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열 (20)
황국 어사대부(御史大夫) 박근우의 장남
황국(黃國)의 승상(丞相) 김준후의 여식의 정혼자
"자라는 꽃에 송충이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EXO/민석준면찬열경수세훈] 인연(因緣) 14
[명사]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2.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이어지는 글입니다. 1편부터 보고 와주세요 제! 발!
"세훈아!"
"아가씨."
"말도 안하고 어딜 가면 어떡해!"
"걱정한거야?"
"일어났는데 없으니까..."
"도련님이 뭘 부탁하셔서 갔다 오는 길에 마주쳤는데 뭐 좀 가져다 달라길래."
"그 말을 네가 왜 들어."
"우리 아가씨 정혼잔데, 들어줘야지."
괜히 시ㅁ통이 나서 어린애 마냥 툴툴거리면 자신의 가슴팍을 퍽퍽 쳐대는 내 손을 부드럽게 낚아챈다.
눈을 치켜뜨며 하얀 얼굴을 향해 시선을 흘기니 인상쓰지마-하고 나직하게 속삭이더니 손가락으로 미간을 꾹 눌러주는 손길이 따스하다.
시선을 마주하고 싱긋이 웃어오는 그 얼굴에 왠지 모르게 그리움이 느껴져 손을 뻗어 양볼을 감싸니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더니 주춤주춤 뒤로 물러난다.
"이, 이거.."
"뭔데?"
"도련님이 가져다 주라고 부탁하신거."
"오라버니가?"
"장이 열리면 같이 가기로 했는데 불편해 할 것 같으니 전해달라시길래."
"아,아아...그래?"
품에 안겨오는 것을 받아들고 이게 뭔가 뒤적거리면 종이로 된 하얀 봉투 그득히 보기만 해도 눈이 시린 화려한 빛깔의 장신구들이 여기저기 엉켜있다.
민석이에게 받은 그것과 비슷한 모양새를 한 것도 여러가지, 역사 교과서에나 본듯한 장신구들도 여러가지, 생전 처음 보는듯한 장신구들도 여러가지.
그 중에 가장 눈에 띤 것은 연한 물빛을 띠고 있는, 보석이 크게 박혀있는 비녀...인가?
"아가씨."
"어,응?"
손에 그것을 멍하니 쥐고 한참을 바라보자 나를 몇번이고 부르는 세훈이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올리면
죽 째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세훈이의 얼굴이 눈 안 가득히 들어온다.
어찌 생각하면 조금은 부담스러운 그 시선을 마주하며 싱긋 웃어보이면 뭘 웃냐며 타박을 주더니 제가 입고 있는 무사복의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투박하기 짝이 없는 손길로 갖춰입은 옷매무새가 잔뜩 헝클어지도록 옷을 뒤적이더니 손 끝에 뭔가 닿았는지 입을 반쯤 벌려 씩 웃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이거."
"이건 또 뭐야?"
"김민석이 아가씨한테 올 떄 빈손으로 올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도련님까지 이런거 부탁했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하면,"
"응?"
말을 줄줄 이어나가다가 돌연, 말을 멈추더니 입술을 꾹 다문다. 붉은 입술이 하얀 이에 잠시 짓눌려 본래의 형체를 잃더니 그것도 잠시 본래대로 돌아온다.
하얀, 작은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다. 괜히 내 마음 한 구석까지 구깃구깃 해지는 것 같아 덩달아 인상을 찌푸리자 피식 하는 버석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볼을 톡 친다.
또 괜찮아 진건가 싶어서 같이 웃으면 눈썹을 긁적이더니 말을 이어나간다.
"슬프잖아."
"어?"
"아니, 그냥."
습관인지 또 대충 말을 얼버무리더니 다시 눈썹을 긁적거린다. 손에 쥐어진 것을 이리저리 살펴보면, 이게 은장도라는 건가.
아니, 은장도라기에는 좀, 화려한데. 끝에 달린 리본같은 줄이라던지, 짧은 손잡이 부분에 자잘하게 박힌 큐빅인가 이건?
계속해서 이어지는 내 관찰이 부담스러운지 훠이 훠이 하며 다시 내 손에서 칼을 뺏어간다.
"아, 왜 들고가!"
"뭘 그렇게 구경해, 그냥 집어넣어."
"이거, 진짜 칼이야?"
"응, 작고 가볍기는 해도 칼은 칼이야."
"이거 가지고 뭐하라구? 칼연습?"
"필요할 때가 있을거야. 들고 다녀."
"호위 무사는 괜히 있냐."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 치며 말하면 잠시 얼굴 표정을 굳히더니 이내 씨익 웃어보인다.
가볍게 벌어진 얄팍한 입술 틈새로 하얗고 가지런한 이가 슬쩍 모습을 보이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토끼같아.
영 어울리지 않는 비유에 킥킥 혼자 웃으면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등을 툭 친다.
"웃지 말고, 들고 다녀."
"네가 지켜줘야지."
이어지는 내 말에 할 말이 있는지 두어번 소리없이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내 고개를 설레 가볍게 가로저으며 입술을 꾹 다문다.
야무지게 앙다물어진 그 입술이, 17살의 무엇이라고 하기에는 영 어울리지가 않아서, 괜히, 괜히 속이 시리다.
세훈아, 그거 아니. 내가 지금껏 만난 모든 사람들 중에 넌 가장 솔직하기도 하지만 가장 비밀스럽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아픔을 혼자 짊어지고 사는듯한 네 얼굴을 보면, 괜히 내가 아파지는 기분은, 단순히 나보다 어린 동생을 감싸주고 싶은 마음인걸까, 아니면.
그것도 아니면 이 세상의 나의 감정이 나에게로 그대로 반영되는 걸까.
둘중에 뭐가 되었든. 아니 굳이 그 둘 중의 하나가 아니더라도 세훈아.
내가 너를 아끼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는걸. 설령 그 의미가 얄량한 동정심이거나 근거없는 모성애 따위라고 할지라도.
"아가씨!"
"에,에?"
"도련님께서 부르십니다."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있을때, 멀리서 소리쳐 날 부르는 어린 계집아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어찌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얼굴이 시뻘겋다.
무슨 일이냐는 의미로 눈을 둥그렇게 뜨고 시선을 마주하면 헥헥-숨을 고르며 도련님께서 찾으신다 그리 말하는 얼굴이 참, 어리구나.
이 집안에서 도련님이라 불릴만한 자는 오라버니, 뿐일텐데. 그렇다면,
"오라버니께서?"
"아이 참, 이 집안에서 도련님이라고 불리실 만한 분이 그 분 말고 더 있기라도 한가요?
빨리 오셔요."
다급하게 말하며 눈을 슬쩍 들어올려 세훈이의 눈치를 한번 보는 계집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계속해서 말을 걸면,
이럴때가 아니라는둥, 도련님께서 오래 기다리셨다는둥, 발을 동동 굴리며 내 팔을 잡아끈다.
내 팔을 잡아끄는 억센 손길에 몸을 휘청하며 자리를 지키면 씨익 웃어보이며 내 등을 툭툭 밀어주는 손길이 퍽이나 다정해서
눈동자를 굴려 세훈이를 보면 씨익-얄팍한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도록 웃어보이고는 손을 이리저리 흔들어보인다.
영문을 몰라 눈을 둥그렇게 뜨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 소리나지 않게 입을 벙긋거린다.
잘,가, 하는 그 짧고도 선명한 입모양을 읽어버린 나는 나를 보고 웃어주는 아이를 보고 온 힘을 다해 웃어줘야만 했다.
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싱긋이 웃고 있던 세훈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결국은 무너져 내릴까봐.
내 곁의 세훈이가 무너진다면 이 세상의 내가 어떻게 되버릴지도 모른다는 그 이기적인 두려움에, 나는 잔뜩 겁을 집어먹고 환히 웃어야만 했다.
난 이기적이었다. 이기적인 겁쟁이일 뿐이었다.
"저기.."
"어찌 그리 보십니까?"
"말,말씀을 낮추십시오."
세훈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계집아이가 저에게 말을 건네는 세훈에 표정을 딱딱히 굳히고는 허리를 급하게 숙이며 고개를 조아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던 세훈은 피식-버석한 웃음소리를 내어보이며 등을 돌려 걷는다.
넓게 펼쳐진 그 어깨가, 축 쳐져있지는 않았지만, 그 당당한 어깨가 왠지 모르게 작아 보이기만 했다.
"후우-"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숨을 쉬면, 뽀얀 입김이 피어오른다. 손을 뻗어 괜히 그것을 이리저리 흐트러트리더니 발걸음을 멈추어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다시 허리를 숙인다.
입을 두어번 벙긋거리더니 다시 입술을 앙다문다. 굳게 다물린 입술이 꽤나 다부지다.
혀를 내밀어 바싹 말라버린 하얀 입술을 가볍게 훑고는 다시 그 붉은 혀는 입술 안으로 자취를 감춘다.
황국(黃國) 도독주군사(都督州軍事) 오진원의 외동아들
황국(黃國) 승상(丞相) 김준후의 금지옥엽(金枝玉葉) 막내딸(18)의 호위무사
오세훈(17)
"언제까지고 내가 호위무사일 수는 없는거니까."
-------------------------------------------------------------------------------------------------------------------
카르텔꺼 허니 구금 카레맛 모찌 뚜비뚜바 모카 메리미 눈꽃
기화 모부기 까꿍이 손가락 딸기 라임 노트북 사탕 하루
준면맘 이웃집여자 아리찬 가락 고연 매력넘치는 여리 고니 모라
두부 스폰지밥 윤아얌 고3 핑크파우더 초코우유 나비소녀 보름달
영요미 초코칩 앵두 시계 핫초코 카르멘
고교생 일지는 심심풀이로 쓴 글이라서 그 글에서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은 이 암호닉 목록엔,ㄴ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