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했다.
지원이를 보러가기로.
[합격 축하드립니다. 12월 1일 오후 3시 까지 본사로 와주시기바랍니다.]
지원이를 볼 수 있을까. 날 보고 깜짝 놀라겠지.?
일찍 나오길 잘했다.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2시간이나 걸린 나에게 박수를 쳐주며 로비 입구에 들어갔다.
간단히 내 소개를 하고 실장님과 대화 끝에 다음주부터 연습을 시작하기로했다.
뉴욕에 있을 때 지원이는 착하고 강했다. 동양인이라고 차별받던 나와는 달리 반의 leader는 모두 도맡아 하던 지원이였으니까. 지원이 덕에 학교를 잘 다녔으니말이다.
9학년의 끝자락에 지원이가 내게 말했다. 한국에 가서 꼭 성공할거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성공해 자기 집안을 이끌어 나갈거라고. 새학기가 시작될 땐 지원이는 내 옆에 없었다.
어딜가던 지원이는 아이팟과 함께 했었고 그 덕에 내가 음악을 하게 된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원이와 음악을 함께하는 난 참 행복했다. 지금 내가 한국에 온 이유도, 이것때문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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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도 자지 못했다. 내일이면 지원일 3년만에 다시 볼 수 있을거란 생각에.
"안녕하세요. 뉴욕에서 온 19살 주예솔이라고 합니다."
표정도, 발음도 어색하게 인사를 끝내고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4시간을 꼬박 연습하고나니 여기였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힘든 티 하나 내색 하지 않고 저렇게 춤을 추다니. 문앞에 붙어있는 스케쥴 표를 보니 4시간에 20분 꼴로 쉬는시간이 있는 셈이었다.
바람이나 쐴 겸 문을 열고 나가는데 귀엽게 생긴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자기가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길래 따라나왔다.
여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라고 재잘대던 혜진이가 낯익은 이름을 부르며 내 앞으로 뛰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