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피니드ㅡ님, 한재호님 감사드립니다.
열일곱의 봄 20
W. 여우
시계가 가는 소리가 이렇게나 큰 줄 몰랐었다. 성규는 짜증이 솟구쳤다. 허, 안 들어온다 이거지…? 성규는 어느새 열두시가 넘은 시계를 바라보는데 도가 터버렸다. 자신이 집에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늦을리가 없는데 말이다. 성규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요즘 이상한 사람들도 많다던데…. 성규가 고개를 저었다. 진짜 무슨 일 난 건가…. 성규는 걱정되는 마음에 우현의 집 골목까지 서성거렸다. 여름밤인데도 풀벌레 우는 소리부터 여간 쌀쌀한 게 아니었다. 아, 진짜 왜 안와…. 성규는 결국 골목 입구까지 걸어갔다. 다른 골목으로부터 이어지는 길가에는 단지 하나의 가로등만이 길을 비추고 있었다. 성규의 시야에 이상한 한 커플이 보였다. 커플은 길을 걸어오는 내내 진한 스킨십을 주고 받고 있었다. 아- 남사스럽게, 저게 뭐야…, 어우- 어…어우, 징그러워…. 문제가 있다면 그 남자의 가디건의 성규의 가디건이라는 것이었다. 부끄럽다며 한껏 눈을 찌푸렸던 성규가 천천히 눈을 의심했다.
"남…우현?"
술에 잔뜩 절어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 건지, 여자에게 기대어 질질 끌려오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 게다가 여자는 성규가 그렇게나 싫어하던 아영이었고, 질리도록 끔찍한 둘은 보란듯이 스킨십을 주고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허…, 남우현? 너, …너너. 성규의 찬란한 목소리 뒤로 분노가 흘러나왔다. 너, 정말 가만 안둬…, 하-. 성규는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취한 듯 서성거리는 우현이 집안으로 걸어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성규는 잔뜩 화가 난 채로 짐을 싸고 있었다. 아, 왜 그래 …. 비틀거리면서 말을 내뱉는 꼴이 성규에게 어이없음을 선물했다. 뭐…, 왜 그러냐고? 성규는 한참이나 우현을 노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 챙기지 못한 짐이 캐리어사이로 비집고 나왔지만, 성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우현이 성규의 팔을 잡아섰다. 어디 갈껀데…. 놔라, 이거…? 아, 어디갈꺼냐고. 우현이 끝까지 성규의 팔을 놓지 못했다. 성규는 짜증난 목소리로 그의 팔을 털어냈다. 아, 어디든 갈테니까 놓으라고-. 씨발, 저 년이랑 붙어먹던지 말던지. 우현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이해를 바라는 목소리로 성규를 타일렀다. 부축해준거잖아, 이해못해?…
"…고등학생이 술 먹은 것부터 난 이해가 안 되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거든?"
"…알았어, 미안해- 미안하니까 내일 얘기하자, 가지 마."
"…늦었어, 진짜 뺨 한쪽 터지기 전에 입닥치고 잠이나 자, 우리 끝이야."
성규의 말에 우현이 천천히 손을 놓았다. 이럴 순 없었다. 성규는 의외의 반응에 발을 멈추었다. 허나, 다시 발을 움직였다. 자신에게 해명할 말이 없다는 것은, 그 모든것이 사실이라는 얘기였다. 속상하고 괴로웠다. 성규는 우현의 집을 빠져나와 골목을 걸어나갔다. 우현의 집이 보이지 않을 즈음, 성규의 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가로등 빛을 받아 서 있는 여자는 아영이었다. 허, 지금 여기 서 있다 이거네? 성규는 인상을 찌푸렸다. 꼴도 보기 싫은 아영은 성규를 향해 싱긋 웃어주었다. 어디가?. 허- 뻔뻔하게 생겨먹었네…. 성규는 차마 뱉지 못한 말을 삼키고는 쓱쓱 걸어나갔다. 기분 나빠- 너. 성규는 아영을 지나쳐 골목을 빠져나왔다. 다시는 보지 않기를 바라며, 툭툭 뱉는 발걸음이 딱딱했다.
* * * * *
"뭐야-, 왜 벌써 들어왔어. 이번에는 좀 오래간다 싶더니만?"
퉁퉁대는 명수의 목소리가 성규를 자극했다. 성규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TV를 쳐다보는 명수가 아니꼬왔다. 야- 저리가. 뭐? 명수는 자신이 잘못들은 것인지 다시한번 되물었다. 허나, 성규는 짜증나는 눈을 지은 채 침대속으로 파고들었다. 어어, 뭐야- 너 남우현 집 갔던 거 아니었어? 아- 모른다니까. 성규는 자꾸만 모른다며 고개를 파묻었다. 저, 망할놈이 이제 형 늙었다고 대답도 안해주네, 늙으면 죽어야지…. 명수는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이며 자리를 고쳐앉았다. 대체 무슨 일인데, 임마-. 명수는 궁금하다는 듯 질문을 이어가다 여전히 성규에게서는 답이 없자, 고개를 숙였다. 야, 임마- 형도 할 말 있어. …뭔데. 성규의 소리가 베게 속으로 먹혀들어갔다. 성규는 엎드린 모양새에서 고개를 돌려 명수를 바라보았다. 근데 왜 새벽까지 안 자고 있어…. 명수는 멍한 눈으로 머리를 긁적이고는 성규에게 시선을 두었다. 성열이 재우고 그냥, 생각 많아서 그랬지…. 아- 그랬구나. 성규는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에씨- 숨막혀. 성규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옆에 앉은 명수가 거슬렸다. 아, 좁아- 바닥에 앉아. 명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성규를 한 대 치려다가, 한숨을 쉬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간지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던 성규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 없는 동안 성열이랑 좋았겠네?. 이응, 천국이었어- 너 집 또 안 나가냐.
"형 때려도 돼?"
다시 한 동안 정적이 흘렀다. 미안-. 명수의 사과가 튀어나왔다. 성규는 그럼그렇지-. 라며 큭큭대었다. 아, 너오니까 내 머리가 리셋된 것 같아. 원래 멍청한 게 아니고? 명수는 성규의 말이 옳다고 느꼈는지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야- 김성규. 아 왜불러. 딱딱한 형제간의 대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명수는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빙빙 말을 돌렸다. 성규는 은근히 졸려오는 기색인지 이제 들어가보라고 말했다. 형, 안 졸려? 이제 들어가지-, 아… 불끄고 들어가. 그 순간 명수가 무언가 말을 건넸다.
"너, 형 없으면 어떨 것 같냐."
무슨 소리야, 그게-. 성규는 밀려오던 잠이 번쩍 깨인 듯, 다시 눈을 부볐다. 뭐야-. 갑자기 그걸 왜 물어봐, 형은-. 명수는 그저 싱긋 웃어주었다. 에라이, 잘생겨서 그렇게 웃지마. 성규는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좋은 유전자는 저 놈이 다 가져간 걸거야…. 명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는가 싶더니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으이고, 이놈아-. 자신을 때리는 줄 알고 움츠러들었던 성규가 민망하게 팔을 내렸다. 큭큭- 병신. 이씨-, 잠이나 자, 허튼 소리 하지 말고. 성규는 이불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어흐-, 잠 안오시면 성열이라도 끌어안고 자던가…. 명수는 조금 더 가까이 오더니 성규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성열이는 못 산다던데…. 끅끅-, 그 말을 믿냐. 성규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는 이불속에 쏙 들어갔다. 눈만 내놓고는 큭큭대면서 명수를 골려먹는 재미가 쏠쏠해서랄까.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성열을 생각하는 것인지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이 볼만했다. 아마, 성열이는 형 기다릴껄. 물론, 성규의 한마디에 명수의 얼굴이 다시 풀어졌다는 게 함정이겠지만. 명수는 다시 성규의 구렛나루를 쓱 귀 뒤로 넘겨주었다. 형이, 진짜- 진지하게 할 말 있어서 그렇거든? 아, 그니까 뭔데. 명수는 계속 뜸을 들이다 결국 한 마디를 뱉고 말았다. 형 머리자른다-.
"…잘라도 잘생겼잖아, 시발."
"알아. 근데 넌 함축적 의미 모르냐."
"어. 이과 갈거라서."
"군대간다고."
성규가 이불 속으로부터 천천히 벗어났다.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휘둥그레한 눈을 하고서. 형, 진심이야? 성규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볼을 꼬집었다. 헐, 진짜? 아, 나 갑자기 기분 좋아졌어. 명수는 해맑게 웃는 성규를 보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너, 임마- 너 그러는 거 아니야, 새끼야. 명수가 성규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어정쩡한 자세였지만, 켁켁대는 걸 보니,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아윽- 이거 안 놔…, 켁…크윽…. 너 우리 성열이 잘 못 챙겨주면 내가 탈영할거야, 새끼야. 켁-큭, 하아- 하이고…. 명수의 손아귀에서 풀려난 성규가 숨을 들이셨다. 아흐, 머리아파. 형이야말로 그러는 거 아니지!. 성규의 말에 명수가 움찔했다. 내가 뭘 이새끼야. 성규는 으씨- 하고 명수를 한 번 노려보고는 다시 제대로 누워버렸다. 명수는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일삼았다. 망할 놈-, 형 군대가니까 좋냐. 성규가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연히 좋지. 명수는 귀엽다는 듯 성규를 바라보다가 싱긋 웃어주었다. 그래도, 임마 이럴 때는 아니요, 형- 하는거야.
"아니요, 형-."
역시나 성규는 귀여웠다. 아직은 어린 열일곱살이니까. 나 열일곱 살 때는 안 그랬는데 말이지…. 명수는 중얼중얼대다가 다시 성규를 바라보았다. 귀엽네, 우리 성규. 에휴-. 성규는 명수의 손길이 기분좋다는 듯 받아들다가 끌끌 웃었다. 형이 이렇게 내 얼굴 쓰다듬어주는 거 오랜만인 것 같아. 명수는 그러고보니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야, 형 갔다올게. 성규는 알겠다며 방으로 들어갈 적에 불이나 끄라고 타박했다. 짜식이-, 무드없게. 무드는 무슨, 잘 가.
"너도 가, 개새끼야."
"근데 지금은 형이 가, 개새끼의 형아야."
* * * * *
*여우 사담*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이힣? 열봄 20화에요. 열봄은 원래 27화 + 번외 3이었어요. 총 30화였는데요.. 엉엉.
허나, 몇몇의 주어진 이야기를 가지고 질질 끌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어느순간 들어서요.
열봄 본편은 25화까지로 마무리를 짓고, 나머지 번외 3은 그대로 가되, 한 편의 마지막 번외를 추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편은 인티에 공개되는 번외이고, 모든 분들께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세편의 번외는 블로그에도 올라가지 않을 예정이에요, 다시 말해서 모든 분들께 드리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얘기죠.
그 말은 암호닉이 있으신 분들만 세개의 번외를 따로 받으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늘, 암호닉 정리가 들어간답니다. 들어가시는 분들은 꼭 확인해주시고, 없으시면 저를 매우치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돌로 다리를 묶어 동해바다 용왕님께 먹이로 바치십사. 댓글로 자신을 말씀해주세요..하하핳
RIn여신 감성여신 규로링여신 글루여신 노을여신 닻별여신 디어여신 라임여신 밤야여신 비타여신 비행기를 탄 정철여신 상추여신 스마트폰여신 썽여맄여신 이랴여신 자갈치여신 조팝나무여신 제나여신 쪽쪽여신 쮸여신 코코팜여신 케헹여신 헿여신 형광펜여신 매직홀여신 헝그리여신 +그 외 독자여신들여신님들,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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