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거리며 누워있는 민석의 볼이 빨갛게 열을 띄었다. 민석은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에 팔을 뻗어 더듬거렸다. 까끌한 옷의 느낌이 민석의 지문 안으로 타탁 박혀 들어온다. 숨을 헙 들어마신 민석이 천천히 팔을 올렸다. 부드럽게 만져지는 촉감에 입꼬리를 올려 활짝 웃었다. 옆으로 누워있는 민석의 눈에서 따뜻한 액체가 주르륵 흐른다. 루한이다. 자신이 그토록 찾던 루한.
루한이 기절해 쓰러져 있는걸 발견한건 어떤 남자였다. 아까 여인의 말을 듣고 고아원 안을 뛰어다니던 남자가 작은 뒷통수가 복도에 쓰러져 있는걸 보곤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여인이 말한 그 절실한건 이 아이였다. 두 볼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퉁퉁 부어오른 볼에 입술에서 튀긴 피가 잔뜩 흩어져 묻어있다. 지그시 감고 있는 눈이 촉촉하게 젖어있다. 몸을 둥글게 말아 제 몸을 보호한 루한의 옷이 발자국으로 더럽혀져있었다. 고아원에서 으레 있는 일이다.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루한을 안아들었다. 힘이 없이 축 쳐져있는 루한의 몸이 삽시간에 공중에 떴다. 여인이 말해준 방으로 찾아갔을 때 민석이 누워 색색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남자는 방 안으로 들어가 루한을 내려놓았다. 민석은 방의 오른쪽, 루한은 방의 왼쪽 제일 끝. 민석이 기절해 있는 루한을 실수로 건들이거나, 발로 차 버리면 곤란한 일이생기니까. 그렇게 남자는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루한은 천천히 눈을 떴다. 다시 한번 명치가 아파왔다. 배 안에서 피가터져 따뜻하게 제 몸을 감싸는 것 같이 몸이 뜨거웠다. 눈 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건 천장을 보며 배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민석의 몸이었다. 루한은 아픈 몸을 이끌고 팔로 지탱해 상체를 일으켰다. 한시라도 빨리 민석의 머리를, 볼을 쓰다듬고 싶었다. 민석에게 다가가려는 루한의 눈은 잠시 민석의 작은 몸뚱아리를 보았다. 바닥이 차갑고 딱딱했다. 그냥 맨 바닥에 누워있는 민석을 본 루한이 방 가장자리에 곱게 접혀있는 이불더미로 발걸음을 옮겼다. 느릿느릿하고 휘청이는 발걸음을 원망하며 벽을 짚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루한이 바닥에 철푸덕 앉았다. 온 몸에 힘이 빠진 루한은 잠시 쉬고싶었다. 8살의 작은 나이의 루한에게는 너무나도 힘들고 고단했다. 그러나 단지 민석의 옆에 가고 싶어서, 민석의 등이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닿는것이 안쓰러워서 천천히 제 몸보다 한참 큰 이불을 들어 바닥에 깔았다. 바닥에 이불을 펴면서도 루한은 몇번이나 넘어지고 기침을 쿨럭쿨럭 했다. 기침을 하면서 루한은 혹여나 민석이 깰까 입을 가리고 아픈 배를 꾹 누르며 소리를 최대한 줄였다. 루한은 민석을 이불위로 올리기 위해 민석의 옆으로 가 누웠다. 짧은 팔로 둥글게 감싼 민석은 루한의 품속으로 쏙 들어왔다. 잠깐만 이러고 있고 싶다. 민석을 꼬옥 껴안고 잠시 눈을 붙히고 싶다. 자꾸만 감겨오는 눈을 꿋꿋히 뜬 채로 루한은 민석을 들어올렸다. 제 몸위에 올라온 민석이 꿈틀거리며 루한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루한은 민석을 안은채로 벽을 발로 차며 한 바퀴 굴렀다. 민석이 이불위로 올라왔다. 루한은 가쁜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잠을 청했다. 그냥 푹 쉬고 싶었다. 모든걸 다 놓고 푹 쉬고 싶었다. 민석을 안은채로 영원히 잠만 자고 싶었다.
“잘 잤니 민석아.”
여인이 방 문을 열고 들어오며 환하게 웃고있는 민석을 보며 말했다. 비록 두 볼이 퉁퉁 붓고 피가 볼려 빨갛지만 예쁘게 웃는 민석의 얼굴에는 구김살이 없었다. 여인이 민석의 옆에 누운 루한을 보았다. 원래는 민석보다 먼저 일어나 머리를 쓰다듬던 루한이었지만 웬일인지 아직 눈을 뜨지 못했다. 민석은 고개를 강하게 끄덕거렸다. 민석의 몸이 흔들린다. 민석과 붙어있던 루한의 몸이 힘없이 흔들린다. 여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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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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