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비타님, 리로님 감사합니다.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04
W.여우
성규는 인상을 찌푸렸다. 벌써 며칠 째 야근이었다. 달력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넘어가는 것인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12월로 넘겨야 될 시점이 찾아와버렸다. 곧 있으면 연말이 찾아오는 지라, 사람들은 벌써부터 연말정산이니 뭐니, 말이 많았다. 게다가 성규는 설특집프로그램과 봄개편 프로젝트를 한 번에 맡게 되는 바람에 더욱이 정신이 없었다. 한 쪽 결재를 맡아놓으면 다른 쪽 결재에서 퇴짜를 맡기 일쑤였다. 워낙에 철두철미하게 일처리하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성격상 완벽하지 않으면 도무지 내키지가 않아서 더욱이 피곤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같이 일하는 직장후배들이야 완벽한 상사를 둔 덕에 고생할 일 없이 순조롭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성규는 아파트 주차장입구를 서성거렸다. 높은 아파트를 올려다보자 역시나 늦은시간이니만큼 불빛이 새나오는 집은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우현이가 자지도 않고 기다려줬는데……. 성규는 한발짝 뒤로 물러서 주차장을 둘러보았다. 우현이가 오늘 분명히 차 쓸일이 있다며 가져갔는데……. 새벽이 다 넘어가도록 차는 커녕 번호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성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건물로 들어섰다. 쌀쌀한 날씨가 마음에 걸렸다. 성규는 두껍게 싸맨 목도리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하으……, 춥다. 성규는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우현의 품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으- 춥다, 추워……."
성규는 두 손을 모아 부볐다. 시린 손바닥 사이사이로 열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아, 춥다- 추워……. 성규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살금살금 안방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자고 있을 우현이 걱정되어 불도 켜지않고 조용히 목도리를 벗어들었다. 외투를 벗으려는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신경까지 쓰였다. 아……, 깨면 어떡해……. 성규는 벗은 외투를 화장대위에 올려두려다 그만 엄지발가락을 침대모서리에 찧고 말았다. 아흑……!. 성규는 입밖으로 새어나오려는 비명을 꾹 참았다. 한 손으로는 입을 꼭 막고서 남은 한 손으로는 오른쪽 발을 꼭 움켜쥐었다. 엄지발가락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아릿한 고통이 괴로웠다. 성규는 조심스레 거실로 나가 샤워를 끝마쳤다. 대충 말랐나…, 집이 건조하니까 뭐, 금방 마르겠지……. 성규의 눈꺼풀은 이미 피로로 인해서 잠들어버린 것 같았다. 성규는 천근만근한 발걸음을 이끌고 살짝 침대속으로 들어갔다. 워낙에 열이 많은 우현인지라, 같이 눕기만 해도 훈훈하기 마련이었는데, 이번은 이상하게 침대속이 너무나도 시렸다. 어우……, 또 가장자리로 굴러갔나……. 성규는 한쪽손을 쭈욱 뻗었다. 그리고 곧 딱딱한 물체에 손가락을 마주했다. 벽이었다. 순간 피곤이 사라져버렸다. 성규는 두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설마…… 없어……?"
성규의 숨이 턱 막혔다. 지금까지 불 한 번 켜지 않고 조심스레 행동한 자신이 바보같았다. 성규는 머리맡에 둔 휴대폰을 찾았다. 빛이 가득한 액정 때문에 성규의 눈이 부셨다. 익숙한 번호를 누르자, 당연하다는 듯이 신호가 갔다. 성규는 괜히 불안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것……, 외도, 바람……. 어쩌면 자신의 오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것들이 천천히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래……, 평범한 야근일꺼야, 우현이도……, 우현이도 직장일이 있으니까. 하지만 예상 외로 담담한 목소리가 성규를 반겼다.
"어, 여보세요……?"
- 어, 왜.
"늦었는데 안 들어와?"
- 어, 좀 바빠. 회식이랑 회의랑 겹치고, 회장님이 집에 안 가시네.
"기다릴게, 빨리와-, 나 무서워."
- 뭐가 무서운데.
- 흐응, 실장니힘……, 누구에요…… 흐응……?
순간적으로 성규의 핀트가 나가버렸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렸다. 분명 신음소리였다. 실장님이라……, 회사동료인가? 사내연애라도 하는 건가……. 성규의 입술이 한참을 달싹이려 애썼다. 하지만 도무지 목소리가 막혀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하으…으…. 성규는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전구의 필라멘트가 끊긴 것 처럼, 성규의 사고회로는 정지해버렸다. 성규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다. 무슨 말이라도 내뱉어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아무래도 반대편에서는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우현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까. 성규는 덜덜떨리는 손을 주체할 수 없어 결국 휴대폰을 침대자락에 떨어뜨려버렸다. 성규는 두 손을 모아 떨리는 손을 진정시켰다. 다행히 아직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
"옆에 누구야?"
- 부서사람들이랑 다 같이 있지, 왜 자꾸 물어봐.
"거짓말 하지마……, 옆에 있는 사람 바꿔봐……."
- 나 지금 중간에 나왔거든? 회장님 댁에 모셔다드리고 다시 통화하자, 어?
"……회장님 같은 거 없잖아! 왜 못 바꾸는데? 어? 뭐 찔리는 거라도 있냐고, 어?!"
- 너 정말 오늘 왜 이래? 피곤하면 빨리 자던가. 왜 하지도 않던 집착이야, 너가 애도 아니고…….
여……여보세요? 성규가 계속해서 말을 이으려 노력했지만 이미 통화는 끊긴 후였다. 성규는 다시 한번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우현의 전화기는 이미 꺼진후였다. 성규는 화도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까…….그 여자한테 가서 한껏 욕이라도 퍼부어야 할까……. 하지만 그것은 성규의 적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일이었다. 가서 우현이 게이라는 것을 따로 알려주고 싶지도 않았을 뿐더러, 우현의 회사까지 찾아가서 불이익을 받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성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수많은 생각들이 성규를 스쳐지나갔지만 특별히 성규의 머릿속을 완벽하게 정리해 줄 만한 생각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성규의 세상이 출렁거렸다. 눈물샘에다가 누군가가 물을 들이붓는 것 같았다. 굳이 무언가가 흐른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냥 어느순간부터 세상이 움직였고, 사물들은 비누칠이라도 한 듯 물결을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나 미뤄오던 사실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성규는 갑자기 미친 사람이라도 된 마냥 짐을 싸기 시작했다. 거칠고, 두서 없이-. 이전의 성규의 모습에서는 단 한 번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작은 캐리어는 금새 성규의 옷들로 가득찼다. 성규는 그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숨결이 닿아있는 모든 것들을 다 챙길 기세였다.
* * * * *
베란다 사이로 해가 들어왔다. 붉은 기운이 거실을 밝히고 있었다. 이에 반해 성규는 한 숨도 자지 못한 것인지 붉게 충혈된 눈을 하고서 쇼파에 기대어 있었다. 쪼그려앉은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그 순간 성규가 그토록 기다리던 기계음이 적막을 깨버렸다. 작은 문틈이 열리고 쌀쌀한 공기가 마루바닥을 타고 들어왔다. 우현은 당연히 자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성규가 깨어있자 꽤 놀란 듯 보였다. 우현은 쇼파 앞에 섰다. 안 자고 있었어……? 낮은 중저음이 성규의 가슴을 도려냈다. 아마, 저 목소리로 그 여자도 홀렸겠지……. 성규는 순간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우현은 당혹스러운 움직임에 살짝 뒤로 물러섰다가 딱딱히 굳은 성규의 얼굴을 매만지려했다. 만지지마, 더러워……. 성규는 우현의 손을 쳐냈다.
"……뭐?"
"……휴대폰 왜 끊었어."
"그 전에 너 방금 나보고 더럽다고 했잖아."
"휴대폰……왜 끊었어."
"……하, 얘기하다가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
짝-. 거친 마찰음이 들렸다. 건조한 공기속으로 진한 파열음이 울렸다. 아무도 없는 공간은 더욱 적막하게 흘렀다. 성규는 결국 우현의 앞에서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우현의 왼쪽뺨에서는 열기가 훅- 끼얹었다. 우현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성규를 바라보았다. 하,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성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서러움의 눈물만 줄줄 흘릴뿐이었다. 우현은 바라보다가도 애처로운 마음에 손을 들어 그의 눈물을 닦아주려했다. 울지말고 천천히 …….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성규의 손에 의해 다시 팔을 거두어야만 했다. 성규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앞니가 맞물리면서 입술 속이 깨물려졌다. 살이 잘리는 느낌이 났지만, 지금 성규는 무언가 씹을 것이 필요했다. 진득한 피맛이 났다. 가만히 서 있는 우현은 속이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얘기를 하라고, 얘기를…….
"작가 2년 생활하면서 안 먹고, 안 입고……. 더러운 꼴 다 당하면서 2년동안 너 뒷바라지 했어. 아파트는 공동명의니까 팔아서 반 나누자. 그냥 그게 속 편할 것 같아. 난 여기서 도저히 못 살겠어, 아파트 값 반만 떼서 주던지……."
"야, 김성규- 너 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건데……, 어?"
"…… 15년 전 기억해……?"
"대체 무슨 소리하는 거냐고. 지금 뭐 헤어지기라도 하자는 거야?"
"……내가 좋다며. 뭐든지 다 해 줄 수 있다며. 너가 다 참고 버티겠다고, 언제든지 기대라고-. 너 나한테 그렇게 말했잖아. 근데, 지금까지 네 어리광 다 받아줬고, 먹여살려줬고, 버팀목 되어줬어. 너 자리잡고 이제 좀 내 차례가 됐나 싶었는데……, 이젠 난 네 연인이 아니더라, 그냥…… 그냥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 우리…… 끝내자."
"하, 니가 뭔데 우리사이를 끝내고 말고야, 어? 너 돌았어? 돌았냐고. 그래- 잘 됐다, 가라. 바람이라도 난 모양이다, 그렇지? 그래, 우리 솔직히 질릴만큼 사귀었잖아."
성규는 마지막 말을 채 듣지 않으려 애썼다. 질릴만큼 사귄다……라. 정신이 아찔해지는 바람에 그저 빨리 밖으로 나와버렸다. 우현은 그 자리에 서 버렸다. 서 있는 두 다리가 벌벌 떨려왔다. 성규는 커다란 캐리어를 질질 끌었다. 아스팔트 도로가 뿌옇게 되었다가 다시 잘 보였다가……. 크게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리고 싶었지만, 혹시나 우현이 따라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이 발걸음을 빨리했다. 아무래도, 지금 우현에게 잡힌다면 그에게 안겨 그여자와 헤어져달라고 빌 것 같았으니까……. 김성규는 그렇게 여우가 될 수 없었으니까……. 성규는 결국 택시에 오르고 말았다. 어디로 갈까요?-. 기분좋은 택시기사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성규는 그에 반해 기분좋은 목소리를 들려 줄 수 없었다. 울림빌딩으로 가주세요……. 성규는 애써 나오는 울음을 참았다. 사실 자신은 이별을 방관하고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다 알고 있으면서,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자아가 발악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모든 걸 눈으로, 귀로 확인한 이 상황에서까지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혼자서 살아가야 할 자신이 너무나 서럽고, 초라할 것 같았다. 택시에 시동이 걸리고, 목적지를 확인한 택시기사의 핸들이 천천히 돌아갔다.
"김성규!"
저 멀리 택시의 뒷꽁무니 뒤로 우현의 모습이 보였다. 어, 학생 찾는 거 아니야? 성규는 급하게 뒤를 내다보았다. 택시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우현임에 틀림이 없었다. 아저씨, 그냥 가주세요……. 학생- 정말 그래도 되겠어? 택시기사의 질문에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한 마디 말을 내뱉으면 꾹꾹 눌러놓은 돌덩이가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성규는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우현을 뒤로 했다.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출발한 택시는 점점 더 속력을 냈다. 그리고, 아스팔트위로 주저앉은 우현의 형상도 점점 더 작아졌다. 작아지고 작아지다, 끝끝내 성규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성규는 멈추어버린 그의 잔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 * * *
*여우 사담*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어헣, 열일곱의 봄으로 먼저 찾아왔어야 했는데 너무너무 죄송해요! 어헣, 죄송해요 그대들
아무래도 현성이들은 권태기가 첫 타이틀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애정전선에 먹구름이 끼어있을 것 같네요.
현성행쇼를 기다리셨던 그대들에게 이렇게 죄송할 따름이 있을까요, 엉엉. 하지만 그만큼 달달하고 예쁜 사랑이 되리란 걸 기대해주시떼..☆★
아잌, 그리고 제가 원래 집에 새벽에 오는데요, 앞으로는 더 일찍 올려놓고 독서실에 갈 예정이에요..
오늘은 그냥 우울터지고 추워서 독서실 안가뮤.. 그러하뮤, 왜 그랬을까뮤.
그래서 집에 와서 아빠 술타령에 장구치고 추임새넣어드리뮤. 어머님께 등짝 스킬을 허락하게 됨, 흡 - 바람잘날 없는 스파이크여, 나를 놓으시게.
엉엉, 아휴. 지금 5화까지 써 놔서, 이제 비축분이 없어여, 달려야 해여. 아무래도 오늘 열봄 다 쓰고, 김여다 다 쓰고 자야겠네여.
열봄은 몇 편 안남았으니까, 빨리 쓰고.. 깔깔깔깔. 그래야 겠지여? 근데 저 쓰러지면 어카여? 깔깔.
근데 오늘 방송 안 해서 좋음. 아직도 3학년 언니야 들은 시험봐서, 저는 오늘 방송 안함. +_+ 아 행복해, 날아갈 것 같아요.
대신 오늘 잡일 쩔게 늠. 무슨 이상한 녹음 방송 원고 받고, 무슨 교복 선정.. 모델 일 햇음. 근데 왜 나 봉사시간 안주미?
ㅋㅋㅋㅋㅋㅋ추운데 하복입고 열심히 워킹도 하고 살살 웃음도 쳣늗네 왜 봉사시간 안주미? 아 눙물나네염.
그래서 대신 혜댜량 저랑 이번 주 토요일에 설악산 가기로 함. 설악산? 별 거 없으미, 동네 산임, 동네 산. 버스 좀만 타면 있는 동네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선대가 앞마당임 올?ㅋ 오실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만나면 제가 동네 구경 다 시켜드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들이 수학여행으로 오는 곳, 쿡,..☆★ 나는 서울로 수학여행가는 촌여자. 예- 암 쏘 큐리어스 예-, 어 미쳤네요, 사담 완전 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대들 그럼 저 뿅할게요, 사랑해요. 하하하핳, 징짜임, 거부음슴. 그냥 받으센, 그래야 다음편 일찍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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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도 모쏠이면 연애 하기 힘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