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오세요, 동물의 아니, 반인반수의 집
w. 뿌존뿌존
안녕 친구들, 나 승철이
맞아 그 승철이.
음, 밍이 너희에게 어디까지 얘기해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반인반수 협회에 들어온거 까지는 얘기했겠지?
밍이라면 분명히 반인반수 협회가 너무 작다는 둥, 불평을 해댔을거야.
그렇지만 반인반수 협회는 정말 고마운 곳인걸.
음, 맞아. 반인반수 협회는 날 구해준 곳이야.
투견장에서 싸우다 버려진 나를 구해준 곳.
나는 내가 반인반수라는 사실을 투견으로 살아갈때는 알지 못했거든.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는 것이 다른 견공들보다 뛰어난 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절대 아니었던거야.
협회에선 잔혹한 동물학대의 현장에서 그저 다친 견공 한마리를 구해내었는데
그게 반인반수인 나였고,
난 여기서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어.
그 시간동안 난 내 정체성을 찾고, 자유롭게 동물과 인간을 조절할 수 있게 훈련받고,
인간을 피하는 나의 강박증 역시도 치료 받았어.
물론 그 시간이 결코 순탄했던 건 아니야.
인간만 보면 몸이 부르르 떨리고 사람의 상태에서 갑자기 귀가 솟아나는가 하면,
거품을 물기도 했었으니까,
내가 지금의 상태까지 오게 된건 '유미' 라는 이름의 고양이 덕이 커.
그 친구 역시도 반인반수인데, 날 위해 항상 고양이로 변한 채 날 맞아주지.
우리가 반인반수 협회에 도착하자 유미가 우릴 맞아줬어.
아이들 보고 잠시 바깥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난 유미를 따라 내가 지내던 방으로 들어갔어.
익숙한 풍경이 보이자 무언가 가슴 한 켠이 쿡쿡 아파오더라.
"승철, 그런 눈을 하지 마란 말야. 가슴 아프게"
"미안. 갑자기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가 생각이 나서"
"그때 넌 마치 조그마한 유리 병 안에서 부푼 풍선 같았는데.
조금만 바람을 더 불면 터지고, 그렇다고 꺼내면 바람이 빠져버리는 그런."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지"
"맞아, 다행이야"
"다 네 덕이야, 유미"
"아냐, 네가 다 노력한 탓이지. 그래서, 요즘은 잘 지내?
친구들도 많이 생긴것 같네?"
"응. 잘지내. 여기 나가고 나서 일반 사람들처럼 지내려고 알바도 몇번 뛰고했었어.
근데 운 좋게 도겸이를 만나서. 도겸이 따라 좋은 주인장을 얻었어"
"도겸이?"
"응"
"도겸이는 뭐 잘 지내지?"
"그럼 잘 지내지."
사실 도겸이도 반인반수 협회에서 지낸 적이 있었어.
물론 나는 그때 당시에 혼란스러운 상태였던지라 방 안에만 격리되어있어서
도겸이와 많이 친해지지는 않았었지만 말야.
"새로운 주인장이란 사람은 어때?"
"좋아, 늘 나를 사랑해줘"
"그거면 돼. 사랑."
유미의 사랑, 이라는 말이 왜 내 마음을 꽉 채웠는지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말야, 우린 주인장으로 인해 채워지고 완성되어가는것 같아.
"그래, 그럼 그 사랑둥이 주인장 등록하러 온거지?
주인장한테 민폐끼치기 싫어서?"
"맞아."
"주인장 이름은?"
"김세봉"
"생일 5월 26일이야?"
"맞아. 어떻게 알았어?"
"도겸이 보호자로 이미 등록이 되어있어.
앵무새 반인반수 부승관, 비둘기 반인반수 이석민, 거북이 반인반수....전원우.
원우? 우리 협회에 있던?"
"맞아."
"후, 너희 주인장 정말 좋은 사람인게 틀림없어.
우리 협회에 관련된 애들을 꽤나 많이 데리고 있네?"
"맞아. 물론 나랑 도겸이랑 힘 쓴 탓도 있지만"
"주인장 고정 수입은 있어?"
"아니, 부모님한테 받는 용돈이랑 알바.
딱히 고정수입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해"
"그럼 최대한 내가 힘을 써야겠네."
"고마워 정말."
"뭐 이런걸 가지고. 애들 프로필 좀 불러줄래?"
"개 최승철, 권순영, 김민규, 최한솔"
"...........응, 그리고"
"고양이 홍지수, 이지훈
물고기 윤정한
다람쥐 서명호
닭 이 찬
이구아나 문준휘"
"이구아나? 꽤나 특이하네? 그런데 문준휘라는 프로필은 등록되어있지 않아"
"그래?"
"그럼 여기서 등록하고 갈래?"
"그래 그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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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준휘 생일 좀 알려줘"
"뭐야, 너 최승철이야?"
"응"
".........너 어디야"
"뭐 좀 하러 왔어. 근데 왜 이렇게 조용해?"
왜겠니 승철아.
다 집합해서 혼나고 있으니까 그런거지.
"너 언제 들어올건데"
"곧"
"지금 밤 9시 입니다만?"
"그럼 외박할게"
"뭐?"
"왜, 내가 없으니까 불안해?"
"......................"
길고 길었던 오늘의 교훈.
망할 반인반수들에게 말리지 말자.
오늘이 지나면 이 고통도 다 사라질거야.
그럼그럼, 다 사라질거야. 다.........아마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