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21 나는 누나다
애기는 세훈이랑 타오에게 맡기고
(물론 불안해서 찬열이 데려다 놓았다.)
우리는 곧장 집으로 왔다.
불안함에 자꾸 손이 떨려온다.
기자회견이 끝난지 벌써 1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누나. 형한테 연락 좀 해봐.
나는 말 곱게 안 나갈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폰을 찾았다.
번호를 입력하는 것 뿐인데도 땀이 난다.
신호음이 길게 갔다.
불안함에 종인이의 손을 붙잡았다.
-여보세요? 징어야 오빠가 지금 좀 바쁜데!
"어? 아.."
-오빠가 딱 30분 뒤에 전화 다시 해줄게! 미안!
전화가 끊겼다.
"뭐래?"
"좀 있다가 다시 전화해주겠데."
"형은 우리보다 연구소가 더 중요하데?
우리한테 한마디도 없더니 갑자기 일 이렇게 벌려놓고,
뭐? 30분? 말이 된다고 생각해?"
종인아.. 형이잖아..
일단 진정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해..
"오빠 입장에서는 마냥 좋은 일일거야."
"뭐가? 어떤점이?"
"이씽오빠가 힘들게 연구하던 것이 드디어 성과를 본 날이잖아."
"그게 우리보다 중요한 거야?"
종인이는 화가 많이 난 듯 싶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보는 종인이.
나니? 그게 내가 잘 못 한건가?
그래.. 내가 누나니까 참아야지.. 난 누나야..
"물론 우리보다 중요하지 않지."
"그럼 왜 그러는건데."
결국 빡침.
"...너는 왜 오빠 입장에서 생각을 안 해?
물론 오빠한테 우리가 중요하겠지. 근데 오빠의 인생도 있잖아.
언제까지 오빠가 우리한테 맞춰줘야 하는데. 우리가 애야?"
"언제는 형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미성년자라며."
"그게 여기서 왜 나와."
그래. 안다. 종인이 마음 백번 이해한다.
오빠가 걱정되서 저러는 거 다 아는데.
자꾸 짜증나게 속을 긁는다.
"누가 우리한테 맞춰달래?
적어도 기자회견 하기 전에 우리한테 말해줄 수 있는 거였잖아. 안그래?"
"그래. 그런데 오빠도 오빠 나름대로 정신 없었겠지."
"아 진짜. 니는 그렇게 계속 형 편 들어라."
갑자기 사라진 종인이.
아 진짜 짜증나. 왜저래 진짜.
표현이 서툰거 잘 알겠는데 저건 아니지.
그리고 또 너라고 그랬어. 아. 아 개빡쳐.
Ep. 222 불안함
30분 후 오빠의 전화가 왔다.
나는 빡쳐서 부들부들 거리는 중이었고 오빠는 신난 것 같았다.
"여보세요."
-웅! 우리 징어 왜 전화했었어??
"언제올거야."
-음.. 지금 가는 중이야! 20분 후에 도착해요ㅎㅎㅎ
"아, 알았어. 끊어."
-응!!
전화가 끊겼다.
아.. 김종인은 뭐라 그러지.
친구랑 놀러 갔다고 해야하나.
아 진짜 그새끼는 성격이 존나 다혈질이어서 나까지 짜증나게 만들어.
이럴 땐.
익숙한 이름을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왜.
"루루.. 지금 어디에요..?"
-나 지금 너 마음속.
"....."
-ㅋㅋㅋㅋㅋㅋㅋ미안.
"아니까 됐어요. 그래도 루루목소리 들으니까
뭔가.. 편안해졌어요.."
-그래? 다행이네. 종인이 때문이지?
종인이 지금 여기있...
????????
전화가 끊어졌다.
뭐야. 김종인 쌤한테 간거야?
나빼고?!!!!! 어?!!!!!!
아 김종인 진짜 더 싫어졌어.
괜히 짜증나서 소파를 발로차다가 받침 잘못 차가지고
발가락 나가는 줄 알았다.. 아.. 나도 성격진짜 고쳐야되는데..
발가락을 부여잡고 있는 중에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오빠 5분 남았어! 차가 안밀렸거든!!]줌며니오빠
금방 오겠네.
소파에 길게 누워 아픈 발가락을 주무르며 생각했다.
김종인이 평소보다 더 짜증이던데..
왜 그럴까. 요즘 짜증나는 일이라도 있나.
누가 또 짜증나게 했나. 그게 나인가..
그냥 별별 생각을 다하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그냥 문 열고 들어오지 뭘 또.
문을 열어주고 소파에 다시 앉으니 들어옴과 동시에
눈을 꼭 감는 오빠. 뭐하는 거야 저 양반은.
기자회견장에 정신을 두고 오셨나.
"오빠 눈 떠도 돼?!"
"떠. 뭐해."
눈을 딱 뜬 오빠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뭐야. 왜저래.
표정이 점점 울상이 되는 오빠.
그제야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축하파티를 바라고 있을 수도 있겠다 라는 것을.
내가 그렇게 오빠 편을 들면서 말하던 것은
기쁠 오빠였는데, 그런 내가 짜증난다는 이유로 이러다니..
난 진짜 바보인가.
"오빠."
"응? 왜.."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금방 올테니까 좀만 기다려."
"아냐. 그럴필요없어.."
"뭔 소리래. 비글들 만나러 가는 건데."
"아.. 응.. 다녀와..."
축 처져 소파에 앉아 넥타이를 푸는 오빠.
그대로 나온 나는 타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타오야타오야 누나 좀 도와줘!!!"
-먼데?!
"울 오빠 시간좀 돌려줘. 내가 실수를 조금 해서!"
-아, 웅!! 지금?
"어! 고마워 누나가 나중에 맛있는거 사줄게!"
-웅!!!!
전화를 끊고 케이크를 사러 갔다.
가장 비싸고 가장 맛있어 보이는 걸로 고르고
돈은 카드에 넘치는 게 돈이니까 그냥 계산하고 나왔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빠른 날이 있었을까. 진짜 최강 빠르게 달려 집에 왔다.
때마침 초인종을 누르는 오빠.
아씨 아직 촛불에 불도 안붙였는데.
"잠깐만 기다려봐!!!"
"어!!!"
어딘지 들뜬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씨 나 라이터나 성냥 없는데.
가스레인지로 촛불에 불을 붙이고 식탁에 올려놓고 문을 열었다.
눈을 꼭 감고 있는 오빠.
"뭐해. 눈 떠."
"어? 어.."
"헐..! 나 라면 끓일려고 물 끓이고 있었는데!!!"
나의 연기력에 오빠가 놀라며 부엌을 보았다.
식탁에 있는 케이크를 보는 오빠.
뭐야.. 라고 잔뜩 감동먹은 표정으로 말하며 케이크로 다가간다.
촛농이 녹아 떨어지고 있었다.
"빨리 불어. 못 먹어."
"응.."
촛불을 끄는 오빠.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괜히 나도 찡하다.
"고마워 징어야. 종인이는?"
"아.. 그.. 어.. 상담. 쌤한테 상담받으러."
"그래? 진짜 진짜 고마워 징어야.
요즘 오빠가 그 연구때문에 바빠서 너희 잘 못챙겨준 것 같은데..
이렇게 케이크도 준비해주고."
"아니야, 뭘 이런걸로. 무튼 축하해."
괜히 민망해져 어색하게 서있는데
오빠가 먼저 다가와 나를 안아주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그 품에 기대었다.
"오빠는 우리 징어랑 종인이 밖에 없어.
누구보다 너희들이 먼저야. 알지?"
대답대신 오빠의 품을 더 파고들었다.
무슨일이 있든 우리가 먼저라는 오빠의 말에.
울컥하며 눈물이 차올랐다.
"이쁜 내새끼.."
그 말이 왜 이렇게 불안할까.
마지막 인사를 하듯 오빠는 그동안 한번도 안해줬던 말들을, 표현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Ep. 223 김종인
(종인시점)
공원벤치로 공간이동했다.
너무 욱하고 짜증난다.
형이랑 누나에게 실망이다.
형은 솔직히 우리에게 말할 시간이 분명 있었다.
늦게까지 담임쌤이랑 술이나 마시고 오고 다음날 바로 기자회견으로 발표?
나를 생각이나 하고 있는건지.
그것도 그거지만 누나도 실망이다.
옛날에는 적어도 나를 가장 위해줬었는데 요즘은 루한쌤이 우선이고
나는 안중에도 없다.
그래. 우리 가족들은 내가 안중에도 없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내가 너무 불쌍해졌다.
누구는 형에 대해 듣보잡이라는 듯이 말하는 쓰레기들
처리해주고 누나 괴롭히던 놈들 처리해줬는데
형이랑 누나는 나에게 뭘 해줬지?
쌓였던 마음들이 폭발했다.
더이상 나는 그들의 가족이 아닌 것 같았다.
일방적으로 내가 노력하고 있었다. 사랑을 받을려고.
너무 답답해져 괜히 땅을 차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 들렸다.
"종인이 여기서 뭐해."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는 사람은 쌤이었다.
누나 생각에 갑자기 또 짜증이 밀려왔다.
"가세요."
"뭔일인데 이렇게 심통이 나있어.
징어가 기분 나쁘게 했어? 아니면 준면이?"
어떻게 아는거야.
쌤을 보았다. 어깨를 으쓱한 쌤이 말했다.
"종인이 너는 왠만한 일로 짜증잘 안내잖아.
가족 관련된 일 아니면 말이야."
고개만 끄덕이고 다시 땅을 찼다.
"치킨먹을래?"
나는 바로 치킨집으로 공간이동했지만 쌤은 집을 말하셨다.
주소만 듣고 그 주변으로 공간이동을 사용했다.
쌤네 집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쌤은 치킨을 시키더니 자연스럽게 냉장고로 가 캔맥주를 꺼내셨다.
"치킨엔 맥주지."
2캔을 꺼내신 쌤은 식탁에 올려놓으셨다.
맞은편을 가리키는 쌤. 맞은 편에 앉으니 내 앞으로 한 캔을 밀어주셨다.
"왜요?"
"어른이 주는 건 감사히 받아."
별거 아닌 듯 맥주캔을 따서 한모금 들이키신다.
선생님.. 인데. 뭔가 이상하다.
"빨리 따. 건배하게."
아직도 상황파악이 잘 안되서 멀뚱히 쌤만 보니
답답했는지 내 앞에 있던 맥주를 따더니 내 앞으로 들이밀었다.
얼떨결에 받아든 맥주캔.
"건배."
들이키라는 듯 나에게 손짓하신다.
"스트레스엔 마시고 죽는거야."
재촉도 잊지 않으셨다.
그래. 어차피 쌤이 주시는 거니까. 한모금 크게 들이키다가
너무 쓰고 맛이없어서 내려놓았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다 느껴질 정도로 이상한 맛이었다.
"사내놈이 그것도 못 마셔?"
호탕하게 웃으시는 쌤은 막 울리는 폰을 보았다.
그 안엔 징어♥ 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누나인가 보네. 쓴 맥주를 한모금 더 들이켰다.
커플들의 대화엔 끼기 싫어서 타들어가는 듯한 목을 감싸쥐고 있는데
자꾸 내 이름이 들린다. 이 쌤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거야.
능력으로 뺏어들고 끊었다.
"왜. 징어랑 재밌는 대화중이었는데."
"근데 왜 제 이름이 나와요."
"징어가 뭐 잘못했는데?"
"누나요? 몰라요."
그런일로 짜증냈다는게 속이 좁아 보일까봐 그냥 말을 말았다.
쌤은 별로 궁금하지 않은지 다시 술을 들이키셨다.
저러니까 맨날 다음날에 숙취로 고생하지.
문득 궁금해졌다. 쌤은 누나가 어디가 좋은걸까?
"선생님."
"왜."
"누나 어디가 좋아요?"
"그냥. 다. 왜? 누나 남친이 궁금해?"
"그런거 아니에요. 정말 이해가 안되서."
쌤은 잠깐 고민하는 듯 보였다.
재촉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지라
기다리는데 쌤의 대답이 돌아왔다.
"징어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잘하잖아.
저번에 너 왠 다른 학교 여자애한테 당했을때도
무섭게 몰아부치던데? 그렇게 무서운 거 처음봤어."
"...그것뿐이잖아요."
"생각도 깊잖아. 징어가 말하는 말들은 거의 맞는 말이야.
어디에 치우치지도 않고 객관적이고."
"모순이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없이 잘 한다면서 객관적이잖아요."
나의 말에 맥주를 한모금 다시 들이키신다.
캔을 내려놓고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하시는 쌤.
"그런 징어의 모순적인 면모때문에
너가 이렇게 삐진거고?"
"무슨 말이에요. 안 삐졌거든요."
"아아, 그러신가보지."
아. 뭔데 말리는 느낌이 드는 거지.
Ep. 224 부모님과 자식의 관계
소파에 앉아 있는 오빠의 허리를 끌어안고 기대어서 TV를 보았다.
"임상실험은."
아무렇지 않은 척 물을려고 했지만
그 단어 하나에 울컥 올라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다행이 오빠는 눈치 못 챘는지 아, 그거. 라고 말을 시작했다.
"아, 그거 아마 곧 모집들어갈거야."
"...그걸 누가 하는데? 하는 사람들이 있어?"
"응. 많은 사람들로 해봐야지 개인차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잖아."
"그러면... 오빠는..?"
"오빠는 연구자지 피실험자가 아니잖아.
우리 징어 아까부터 그거 걱정하느라 오빠 이렇게 꼭 붙들고 있었어?"
흐흐흫 이상한 웃음을 흘리는 오빠를 더 꼭 끌어안았다.
아니야. 그것때문이. 오빠가 자꾸.. 멀리 갈 것 같단말이야.
뭔가.. 자꾸 전이랑 달라서..
전이랑 달라서..?
오빠의 눈을 보았다.
준면오빠 맞는데, 근데 왜 자꾸 이렇게 나를 보는 눈이 슬픈건데.
"솔직해줘. 부탁이야. 나는 오빠나 종인이가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싫어."
"오빠가 무슨 거짓말을 한다고 그래."
그저 웃으며 내 볼을 살짝 꼬집는 오빠.
표정하나 바뀌지 않는다. 정말인걸까?
문자가 온듯 소파 앞 탁자위에 있던 폰에 짧은 진동이 울렸다.
힐끔보고 다시 오빠의 품으로 파고드는데
확인안해도 되냐고 물어온다.
손을 뻗어 폰을 들고 문자를 확인했다.
[잘 해결됬어?]밍서기오빠
아마도? 애매함을 담은 문자는 민석오빠에게 전송되었다.
"징어. 오늘 저녁 뭐 먹을까?"
"그냥, 만들기 쉬운 거."
"왜? 징어가 만들어주게?"
"그럴까?"
"그래! 그럼 장보러 가자.ㅎㅎㅎㅎ"
나와 장을 볼 생각이 신이났는지 웃음을 짓는 오빠.
오빠랑 정말 장 본지가 꽤 됐구나.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빠를 일으켰다.
근처 대형 마트에 도착했다.
신이나서 쇼핑카트를 밀고 오는 오빠.
"우리 징어 여기 태워야 하는데.ㅎㅎㅎ"
헛소리를 한다.
"내가 거길 왜 타."
"너 어렸을때 이거 되게 좋아했던거 알아?
맨날 서로가 타겠다고 종인이랑 건물 무너질듯 싸웠잖아.ㅎㅎ"
"....몰라. 기억안나."
솔직히 기억이 나서 민망하다.ㅎㅎ
맨날 종인이랑 야아!!!!!!!!!!!!!!하며서 싸웠었지.
결국 오빠는 카트를 2개 밀었다는...ㅎ
"오빠랑 같이 요리할까?"
"아니야. 오늘은 내가 오빠 해줄게."
"정말?ㅎㅎㅎ"
마냥 기쁜 오빠였다.
"오빠 뭐 먹을래?"
"오빠는.. 음.. 파스타!"
"오빠가 좋아하는 거야?"
"당연하지!"
아닌것 같은데, 저번에 그 코스요리하는
곳에서 오빠 파스타 다 안먹었었는데.
오빠가 뭘 좋아했더라..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오빠는 어디서부터 얼마나 우리에게 맞춰주고 있었던 걸까?
"토마토파스타 먹자!"
끝까지 파스타를 고집하는 오빠덕에 찜찜하면서도 파스타재료들을 담았다.
간식이나 음료수도 사고 계산을 했다.
"어? 종인이네."
오빠가 폰을 보더니 나에게 카드를 건네주더니 통화를 했다.
"3만 6천원입니다."
"네."
바코드를 찍은 물건들을 봉지에 담으며 통화에 집중하는오빠.
오빠가 갑자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루한 바꿔."
루한? 쌤이 왜나와. 무슨 일이야.
오빠 왜 화났어..? 뭐지..?
뒤에 손님이 기다리니 빨리 봉지에 담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미쳤냐? 돌았냐? 종인이가 지금 몇살인데. 아..
야. 니, 선생맞냐? 어?"
"루.. 루한쌤이 왜.."
"종인이 술 먹였어."
"김종인 술마셨어? 미침.
종인이 집 오면 죽여버려오빠."
고개를 끄덕이며 쌤이랑 통화했다.
이내 나를 힐끔보더니 내가 들고있던 물건을 담은 봉지를 들었다.
앞서가며 짜증을 내는 오빠.
그러게.. 왜 술을 먹여요...ㅠㅠㅠ
"김징!!!!"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도니 백현이가 보였다.
오?
"하이."
"형님이랑은 이야기 잘 됐나봐?"
저기서 역정을 내고 있는 오빠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풀린거겠지..? 몰라 찝찝해.
"근데 너 여긴 왜?"
"엄마, 아빠랑 같이 왔지. 난 너 봐서 뛰어온거구."
"텔파로 부르지."
"아, 그거.ㅎㅎㅎ 그러네."
바보같은 말을 하는 백현이를 보다가
다시 오빠쪽을 보았다. 아직도.. 쌤 한시간만 참아요..
우리 오빠, 잔소리가 심해..
"너랑 같이 걸어갈까?"
"응? 그러든지.ㅎㅎ"
"형님 짐 내가 든다!"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에게로 뛰어간 백현이가 인사를 하더니 짐을 거의 뺏어들어 왔다.
오빠는 루한쌤과 통화하느라 백현이에게 뭐라 하려다가도 그만뒀다.
"먼저가?"
"응. 오빠 10분 뒤에 들어갈게."
"응! 빠.. 빨리 끝내고 와."
"응. 아니 그래서 너가 잘했다는 거냐? 이런.."
뒷말을 삼키는 오빠는 많이 참는 듯 보였다.
오빠가 조금 멀어진 후에 백현이가 물었다.
"누군데?"
"루한쌤."
"...쌤한테 저렇게 말한다고?"
"아? 뭐.. 친해졌나봐.. 나이도 같고.."
"아. 그래?ㅎㅎㅎ
근데 너 파스타 해먹나보다? 파스타 재료네?"
"응! 내가 할거야!"
"아, 음식재료 낭비하지 마.."
날라차기를 차려했지만 백현이가 피했다.
에이.. 이새끼 운동좀 했다고 회피력 올라갔네.
"아. 백현아 궁금한거 있어."
"뭔데?"
"넌, 아주머니 아저씨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 지 알아?"
"울 엄마, 아빠? 된장찌개, 김치찌개. 뭐 찌개 좋아할걸? 그건 왜?"
"아.. 그래? 그럼 아주머니 아저씨는 거짓말을 잘해?"
"거짓말? 거짓말은 모르겠어. 어.. 그러고보니 난 엄마랑 아빠가
진짜 괜찮은지 모르겠어. 자식을 잃었는데 아무렇지 않잖아.
나때문에 애써 괜찮은 척하는 건지.."
뒷말을 잇지 못하는 백현이었다.
무언가 깨달은 듯 한동한 걸음까지 멈췄던 백현이가 나를 보았다.
"내가.. 지금도 힘든데.. 엄마랑 아빠는 아무렇지 않잖아."
"응? 어.."
"그럴리가 없잖아. 어떻게 그래..
억울하게 아들이 죽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겠어."
"....."
"근데.. 내 앞에서.. 정말 아무렇지 않게..
더군다나 나는 내동생이랑 얼굴도 똑같은데..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거야.."
백현이의 붉어진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백현이 조차도 놀란듯 움찔하며 눈물을 닦아냈다.
"아, 미안. 나 왜 이래. 미쳤나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는 백현이.
그래.. 부모님과 자식 사이는 내리사랑이라잖아.
나도 오빠가 괜찮은척 하는지 모르겠어.
하는 말들이 나를 위한 거짓말인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뭘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어.
그게.. 너무 미안해서.. 너가 이유모를 눈물이 흐르듯
자꾸 울컥거리며 올라와.
Ep. 225 장이씽
(이씽 시점/기자회견 전날. 오후 4:00)
집에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변백현
그 이름 세글자에 벌써부터 지치는 느낌이었다.
"여보세요?"
-연구원님 단거 좋아하세요??
"아니."
-음, 그럼 딸기 좋아하세요??
"뭐하게."
-싫어하세요???
"아니. 좋아. 아 뭔데. 너 뭐하게."
-아니에요ㅎㅎㅎㅎ
전화가 끊어졌다. 그니까 뭐가 아닌데.
안그래도 김준면 일 때문에 많이 바쁜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김준면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야야야
"왜. 뭐."
-다됐어. 완벽해. 동물반응 이상 전혀 없음.
"....진짜야?"
-내가 괜히 김준면이냐? 고등학생때 내가..
"알았어. 끊어. 보고서나 보내."
끊기를 빠르게 밀었다.
또 헛소리 하고 있어.
그럼. 이제 거의 다 끝난 건가.
조금 쉴까 싶어 의자에 편하게 기대는데 현관문이 부서져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치는 그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순간 종인이 능력이 나에게 있었으면 싶었다.
"연구원님!!!! 저 왔어요!!!"
문을 열어주었다. 아니길 바라며 감았던 눈을 뜨고 그를 보았다.
도넛을 들고 아메리카노를 든채 웃고 있는 변백현이 보였다.
"단 거 싫어한다고 하셔서 아메리카노랑
딸기 좋아한다고 하셔서 딸기든 거 사왔어요!!ㅎㅎ"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그저 변백현의 웃고 있는 얼굴을 보았다.
"왜 왔어."
"그냥 드릴 말씀도 있구, 궁금한 것도 있구."
"직구로 말해. 돌리는 거 별로 안좋아해."
"연구원님 혹시 연구 자료 좀 주실 수 있으세요?"
"...어떤거."
"그냥 별거 아니구요. 초능력 억제제 만들때 썼던 연구자료요.ㅎㅎ"
"그건 왜."
"음, 정말 별 거 없어요.
그리고 혹시 전 연구소장 재판 결과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ㅎㅎ"
도무지 뭔 생각인지 모르겠는 변백현을 보았다.
의심스러워도 너무 의심스럽다.
"아니, 그렇게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보지 마시구요..
이유는 다 말씀드릴 수 없고.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절대 위험한거 아니에요.
비밀도 다 지킬게요! 진짜! 정말로!"
"의심스러워. 안돼. 내가 아무리 연구소장이여도 그건 안돼."
"아니이.. 지금 제가 굉장히 궁금한게 생겨서 그래요.
그걸보면 제가 완전 10년은 된 변비가
없어질 듯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니까요?"
"넌 변비가 아니라 가스겠지."
"아.. 진짜 연구원님 그러는거 아니에요.
저 아직까지 놀림받는 거 알아요??"
라며 문자를 찾아 보여주는 백현이.
[야 뿡뿡아 조금있다 게임할건데 들어올래?]숯불
"별명 생기고 좋지 뭐."
나를 째려보던 백현이는 곧 다시 부탁모드로 들어갔다.
"아.. 알았어요. 10년 묶은 가스가 방출 될 듯한 느낌일 거에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재판 결과는 나도 몰라. 아는 것도 없고.
연구자료는.. 있긴한데.. 너가 영 못 미더워서."
"그럼 어떻게 하면 주실래요? 제가 뭐든 할게요!"
때마침 메일이 왔다.
김준면에게서 온 동물실험결과보고서와 연구보고서였다.
흠.. 변백현을 보다가 다시 보고서를 보았다.
"지금 내가 보고서 하나를 보여줄건데."
"네!!"
"그거 이론적으로 맞는지 확인해주면.
그럼 조금 보여줄게."
"조금도 상관없어요! 아싸!! 빨리 주세요. 빨리 빨리."
보고서를 인쇄하니 지가 인쇄기로 달려가서 확인한다.
이내 거실 한켠에 있는 책들을 살펴보며 지수를 사용하는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능력이란 말이야.
"어, 이거 다른 자료 없어요? 이 보고서는 확인을 못하겠는데."
"어느 보고서?"
백현이가 가리키는 연구보고서를 읽어보고 한 책을 건네주었다.
이내 다시 또 집중하는 백현이. 똑똑하긴 김준면보다 똑똑한 거 같은데.
"오, 됐어요! 완벽해요.
대박인데요? 이거 정말 가능해지면 대박일 것 같은데."
"응. 대박이지. 내가 못 한건데. 김준면이 했어."
"준면형님이 헛으로 자랑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응. 그렇지."
"혹시 연구원님, 루한이라고 아세요?"
"...어. 알지."
"음 그렇구나."
"뭐야. 너 뭐 알고 있어."
보고서를 내 앞에 가져다 놓은 백현이가 씩 웃는다.
"그냥, 제가 대박인 이야기를 들어서요.ㅎㅎ"
"뭔데."
"루한이라는 분이 연구원이셨나요?"
"응."
"현재도요?"
"아니. 몇년전에 그만두고 선생한다던데."
"그래요? 오.. 그렇구나."
연구자료를 찾아 인쇄했다.
변백현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나를 보았다.
"연구 전체에 관련된 자료네요?
역시 츤데레셔.ㅎㅎㅎㅎㅎ"
후.. 어린애는 때리면 안돼.
애써 마음을 다 잡고 변백현을 살폈다.
미소를 지으며 확인하는 변백현.
"여기에 있는 김00 외 몇 명은 자세히 확인할 수 없는 건가요?"
"응."
"아.. 그래요?"
대충 훑어보는 듯 하더니 분쇄기에 그것을 넣는다.
중요한 거 아니었나? 그럼 전연구소장 외 다른 연구원이 궁금했던 건가.
"다 됐어요.ㅎㅎㅎ 감사합니다 연구원님!"
"전 연구소장 외 다른 애들이 궁금한거지?"
"오, 비슷해요.ㅎㅎ"
"그건 왜."
"에이, 말씀 못드려요.ㅎㅎㅎ"
배실배실 웃으면서 뭘 자꾸 감추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저 자료들을 진짜 줬어도 됬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가볼게요! 맛있게 드세요!ㅎㅎㅎ"
"어."
"나중에 다 말씀 드릴게요! 저 혼자만의 일은 아니라서요.ㅎㅎ"
"그래."
손을 흔들며 나가는 변백현을 보았다.
똑똑한 애들이 무서운 법이지.
뀨쮸쀼쮸♡ |
늦게 온 죄송함을 애교로 무마해보려는 작가의 노력..ㅎㅎㅎ 오랜만이네요!!ㅎㅎㅎㅎ
<대답을 해드려요!!> 고3소녀님! 암호닉을 색칠하는 기준은 얼마나 자주 와주셨나 입니다! 다들 궁금하셨을텐데 이거에요>< (이렇게 색칠을 하면요 여러분들의 댓글을 다시 읽으면서 혹시나 놓친 댓글도 다 확인하면서 꼼꼼히 읽을 수 있어여..♡) 임상실험 궁금해하셨을 우리 독자님들.. 다음편까지 또 기다려야 겠네요~ㅎㅎㅎㅎㅎ
++암호닉입니다!!!!>< 체리/안녕/모카/매매/경수하트/엑소영/구금/정동이/뭉구/규야/바닐라라떼/세젤빛/탄비/슈웹스/죽지마/치노/ 성장통/두부/캐서린/해바라기/코끼리/강우/워너비/샘물이/스젤졸/삼지창/단해나/변맥현/햇살/깜뚱/시하/ 디스녀/젤컹젤컹/태영이/복통/골드/우리현이/보시엔/찬여열/초롱이/뾰로롱/luci/젤리빈/됴랑/하리보/유부/ 옵티머스/징어여신님/엑소깹송사랑/애기경뚜/Jane/미카엘/예찬/실끄/원피스/마름달/개밥바라기별/깡/살콩/ 라임/상반관계/냐옹/김종대/우리징/모악/뭉이/레경수/Moo/홈매트/여리/여유/자바칩/선물/행쇼/지로뱅/판다/ 그럼난종이니를갖겠다/나호/양양/오센/레모네이드/첸싱머신/ ji /씽씽카/반스/시동/테라피/빛나무/예헷/꾹꾹/ 이과생/삐약몬스터/아몰레드/3_3/양심재활용/쿵쿵이/눈두덩/낯선이/뀨루룽/듀몽/아이스초코/루한쌤내꺼찜/ ㅁㅋㅇ/치킨이진리/수조/무음모드/냥냥/준나/됴됴/스파클링/엘모/동화책/쌍수/뚱이/징징이/버블티/쭈꾸미272/ CB/☆야광별/치킨이먹고싶어요/피글렛/모히또/뿌앍/달력/뿌야/치약/본비반트/수만이형/은하수/으니/오윈/둥듕/ 조똥이/드브/사랑해/우럭우럭/곰탱이/원주신/S/유후/호오잇/피곤/동화/환한/샤이니/또또선/권지용/짝짝/목련/ 깜백/우리니니/똥잠/갱/폴/비회원/거뉴경/lobo12/씅/작가님사랑합니다/헐랭/김종인'/홍설/고3소녀/피곤/유레베 /똥큥/나무/노랑/잔망파워/메리미/도트리/츕스/하트입술/바나나/오징징어/쿠몬쿠몬/빵/으나/아슈머겅/퍼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