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비타님, 리로님 감사합니다.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03
W.여우
시각은 벌써 새벽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명수의 시선이 TV 위에 걸려진 벽시계로 한 번 향했다가 이내 감겼다. 쇼파에 기대어 한숨을 쉬는 모습조차 반할 것 같은 뜨거움이 배어나왔다. 목선을 타고 흐르는 저 곡선을 방해하듯, 튀어나온 몾젖은 뭇 여성들을 혼란에 빠트리게 만든 요소 중 하나였다. 이성여얼……. 꽉 다물린 어금니 사이로 성열의 이름이 새어나왔다. 명수는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나서는 다시 전화기를 들어 꾹꾹 성열의 번호를 눌렀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명수의 화를 돋구는 전자계집의 목소리 뿐이었다. 명수는 '고객님'이라는 소리가 '호갱님'으로까지 들렸다. 멍청하게 기다리는 자신을 비웃는……, 그런 소리.
"하-, 진짜 이게 돌았나."
명수는 마지막 기회라는 둥, 무언가를 중얼중얼대다가 다시 한 번 성열의 번호를 눌렀다. 액정을 부수려는 것이 목적인 걸까,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명수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 순간, 현관에서 익숙한 알림음이 울려왔다. 당연하다는 듯이, 도어락의 홀드가 돌아갔다. 성열은 피곤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걸어들어왔다. 야, 이성열-. 명수는 지금까지 걱정하고 속상해 한 생각에 울컥했다. 아, 피곤해-. 하지만 성열은 그런 명수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명수는 괜히 세상이 일렁거렸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몸 이곳저곳으로 분출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성열은 술에 취한 열기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는지 머리를 짚었다. 고개도 이리저리 몇 번 돌려보는가 싶더니 빨리 술에 깨고 싶어하는 듯 어깨도 톡톡 두드렸다. 명수는 아는 체 한 번 하지 않고 퉁명스레 움직이는 성열때문에 어이가 사라지다 시피했다. 너 정말…… 미쳤냐?. '미쳤냐-.'라는 한 마디에 성열의 인상이 빠직 굳었다. 뭐-?. 미쳤냐고, 씨발. 결국 명수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성열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명수를 올려다보았다. 식은 듯한 명수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형광등 때문에 역광이 생기는 것 같았다. 성열은 몇 번 마른세수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피곤하니까 내일 얘기하자고-.
"장난해? 지금 이 새벽에 들어와놓고, 어지간히 뻔뻔하게 굴지 그래? 전화는 왜 안 받는데."
꺼졌나보지. 내가, 뭘-. 어쨌는데? 성열은 바지 주머니속에 들어가있던 휴대폰을 꺼내더니, 직접 명수에게 휴대폰이 꺼져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는 명수에게 잡힌 손조차 귀찮다는 듯 손목을 뒤틀었다. 이거 좀 놓지……?. 성열은 풀린 손을 털어냈다. 허, 털어? 명수는 그런 손짓 하나조차 사사로이 시비를 걸었다. 시비 걸지마-. 성열은 그 누가 보아도 피곤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명수에게 있어서 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그 말 몇마디가 무엇이 힘들다고, 그렇게 다음날을 요구하는 것인지. 성열은 외투를 벗어내는가 싶더니, 또 아무렇지도 않게 넥타이를 풀었다. 명수는 태연히 넥타이를 풀어내는 성열을 보자 더욱이 분노가 솟았다. 아, 얘기 좀 하자니까? 명수의 거친 손길에 성열이 몸을 돌렸다. 마주 본 두 남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지금까지 뭐 했는지, 뭐하느라 늦을 수 밖에 없었는지. 그거만 빨리 설명하면 끝나는 문제 아니야. 왜 이렇게 애같이 굴어? 어? 니가 어린애야?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 생각은 안 해? 오랜만에 집에서 쉬고 있는 거 몰라서 그랬어?"
"아, 그만-. 거기서 그만해."
"뭐? 뭘, 그만해."
"너야말로 애야? 지 촬영있는 날은 며칠씩 새는 것도 허다해놓고는. 내가 좀 피곤한 건 용서가 안돼? 짜증나니까 좀 비켜, 나 졸리거든? 바가지 좀 그만 긁어. 허-, 지가 나한테 언제부터 그렇게 관심이 있으셨다고?"
비꼬는 성열의 말 속에 뼈가 있었다. 명수는 비아냥대는 성열을 보다 결국 방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성열은 자신의 말이 좀 심했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참아줬다는 걸 명수가 알아줬으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너무나 피곤했다. 성열은 쇼파위에 내던져진 외투를 집어들었다. 씻는 것 조차 귀찮았다. 내일 아침에 명수보고 같이 씻자고 해야겠다……. 성열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것도 잠시, 방에서 씩씩대고 있는 명수가 튀어나왔다. 밖으로 나가려는 듯, 휴대폰과 지갑만을 챙겨 현관으로 향했다. 야, 너 어디가는데-. 성열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명수의 팔을 잡았다. 명수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었다가 뒤돌아 성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기분나쁘다는 듯 세게 팔을 털어냈다. 남이사, 어딜 가던지. 명수의 목소리가 딱딱했다. 반대쪽팔에 검은 가디건 하나를 걸친 것이 보였다. 야, 너 이렇게 나가면 정말 얼어죽어!. 성열은 걱정되는 마음에 괜히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명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운동화를 고쳐신었다. 너, 진짜 지금 어딜가겠다고-, 3시가 넘었어!. 명수는 운동화를 다 신은 것인지 제대로 일어서서 성열을 바라보았다.
"바가지 좀 그만 긁지? 지가 나한테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다고……."
성열은 큰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허, 얘가 지금 장난하나? 성열은 갑자기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자신이 그렇게 잘못한 것인지-,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것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명수는 성열이 무슨 말을 내뱉기도 전에 집을 나서버렸다. 명수가 집을 떠남과 동시에 성열의 눈에서는 커다란 눈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졌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분노도, 짜증도-. 그냥 속상하고 서러웠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회식까지 꼭 참여하는 성격탓에 자신을 아침까지 기다리게 하는 것도 허다했다. 그 상황에서도 전화기는 꼭 꺼놓았었다. 그리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짜증을 내면 바로 취침모드에 들어갔던 그인데……. 성열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으흐……, 으흡- 허으어……으……. 컥컥대는 숨 때문에 머리가 아파왔다.
* * * * *
성열은 거칠게 차를 몰았다. 주위에서 경적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성열은 엑셀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자꾸만 서러운 생각에 눈물이 차올랐다. 성열은 더더욱이 이 상황을 아무에게나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봤자 갈만한 곳은 성규와 우현의 집뿐이겠지만. 성열은 더 세게 엑셀을 밟았다. 이 억울하고 짜증나는 상황이 엿같았다. 성열은 성규의 아파트앞에 다다라서도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아파트 현관을 차지하고 있는 비밀번호를 누르려다 다시 손을 굽혔다. 이런 어줍잖은 일로 성규를 찾아가기도 여러번이었는데, 지금은 시각까지 늦어버렸다. 늦은 가을, 아직 해는 뜨지 않았지만- 아직 자고 있을 성규를 생각하니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성열이 그렇게 착한 놈만은 아니었다. 성열은 결국 뻔뻔스럽게 나가자며, 아파트 비밀번호를 눌렀다. 자동문은 성열을 기다렸다는 듯 활짝 열렸다. 띵동- 하는 엘리베이터의 알림음이 울렸다. 성열은 몇 번이나 오르내리다를 반복하다 결국 아파트앞의 마트까지 가서 손수 술안주와 술까지 사와버렸다. 성열은 문전박대 당할 것을 예상하고서는 무조건 집안으로 들이닥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열이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며 초인종을 누르려는 것도 잠시, 성규의 집안에서 누군가가 뿅- 튀어나왔다.
"나가, 나가-. 이 새벽부터 갈 데가 그렇게 없어? 연예인은 무슨, 친구도 없는게. 안 나가?"
성규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문 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다름아닌 명수였다. 명수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맨발로 쫓겨난 것 같았다. 곧이어 문이 다시 열리더니 명수의 운동화가 문틈사이로 뾰로롱 날아왔다. 성열은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명수의 눈이 커졌다. 헐- 너……너 뭐야……. 명수가 당황하며 아무말도 하지 못하자, 성열은 그 모습조차 재미있다는 듯이 그를 비웃었다. 뭐야, 그렇게 나와서 간 곳이 여기야? 명수는 괜히 멋쩍은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 순간, 성규의 집 문이 열리고, 그 속에서는 우현이 튀어나왔다.
"이런 미친놈들. 이성열 너는 왜 또 여기 있어? 야, 둘이 짝짝꿍 텔레파시 하셨으니까 이제 손 꼭 잡고 룰루랄라 집 가세요들, 아시겠죠? 거기 손에 들고 계신 술은 뭐 밖에서 쳐먹다가 뒤지든지 마시든지 하시구요. 그리고 한 번만 더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오시면 주거침입죄에다가 사생활침해로 경찰에 신고할 줄 아세요. 또 지금 새벽이니까 입닥치고 조용히 내려가시구요."
명수와 성열이 무어라고 반박하기도 전에 우현이 쏙 들어가버렸다. 명수는 어이없다는 듯이 몇번씩이나 코웃음을 치다가 쌀쌀한 날씨에 대리석바닥이 추웠는지 급하게 운동화를 주워신었다. 성열은 그런 명수를 한없이 바라보다 다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성열이 방금 내린터라, 엘리베이터의 문은 기다릴 필요없이 쉽게 열렸다. 성열은 엘리베이터 한 구석으로 가서 명수를 불렀다. 김명수, 안 탈꺼야? 성열의 질문에 명수는 아무 말 없이 발을 옮겨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성열은 명수에게 차키를 건네었다. 나, 술 마시고 여기까지 어떻게 운전한지 기억도 안나니까, 가는 동안은 너가 해. 곧 엘리베이터가 1층을 가리키며 문을 열었다. 성열은 쫑쫑대며 먼저 나가버렸다. 명수는 한참을 성열의 잔상만을 바라보다 똑같이 그의 뒤를 밟았다. 곧이어 둘이 차에 올랐지만, 아직 가라앉은 공기가 무거웠다. 엔진에 시동이걸리는 소리가 들리고, 결국 그 사이를 틈타 성열의 말문이 트였다. 뭐 타고 왔어……? 성열의 질문에 명수가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택시-. 명수는 간단하게 말을 굳혔다. 다시 둘 사이의 정적이 흘렀다. 성열은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물었고, 차를 채운 텁텁한 공기가 괜히 목을 간질였다. 결국, 집에 도착할 때까지 둘은 아무말도 건네받지 않았다. 성열은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툴툴맞게 구는 그가 못마땅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문이 닫혔다. 성열은 긴다리로 휘적휘적 걸어나가버렸다. 하지만 현관까지 걸어오는 사이에 손이 언 것인지 몇번씩이나 비밀번호가 틀렸다. 에이씨……, 성열이 낮게 짜증을 토로하는데, 어느새 성열의 뒤로 온 명수가 비밀번호를 눌러주었다. 경쾌한 알림음이 들렸지만, 명수는 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성열은 자신이 잠깐 헛소리를 했나 생각했다. 내가 뱉은 말인가……. 성열은 자신이 한 말인지 헷갈려하다가 명수를 살짝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사과는 명수가 한 것 같았다. 저렇게 발그레한 볼을 하고서 헛기침을 해대는 것을 보아하니 말이다. 성열은 괜시리 웃음이 났다. 뭐가……, 미안한데……. 그러면서도 내심 튕기고 싶은 것인지, 무엇이 미안한지를 물었다. 명수는 그저 헛기침만을 반복했다. 너도 속상했잖아……, 미안해……, 맨날 애같이 굴어서. 명수가 몇마디 하지 않았지만, 성열은 이미 충분히 그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워낙에 무뚝뚝한 터라, 사과는 커녕- 또 며칠동안 서먹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입술을 주욱 내밀고서 쫑알대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쪽-. 성열이 명수의 입에 입술을 맞대었다.
"이쁘네, 김명수. 고마워-."
성열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예쁘다 못해 사랑스러울 정도로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명수는 갑작스레 닿은 성열의 입술에 멍하니 서 있다가 씨익 웃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성열과 명수의 입이 마주했다. 차가운 입술 사이로 뜨거운 혀가 들어왔다. 입술 사이사이로 하얀 김이 흘러나왔다. 성열은 작은 입술을 할짝였다. 명수는 살짝 입을 떼어냈다가 다시 성열의 뒷목을 안고는 서서히 각도를 맞춰들어갔다. 다시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둘 중 어느누구도 그것에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들이 느끼는 그것, 그것만이 서로의 신경을 자극했다. 어느새 날이 밝은 것인지, 그들의 오고가는 숨결 사이로 해가 떠올랐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해님도 둘의 농염한 키스가 부끄러운 것인지 빨간 볼을 채 가리지 못했다.
* * * * *
*여우 사담*
헿,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엇, 저 오늘 글 엄청 올리는 것 같아요. 읽으시는 우리 독자여신님들 엄청 고생하시겠어요, 죄송합니다... 뎨둉해여..☆★
엉엉, 그럼 저는 그냥 이제 하루에 하나씩만 가지고 올까요? ㅠㅠ 그럴까요? 여러분 엉엉, 죄송해여 정말로..
는 무슨, 저 맨날 이렇게 폭풍의 업뎃 할꺼에여! 싫어해도 어쩔 수 없음. 아잌아잌, 그대들 미오, 아잉 핡핡.
시험 끝나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래왔는데여, 그럼요. 이렇게 하루종일 인티하면서 폭풍 업뎃할 날만을 기다려왔음.
헤헤헤헤, 그럼 그대들 김여다 보시면서 .. 솔로의 슬픔을 달래보아요. 그럼요, 전 솔로지만, 쟤넨 커플이니까
쓰면서도 완전 뚱한 표정으로 키스하는 거 쓰고.. 이상한 거 쓰고, 떡 쓰고.. ㅋㅋㅋㅋㅋ누가 보면 논문이라도 읽는 줄 알거에여 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그대들, 사랑하는 제 여신님들은 다음화에서 만나도록 하실게여~ 뾰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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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도 모쏠이면 연애 하기 힘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