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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성찬
분주히 전체글ll조회 1579l 1


 "형, 나 학교 안 갈래."


 "학교에 안가면 뭘하고 사려구."


 "나도 형처럼 세차도 하고, 주유소도 가고, 편의점 알바도 하면 되지."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그럼 형은 그 바보같은 짓을 왜 하는데? 내 물음에, 형은 고개만 저어보였다. 이게 다 너 때문에 하는 일이니까, 잔말 말고 학교 다녀, 임마. 형은 늘 그렇게 말했다. 다 너 때문에 하는 일이야. 널 위해서 하는 일이야. 그러니까 학교 다녀. 결론은 그거였다. 학교 계속 다니라는 말. 하지만 형은 몰랐다. 나는 학교 생활이 괴로웠다. 나는 그곳에 고리타분하게 앉아서 뭘 해야할지 몰랐다. 교탁 앞의 안경을 낀 늙은 선생이 가르치는 것들은 내가 사회에서 쓸만한 무기가 못 되었다. 나는 총이 필요했다. 탄이 나가는 진짜 총.


 형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형은 내가 총보다도 학교를 더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 형은 내가 남들처럼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친구들이랑 잘 놀고, 밥 잘 챙겨먹고. 나는 완강히 반대했다. 나는 공부를 잘하고, 친구들이랑 잘 놀고, 밥 잘 챙겨먹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내 평범한 일상을 위해 형이 죽도록 일하는 것이 싫었다.


 어렸을 때, 형은 늘 악당이었다. 형은 젊고 예쁜 아줌마의 손을 잡고 늘 나를 보러왔다. 아줌마는 나를 예뻐해주었고, 아빠는 형을 예뻐해주었다. 아빠는 예쁘고 젊은 아줌마가 나의 엄마가 될 것이라고 했고, 아줌마의 손을 붙든 형이 내 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마냥 좋았다. 우리도 남들처럼 '완벽한' 가정의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는 생각에. 


 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다. 아줌마는 내 엄마가 되고, 아빠가 보이지 않을 때면 나를 허벅지에 눕혀놓고 엉덩이를 때렸다. 내가 엉엉 울면 방에서 쏜살같이 튀어나와 나를 끌어내린 것은 형이었다. 하지만 나는 늘 형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형도 똑같아. 아줌마랑 똑같아.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면, 형은 그저 착하기만 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이었다. 자기가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미안해―하고 말하고. 그렇게 나는 형 때문에 더 못되져만 갔다. 그래서 형은 늘 악당이었다.



 "형은 뭐 그렇게 살면 나중에 더 나아질 것 같아? 하나도 달라지는 거 없어."


 "그래. 그러니까 넌 나처럼 살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도 얻고…. 등록금은 형이 다 벌어서 내줄테니까―."


 "멍청한 계획이네. 내가 대학 가고 직장을 얻는다고?"


 "네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가까운 미래를 좀 생각해봐. 그건 너무 먼 미래야."



 하지만 커가면서, 내가 악당이 되어갔다. 내가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것을 형이 모조리 수습했다. 머리가 좀 컸다고 으스대는 동네 깡패들에게 내가 당하고 있으면, 달려와서 구해주는 것도 형이었다. 형은 유약한 나와는 달리 노동으로 다져진 몸이 단단하고 나보다 키도 한 뼘 컸다. 그래서 나를 구하러 달려오는 형을 보면, 나를 내려다보던 무리들은 모두 도망을 가곤 했다. 나는 형이 좋았다. 하지만 나는 늘 입으로는 형을 책망했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형 때문이야. 그 말을 들어도, 형은 미안하다고만 말하며 한없이 웃었다.


 나는 형과 내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나는 늘 말로써 형에게 칼을 휘두르면서도, 늘 형과 함께이고 싶어 했다. 형이 내 안정된 삶을 위해 돈을 벌 때마다, 나는 오히려 학교를 더 그만두고 싶어졌다. 형은 나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형이 번 돈을 가지고 형을 혼자 남겨두기 싫었고, 또한 나 홀로 길을 걷기도 싫었다. 그 어떤 길을 걷든 내 옆에는 형이 있어야 했다. 우리는 한묶음이었다. 가증스러운 여자의 자식이었지만, 형은 그 여자의 자식이기를 포기하고 내 형이 되는 쪽을 택했다. 그렇다면 형은 나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나를 선택했다면.


 형도 그렇게 느끼고 있음은 당연했다. 내가 형을 사랑하듯이, 형도 나를 사랑했다. 나는 형에게서 그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어떻게 확인해야 할지 몰랐다. 얼핏, 반 녀석들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헐벗으며 남자들의 품에 안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가끔 밤이 되면 무작정 옷을 벗어던지고, 형의 품 속으로 달려들었다. 형에게 졸랐다. 안아줘. 그럴 때마다 나는 형의 눈에 불꽃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지만, 형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그건 안 돼, 한빈아. 형은 나를 밀어냈다. 형은 나를 안는 것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피를 나눴다고 생각하는 거야? 착각하지 마, 형. 내가 의도한 건 그게 아닌데, 나는 다시 한 번 형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그래도 형은 나를 사랑했다. 형이 나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형에게 가장 가까운 미래가 언제인지 물었다. 형은 짧게 대답했다.



 "내일."



 내일. 형에게 내일은 나였다. 오늘 하루가 고되어도 다시 눈을 부릅뜨고 일어설 수 있는 것은 나라는 내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이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나는 그것으로 형을 설득하려 했다. 다음 날 일어났는데 해가 없어서 캄캄한 아침이라면 어떻게 할거야? 형은 그 태양만을 기다리면서 밤을 보냈는데. 은근한 나의 말투에, 형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면 평생 밤인 줄 알고 영원히 쿨쿨 자야지, 뭐. 나는 형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아줘. 안아봐. 나는 끊임없이 형의 쇄골에 입술을 묻었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형을 내 곁에 두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형은 나를 보내지 않을까. 나는 총이 필요했다. 나에게 필요한 건 대학이나 직장 따위가 아니었다. 형이 없는 평안하고 안일한 삶이 아니었다. 우리를 향한 눈총에 맞대응 할 진짜 탄총이 필요했고, 나는 그것을 지니고 영원히 형 옆에 있고 싶었다. 형이 옆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형이 당장에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포기해도 좋았고, 매일 밤 나를 거칠게 다루어도 좋았다. 아니, 사실 내가 바라고 있었다. 나는 형의 뿌리가 내 몸 속에 곧이 박혀서, 형이 나를 끊어낼 수 없게 족쇄를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형은 늘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내가 형의 내일이라는 것이 가끔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왜 고된 하루를 함께하는 오늘일 수 없을까. 나는 왜 항상 그 다음에 다가올 내일이어야 하는지.


 그래서 나는 매번 형에게 비수를 꽂을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헷갈릴 만도 했다. 누가 진짜 악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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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친형인가? 아 죄책감은 필요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취향저격ㄱ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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