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특집!
<만약에 경수가 정말로 임신을 했다면?>입니다.
단편으로 끝날지 두세편 이어질지 잘모르겠네요.
알파오메가는 아니고 그냥 만약에! 에요.
이런거 좀 거부감 있으신 분들은 이번편 스킵!
"백현아."
"왜 우리 경수."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조금만 기다려."
"응."
소파에 앉아 제 무릎에 경수를 눕히고 하릴없이 경수의 머리칼을 만지던 변백현은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다는 경수의 말에 조심히 그의 머리를 쿠션에 받쳐준 뒤 바로 일어서 지갑을 챙겨들었다.
"다른건 뭐 더 없어?"
"응. 아이스크림. 완전 많이 많이."
"완전 많이 많이 사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현관으로 향하던 변백현은 신발을 신기 전 우뚝 그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몸을 다시 돌려 소파에 늘어지듯 퍼져있는 경수에게 휘적이며 다가갔다. 의문을 표하는 경수의 동그란 눈 위로 입을 맞춘 변백현은 조금 내려와 경수의 코, 동그란 볼, 작은 입술 그밑에 보드라운 턱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입을 맞췄다.
"가는 길에 보고싶어서 오빠 죽으면 어떡해."
"...빨리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사와."
"우리 도경수."
"..왜."
"사랑해. 진짜 빨리 다녀올게. 또 다른거 생각나면 바로 전화해."
"알겠어."
"우리 애기도 조금만 기다려라. 엄마 배 너무 차지말고. 알았냐."
경수의 동그란 배 위에도 입을 맞춘 백현은 그제서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 현관을 나섰다.
경수의 뱃속에 정말 저와 경수를 반씩 닮은 아이가 생긴지도 7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때 변백현은 병원에서 제일 크게 제일 많이 제일 추하게 울어제낀 남자로 낙인찍혔다. 안그래도 물고 빨던 도경수가 임신을 하자 변백현은 정말 경수의 손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 하다못해 양치까지. 침대 위에서 그저 그 큰눈만 깜빡일 수 있도록 허락된 도경수는 결국 그 생활이 2주가 지나가자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었다. 도대체가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길에 봉변을 당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싫지 않은 유난이었지만 절대 과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백현의 행동들은 결국 조금의 움직임 정도는 필요하다는 의사의 강력한 조언으로 그나마 나아지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지금도 나아지는'중'이었다.
"아-"
"아."
"맛있어? 밤에 차가운거 너무 많이 먹으면 안좋은데."
"그래도 먹고싶어."
"우리 도경수가 먹고싶으면 먹어야지. 이번엔 무슨맛 먹을까."
"나 민트초코."
"자,아-"
정말 날아갔다 온건지 금새 아이스크림을 한보따리나 사온 변백현은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씻고 나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소파에 앉은 경수의 밑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대령했다. 역시 이번에도 경수는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저 입만 움직이면 알아서 온 집안을 헤집어 다 들어주는 변백현이 있으니까.
"백현아."
"왜 우리 경수. 무슨맛 먹을래."
"나 그만 먹을래."
"그럴래? 그래 그럼. 뭐 다른거 먹고 싶어?"
나아지는'중'일뿐, 도경수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변백현의 마음은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에 가까웠다. 이 추운 겨울에 자켓도 걸치지 못하고 부리나케 사온 아이스크림을 채 세숟갈로 먹지 않고 물린 경수는 그런 백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이를 갖기 이전에도 백현은 제게 세상에 다시 없을 사랑을 언제나 매순간 안겨왔었다. 경수는 문득 그런 백현의 마음을 시험해보고 싶은 아주 못된 마음이 들었다.
"응. 나 떡볶이 먹고싶어."
"그래? 다른건 뭐. 튀김이랑 순대도 먹을래?"
"나 떡볶이는 죠스떡볶이꺼 먹을래. 순대는 저기 마트 앞에 포장마차꺼, 튀김은 사거리 공차네 거기껄로."
"알겠어. 우리 도경수 조금만 기다려 오빠 보고싶어도."
제말에 주저없이 다시 일어서 현관문으로 향하는 백현에게 경수가 말했다.
"잠바 입고가 백현아."
"이미 신발신었어 얼른 뛰어갔다올게."
"...춥잖아."
"우리 도경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뜨거워서 오빠는 덥다. 또 뭐 먹고싶으면 바로 전화해 알겠지."
그리고는 빠르게 집을 나선 백현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매니져를 시켜도 될텐데. 사람들이 많이 몰릴텐데, 추울텐데, 귀찮을텐데. 변백현은 더없이 다정하게 다시 집을 나섰다. 아이를 갖기 전에도 언제나 그래왔지만 제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 닿는 모든 물건, 입고 걸치는 모든 것은 변백현의 손을 거쳤다. 경수는 조심히 제 배를 쓰다듬었다. 어느덧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12월의 아주 추운 날이었다.
"안먹을래."
"그래? 그럼 치워야겠네. 냄새나지."
"..응. 냄새 싫어."
"미안해. 금방 치워줄게. 우리 경수 소파에 가있자. 오빠가 금방 치워줄게."
얼굴이 다 얼도록 뛰어가 사온 음식들을 경수는 입에도 대지 않고 싫다고 물렸다. 진작에 먹고싶지도 않았으니 정말 냄새가 싫은 것도 같았다. 백현은 냄새가 싫다는 경수의 말에 가득 사온 봉지를 부엌 한켠에 치워 두곤 경수의 손을 잡고 소파로 이끌었다. 경수를 소파에 앉힌 백현은 경수의 손을 잡고 그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버릇처럼 잡은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계속 매만졌다.
"뭐 다른거 먹을래?"
"...아니."
"우리 도경수 왜. 오빠가 뭐 서운하게 했어? 너무 늦게 사왔어?"
그 긴 동선을 10분만에 다녀왔으면서 정말 미안하다는듯이 저를 바라보는 백현에게 경수는 괜히 짜증이 났다. 아이를 갖고 계속 집에서 백현이 해주는대로 인형처럼 있던 제가 갑자기 바보처럼 느껴졌다. 뭔가 쓸모없는 사람인것처럼. 저를 위해 백현이 하는것들은 하루를 다 써도 모자를만큼 많은데 저는 그저 멍청하게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안그래도 제게 모든것을 맞추던 변백현이 제게 더 절절 매는 모습도 갑자기 짜증이 났다.
"아니야."
"우리 경수가 왜 골이났어-왜."
"나 애기 아니야."
"알지. 애기는 우리 도경수 뱃속에 있지."
그러면서 또 쪽-하고 제배에 입을 맞추는 백현을 밀어냈다.
"하지마."
"오빠가 미안해."
"뭐가 미안해?"
"우리 도경수 이렇게 짜증나게 해서."
"짜증안났거든?"
"알겠어. 우리 도경수 짜증 안났어."
"짜증나."
"오빠가 미안해-우리 경수."
"왜 미안하냐니까? 너 잘못한거 없는데 왜자꾸 미안하다고 해."
"잘못한거 없어서 우리 도경수 짜증나게 한게 미안해."
"....."
"내가 잘못을 해야 우리 도경수가 막 나한테 뭐라고 할텐데. 그래야 우리 경수 짜증이 풀릴텐데."
"....."
"오빠가 지금 잘못할까? 가서 컵이라도 하나 깨고올까?"
"됐거든."
"우리 경수 씻을까. 오빠가 물받아놓고 올게."
"싫어. 나 갑자기 수박 먹고싶어."
"그래? 그럼 지금 가서 사올게. 조금만 기다려."
"복숭아 먹을래."
"그럼 복숭아도 사올게. 다른건?"
"안먹어!"
경수는 끈질기게 저의 손을 붙잡은 백현의 손을 쳐냈다. 저가 왜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경수 저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