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게 뭔지 보여줄게
W. 여우
아, 쓰벌…… 어떤 놈이야. 성규는 뒤돌아 대체 어떤 인간이 신성한 자습시간에 이 자잘한 지우개를 자신의 뒤통수로 저격하는지 궁금해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이 우중충한 남고에서 한 두어해 살다보면 저렇게 미친 놈들 한 두명 발견하는 것 쯤이야 어렵지 않다지만 잠 좀 잘만 하면 이렇게 투욱-툭 던져대는 심보는 대체 어떤 정신병을 가져야만 획득할 수 있는 레어놀부심보란 말인가. 성규는 찌푸려지는 인상을 참지못하고 결국 뒤를 돌려다보았다. 하아……. 도무지 저 씨방나무는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는 종족이었다. 그래, 처음부터 나무를 이해하는 건 나의 미친짓이었어……. 성규는 반장이라는 명분아래 식물과의 교감을 애썼던 자신의 과오를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는 모든 좀비들은 잠들고, 떡하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저 뿐인데, 자신은 아니라는 듯 배시시 웃고 있는 꼴이 영 짜증이나서 답답했다. 멍청한건지, 아님 그냥 뇌 한 쪽을 사채로 팔아먹은 것인지……. 성규는 지끈거리는 머리탓에 더욱이 돌것만 같았다. 성규는 하지말라는 암묵의 눈초리를 뿌리며 다시 자신의 팔속으로 파고들었다. 다시 뒷쪽에서부터 밀려오는 뜨끈한 공기가 천천히 이성을 마비시킬 무렵-.
톡-.
아아-, 이 소리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어린 소년의 눈치없는 장난소리이자, 김성규님의 정신줄과 이성을 마비시키는 소리임에 틀림이 없었다. 성규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뱉어냈다, 그래-그래. 잘하고 있어, 성규야. 허나, 다시 성규를 공격해오는 지우개조각은 결국 성규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선물해주었다. 성규는 결국 뒤를 돌아보아야만했다. 물론, 돌아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싱글싱글대는 식물때기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마주하는 것. 그것이 다였다. 하아……, 내가 지금 달려가서 너의 생장점을 끊어야겠느냐……. 성규는 불굴의 의지로 참을 인자를 새기고는 그에게 틀림없는 입모양으로 위협을 가했다.
"야- 너 하지마."
성규는 다시 책상위로 쓰러졌다. 어으……, 저 지겨운 놈. 허나 5분쯤 지났을까. 까마귀고기를 드시는게 취미인지, 우현은 그 사이를 참지 못해고 다시 성규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한참을 여유롭게 잠드나 싶던 성규로서는 탄식 아닌 탄식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성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젖혔다. 아오 씨……, 야 이 뿌리채 달여먹을 새끼야……. 물론 적지 않은 욕설도 섞었으나, 그 수위가 진하여 글에 적지 못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러던지 말던지 우현은 역시나 싱글벙글 한 채로 성규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냥, 정신줄을 좀 놓은 건가……. 성규는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통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아, 쟤가 좀 모자란 애였던가……. 성규는 담임선생님께 듣지 못했던 조금 부족한 친구가 있었던가 생각해보았다. ……, 아 쟤 진짜 정체가 뭐지……, 아, 진짜 때리고 싶다.
"너 미쳤냐……, 작작하지?"
"읽어봐."
뭘 읽으라는 거야, 저 미친놈이……. 성규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이없다는 듯 다시 되물어보아도, 저 놈은 그저 싱긋싱긋대기만 할 뿐이었다. 사내새끼가 눈웃음은, 니미럴……. 성규는 봇물터지듯 나오는 욕설을 참지못하고 있는 그대로 툭툭 내뱉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리가 있으려나. 이해와 추론 부분에서는 항상 스콜을 대여해오시는 성규였기에, 머리를 쓸래야 쓸 수가 없었다. 결국 성규는 푸욱-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무슨 뜻인지를 물어야만 했다. 그러나, 우현이 성규에게 해 준 말은 '너 아래.' 단 세 글 자였다. 지난 번에 보아하니……, 옆에 있는 여고 학생들이 남우현말이면 껌뻑 죽던데……. 성규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우현의 머리털을 다 뽑아 팔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말았다. 아아- 이러면 안돼, 성규야……, 분노가 이성을 이겨서는 안 돼. 성규는 한 번 더 참자는 생각으로 고개를 숙여 자신의 의자 밑을 확인해보았다. 하- 이젠 종이뭉치를 던지는 구나, 어린 생명이여……. 성규는 지금 당장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우현을 우주로 떠나보내는 기차에 태워버리고 싶었다. 아……, 메텔느님, 철이를 데려갈 것이 아니옵고, 너 식물을 가져가심이 어떨린지요. 성규는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종이를 활짝 펼쳤다. 구깃구깃 구겨진 종이는 작은 메모지였다.
'나랑 영화볼래?'
성규가 펼쳐진 종이를 다시 구겨버리기도 전에 다른 종이뭉치가 성규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아, 진짜…… 어떡해야해……, 나 쟤 완전 싫어, 엄마……. 지금 성규의 마음은 딱- 거머리를 처음 본 초등학생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성규는 헛웃음까지 흘리고 있었다. 돌직구로 맞은 스파이크는 성규의 엉덩이를 빵빵- 터뜨렸다. 아- 김연경선수의 손맛보다 진하고, 엄마의 매질보다 진득한 짜증이여. 성규는 맞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떨어진 종이뭉치를 주워올렸다. 주워올린 종이뭉치를 펼쳐보니 지난 번 종이보다는 조금 더 작은 모양이었다. 공책이라도 찢은 줄 알았더니, A4용지 한 장이었다. 아, 씨- 종이 낭비하고 있어, 나무 주제에……. 지 동족으로 만든 거면 좀 아껴써야 하는 거 아니야……? 성규는 작은 종이에 쓰여 있던 작은 글씨와는 다르게, 큰 종이만큼이나 큼지막하게 써진 글씨를 읽었다.
'나랑 밥 먹자.'
성규는 읽던 종이를 빠삭- 구겨버렸다. 우현을 쳐다보는 눈길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아……, 얼굴도 개상이더니, 정신도 개뼈다귀인가……. 뭐하자는 건데?. 성규의 퉁명스러운 말투에도 우현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미친놈, 저런 곶아를 만들어도 시원찮을 놈. 자애롭기로 소문난 성규의 입술에서는 순수한 욕설들이 날아왔다. 앞으로 평생 편히 잠들지는 못하게 하리라……. 성규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뱉을 욕짓거리를 준비하려는 찰나, 얼굴에 정통으로 큰 종이뭉치를 맞고 말았다. 성규는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아 쓰벌……, 저런 약재같은 놈, 내 언젠가 달여먹으리……. 성규는 자신이 맞은 종이뭉치를 들어올렸다. 와-, 두꺼운 거봐, 개새끼……. 이번에는 그냥 A4용지도 아닌, 스케치북 쯤 되는 8절지 정도의 도화지였다. 이건 구기기도 힘들겠네……. 성규는 미친 놈 한 번 구제해주자- 하는 마음으로 도화지를 펼쳤다.
'사랑해.'
게슴츠레 잠에서 덜 깬 눈으로 글자를 읽던 성규가 눈을 떴다. 아니, 이 무슨 심봉사 장님 벗어나는 소리야, 젠장……. 성규는 도화지를 한 번 쳐다보았다가 우현을 한 번 쳐다보았다가를 반복했다. 괴발개발로 짓이겨놓은 훈민정음은 어이할 것이며, 저 싱글대는 눈웃음은 또 어이할꼬……. 성규는 당혹스러움보다도 한 숨이 먼저 흘러나왔다. 장난을 칠 바에야, 제대로 된 것을 치던가. 장난을 치다가 자신도 얼마나 심심했으면 이런 장난까지 칠 까 싶어 머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지금 갈등을 빚는 다고 끝마칠 일이 아니었다. 날이라도 잡아서 뿌리를 끝까지 뽑아버려야 아마 땅에 붙어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를 새삼 깨달을 것이다. 성규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우현을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누워버렸다. 저런 정신나간 놈……, 두 해 정도 남고에서 살다보니, 별 게 다 여자로 보이는 모양이로구나…….
* * * * *
"오늘은 2시부터 학부모회의가 있어서 일찍 보내주는 거야, 그렇다고 다들 집에 안들어가고 시내에서 놀다 걸리면 작살난다, 알겠냐? 대충 자기 주위에 쓰레기만 줍고 집에들 가라."
선생님의 말이 저렇게 달콤하게 들렸더 적이 있던가. 룰루랄라-. 성규는 신난다는 듯 콧노래를 불렀다. 아, 빨리 집에 가서 웹툰봐야겠다. 야자에 찌들린 남학생의 소원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물론, 조금 짜증나는 게 있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반장은 창문 다 닫고- 교실 불 끄고 가라. 저 말만 아니었으면 조금 더 신나는 하교길이 됐을 텐데. 성규는 천천히 가방을 싸고는 마지막으로 교실을 한바퀴 휙 둘러보았다. 성규의 시야에 무언가 걸렸다면 그것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 나무. 아씨……, 집에 가야되는데 저거 왜 안가? 성규는 자리에 앉아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는 우현에게로 걸어갔다. 성규의 움직임을 따라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이 참 개같았다. 아니, 육두문자 개 말고, 정말 귀여운 개. 강아지라고 하기엔 너무 커버린 듯한 감이 있으니까.
"야, 너 안가?"
"가자."
우현이 번뜩 일어서자, 성규가 보란듯이 턱 짓을 했다. 응, 빨리나가- 너가 나가야 내가 문을 닫고 나가. 허나, 우현은 말똥거리는 두 눈을 깜빡이며 그저 자리에 번듯이 서 있었다. 야, 안 나갈꺼야? 우현은 성규의 손목을 꼭 잡았다. 아니, 이 미친놈이 나가래니까 왜 남의 손목을 후려잡아, 잡기를. 당연히, 영문 모르는 성규로서는 남자와 손을 잡은 꺼림칙한 경험을 마주할 뿐이고. 성규는 손을 탁탁 털며, 생긋이 웃어주었다. 잠이 모자라면, 자고-. 아프면- 쉬거라. 성규는 어서 한 시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고 싶을 뿐인데 우현은 그렇지 아니한 듯 보였다.
"대답을 안했다는 건 내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수줍고 부끄러웠다라는 뜻으로 알아들을게. 좋다는 얘기로 알아듣겠다는 얘기야."
"……뭐래, 빨리 나가."
"친절하게 영화 보지 않겠냐고 물어보고, 밥먹자고 남자답게 리드하고, 사랑한다고 내 의지도 말해줬잖아."
"……그래서 어쩌라고. 나 집가서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웹툰 봐야돼."
"좋아, 그럼 사귀자."
멍하니 우현을 바라보던 성규가 느에-? 하고 다시 되물었다. 뭐지, 이 정신나간 놈은……. 성규는 쩝쩝 입을 오물거렸다.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도 다시 턱 막히는 것이 대체 무슨 말로 길을 잃은 어린 중생을 바른길로 인도할까- 싶었다. 그러다가도 내가 왜 이놈 때문에 집도 못가고 이러고 있는 걸까 싶어서 화가 치밀었다. 아, 정말 싫다-. 성규는 한숨을 쉬다가 우현을 다시 쳐다보았다. 내가 널 어떻게 해야 집으로 갈 수 있을까. 그 순간, 성규의 입술에 무언가 뜨뜨미지한게 닿았다 떨어졌다. 부드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
"대답을 안했다는 건 내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수줍고 부끄러웠다라는 뜻으로 알아들을게. 좋다는 얘기로 알아듣겠다는 얘기야."
성규를 쳐다보던 우현이 순식간에 시야를 벗어나버렸다. 멍하니 우현을 바라보던 성규는 입술을 한 번 훑어냈다. 입술을 훔친 손이 성규의 시선을 가렸다. 아……, 방금 뭐한거지. 성규의 머리가 핵폭탄이라도 맞은 듯 멍했다. 분노보다는 안드로메다로 이민가버린 어이가, 짜증보다는 뺏겨버린 첫키스의 설움이. 성규는 그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아-. 성규는 그저 단말마의 신음만 계속 뱉어냈다. 아, 정말 어떡해. 멍하니 교실바닥을 쳐다보던 성규가 고개를 들었다. 남우현, 개새끼……, 남우현 어디갔어, See Bird-. 성규만이 홀로남은 조용한 학교는, 성규의 비명마저 삼켜버렸다.
"남우혀언!!!!!!"
* * * * *
*여우 사담*
헿, 그대들 하이? 제가 들고 온다던 그 조각글이 바로 이거지롱.
근데 사실 작가가 연애곶아라서 달달하기는 개뿔. 깔깔깔
그리고 원래 7월에 글잡에 달달대란 터졌을 때, 틀 잡아둔 거 였는데,
지리시험 보고 OMR 마킹까지 다 했는데 30분남아서 잘까하다가, 너무 자서 잠도 안와서...
그래, 마저 써보자, 하고 시험지 뒷면에 끄적거린 글이에요. 사실 어제 올리려다가 잉피니트 보고와서 흥분해서 인몽꾸려고 잠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치세여, 그냥 싸다구레이션 때리시고 아직도 분이 안 풀리시면 리플레이 하세여
재미없어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여. 눙물나네여, 그대들-. 전 그럼 깔깔 웃으면서 퇴장할게여. 아, 노래좋다.
브금은 가인언니의 피어나이므니다. 왜냐구여? 언니가 첫경험을 통해 여자가 되는 내용이니까
성규가 첫뽀뽀를 통해서 남자가 되고? 음? 뭐라는 거지. 어쨌든 구경하는 저희로서는 좋은 내용이니까여. 좋죠? 알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쓴 나는 음란마귀와 접신.....흡. 빙의해서.. 떡이나 풀러 가볼까여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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