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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적
루한×민석
written by.테픈

 

 

 


[ 미안해, 형 ]

 

 

  그의 메세지를 확인하고 간단히 '괜찮아'라고 대답한 민석은 그대로 휴대폰을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그 주머니 속에 만져지는 종이의 감촉에 한숨을 푹 내쉬고 만다. 조심히 꺼낸 종이 두장에는 당장 10분 후에 시작되는 영화의 제목이 쓰여있었다. 개봉한지 한달이 넘어가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 개봉하자마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진 이 영화는 주위에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기에 민석도 계속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종대랑 같이 보려고 했는데.. , 그러나 겨우 시간을 맞춰 예매한 티켓은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졸업논문때문에 교수님이 찾으신다며 약속을 취소한 종대의 말이 떠올라 그저 아쉬움에 티켓을 접어 다시 주머니속에 넣어버리는 민석이다.

 

 


 종대와 사귄지 이제 2년정도, 같은 과 선후배사이였던 둘은 1년차로 제대할 때까지도 모르던 사이였다. 그러다가 종대가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면서 처음 만났고, 말도 없고 차가워 보이기까지 하는 민석에 종대는 호기심을 가졌었다. 반대로 민석 역시 밝고 자신에게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종대에, 알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웃어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마음이였고 2년이 지났다.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말이다.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고, 땅은 새하얗게 물들고 있었다. 그 위로 발걸음을 내딛던 민석은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그대로 멈춰섰다.

 

 


- 루한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종대보다도 더 익숙한 그 이름이였다. 오랜 친구인 루한.

 

 

 

"응, 루"
- 뭐해?
"나야 뭐"
- 종대랑 같이 있어?
"......"

 

 


 또 혼자야?,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민석에 잘 알고 있는 듯 루한이 물었다. 민석도 루한이 그렇게 물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아무 대답 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 민석, 어디야? 내가 지금 갈게.
"여기 영화관이야."

 

 


 지금 너무 외롭다고. 그러니까 너라도 와달라고. 너는 항상 내게 와 주었으니까.

 

 

 

 

 

 


 30분은 지났을까. 사락사락 내리는 흰 눈 사이로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청록색의 코트를 입고 하얀 목도리를 두른 루한이였다. 민석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앞으로 걸어온 루한은 코트 주머니에 꽂았던 한 손을 빼내어 눈이 쌓인 자신의 머리를 털어냈다.

 

 


"빨리 왔네?"
"얼마나 기다렸어?"
"1시간?"
"야, 나 30분만에 도착했거든?"
".... 난 여기 있은지 1시간 맞거든?"

 

 


 툭 내뱉은 말이였지만 그 안에는 쓸쓸함과 화나는 감정 등이 복합되어 들어 있었다. 루한은 가만히 민석을 내려다보다가 안그래도 통통한 그의 볼이 추위에 붉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쓰러운 마음부터 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목에 둘러진 목도리를 풀었다.

 

 


"옷을 왜 이렇게 얇게 입었어?"

 

 


 안에 얇은 셔츠 하나에 두꺼운 후드집업만 입고 나온 민석의 목에 흰 목도리가 둘러졌다.

 

 


"..숨..마켜..."

 

 


 얼굴까지 꽁꽁 싸매어 목도리 위로 볼살이 올라와 있음에 루한이 결국 미소를 짓고 만다. 귀엽기는.

 

 


"올라가자"
"어?"
"영화보러 온거 아냐?"
"맞는데...있지.."
"그럼 올라가자"

 

 


 루한이 민석의 손을 잡아 끌었다. 방금 전 저 눈을 뚫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루한의 손은 그 무엇보다도 따뜻했다.

 

 

 

 


 예매소에 도착해서 상영중인 영화를 확인하던 루한은 익숙한 영화제목을 발견하였다. 저게 민석이 보고 싶어했던건데... 며칠전 친구들과 나누었던 영화 이야기가 떠올랐다. 살며시 돌아본 그 역시 그 작은 고개를 들어 영화 제목을 확인하고 있었지만, 딱히 결정하지 못한 듯 입술만 앙 다물고 있었다. 루한이 잡고 있던 민석의 손을 풀고 영화 포스터가 나오고 있는 화면을 가리켰다. 그 손끝을 따라 민석의 시선이 옮겨진다.

 

 


"민석, 이거보자"
"...이거?"
"응, 보고싶었던거라."

 

 


 너랑 둘이서. 차마 뒷말은 하지 못하고 벌써 본 건 아니지?, 하고 묻는 루한이였다. 보지 않았다는 민석의 대답이 나오자마자 바로 티켓을 끊었다. 그 옆에 서 있던 민석은 자신의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고 그 안에 있던 종이를 더 세게 쥐었다. 결국 이 영화는 루한과 보게 되었다.

 

 

 

 

 


***

 

 

 

 


"형!"
"..종대?"

 

 


  영화관 앞,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종대에 민석이 발걸음을 빨리하여 그에게로 뛰어갔다. 아직 약속시간까지 10분정도 남은 시간, 평소라면 아직 그가 도착할 시간은 아니였다. 늘 약속시간에 맞춰서 왔었는데. 자신의 앞에 서서 놀란 눈을 하고 보는 민석에 종대가 물었다.

 

 


"왜 놀래?"
"당연히.. 처음이니까.."
"응? 뭐가?"
"종대 네가 나 기다린 것"
"그..그랬나"

 

 


  민석의 대답에 종대가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솔직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는데.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손을 들어 민석의 두볼을 감쌌다.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나쁜 놈 같잖아. 그 말에 민석은 입술을 앙 다물었다. 나쁜놈 맞는데, 애써 입밖으로 나오려는 그 말을 숨겼다. 이제는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였다. 찬기운이 가득한 민석의 두볼을 감싸고 있던 종대의 시선이 민석의 목에 둘러져 있는 목도리로 향했다. 처음 보는 건데.

 

 


"목도리 산거야?"

 

 


  자신이 선물해 준 것과 다른 것이였다. 빨간색의 무늬도 다른 목도리로, 사귀고 나서 처음 맞았던 크리스마스날 선물했던 것이였다. 겨울에 추위도 많이 타면서 불편하다면서 목도리 자체를 하지 않던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추우면 목도리도 하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잔소리와 함께 건넸던 선물이였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후로는 자신을 만날 때는 무조건 그 목도리를 하고 나왔었다. 그런데 지금 민석이 두르고 있는 목도리는 파란색 목도리였다. 원래 있었던 건 아닐테고, 새로 산 것일까?

 

 


"아니."
"그럼?"
"루한이 준거야"

 

 

 

  루한이라는 말에 종대의 미간이 좁혀졌다.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쉰 민석이 여전히 자신의 볼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얼른 들어가자"

 

 


  무언가 말하려던 종대는 그가 끄는 바람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목도리는 했으면서 장갑은 또 하지 않은 민석의 손이 차갑기만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표소가 있는 4층으로 올라가서 이번엔 반대로 종대가 민석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는 민석에게 묻지도 않고 무작정 예매소에 앞에 서서는 말했다.

 

 


"'12월의 기적' 두장요"

 

 


  그 말에 민석이 종대의 팔을 툭 쳤고, 그에 종대가 민석을 돌아보며 왜, 하고 물었다. 12월의 기적 두장 맞으시죠? 자리 선택해 주세요, 앞에 극장 직원의 말에 민석이 죄송합니다, 하고는 예매소에서 떨어진 벽쪽으로 걸어갔다. 종대 역시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따라 갔다.

 

 


"나 봤어"

 

 


  둘 사이의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종대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구겨지기 시작했다. 봤다고? 누구랑?, 또다시 종대의 눈에 민석의 목도리로 향했다. 그리고 더이상 묻지 않아도 누구랑 보았는지 알 수 있었다.

 

 


"루한이랑 본거야?"
"..루한이 네 친구야?"

 

 


  종대는 루한을 굉장히 싫어했다. 민석에게는 꼬박꼬박 형이라는 호칭을 붙이면서도 민석과 동갑인 루한에게는 절대로 형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 이유에는 민석과 어릴 때부터 친구라는 이유로 연인인 자신 앞에서 서스럼없이 하는 스킨십도 있었고, 최근에는 루한이 민석과 자신의 둘 사이에 자꾸만 끼어드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민석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둘만 있을 때만큼은 그것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민석은 종대의 반말을 걸고 넘어졌다.

 

 

 


"김종대, 루한은 내 친구야. 근데 매번 호칭을 제대로 부르지 않는거 예의에 어긋나지 않니?"
"..혀엉"
"그동안 계속 참았어. 앞으로 제대로 호칭 붙여서 불러"
"...."

 

 


  분명 민석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처음이였다. 한번도 제게 화를 낸 적도, 저렇게 냉랭하게 대한 적도 없었기에 종대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 루한과 언제 봤냐고 물으려고 했던 그는 제게서 몸을 돌려 예매소로 향하고 있었다.

 

 

 

 

  결국 둘은 다른 영화를 보고 나왔다. 나올 때까지도 아무말이 없는 민석을 쳐다보던 종대가 조용히 그의 옆에 서서 그의 손을 잡았다. 갑작스레 자신의 손을 잡아오는 종대의 손을 한번 쳐다보곤 고개를 들어 종대를 보았다.

 

 


"미안해, 형"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종대의 팔자눈썹에 민석이 흐음, 하고 숨을 내뱉고는 괜찮다며 그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영화관을 빠져나온 둘이 언제나의 데이트처럼 저녁을 먹고 차 한잔을 마시러 카페로 향했다. 생각해보면 꽤 오랜만의 데이트였다.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인 둘은 취업활동과 졸업논문준비, 그리고 대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시험 준비 등으로 바빴었고, 어쩌다보니 둘의 시간도 맞지 않았다.

 

 


"아메리카노 1잔이랑 카푸치노 1잔이요"

 

 


  민석과 종대가 늘 마시는 메뉴였다. 자신은 쓰기만 하던데 민석은 살도 안찌고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며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그걸 잘 아는 종대는 그에게 묻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주문을 했다. 그 사이 민석이 카페의 제일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그를 따라 맞은 편에 앉은 종대였다. 그렇게 커피가 나올 때까지 둘은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

 

 

 


  잠시 뒤 진동벨이 울리며 커피가 나왔다는 것을 알렸다. 낯설기만한 침묵 사이에서 어색해하던 종대가 진동벨이 울리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들고 왔다. 커피라도 마시면 덜 어색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바램과 달리 침묵은 계속되었고, 자신의 커피만 마실 뿐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종대도 쉽게 말을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조용한 침묵이 흘렀을까, 결국 그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종대가 입을 열었다.

 

 


"이런 분위기 싫어. 무슨 말이라도 하자"
"......"
"나한테 할말 있는거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민석이 다시 한번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만큼이나 아메리카노의 맛도 오늘따라 유난히 진하고 쓰기만 했다. 이 카페 다시는 안올거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민석이 잔을 내려놓고 종대의 얼굴을 바라봤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다시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결정한 일, 이대로라면 자신이 받은 상처 이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 것이다. 그전에 끝내는 것이 맞을 거라고, 그럴 거라고 마음을 다 잡았다.

 

 


"..우리 헤어지자."

 

 


  겨우 꺼낸 민석의 말이였지만 종대에게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꺼내진 말이였다. 헤어지자. 그 네 단어

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다가와 버렸다. 그리고 그 뒷말은 종대를 더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 날......준면 만났지?"

 

 

 

 

 

 

 

 


  그 날, 교수님과의 면담때문에 종대가 민석과의 약속을 깨버린 날. 루한과 계속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고 민석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술을 마시러 갔었다. 해물짬뽕탕 하나에 소주를 한잔 두잔 비워내며 점점 취기가 올라갈 때쯤 제 앞의 루한을 붙잡고 민석은 설움을 토해냈다.

 

 

 


'김종대, 엄청 나쁜 놈이라니까. 약속도 안지키고, 맨날 나 기다리게 하고'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그런 놈이랑 빨리 헤어지라고.'
'그러게. 네말 안듣다가 결국 여기까지 왔네.'

 

 


  한번도 종대의 욕을 입밖으로 내비친 적 없던 민석이였다. 아무리 섭섭한 일이 있어도, 자신이 상처받을 지언정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루한은 지낸 시간이 무섭다고 그런 민석의 표정만 보면 다 알 뿐이였다. 오늘은 왠일인지 제 앞에서 종대의 이야기를 하는 민석에, 눈치로만 알고 있었지 처음 듣는 이야기들에 루한은 점점 표정이 굳어 갔다.

 

 

 

 

'루한은 다 아는데'
'민석'
'....너랑 만났다면 난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까.'

 

 

 


  어느 정도 술에 취한 민석이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은 아니였다. 진심으로 그런 생각까지 했었다. 종대때문에 힘들어하는 제 옆에는 항상 루한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루한은 그 말에 그저 씁쓸한 듯 앞에 놓인 소주잔을 기울일 뿐이였다. 아무 대답도 없는 루한을 보다가 민석은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자꾸만 교차되는 두다리로 겨우 걷는 민석이 향한 곳은 종대의 집 앞이였다. 조금만 더 걸으면 바로 그의 집인데, 민석은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그와 동시에 술에 취함이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였는지 다리에 힘이 풀린 민석은, 자신을 부축하며 따라온 루한이 아니였다면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을 것이다. 종대의 집으로 걸어가지도 않고 바라보기만 하던 민석이 몸을 돌린 건 한참 지나서였다. 어느새 술이 깨버린 민석은 루한의 팔도 풀어내고 그렇게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런 민석의 뒷모습을 보던 루한이 고개를 돌려 바라본 시선속에 불켜진 종대의 방이 들어왔다.

 

 

 

 민석도 루한도 보았다. 다른 사람을 부축하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종대를. 그리고 그 사람이 종대의 첫사랑이였던 준면이라는 것을.

 

 

 

 

 


  민석에게는 떠올리기만해도 먹먹한 느낌을 주는 날이였다. 종대도 그 날이 기억이 나는지 더 말을 하지 못한채로 그저 커피만을 마셨다. 미안하단 말을 해도 될까, 아니면 오해라고 해야할까.  충분히 자신이 잘못했던 그런 날이였기 때문에 무슨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헤어지자"

 

 

 

  결국 민석의 입에서 예상하지도 못했던 말이 나왔다. 안 해, 싫어. 하지만 종대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다. 아니 헤어질 수 없다. 난 형 사랑해. 그의 입에서 그런 대답이 나올 줄 몰랐던 민석이 오히려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곧 민석은 자신의 마음을 다시 다 잡았다.

 

 


"..헤어지자"

 

 


  민석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아픔이 이런 것일까. 사랑하는 마음보다 자신의 외로움, 쓸쓸함, 섭섭함 등으로 만들어진 상처가 더 중요했던 민석은 그 어떤 감정도 숨기지 못한 채 입밖으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제발...제발 헤어지자.."

 

 


  처음 보는 모습이였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많이 보는 모습이였다. 민석은 울고 있었다. 헤어지자며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 달래줘야 하는데, 처음 보는 민석의 눈물에 종대는 그 자리에 굳은 듯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제발... 헤어져줘.."

 

 


  그래서 끝내 종대는 민석을 더 붙잡을 수도, 달래줄 수도 없었다.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이별이라는 것이였다.

 

 

 

 

 

***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보냈다. 종대는 가끔 멍하니 있다가도 코앞으로 다가온 졸업논문 제출일과 기말공부에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그렇다고 어느 누가 이별이 아프지 않을까.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도,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간간히 떠오르는 한 사람과의 추억에 종대는 가슴이 아파왔다. 홀로 방안 침대에 누워서 눈물도 흘려보며 그렇게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사실은 오해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처음 보는 그의 눈물에 그 말은 쏙 사라져 버렸다. 민석이 말하는 그날 자신은 준면과 있었다. 자신은 민석에게 거짓말을 했고 그와의 약속을 깨버렸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였고, 거기까지는 자신이 잘못한 일이 맞았다.

 

 

 

  민석과 사귄지 겨우 반년이 지난 그 해 여름, 마음도 제대로 건네 보지 못했던 첫사랑이 나타났다. 대학교 입학식날, 입학식이 열릴 강당을 찾던 저에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었던 그. 새하얀 얼굴에 순수한 미소가 매력적이였던 그를 입학식이 끝나고 학과별 전학 때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종대보다 한살 위로 2학년 과대를 맡고 있다고 소개를 했다.

 

 


'신입생 여러분, 제 이름은 김준면입니다. 하하'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다정했으며, 그래서 남녀할 것 없이 신입생들은 모두 그를 좋아했다. 너무 착해서 장난을 당해도 웃었고, 잘 속던 그를 종대 역시도 좋아했다. 그저 선배라서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거의 반년 넘게 혼자 앓았던 마음이였다. 그도 남자였고 자신도 남자라는 이유로 고백은 절대로 할 수 없었고, 그렇게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자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던 종대의 앞으로 그가 나타났다.

 

 


'종대 너도 가야지?'

 

 


  자신 앞에 내밀어지는 종이를 보기 보다는 익숙한 목소리에 올려다본 제 앞의 사람은 준면이였다. 그 언젠가처럼 미소짓는 그는 다시 한번 그 다정한 목소리로 꼭 가자!며 종대의 어깨를 두드리고 사라졌다. 그제서야 종대는 제 손에 들려진 종이를 바라봤다.

 

 


'여름MT라...'

 

 


 언제 한숨을 쉬었냐는 듯 다시 밝게 웃음지은 종대가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여름 MT를 가는게 아니였다고 뒤늦게 후회하는 종대는 방안 가득 둘러 앉은 동기들과 연신 술을 마셨다. 그 날 종대의 첫사랑이 짝사랑으로 끝이 났다. 준면에게는 자신보다 멋지고 잘생긴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살짝 취기에 오른건지 볼을 만지작 거리던 준면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따라 일어나려던 참에 종대는 보았다. 자신의 동기 중 한명이였던 세훈이 일어나 그를 따라 나가는 것을 말이다. 설마하고 그들을 따라나선 종대는 제 앞에서 둘이 손을 맞잡고 서로를 보며 다정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MT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준면과 만날 기회가 없어졌다. 차라리 그게 다행이였다. 계속 얼굴을 마주했다면 절대 포기할 수 없었을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여름이 방학이 끝나갈 무렵 준면은 종대에게 문자 하나만을 남기고 입대를 하므로써 그렇게 시작하지도 못한 짧은 종대의 첫사랑이 끝났었다.

 

 

 


  그 뒤에 민석과 만났다. 새하얀 얼굴에 아담한 키, 준면과 어딘가 모르게 닮은 느낌의 그였지만 실제로 알게 된 그는 준면과 완전 정반대였다. 후배들이 잘못을 해도 잘 웃고 잘 감싸주던 준면과 달리 그는 무척이나 엄격했고 잘 웃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분명 그에게서 준면이 보여 호감을 가졌었는데, 점점 잘 웃지 않는 그를 웃게 해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가 귀찮아해도 옆에 가서 자꾸 말을 걸고 연락하고 그랬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그가 제앞에서 웃어주었던 그날, 너무 예쁘게 웃어주는 그 모습에 그대로 민석의 입술을 훔쳐버렸다.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기 싫었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내어주기 싫었다.

 

 

 


  그런데 준면이 돌아와 제게 손을 들어 인사해 주는 순간, 종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민석의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놓여진 손에 민석이 종대를 바라봤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종대는 전혀 민석을 바라보지 않았다.

 

 


'민석선배, 안녕하세요!'
'어, 준면아. 오랜만이네?'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준면에게 어색해진 손을 살짝 들어 인사를 받아준 민석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준면이 자신의 애인인 종대의 첫사랑이라는 것을.

 

 

 

 

 

 

 

 

'종대야'

 

 

 

  민석과의 약속이 있던 날이였다. 졸업논문에, 시험공부에 서로 얼굴 볼 시간도 없었지만, 더 바빠지기 전에 겨우 시간을 맞춰서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자고 했다. 종대의 말에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다며 환하게 웃던 민석이 생각이 나서 수업이 마쳐 가방을 싸던 종대의 입에도 미소가 걸렸다. 그 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준면이 다가왔다. 늘 웃고 있던 그였는데 오늘따라 힘없는 그 모습에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상담 좀 해줄 수 있어?'
'형, 무슨 일 있어요?'
'...응? 제발..'

 

 


  분명히 민석과의 약속이 먼저였는데,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그에 결국 종대는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잠시 뭐라고 쓸까 고민하던 종대가 천천히 글자판을 두드렸다.

 

 


「형 나 갑자기 교수님이 논문때문에 부르셔서... 영화보러 못갈 것 같아」
「미안해, 형」

 

 

 

  준면때문에 약속을 못 지킨다고 그렇게 말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첫사랑이라는 것이 대단하긴 대단하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막상 보니까 그때의 설레는 감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더 민석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거라고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자기변명하면서.

 

 

 

 

 

  둘은 학교 근처에 한 선술집으로 들어섰다. 소주 한병을 시키고 안주하나를 시키고 마주 앉아 준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종대가 있었다. 군대에 가게 되면서 헤어졌던 세훈과 최근에 만났다고 했다. 같은 학교, 같은 과 ... 안 만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였지만 다시 만나니까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첫사랑이여서 그런가...'

 

 

 

  쉽게 잊혀지지 않네, 뒤이은 준면의 말에 종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쉬웠다면 지금 저도 그의 앞에 있지 않았을 테니까. 그 때 준면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종대에게 물었다. 민석선배랑은.. 잘 지내지?, 뜬금없이 던져진 질문에 종대가 멈칫했다. 잠시 그를 잊고 있었다.

 

 

 


'네, 뭐.'
'선배한테 잘해줘'
'.....'
'선배 그렇게 웃는거 처음봐'

 

 


  민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제 앞에서 웃었던 그 모습이 눈앞에 살풋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 후로 한잔 두잔 주고 받으며 마시다가 결국 준면의 고개가 탁자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종대도 자꾸만 감기는 눈을 겨우 뜨고 있었다.  강의실을 나올 때 보냈던 메세지에 대해 민석으로부터 괜찮다는 답장 외에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집에 잘 들어갔겠지? , 창밖으로 던진 시선 속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잠깐 앉아 있었더니 술이 조금씩 깨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게에 계속 앉아있을 수 없어 정신을 잃은 준면을 부축하여 걸음을 옮겼다. 집이 어디냐고 아무리 물어도 정신을 잃은 준면에게서 대답이 돌아올리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 자취집으로 향하였다. 마른 몸에 비해 그도 남자라고 꽤 무거웠다. 눈까지 와서 길도 미끄러워 넘어질 뻔한 위기도 넘기며 힘들게 자취집에 도착하자마자 준면을 침대 위로 던졌다. 한겨울에도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그의 몸 위로 이불을 덮어 주었다.

 

 


  땀을 흘려서 그런지 찝찝한 기분에 샤워를 했다.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며 확인한 폰에는 민석에게서 메세지가 하나 더 와 있었다.

 

 


「집이야? 눈온다, 조심히 들어가」

 

 


  씻고 있는 동안 와있던 그 메세지를 확인한 종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과의 약속을 깨버렸던 자신인데도 그는 지금까지 깨어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종대는 깨달았다. 준면을 보면서 느꼈던 설레는 감정은 더이상 좋아하는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첫사랑에 대한 추억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민석에게 잘못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기다리게 했는지도 말이다. 1년 반, 너무 긴 시간동안 그를 외롭게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이별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잊혀지지 않는다. 하루이틀은 눈물이 날 만큼 슬펐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는 가끔씩 떠오르는 그의 모습에 웃을 수 없었으며, 2주일 지나 거리에 많은 연인들을 보니 그가 보고 싶어졌다. 이게 다 크리스마스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오늘도 너무나 새하얀 눈이 예쁘게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민석과 함께 있었는데. 종대는 또다시 그와의 추억을 떠올려 보지만, 이것이 다 부질없다는 것을 느끼며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솔로 김종대, 왔냐?"
"어, 왔다"

 

 


  동기인 찬열이 다가오는 제게 손을 붕붕 흔들며 말한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자리를 잡고 안자 오랜만에 모인 동기들 사이로 몇몇이 또 민석에 대해 묻는다. 자연스럽게 표정이 구겨지는 종대. 야 이브날 남자들끼리 이게 뭐냐, 너네는 신입생들이랑 밥만 먹고 애정은 안 만들었냐. 그런 종대를 눈치챈 찬열이 애써 다른 이야기로 넘겼다.

 

 

 


  연애라는 것이 이렇다. 자신과 상대방만의 이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도 정리해야하고, 몇번이고 그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며칠전 강의실에서 만난 준면도 종대에게 물었다. 너.. 민석선배랑 진짜 헤어진거야? 왜?, 왜냐는 그 질문에 자신은 대답해줄 수 없었다. 어떻게 그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 자신이 잘해주지 못해서인데.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별의 계기는 준면이였다. 흔들린 것도 민석을 외롭게 만든 것도 자신이지만 그 중심에는 준면이 있었기에 종대는 그저 웃어보일 뿐 아무 설명도 하지 못했다.

 

 

 

  기말도 끝나고 마지막 대학생활도 끝나고 내일은 외로운 크리스마스고. 이런 저런 이유로 죽을 때까지 마셔보자며 마시다가 한명두명 취하기 시작하는 동기들 사이에 종대 역시 취했다. 점점 모임이 파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술을 꽤 잘 마시는 찬열이 취한 종대를 데리고 나왔다.

 

 


"야, 김종대, 비밀번호 뭐야?"
"...음..?.."
"비밀번호 뭐냐고, 힘들어! 얼른 말해"
"..0....3.."
"뭐?"
"..03...2..6"
"0326?"

 

 


  그를 힘겹게 부축하던 찬열이 택시를 잡아 태우고 겨우 그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가 불러주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방안으로 들어가 그를 침대에 던지듯 눕혔다. 마른편의 종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도 술취한 남자였기 때문에 어지간히 무거웠던 찬열은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혀엉..."
"....."
"...민...석혀엉.."

 

 


  또 부르네. 오는 내내 택시 안에서도 자신의 등에 업혀서도 부르던 그 이름을 잠이 들어서도 부른다.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떠나보냈는지 찬열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헤어지자는 말에 그러자고 동의해놓고 못잊어서 지금까지 울고 있는지. 민석형은 너와 달리 잘 지내고 있단 말이다, 이 바보야. 잠든 종대에게 그런 말을 해봤자 들을 리 없는데도 찬열은 답답한 마음에 말해보았다. 며칠전 찬열은 길에서 민석을 보았다. 루한과 손을 꼭 마주잡고, 해맑게 웃으며 걸어가던 모습, 그리고 길거리에 팔고 있던 목도리를 사서 서로에게 둘러주던 모습. 너무 행복해 보였던 그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런데 제 친구는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슬퍼하고 있었다. 감겨 있는 그의 눈에서는 눈물만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금 찬열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의 몸 위로 이불을 덮어주는 것 뿐이였다. 그리고는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다가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는 뒤돌아섰다.

 

 

 

"메리 크리스마스"

 

 

 

  내일 아침이면 행복한 그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

 

 

 

 


  어젯밤 분명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꽤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다. 기지개까지 켜며 몸을 일으킨 종대는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마시고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하는 그런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아침을 맞이했다. 욕실 거울로 보여진 자신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혀져 있었고 머리는 부스스해 있었다.

 

 

 

  어차피 휴일이여서 대강 씻고 잠이나 더 자자고 생각한 종대는 정말 세수만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 때 전화가 울렸다. 이 아침부터 누구지, 손을 뻗어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자 '찬열'이라는 두글자가 떴다.

 

 

 


"어, 찬열아, 어제는.."
- 야! 오늘 보강있는거 알았냐?!
"어? 너 무슨 소리하는거야, 시험은 저번주에 끝났잖아"
- 미친!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시험은 아직 한참 남았구만구만!
"뭐?"
- 얼른 시험이 끝나길 바라는 네맘은 알겠는데, 아직 학기 중이다! 그건 그렇고 너 백현이 문자 못 봤냐?

 

 

 


  대체 찬열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종대였다. 분명 시험은 저번주에 끝이 났고 이번주부터는 방학이 시작되었다.  얼른 전화끊고 문자나 확인하라며 소리치는 찬열에 얼떨결에 전화를 끊고 폰을 확인하자, 분명 오늘은 크리스마스였을 텐데 , 3주전의 날짜를 가리키고 있었다. 휴대폰이 고장났나, 종대는 다른 달력 어플을 열어 다시 한번 날짜를 확인해 보았다. 어플 역시 크리스마스가 아닌 3주전의 날짜를 알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당황스러움에 종대는 몸을 일으키고는 찬열의 말대로 문자를 확인하자 백현에게서 온 문자가 와 있었다. '목 6교시 건축학역사'로 시작된 문자에는 오늘 날짜가 보강일로 잡혀 있었다. 급하게 찬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번의 수신음이 들리고 그가 전화를 받았다.

 

 


- 확인했...
"야, 오늘이 몇일이냐?"
- 오늘? 12월 4일이지, 임마
"......."
- 너 많이 놀랬냐? 얼른 오기나 해! 11시 수업이야!

 

 


  아 그리고 눈왔다! 올해 첫눈이라고!, 찬열의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지만 종대는 그저 침대에 넋이 나간 듯 앉아 있었다. 돌아갔다. 언제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시간이 되돌아 갔다.

 

 

 

 

 

  돌아간 시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찬열의 재촉에 씻고 옷까지 챙겨입고는 밖으로 나왔다. 찬열의 말처럼 흰 눈이 소복히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다시 돌아간 시간, 일단은 학교에 가보기로 결정한 종대가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쓰고 한걸음 한걸음 내밀었다. 그 때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며 메세지가 왔음을 알렸다. 찬열인가 싶어 폰을 꺼내든 종대는 그자리에 발걸음을 멈춰 버렸다.

 

 


'오늘 늦지말고 와.

 

                 - 민석이형'

 

 

 

 

  그렇다. 다시 돌아간 오늘은 민석과 헤어지기 전이였다. 늦지 말고 오라는 건 오늘 그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많이 보고싶었는데, 그에게 할말도 정말 많은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함과 함께 폰을 주머니에 넣은 종대가 발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첫눈이 내리는 날, 민석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보강수업을 듣고 찬열과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까지 들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민석과 도 연락을 계속 했다. 돌아오기 전의 이날은 어떻게 했었더라. 제 기억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잠깐 잠깐 시간이 날 때 연락을 해도 됬을 텐데 , 왜 그렇게 하지 않았던건지.

 

 


'근데... 오늘은 안바뻐?'

 

 


  수업중에도 몰래 몰래 보내는 자신의 메세지에 민석이 물어왔다. 그 메세지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짠해져 왔다. 얼마나 기다렸던 걸까. 가만히 그가 보낸 메세지를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마지막 수업이 어떻게 끝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얼른 가방을 싸고 민석이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민석이형 보러가냐?"
"응."
"왠일이냐"
"뭐가?"
"네가 민석이형 보러가면서 이렇게 웃는거 오랜만이라"

 

 


  찬열의 말에 그를 돌아보자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맞잖아, 아니야?, 그래 맞다 임마!. 그러니까 후회하고 있었다.

 

 


"하튼 내일보자."
"그래, 눈도 오는데 조심히 가라"
"어, 너도. 얼른 형한테 가봐. 눈도 오는데 기다리게 하지말고"

 

 


  그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찬열이 먼저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시계를 한번 더 확인하자 약속시간까지 40분 정도 남아 있었다. 약속장소까지 2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눈이 오기 때문에 조금 바삐 움직였다.

 

 


"종대야.."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저의 이름을 불러왔다. 고개를 돌리자 준면이 제 앞에 서서 저를 보고 있었다. 어딘가 힘없는 그 모습이 익숙하다. 그가 잠시 머뭇머뭇거리더니 곧 입을 열었다.

 

 

 


"상담 좀 해줄 수 있어?"
"....아.."
"...응? 제발.."

 

 


  그제서야 떠올랐다. 이 익숙함, 첫눈이 내리고, 보강수업이 있다며 얼른 오라고 전화를 걸던 찬열이, 급하게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제게 보내온 민석의 메세지 한통. 어쩐지 익숙하다 했다. 그리고 알고 있다. 이 날은 그가 나에게서 마음을 정리하던 계기가 되던 날. .... 그 날이다.

 

 


  준면이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서있는 모습을 보던 종대는 자신의 팔을 붙잡으며 오늘 자신과 있어 달라고 말하는 그의 손을 쥐었다. 하지만 그 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종대는 더이상 준면때문에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잡고 있던 그의 손을 천천히 제 팔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사랑하면 잡아요, 형. 정말 그 사람이 보고 싶고, 그 사람때문에 가슴 한구석이 아프다면.. 그렇다면 잡아요."
"...종대야.."
"미안해요. 나도 지금... 잡을 사람이 있어서 가야해요."

 

 

 

  종대가 준면을 살포시 안아 토닥여 주었다. 형도 나도... 놓치지 말아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에게서 떨어져 책상 위에 놓여진 가방을 어깨에 매고 그에게서 돌아섰다. 고마워.., 뒤로 들려오는 준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버스를 타려다가 조금 더 빨리 민석을 보고싶은 마음에 택시를 탔다. 여전히 바깥은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도착했다는 말에 택시에서 내렸는데 약속장소였던 영화관 맞은편이였다. 눈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후드를 뒤집어 쓰고 맞은편을 보았다. 많은 눈이 흩날리고 있었지만 그 사이로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가 서 있었다. 제게 이별을 고하고 돌아서버리던 그가 아니라 저를 기다리고 있는 그가 있었다. 종대는 그대로 그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기적처럼 다시 그 날로 돌아갔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다시 제 손에 쥐어졌다. 뛰어가 민석 앞에 선 종대가 놀란 표정의 민석을 꼭 끌어 안았다.

 

 

 


"보고싶었어"

 

 

 

 


  이제는 , 다시는 놓치지 않을거야. ........ 그리고 혼자 외롭게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야.

 

 

 

 

 


Fin.

 

 

 

 

 

-----------------------------------------------

원래 크리스마스 날 올리려고 쓰기 시작한 단편이라는 것은 안 비밀요..ㅠㅠㅠㅠ

12월의 기적으로 무언가 써내려 보고 싶었던 저라 이런 저녁 생각을 하다보니 떠오른 소재였어요~

소재 나오자마자 첸민으로 쓸까 루민으로 쓸까 고민했는데, 뭔가 첸민이 많이 안터지잖아요 ㅠㅠ

마마때는 둘이 잘만 붙어있더니 요새는 잘 안붙어 있길래 더 쓰고 싶어졌어요.......

어찌되었든 결국 이 새벽에 급하게 다 써내려가서 얼른 올리고 자려구요~ ㅠㅠㅠ

그리고 크리스마스 날 올릴 단편이 따로 있다는 것도 살포시............ 전해드리며....

(기다리시는 분은 안계시겠지만요... ㅠㅠㅠ)

하튼.......망작 하나 또 올리고 전 자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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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왕.. 짱 잘 보구가요.. 내용 달달 ㅠㅠ
10년 전
테픈
감사합니다 ㅎㅎ 너무 급하게 써서 내용도 이상한데 ㅠㅠ 감사해요 ㅠㅠ
10년 전
독자1
헐대박ㅜㅜㅜ완전쩔어여ㅜㅜㅜ첸민행쇼해서좋긴한데루루도불쌍해ㅜㅜㅜ그래도종대가민석이소중함을알아서좋아여ㅜㅜㅜ
10년 전
테픈
루민은 늘 행쇼했으니까 이번엔 첸민으로 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ㅎㅎ
10년 전
독자2
어후 잘보고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종대가 후회하고 알아채서 다행이네요ㅠㅠㅠㅠㅠ
10년 전
테픈
이제서야 늦게라도 둘이 이어진다면 행복합니다 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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