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니가 전학생이가? 반갑다.”
사람 좋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다니엘이었다. 덕분에 모든 반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딱히 튀고 싶지도 않았고, 튈 마음도 없었던 나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시선들이었다.
OH MELLOW PEACH!
01
“내는 강 다니엘이라고 한다.”
“어..그래, 안녕?”
“그러면 니가 내 짝지겠네?”
“어.. 그렇겠지..?”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가르킨 다니엘은 주위에 있는 애들에게 비키라는 듯이 손을 휘휘 젓고는, 여주를 한 번 보고는 앉으라는 듯이 옆자리를 손으로 통통 쳤다. 그런 다니엘에 어색한 웃음을 보인 여주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다니엘의 말에 대답을 해주고는 그의 옆자리로 향했다. 책상에 가방을 걸고는 느릿느릿 옆자리에 앉았다. 여주가 앉던 순간부터 다니엘은 여주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 지켜보고 있었다. 얼굴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로.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자마자 다니엘의 친구들은 각자 본인의 자리로 다 돌아가 숨을 돌리려 했는데, 옆에서 길고 큰 손가락이 나를 콕콕 찔렀다.
“내는 쌤들이 애들 가린다고 맨날 젤 구석에 쳐박아둬서 혼자 외로웠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그동안 서운했던 것인지 나를 향해 하소연을 해댔다. 담임이 덩치가 커서 뒤로 빼서 몇 달동안 짝지가 없었던 얘기부터, 자기만 염색했다고 혼냈다는 사소한 얘기까지. 그런 모습이 꼭 몸집만 큰 강아지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아 뭐고...내는 지금 진지한데 웃음이 나오나.”
“아, 아니. 너무 강아지 같아서..”
“아 뭔데. 강아지 싫다, 내는. 고양이로 해도.”
정말 본 지 10분도 안되어서 이렇게까지 많은 대화를 나눈 사람은 정말, 리얼, 실화로 얘 하나일 것이다. 무슨 친화력이 이렇게까지 좋은지. 아무 곳이나 내버려둬도 친구라며 100명쯤은 끌고 올 것 같았다. 어색했던 반에서 그래도 말을 이정도까지 트는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좋긴 했지만, 또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그냥 그랬다.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오 멜로 피치!
01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다니엘은 그대로 책상 위로 엎어졌다. 익숙한 듯이 선생님들께서도 딱히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나도 그런 다니엘을 가만히 내버려뒀고, 다행인건지 아닌건지 4교시 내내 이동수업 한 번이 없었다. 그 덕분에 다니엘은 잠에서 한 번 깨지 않고, 모든 수업을 풀로 다 제끼고 잠만 잤다. 점심시간 종이 쳤는데도 일어나지를 않는 다니엘을 보며 진짜 저렇게까지 자는 애는 처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죽었는가 싶어 웅크리고 있는 팔을 두어 번 몰래 치니 웅얼웅얼대며 꿈틀거렸다.
아, 또 점심시간이다.
항상 점심시간만 되면 혼자였다. 삼삼오오 모여서 점심을 먹는 친구들 사이에 끼기도 애매했고, 애들끼리 너무 친해서 내가 들어갈 틈이 없어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혼자 겉도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서 우리 반 애들 가까이서 먹었다. 이런 것도 이제는 하기 싫고, 그러니 점심 생각은 나지도 않았다. 그나마 반장인 종현이가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가끔 와서 같이 먹어주긴 했지만, 어색함은 여전했다.
“여주? 아, 그래 김여주 니는 밥 안 먹나?”
언제 깨어난 건지 잠긴 목소리로 다시금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그래도 낮은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져서는 그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댔다.
“혹시 내 기다린거가? 밥 무러 가자.”
“어..어..?”
“내 친구없다. 같이 밥 먹어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먼저 걸어가는 다니엘 뒤를 졸졸 따라갔다. 키가 커서 그런지 보폭도 넓어서 빨리 지나가버리는 다니엘을 따라잡는다고 발바닥에 열이나게 걸었다. -물론 뛰지는 않았다.- 자기 걸음이 빠른 걸 느꼈는지 갑자기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다. 급식실에 도착 할 때까지 느릿느릿 걸었다.
“아 배고프다. 이모 많이 주세요, 배고파요.”
“니는 키가 어데까지 클라고 그래 배가 고프노. 많이 무라.”
“감사합니다.”
거의 내 밥의 두 배가 되는 양을 받은 다니엘은 자리에 앉자마자 밥을 거의 씹지도 않고 삼켰다. 밥 먹은게 다 키랑 어깨로 가는가보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쳐버렸다. 마주치자마자 바로 시선을 식판으로 옮겼다. 다니엘은 그런 시선을 신경도 안쓴다는 듯이 다시 밥 먹기에 집중했고, 나도 숟가락을 들어 밥과 반찬들이 입 안에 털어넣었다.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여주 얘랑 밥 먹는다고 수고가 많다."
"어?"
"잔다고 밥도 안먹는 놈 어떻게 잡아다가 왔냐, 신기하다."
"여주가 수고가 많다.. 화이팅.."
"그럼 갈 길 가주십시오... 밥도 같이 안먹어주면서 말이 많아요. 가라."
"먼저 나가있을게요. 점심 빨리 먹고 와요."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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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는 1학년, 다니엘과 종현이, 성우, 재환이는 2학년입니다. 작은 학교라 한 학년당 반이 세 개씩밖에 없습니다. 다니엘, 종현이는 1반. 재환이는 2반, 성우는 3반입니다. 그래서 다들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만 놀러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늘 즐거운 하루 되세요! 사진이나 브금신청은 언제나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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