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잉은 영지의 말을 아주아주 빠르게 이해하곤 한빈이를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얘기했어.
"영지야, 김한빈 나이가 몇이라고?"
"20살!!! 너는 무슨 바로 앞에 있는데 물어보냐? 와 근데 진짜 대박ㅋㅋㅋ
계는 머글이 탄다더니ㅋㅋㅋ 진심 맞는 말이었어. 진짜 어떻게 딱 보냐??"
영지는 평소에 잘 볼수 없는 연예인을 본거라 그런지 엄청 흥분해 하면서 계속 한빈이만 쳐다봤어.
하지만 삐잉은 지금 이 김한빈을 어떻게 때려줘야 할까 라는 생각밖에 없었지.
"야, 하영지. 진짜로 한빈오...아니지, 후우.... 얘, 진짜 20살이야? 만으로도 아니고?"
"아, 그렇다니까!! 저, 한빈...군? 씨? 쨋든 20살 맞죠?"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문앞에서 마냥 서있기만 하던 한빈이의 어색한 웃음소리에 삐잉이도 같이 어색하게 웃어주었어.
"와, 김삐잉. 내가 진짜 너 덕분에 아이돌도 보는구나. 저 싸인 좀 해주시면 안되요?"
자기 말에 웃기만 하는 한빈이가 이상해 보이지도 않는지 영지는 어느새 노트와 펜을 들고는 한빈이에게 내밀었어.
하지만 한빈이는 지금 삐잉이 눈치보느라 정신이 없달까.
삐잉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걸 느끼며 영지에게 다시 말을 걸었어.
"후우.... 영지야, 어떤 남자가 너한테 지 나이는 정확히 안 알려주고 자꾸 오빠라고만 부르라고 세뇌를 시켜서
결국엔 너가 꼬박꼬박 오빠 소리를 해대며 3주를 지냈다? 근데 알고보니까 그 인간이 너보다 2살이나 어린 연하네? 넌 어떻게 할래."
"한대 갈겨야지?"
"그렇지? 이건 맞아도 싼거지?"
"고럼!! 아, 저기 싸인해주시기 좀 그러면 사진이라도... 아, 일단 저는 사생이 아니고 쟤 친구에요. 삐잉이 친구!!"
영지는 삐잉의 말에 대충 답해주며 계속 한빈이만 바라봤지. 하지만 영지의 말은 삐잉이의 행동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말이 되었다는 거.
삐잉은 빠르게 한빈이에게 다가갔어. 근데 마침 신발장 옆에 빗자루가 있네?
"어익후야, 여기 빗자루가 있네요?? 하하하하하하."
"삐잉아, 잠시만 내 얘기 좀..."
삐잉은 한빈이의 다급한 한마디를 완벽히 무시하며 빗자루를 손에 들고 한빈이 앞에 섰어.
"야, 하영지. 너 나와봐."
"어어??"
"삐잉아 우리 말로...!!"
한빈은 삐잉의 손에 들려있던 빗자루를 보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서 급하게 입을 열었어.
하지만 뭐, 이미 늦었지.
"아!!!!아악!!!!!"
"입 다물어요. 그러다 한별이 깨면 너는 나중에 또 맞어요, 오빠야!!!!!"
"아악!!!!!!"
평소 그렇게 조용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치원교사답게 나긋나긋은 했던 삐잉이 빗자루를 들고
사람을 개패듯 패고 있다는 거에 영지는 순간 멘붕이 왔어.
"이, 이게 뭐여."
"아니, 속일게 없어서 나이를 속여? 아주 그냥 내가 호구로 보이지? 와, 진짜 이런 뭣같은 놈을 봤나!!!!"
"아니, 잠깐...!! 삐잉아!! 잠시만!!!! 아악!!!!"
"누나라고 불러, 이 새끼야!!!!!!"
점점 격해지는 말과 행동에 영지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둘에게 다가가 삐잉이의 빗자루부터 뺏었어.
"야, 야. 아무리 그래도 연예인을 그렇게 개패듯 패는 사람이 어딨냐!!! 그러다 얼굴 다치면 어쩔려고!!!"
"내 알바야!!!???"
영지는 일단 빗자루부터 저 멀리 던져버린후에 삐잉을 한빈이에게서 떨어뜨렸어.
"아, 나 봐좀!!!!"
"너 지금 놨다간 저 사람이 너 경찰에 신고할거 같다, 야."
영지가 삐잉을 급하게 선생님방으로 밀면서 한빈이한테도 말을 꺼냈어.
"대충 들어보니 잘못은 그쪽이 한거 같은데 일단 거기 딱 계세요."
선생님들방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씩씩거리고 있는 삐잉을 보면서 영지는 내가 지금 똥을 밟았구나 싶었지.
그래도 영지는 지금 처음 보는 한빈이보단 친구인 삐잉이가 더 걱정되 물을 떠다 주면서 조심히 다시 말을 꺼냈어.
"아까 대충 들었는데 그 어떤 사람이 김한빈이야? 너 김한빈, 두 번 밖에 본적 없다며."
".......어쩌다 보니 좀 가까워졌어."
"얼씨구, 그냥 좀 가까운 사람을 그렇게 패냐? 내가 너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흠...너 쟤 좀 마음에 들어했구나?"
"내가???"
"너 원래 너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너한테 뭐 잘못하면 원래보다 더 화내잖아. 그래놓고 뒤에서 찌질하게 아, 내가 왜 그랬지. 이러고 막."
"......내가 언제 그랬어."
"뭐, 쨋든 그렇다 치고. 그래서 김한빈이랑 어쩌다 좀 친해졌는데 지 나이는 말도 안하더니 다짜고짜 오빠라 부르라고 그런거야?"
"....어. 자꾸 나이많은 사람한테 오빠라고 부르는건 당연한거 아니냐고 막 나한테 그래서.
그리고 엄마도 그게 맞는거라고 같이 맞장구를 쳐주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어? 헐. 우리 엄마 뭐야?"
"왜?"
"엄마가 내앞에서 핸드폰으로 오빠 YG인지 아닌지 본다고 쳐본적 있거든? 근데 갑자기 나한테 오빠가 나보다 나이 많은 거 맞냐고 다시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내가 거기 나와있지 않냐고 하면서 핸드폰 보려고 가니까 갑자기 핸드폰 끄면서 나보고 들어가라고...
와, 우리 엄마 딸한테 사기친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네 어머님답다. 근데 너 진짜 오빠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아아아아아아!!!! 이게 다 김한빈때문이야!!!!!!"
삐잉은 간신히 가라앉혔던 화가 다시 솟아오르는 걸 느끼며 한빈이에게 가려고 벌떡 일어났어.
"또 때릴려고? 아무리 사람이 잘못을 했다해도 적당히 해야지, 이것아."
"아, 화가 나는 걸 어떡해!!!"
"야 여기 있어봐."
그런 삐잉을 영지가 다시 앉히고는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렸어.
그러고 몇분 뒤에 한빈이를 방안으로 들여보내더니,
"이런 건 당사자들끼리 얘기해야 되는 법이다. 너, 김삐잉 사람 그만 때리고 대화로 풀어. 나는 친구보러 감방가기 싫다.
동생은 내가 보고 있을테니까 차근차근 천천히 얘기하다 와."
딸랑 저말을 하고 문을 닫고 사라져 버렸어. 둘만 있는 방안에는 정적이 흐르다 못해 한기가 뚝뚝 떨어졌달까.
삐잉은 그저 가만히 서있는 한빈이를 보다가 푹 한숨을 쉬어버렸어.
"오ㅃ...아니, 야. 너 이리와 앉어봐."
결국엔 삐잉이 먼저 말을 걸면서 전에 상처를 치료하며 앉았던 의자를 가리키니까 한빈은 아무말없이 자리에 와서 앉았어.
그러고도 서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쳐다만 보고 있었지.
".....너, 내가 우습지."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뭐야? 3주라는 시간동안 너 나한테 니 나이 말할 시간 충분히 많았어. 그동안 한 전화랑 문자가 몇 갠데."
"......."
"너보다 누나라곤 해도 그래봤자 22살 밖에 안 되는 유치원선생님이 너한테 놀아나주니까 재미있었어?"
"...그 쪽으로 빠지지 마요. 나 한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런 생각 따위 절대 안 해요.
그리고....아, 진짜 이런식으로 들키게 될줄은 몰랐다."
한빈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삐잉을 한동안 쳐다봤어. 그러다 다시 말을 이었어.
"...사실 처음은 장난이었어. 근데 며칠 동안 나 피하는 모습 보고 말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말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너가 나한테 진짜 오빠라고 불러줘서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 그리고 그때부터 너랑 많이 친해지게 됐고.
내가 나이 속인걸 알게되면 너가 지금처럼 이렇게 할까봐 말을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 너가..."
"잠깐만, 내 말 안 끝났어요."
한빈이 단호한 눈으로 자기 얘길 끝까지 들으라고 하자 삐잉은 하던 말을 멈추고 다시 한빈이만 쳐다봤어.
"미안해요. 장난은 한 번으로 끝났어야 됐는데 계속 이렇게 끌다가 너 상처받게 해서...
내가 정말 잘못한거 알아요. 하지만 절대로 널 무시하거나 얕봐서 그런거 아니야.
내가 널 그렇게 볼리가 없잖아요. 나는 그냥 너가 나한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 좋았어.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요."
".......할 말 끝난거야?"
삐잉의 말에 한빈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어.
삐잉은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진지하게 얘기하는 한빈이를 보면서 좀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화가 많이 누그러진걸 느꼈어.
한결 상냥해진 말투로 삐잉은 말을 이었지.
"나는 거짓말을 정말 싫어해. 아마 오빠랑 문자할때도 나한테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얘기했었던거같아."
".....어."
"사실 나이 속인게 별거 아니라는거 나도 알아. 어쩌면 내가 인터넷에 너 이름 한번만 쳐봤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지.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수 없다, 한빈...아. 후우....근데 언제까지 속이려 했던거야. 휴가 끝날때까지 말 안하려 했던거야?"
"그건 아니고... 그냥 생각을 못했어."
"못한게 아니고 안한거겠지. 하여튼 얼굴만 노안이어가지고."
"....야."
삐잉은 화도 좀 풀렸겠다, 이제 당한만큼 갚아주겠다는 마음으로 한별이를 마음껏 놀리기 시작했어.
"진짜 얼굴만 보면 24살이 맞는데. 진짜 20살 맞어? 미자 때도 버스타면 기사아저씨가 성인요금으로 내라고 그랬지?"
".....아니거든?"
"아니긴, 어쩐지 차 몰때 엄청 조심스러워 하드라. 차 면허는 딴거 맞나? 나 무면허 차에 탄거였건거야??"
"그건 한별이 자니까 그런거잖아!! 그리고 면허 없이 내가 차를 왜 몰아??"
"아님 말고~"
"와, 진짜 너...."
"너어?? 누나라고 불러라. 이제 나도 너 볼때마다 부르라고 시킬거야. 누나, 누나, 누나!!!"
"뭐 이제와서 누나라고 불러."
"이제부터 알았으니 부르게 해야지, 그럼. 안 해? 나 또 빗자루 갖고와?"
"아니, 그러진 말구요."
"누나."
"......."
"그래, 너가 아직 덜 맞았구나. 여기 있어요. 내가 빗자루 갖고올게!!"
삐잉이 정말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하자 한빈이가 재빨리 삐잉의 손목을 잡았어.
"그렇게 사람 때리는 거 맛들이면 안 되요!!!"
"그러니까 누나라고 불러."
"뭐 그렇게 누나 소리에 집착해요. 이름 부르면 친근하고 좋잖아!!"
"니가 할 소리냐!!!??"
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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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짧죠ㅠㅜㅠㅜ 죄송해요ㅠㅜㅠㅜㅠㅜ 내일은 길게 오도록 하겠습니다ㅠㅜㅠㅜㅠㅜ 항상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삐잉이가 한빈이를 이기네요. 더 이겼으면 좋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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