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아이도저 사용하는 너징과 엑소 07 (부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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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를 끝내니까 몸이 정말 피곤하더라.
씻지도 않고 침대 위에 뛰어들었지.
민규가 아, 더러워. 씻고 자. 하면서 구박을 주는데도
몸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대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어.
막상 침대 안으로 들어가니까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더라고.
내일 또 일어나서 아르바이트 가려면 지금 얼른 자 둬야되는데
잠은 안오고 머리는 복잡하니까 미치겠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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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자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던 박찬열이 아른거리니까.
그리고 카운터에 내려놓던 콘돔이 아른거리니까.
동생들에게는 모르는 척 했지만 사실은 봤었어.
정사각형 조그마한 곽이 민규와 찬열 사이에서 오고 가는 걸.
나한테는 엄청 살갑게 대해줬었는데 동생들한테는 왜 그랬을까.
날 오랫동안 지켜봐왔다며, 관심이 있다고 했으면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던건가?
그 동안 혼자 설레했던 내가 한심해지고
여태껏 쌓아온 모든 감정이 싸하게 식는 기분이였어.
시간을 확인하려고 폰 홀드를 누르니까 어둠에 익숙해져있던 눈이 부셨어.
차츰차츰 나아지더니 그제야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어.
3:28 이라는 숫자가 깜빡이고 있었지.
벌써 세시 반이 다 되간단말이야?
" 어떡해. 빨리 자야 되는데. "
고민하다 휴대폰 플레이어를 열었어.
될 수 있으면 아이도저는 사용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리셋 들을 시간도 없으니까 그냥 바로 이솜니아 파일을 선택했어.
이어폰을 꽂고 침대에 누웠지.
제발 꿈도 꾸지 말고 편안히, 죽은 듯 이 잠잤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
누군가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어.
점점 옅어지는 잠결에 눈을 살짝 뜨니
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이 보이는거야.
계속 누워 있는 채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글쎄 파란 초원이 펼쳐져 있었어.
붏고 파란, 너무 예쁜 꽃들도 여기저기 피어있고 말이야.
순간, 내가 진짜 죽었나? 천국에 온건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초원과 파란 하늘이 맞닿는 거리에
뜬금없는 문 하나가 보였어. 꼭 도라에몽에 나오는 어디로든 문처럼.
내가 왜 여기 있는건지 어리둥절해서 왼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어.
하늘과 초원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잘 보이는데
남자를 보려고 하니 자꾸만 눈 앞이 흐려져 보지 못했어.
" … 음 누구야? "
남자는 아무 말이 없었어. 계속 내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지.
손길이 너무 부드러워서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어.
날 쓰다듬으면 쓰다듬을수록 내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몽롱해져갔어.
꼭 내가 하늘 위를 떠다니는 구름 위에 누워있는 것 처럼 말이야.
평온한 기분에 입가에 점점 미소가 지어지고 있는데
내 옆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어.
" ㅇㅇ야. "
얇고 고운 미성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
" 궁금한 게 참 많지? "
" …김준면? "
내 입에서 탄성처럼 터져나온 제 이름에 김준면이 웃더라.
뭐야, 김준면이라고 하니까 깨잖아. 수호라고 해주지? 라면서.
여전히 김준면의 손은 내 머리를 쓸어내리고 있었지.
나는 정말 황당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김준면을 쳐다보고 있으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며 이를 드러내고 다시 웃었어.
매일 티비나 컴퓨터로 봤지, 실물로 보니까 진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생겼더라고.
환하게 웃는 김준면과는 다르게 나는 점점 지친다는 느낌이 들었어.
내가 언제부터 자꾸만 엑소 꿈을 꾸게 되었을까.
왜 자꾸만 엑소가 내 꿈에 나와 나를 복잡하고 짜증나고 답답하게 만드는거지?
내가 벌떡 일어나서 김준면을 마주봤어.
김준면의 새하얗고 투명한 피부가 너무 생경해서 잠시 움츠렸지만
입을 열었어.
" 궁금한 거 많아요. 대답해 줄 거예요? 제발 대답해주세요. 꿈이라도, 꿈이라도…. "
내가 몸을 덜덜 떨면서 너무 절박하게 말하니까
김준면은 웃음기를 사악 지우더니 내 등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어.
" 왜 자꾸 내 꿈에 나와요? "
" ……. "
" … 김종인도 그리고 오빠도. 네? "
" 네가 우리 꿈에 먼저 나온거잖아. "
그러면서 김준면이 하는 말이,
종인이가 널 처음으로 꿈 꿨었던 것 같아.
자꾸만 어떤 여자가 자기 꿈에 나오기 시작했다고 그러더라고.
그런데 너무 생생해서 잊지를 못하겠데.
우리 멤버들은 무뚝뚝한 김종인이 왠일로 꿈 같은 거에 신경을 쓰지. 했는데
그 후로 다른 멤버들도 점점 한 번도 본 적 여자가 자꾸만 꿈에 아른거린다고 그러더라.
나는 애들이 나한테 한번 씩 고민 상담을 하는데 다들 짜고 장난치는 줄 알았어.
워낙 늙은 날 속이는 재미로 사는 애들이라.
하루는 찬열이가 꿈에 나오던 여자를 봤다고 하더라.
진짜 장난이 심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애들이 그걸 장난으로 안 받아들이고
거기가 어딘지 가르쳐달라며 다들 흥분을 하는거야.
종인이가 정말 미친 놈 처럼 알려달라고 달려드는데, 그걸 쉽게 알려 줄 박찬열이 아니지.
찬열이가 좀 소유욕이 없지않아 있어.
다른 멤버들한테 안 가르쳐 주려고 하더라고.
김준면이 더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럴 겨를이 없었어.
물어볼 게 너무나 많은데 이 꿈에서 언제 깰지를 모르니까.
" 그, 그런데 박찬열은 왜 콘돔을 사간거예요? "
" 음, 며칠 전에 박찬열이 지갑에 콘돔 넣어놓을 거라고 한거 듣긴 들었는데. "
부자가 된다나 뭐라나. 너 오해했구나? 그런데 너 편의점에서 일하나봐?
김준면이 묻는 말에 대답할 새도 없이 김이 빠졌지. 그런거였어?
" 그럼 혜리는 누군데요? "
" 너가 혜리를 어떻게 알아? "
" 누구냐구요. "
단호한 내 말에 좀 시무룩해지는 것 같더니 대답했어.
" 박찬열이 데뷔하기 전에 사겼었던 후배. 아주 가끔 만나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게 깊은 사이는 아니야. "
거짓말. 김준면이 모르고 있는 게 있는거야. 혜리와 박찬열 사이에는.
갑자기 김준면이 불안하게 일렁이기 시작했어.
뭔가 다급해졌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더라고,
김준면이 일어나는 순간, 우리가 있는 공간을 뒤흔드는 듯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어.
' 수호 형, 일어나세여! ' 하고 말이야.
" 세훈이가 깨운다. 나 얼른 스케줄 가 봐야 돼. "
꼭 고장난 티비처럼 김준면의 형체가 지직거리면서 흐려지기 시작했어.
" 가지마요. 응? 다 대답해주고 가요, 제발. "
" 저 문 보이지? "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지점에 떡하니 세워져있는 문을 가리켰어.
그리고선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잠에서 깰 수 있어. 라며
" 곧 우리를 만나게 될거야. "
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김준면은 사라져버렸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김준면이 서있던 자리를 멍하니 보고 있다가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어.
내 마음도 모르고 밝게 피어난 꽃들 사이를 지나 문 앞에 도착했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고 내 눈은 거짓말처럼 번쩍 뜨였어.
그냥 개꿈이구나. 싶었지.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이 웅웅거리면서 울렸어.
액정에는 '이지은' 이라는 세글자만 반짝거리며 떠있었지.
내가 앞에서 지은이에 대해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유일한 소꿉친구라고.
" 휴… 여보세요? "
- " 야, ㅇㅇㅇ!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았어! "
" 어? 아 자고 있었어. "
-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엑소케이 팬사인회 있데! "
" 뭐…? 언제? "
- " 돌아오는 주 말고 그 다음주에! "
" 앨범 나온지 꽤 됐잖아. 말도 안돼. "
- " 그러니까 말이야. 에셈도 진짜 뜬금없어. "
앨범 이미 샀는데 이번에 또 사러 가야지. 몇 장 사면 되려나?
조금 들떠보이는 지은이의 목소리가 귀에 웅웅거렸지.
- " 오늘 당장 사러 가자. 너 알바 끝나면 남아도는게 시간이잖아.
너 알바 끝날 때 쯤에 편의점 앞으로 갈게. "
" 그래. 알았어. 이따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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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월 ○○일
오세훈의 일기.
스케줄 가야된다고 수호형을 깨워 놨는데
눈 뜨고 자는건지 한참을 앉아서 멍해있었다.
왜 그렇냐고, 미쳤냐고 장난식으로 그랬는데
수호형이 말하기를, 이제 자기도 정말 미쳐간다고 했다.
그 여자라도 꿈에 나왔나?ㅋㅋㅋ
나도 그 여자 꿈을 다시 한 번 꿔봤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에구구 글쓰는게 너무 힘드네요 요즘
그냥 제 글에 자신이 없어졌다고 해야하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마지심슨
꽃게랑
루와니
듀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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쮸쀼쮸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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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정리할게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