 가요.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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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2
와 슈비누나에요 외전이더설레는이유가뭔가요ㅠㅠㅠㅠㅠㅠㅜ 겁나설레부러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윤기가저렇게생각하고있을줄알았어ㅠㅠㅠㅠ 진짜 이뻐죽겄어ㅠㅠㅠㅠㅡ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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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45.58
#pillowtalk 어...작가님 제가 비회원으로 온 이유는 뭐... 아시겠죠 네... 그래도 작가님 글 보러 왔습니다. (무려 정지를 당해서 참...) 아무튼 오늘도 남준이랑 윤기는 너무너무 예쁘네요. 이 둘은 항상 뭔가 뭉클하고 아련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인생글이 된 A Time To Love 고맙습니다 이런 예쁜 글 써 주셔서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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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8.162
와 아담이에여 와와 대박 와.. 막 간질간질 콩닥콩닥... 이 글 진짜 옳아요 작가님 진짜 옳아요ㅜㅜㅜ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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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3
감자입니다 와.. 와... 김남준.. 넘나 설레는것..왜 제가 설레서 사망할것같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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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4
누누슈아에요 글을 내내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느낌이었어요. 작가님이 덤덤하게 풀어내시는 랩슈 주변의 풍경들도, 그들의 감정선도.. 글과 딱 맞아떨어지는 bgm도.. 각자가 만들어내는 그림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느낌. 완성된 퍼즐의 그림이 참 궁금했는데 완성된 그림에서 풋풋한 풀냄새가 나요.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서툴어서 더 설레는 랩슈를 보여주고 있네요. 오늘도 작가님이 주신 선물에 럭키!!를 외치고 가요ㅎㅎ 이런 선물 계속 주시면 오옙니다ㅠㅠㅠㅠ 좋아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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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30.123
자몽소다예요 번외라니ㅠㅠㅠㅠ넘나 좋은 것 게다가 윤기시점으로!!!작가님 사랑해오 진짜로...사랑받으세요 거절은 거절입니다ㅠㅠㅠㅠ진짜 이 글 써주셔서 진짜 감사해요ㅠㅠㅠ두고두고 읽을 글이예요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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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5
ㅠㅠㅠㅠ어제 졸업하고 이 글 읽으니깐 더 감정이입이 잘되네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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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6
한소입니다. 번외... 있어서 행복... 작가님 제 심장을 자꾸 들었다놨다... 윤기가 남준이를 글에서 봤던 것보다 더 신경쓰고 있었네요. 본편에서는 남준이 시점이라 윤기가 이렇게 남준이를 신경쓰고 있을 줄 몰랐는데 말이에요. 내가 먼저 좋아했다는 말이 저렇게 안타까울 일인가요... 브금은 잔잔한데 왜 대사는 잔잔하지 않은거죠... 헐 마지막ㅠㅠㅠ 좋아해라니ㅠㅠㅠ 나도 좋아해요라니ㅠㅠㅠ 마지막은 바람직한 스킨십으로 끝났네요. 둘은 대학 잘 가서 예쁜 사랑을 했겠죠?ㅠㅠㅠ 사랑스러워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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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7
호빈입니다!ㅎㅎㅎ둘 다 졸업을 하고 달달한 데이트를 즐겨라!!1년동안 수고했다..그리고 저도 1년후 저렇게 되겠죠..일쥬일후면 후배가 생겨요ㅎㄷㄷㄷ중하교때는 안그렇더니 왜 지금을 떨리는지..물론 교내 연애는 안되요..할사람은 하지만 저는 할 사람이 아니라 못합니다.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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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33.47
고요_ 엉엉... 너무 예뻐 랩슈야... 진짜 행복하다... 우리 남준이 졸업했다 그래 이제 진짜 데이트 해 얘들아 둘이서 행복한 대학 생활하고... 캠퍼스를 거닐며 응? 행보캐라...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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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8
이야.ㅡ 드디아!! 드디어!!! 랩슈가 하나되는 세상~^♡^ 진짜 좋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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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9
저 다시 구독료 지불할 11월 13일 3시 23분에 또 올테니까 구독료 좀 올려주세요. 진짜로 작가님 제가 작가님 글을 사랑한다는 표현 방법이 없어서 구독료라도 더 내고 싶어요. 한 20분 쯤이라도 구독료 올리고 계시면 안돼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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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리버
아이곸ㅋㅋㅋㅋㅋㅋ 마음만 기쁘게 받겠습니다. 제가 포인트 모아서 뭐 하는 것도 없고, 이미 몇십만 포인트라 넉넉합니다. 독자님의 마음만 기쁘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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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0
10p만 받을 글이 아니에요, 작가님.. 내 님. 아 구독료 제 포인트 탈탈 털어서 주고 싶은 데 어쩌면 좋나요. 하루하루 빠짐없이 보러올게요. 글을 외워버리겠다는 마음으로 한글자 한글자 새겨읽겠습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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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리버
그 마음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글 열심히 쓰겠습니다. 저 이미 포인트 부자라서 정말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기쁘네요. 새벽에 귀여운 댓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웃으면서 힘 얻고 갑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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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1
혹시 번외가 있나 찾아봤는데 있었네요ㅠㅠㅠ 번외까지 다 읽으니까 더 여운이 진하게 남은 것 같아요... 두고두고 다시 읽어야겠어요 이렇게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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