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봐요."
"네..."
잠에서 깬 한별이를 안고 한빈은 삐잉이와 영지에게 작별인사를 했어.
"한별이 잘가~"
"안녕히 계세요!!!"
좀전까지도 삐잉과 누나발언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아 둘이서 싸우다가 한별이가 깼다는 말에 결국엔 흐지부지 끝나버렸어.
그리고 지금 상황이 되었지, 뭐.
"가서 연락할게."
"누나라고 안하면 답 안해줄건데."
"아, 진짜 이럴거에요?"
"어."
조금 바뀐게 있다면 한빈이와 삐잉이의 상황이 완벽히 역전됐달까. 항상 삐잉이가 말싸움에서 졌는데 이젠 반대야.
"ㅋㅋㅋㅋㅋㅋ너네 둘이 진짜 재밌게 논다."
"재미는 무슨. 내가 얘한테 당한게 얼만데."
"내가 뭘 어..."
"뭐."
"아냐. 그럼 주말 잘 보내요."
한빈은 끝까지 삐잉에게 별 말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삐잉이도 영지와 함께 유치원 문을 잠그고 같이 삐잉의 집에 갔지.
현관문을 열자마자 삐잉은 엄마에게 다가가 소리부터 질렀어.
"엄마!!! 어떻게 딸한테 사기를 쳐??"
"뭔 소리야?"
"아주머니, 그 김한빈 나이 알고서도 말 안해주셨다면서요?"
"어머. 얘 지금까지 몰랐던 거야? 야, 그게 몇주전인데."
"그 몇 주가 가기전에 말을 해줬어야지!!"
"핸드폰 뒀다가 뭐에 쓰니?"
"엄마!!!!"
엄마가 너무 당연스레 대답을 해서 삐잉은 엄마한테 더 따지지도 못하고 영지랑 방으로 들어와 버렸어.
"이야~ 너네집 오랜만이다."
"하긴 너도 학교 다니느라 바쁘고 나도 유치원 다니느라 좀 바쁘긴 했지."
"내일 토요일인데 나 좀 너네집에서 자고 가도 됨?"
"맘대로 해. 언제는 너가 내 허락받고 잤냐ㅋㅋㅋㅋ"
영지가 삐잉의 집에서 자기로 한 뒤 나름 재밌게 시간을 보내고 늦은 밤이 됐어.
근데 사실 둘이 수다를 떨 때에 한빈이 얘기는 전혀 꺼내질 않았단 말이야.
삐잉은 뭔가 그얘길 꺼내면 분위기가 이상해 질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에
최대한 한빈이에 대해서 생각도 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 영지가 못참겠는지 결국 말을 꺼내더라고.
"야, 그래도 나 많이 참았다. 이제 좀 말 해주지?"
"뭘."
"알면서."
"......."
"화는 좀 풀린거 같은데. 말하기 그래?"
"아니... 그건 아닌데. 음...너가 보기에 나랑 걔랑 친해보여?"
"어ㅋㅋㅋㅋ 엄청. 무지막지하게."
"....근데 진짜 좀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게 말이야. 걔가 나보다 두 살 어리다는 거 알고 진짜 화가 많이 났거든?
근데 걔가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사과를 하니까 그 화가 한순간에 사라지는거야."
"오오."
"그리고 너... 뭔가가 쿵 떨어지는 느낌 느껴본 적 있어? 그, 막 그냥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진짜 이상한데 싫지는 않은?"
"흐응.... 삐잉아."
"응."
"너, 여자가 내가 이사람을 좋아하는 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이 뭔지 아냐."
"...??"
삐잉은 영지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어.
영지가 그런 삐잉을 한번 보더니 한숨을 푹 쉬는거야.
"에휴... 이 모쏠과 모쏠의 만남을 어찌 할꼬."
"김한빈도 모쏠이야?"
"인터뷰한거 보면 모쏠이래드라. 뭐 아닐수도 있겠지ㅋㅋㅋㅋ 쨌든, 너 걔가 가끔 너한테 잘해주면 설레지. 너 예쁘다곤 안하디? 귀엽다거나."
"귀엽다고... 몇번 그랬어."
"그래, 그리고 너 보는 눈이 다른 남자들 눈하고 다른 것도 느꼈지?"
"...그건 모르겠는데."
"아아!!! 이 모쏠!!!!"
갑자기 영지가 울부짖는데 삐잉은 얘가 왜 이러나 싶었어.
"오늘 잠깐 같이 있었던 나도 걔 눈이 다른 걸 알겠는데 너는 왜 몰라!!! 너 이참에 걔랑 있었던 일 싹다 말해봐!!"
영지의 협박같은 말에 삐잉은 영지에게 한빈이랑 있었던 일을 싹다 불어버렸어. 결과는,
"지금 너의 그린라이트가 몇 번이나 켜졌다 꺼졌는지 모르겠어? 이 답답아?"
"어딜 봐서 그런 소리가 나와ㅋㅋㅋㅋ"
"아아아아아아!!!! 너한텐 말로는 안될거 같다. 너 핸드폰 줘봐."
"핸드폰? 왜?"
"주기나 해보셔."
삐잉은 영지 말에 순순히 따르는게 꺼림칙하긴 했지만 일단 핸드폰을 건네줬어.
"어디보자... 얼씨구, 많이도 했구먼? 아까 문자한다더니 진짜로 보내놨네? 잘 들어갔어요? 답장했어?"
"아니, 누나라고 안했잖아."
"ㅋㅋㅋㅋㅋ그렇게 한이 맺히디?"
"그건 아니고... 그냥 나도 한번 듣고싶단 말이야!!"
"어휴~ 네네~ 나 전에 것도 본다."
대충 뭐하는지 보니까 삐잉이 한빈이랑 문자한 걸 보고 있더라고. 별 거 안하는 거 같아 삐잉은 그냥 영지가 하는 행동을 냅뒀어.
하지만, 그게 치명적인 실수가 될 줄이야.
「여보세요?」
"오오, 받았다. 역시 안 자네ㅋㅋㅋㅋㅋ"
"헐?"
영지가 한빈이한테 전화를 한거야. 지금 시간이 12시가 넘었는데 이게 무슨ㅠㅜㅠㅜ
삐잉은 너무 놀라서 영지를 막지도 못했어.
「여보세요? ....삐잉이 친구분이세요?」
「오오 눈치 되게 빠르네요.」
「하하... 삐잉이는 뭐 해요?」
「씻으러 갔죠.」
삐잉은 한순간에 자기를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영지의 말에 얘가 지금 무슨 짓거리를 하나 싶었지.
「저기, 그 쪽 내일 뭐해요?」
「저요....??」
「네. 시간 되면 삐잉이랑 저 봉사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구요.」
"야, 너 지금...!!"
"닥쳐."
삐잉이 다급하게 말을 꺼내자 영지가 단호하게 삐잉의 입을 막아버렸어.
「내일 아침 9시에 만나서 수원쪽으로 가려 하거든요. 혹시 어머님 차 쓸 수 있으면 더 좋구요. 시간... 안되세요?」
「아...그... 삐잉이가 저 가는 거 알면 안 가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불안하긴 하구나? 아, 나도 모르게 반말써버렸네. 미안해요. 일단 차끌고 편하게 하게 해준다는데 걔가 뭘 어쩌겠어요.
그래서 갈거에요, 말거에요?」
「.....갈게요. 그런데 무슨 봉사인가요?」
「음.... 그냥 뭐, 사회봉사? 어차피 기본적인 봉사만 하러 가는 거니까 걱정 말아요. 내일 9시까지 삐잉이 집 앞으로 와주면 되요. 삐잉이 집 알죠?」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넵!!」
삐잉은 끝까지 한 마디도 못하고 둘의 통화가 끓기는 것만 허망하게 쳐다보았어.
"야, 너 미쳤어?"
"안 미쳤거든? 이 언니가 바로 한심한 모쏠들의 사랑의 큐피트다."
"야!!!"
"내일 9시까지 오라고 했으니까 우리 얼른 자야돼. 한 7시에 일어나서 준비하면 맞겠다."
"아니, 어디로 봉사가는건데!!"
"봉사는 무슨ㅋㅋㅋㅋ 그냥 너네 데이트 약속 잡아준건데요."
"뭐???"
"야 삐잉아, 너는 남자가 아무 관심도 없는 여자한테 계속 끊임없이 말 걸고 장난치고 쳐다봐주는 경우가 있을거 같아? 절대 없어. 네버.
너는 믿지 못하겠지만 김한빈은 너한테 마음이 있어. 물론, 너가 부득부득 우겨서 이성적 호감이 아니라고 쳐도 그래도 일단 너를 계속 보고 싶어한다는거야."
"아...닐걸??"
"이러니까 내가 널 바보 취급하는거다...기든 아니든 내일 둘이 만나. 만나서 봐봐. 김한빈이 너한테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무리 너가 이런 쪽으로 둔해도 걔 하는 행동 보면 조금이라도 촉이 올거라 이 언니는 믿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도 이게 한계임. 원래 연애는 남자랑 여자랑 둘이 지지고 볶고 하면서 느는거야. 내일 만나는 건 취소 못하니까 얼른 자기나 해."
삐잉은 영지의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어.
정말 연애를 해보지 않았던게 이런 식으로 돌아올줄이야.
"에휴...."
삐잉은 이미 엎질러진 물에 체념하곤 일단 잠부터 잤어. 내일이 오지 않길 기도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아침이 되었지.
"우리 삐잉이 아주 예쁘구먼!!??"
"....이렇게 까지 하고 가야돼?"
7시가 되자마자 영지가 삐잉을 깨우더니 약속시간 10분전까지 옷을 몇 번을 갈아입혔는지 몰라.
삐잉하고 어울리는 원피스를 입고 화장도 풀세트로 하고 나서야 놔줬달까.
삐잉은 한빈이를 만나기 전부터 자기가 먼저 지쳐 쓰러질것 같았어.
"야야, 55분이다. 너 얼른 나가!!"
"너는!!!??"
"내가 거길 왜 껴, 바보야ㅋㅋㅋ 얼른 내려가기나 하세요!!"
삐잉은 친절하게 엘레베이터까지 잡아주는 영지를 잡았지만 이미 엘레베이터 문은 닫혔고, 금방 1층에 도착했지.
'지금 이 꼴을 하고 김한빈을 만나라고?? 단 둘이???'
삐잉은 지금이라도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뒤를 돌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영지한테 문자가 오더라고.
[너 어차피 집올라와 봤자 나랑 어머님이 문 안열어줄거야. 그냥 김한빈한테나 가세요ㅋㅋㅋㅋ]
"아, 진짜 하영지ㅠㅜㅠㅜ"
삐잉은 영지를 나중에 꼭 몇대 때리고 말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느릿느릿하게 밖으로 나갔어.
역시나 한빈이가 차 앞에 서있었지.
".....??"
"뭐, 뭘 그렇게 봐요. 얼른 차에 타기나 해요."
한빈은 삐잉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그저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만 있었어.
삐잉은 너무 부끄러워서 자기가 알아서 문을 열어버리곤 얼른 차에 타버렸어.
그제야 한빈이도 차에 탔는데 여전히 표정은 멍하달까.
"아 좀 그만쳐다봐요!!!"
"....봉사 간다면서. 그러고 봉사가요?"
".....하영지한테 낚인거에요. 봉사 같은거 없어요. 봉사가는데 치마를 입을 리가 없잖아요."
"....??"
"나도 걔한테 당했거든요? 그러니까 얼른 출발이나 해요!!!"
"....."
삐잉이 얼른 출발하라고 닥달을 해도 한빈이는 계속 삐잉이만 쳐다보는거야.
삐잉은 당황 반 부끄러움 반으로 새빨개진 얼굴을 한 채 한빈이를 흔들며 다시 한 번 얼른 출발하라고 닥달했어.
"얼른 출발해요!! 이러고 있을거에요?"
".....어디로 가는질 알아야 가죠."
"그야 당연히!! 아...."
삐잉은 순간 자기의 멍청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달까.
그제서야 영지와 간다는 봉사는 거짓말이었고 어디 갈지 정하지도 않았다는 걸 떠올렸어.
"흠흠....어디 갈까요..."
"그 전에."
"에?"
"오늘 나 보는거 알고 있었어요?"
"......전화할때 옆에 있었으니까 당연히 알고 있었죠, 뭐."
"씻으러 갔다더니?"
"그걸 믿어요!? 오빠도 바보네ㅋㅋㅋ 아니, 잠깐만. 아진짜 이거 얼른 고쳐야 되는데. 그리고 너도 나한테 누나라고 고쳐요!!"
"좀 넘어가나 싶더니. 아쉽다ㅋㅋㅋㅋ 근데 그냥 입에 붙은 김에 그렇게 부르는게 어때요?"
"절대 싫은데요. 누나라고 불러요, 한빈아."
"....생각 해보고? 근데 진짜 우리 어디가요."
"생각할 거리가... 그러게요, 어디 가지?"
삐잉은 묘하게 다시 한빈이한테 당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디갈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금방 잊어먹었지.
"너 평소에 가는데 없어요?"
"집, 회사, 연습실. 그 정도?"
"....그렇게 살면 안 지루해요?"
"우리 팀 노래를 내가 다 만드니까 원래 그냥 거기서 살아요."
"우와, 노래를 다 너가 만들어??"
"응."
삐잉은 한빈이가 노래를 만든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어.
애초에 워낙 한빈이를 맨날 보다보니 가끔 연예인이라는 생각도 까먹기도 했거든.
"어, 그럼 내 작업실 가볼래요?"
"가도 되요...??"
"원래 안 되는데 쫓겨날 각오로 한 번 들어가보죠."
"그럼 안 가죠!! 그러다 너 진짜 쫓겨나면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맨날 그렇게 속고 살면 어떡해."
"야!!!"
"근데 말야, 반말을 하든가 존댓말을 하든가 하나만 해요. 내가 그런다고 너까지 그렇게 하는거야? 은근히 되게 헷갈리네ㅋㅋㅋ"
"그냥 계속 같이 있다보니까... 나도 막 이랬다 저랬다 하지 뭐. 이상하긴 해도 대화는 잘만 되네요!!"
"그럼 나도 그냥 그대로 한다? 뭐라고 하지 말기."
"뭐라고 하면 듣긴 해요?"
"그렇긴 하네. 쨌든 그럼 내 작업실 가는거다?"
"네네."
"아, 맞다."
"왜요?"
겨우 어디 갈지를 정하고 이제 출발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한빈이가 다시 삐잉이를 쳐다보는거야.
"너 오늘 나 만나는거 알고 있었다고 했잖아요."
"응."
"그럼 나 때문에 이렇게 예쁘게 꾸민거야?"
"....아니거든!!?? 영지가 억지로 나 잡아서 한거야!!! "
"아아."
삐잉이 엄청 당황해하며 말하는 모습이 되게 귀여웠는지 한빈이가 실실 웃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좋은 친구네. 다음에 만나면 고맙다고 해야 겠다. 진짜 오늘 너가 너무 예쁘게 하고 와서 놀랬어."
"......."
"아, 그래도 다음엔 이것보단 긴 걸로 입어. 너무 짧잖아. 감기 걸리면 어쩔려고. 감기 걸리면 무조건 몸살 온다면서요."
"....그걸 기억해?"
"기억 못 할거 같았어?"
그러면서 뒷자리에 있던 담요를 갖고와 펼치더니 삐잉의 무릎에 꼼꼼히 덮어주는거야.
"됐다. 좀 덜춥지? 아, 히터 온도도 올려줄까요? 응?"
"괘, 괜찮아."
"그럼 추우면 바로 말해요. 이제 진짜로 출발."
"......."
아니, 지금 엄청 더운데요.
더보기 |
어제 온다고 해놓고 너무 늦게 왔네요ㅠㅜㅠㅜㅠㅜ 죄송합니다ㅠㅜㅠㅜㅠㅜ 아 그리고 전편에 오타가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수정을 못했네요. 오타 조심하겠습니다ㅠㅜㅠㅜ 재밌게 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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