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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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부자네 양봉장
오세훈은 허구한 날 빼먹었던 영어 학원 가고 박찬열은 천사 누나인지 뭔지하는 사람하고 영화 보러 미리 예약해놓겠다며 붙잡은 폰을 놓지 못하고있다.
이런 제기랄, 심심해. 점심 시간 이후 한적해진 카페 안에서 홀로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만 세고 있기에 내 청춘이 너무 아깝다!!! 그런고로 도경수 씨한테 톡해야지. 업무 시간이라 조금 미안하지만 역시 농땡이는 업무 시간에 치는게 제맛이죠.
사실 보내고 나서 답장은 기대도 안했다. 그나마 봐주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답장 없어도 나 혼자 떠들면 되니까! 하는 생각으로 톡을 했는데 예상 외로 1은 금방 사라져버렸다.
역시 도경수 씨 나랑 뭔가 통한다니까
호올~ 이건 진심인 것 같다. 역시 어제 내 고생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그런데 도경수 씨랑 항상 톡하다보면 왠지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스읍..왜 일까..왜..ㅇ...
그래, 맞아 이모티콘이다. 이모티콘! 나는 지금까지 도경수 씨가 이모티콘을 쓴 톡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ㅋㅋㅋㅋㅋ 심심이가 누군데요 라뇨!!! 세상에 20대 맞으세요? 누가보면 아버지뻘인 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빠르게 날아온 답장 하나에 그만 웃음보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ㅋㅋㅋㅋㅋㅋㅋ이거 완전 장미꽃 하나 놔드려야되는거 아니야? @)))- 총총총 장미꽃 한 송이 놓고 갑니다~^0^
으아아ㅏㅏ아ㅏ 진짜 미치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 도경수 씨 때문에 웃음이 끊기질 않는다. 부잣집 아들래미에다가 IT업계에서 일한다는 사람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나간 사람처럼 핸드폰만 내려다보고 앉아있는데 언제 티켓 예매를 끝낸건지 박찬열이 힐끔 내 액정을 훔쳐보며 나를 툭툭 건드렸다.
" 아주 그냥 꿀 떨어지겠네 양봉장 하세요? 뭔 일인데 그렇게 호구같이 웃고있냐 "
" 너가 상상하지도 못 할 아주 재밌는 일 "
" 나댄다 "
나같은 요조숙녀보고 나댄다라니 우리 찬열이가 입이 좀 험하구나, 지금은 도경수 씨와 아주 재밌는 TALK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너에게 줄 관심이 없단다. 정말 정말 대단히 sorry하지만 꺼져주겠니? 나는 자꾸 내 핸드폰으로 들이대는 박찬열의 머리를 꾸욱 밀었다. 국가와 나만이 공유하고있는 소중한 대화 내용인데..!!
내 폰은 내 폰, 니 폰도 내 폰 이라는 아주 활짝 열린 공유 개념이 박혀있는 박찬열은 길다란 장대같은 팔을 뻗어 저 높이 폰을 뽀려갔다. 하지만 거기에 반항 할 키도 안되는 나는 상대가 안되는 걸 알기에 그저 앉아서 달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 박찬열 너 진심 나중에 나도 너가 그 천사 언니랑 톡 한 거 다볼거야 이 새끼야 "
내 무서운 협박에도 박찬열은 그래~ 라며 거대한 손바닥으로 위에서부터 내 얼굴을 짓눌렀다. 처음에는 진지하게 톡을 읽다가 이내 놈은 미친듯한 속도로 스크롤을 내리더니 으휴 하고 폰 모서리로 내 이마를 찧었다. 아! 요즘 폰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모르나 보구나 네놈이? 그걸로 임마 사람 잘못치면 골로 가!
" 이게 뭐냐 이게 "
" 뭐가! "
나는 인상을 쓰고 치명타를 입은 이마를 만지며 대답했다.
" 아니 어떻게 경수형을 딱딱하게 [도경수씨]라고 저장해놓을 수 있어? "
" 그럼 뭐라고 저장해 "
" 내가 경수형이고 만약 네가 이렇게 저장해놓은 꼴을 봤다면 쿠크다스가 깨졌을거야 "
...뭐? ㅇ..왜...? ㄷ..도경수 씨의 쿠크다스가 왜 깨져... 나는 처음 만났을 때 샌드위치 사건으로 도경수 씨 쿠크를 깨뜨린 것만 해도 충분하단 말이야..!!!
" 경수형 폰에는 네가 하트와 함께 저장되있을 지도 모르는데 너는 그냥 도경수 씨? "
" 도경수 씨 이모티콘도 잘 안쓰는데 무슨 하트야 하트는 "
" 조용히하고. 이게이게 핑크빛기류가 흐르는 여자애 폰 맞냐? "
...박찬열이 뭘 잘못먹었나... 갑자기 왜이러지.. 까탈스러워진게 까탈레ㄴ..아니 엄마보는 거 같네, 우리 엄마도 내 연애에 이렇게 참견질은 안한다! 가끔 남자 좀 데려오라고 할 때가 있지만 직접적으로 참견질은 안한다고!
" 박찬열 갑자기 왜 이래? 니네 천사 누나한테나 잘해! "
" 아니..!! "
내 말에 답답하다는 듯이 낮게 으! 하며 가슴을 두어번 치고는 나를 보는 박찬열, ㅇ..알았어 무섭게 왜 이래... 꼴에 남자라고 키는 커서 가끔 이럴 때면 무섭긴 무섭다. 더군다나 전봇대 브라더스는 나를 여자로 안보기 때문에 정말 마음만 먹으면 나를 때릴지도 모른다.
"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만약 우리 천사 누나 폰에 내가 그냥 박찬열이나 박찬열군으로 저장되있으면 정말 쿠크다스가 깨질거야 "
" 니가 박찬열이지 김찬열도 아니고... "
" 아니 좀!! 애정을 담아서 저장하라고!! 나는 우리 천사 누나 이름 뒤에 하트 백만 개를 붙이고 싶어도 못붙이는데!!! "
뭐야.. 자기가 도경수 씨인가 갑자기 감정이입하고 난리야.. 흥분한 손가락으로 액정을 뚫어버릴 듯 터치해대는 박찬열을 아슬아슬하게 쳐다보는데 자기가 직접 전화번호부에 들어가서 저장되어있는 도경수 씨 이름부분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 잘 봐, 이렇게 저장해야 남자들이 좋아하지 "
그리고 당당히 내민 폰 액정에는
[ ♡♡♡♡♡우리 경수찡♡♡♡♡♡ ]
" 미쳤냐? 돌았나봐 이게. 무슨 우리 경수찡이야!!! "
놀라서 일어나 박찬열을 마구쳤다. 거기다가 이게 하트가 몇개가 붙은거야
" 아! 야! 이래야 좋아한다고!! 연애를 도와줘도 꼭! 얼마나 애정이 듬뿍 들어가 있냐 "
" 개소리 하지말고 내놔, 너네 천사 누나나 그렇게 저장해 "
" 나는 이것보다 하트 더 많이 붙였는데 "
잡소리 말고 내놓으라고!!!!!!!!!!!!!!!!! 방방 뛰며 박찬열의 팔뚝만 때리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이제 정강이를 차볼까 내 튼실한 종아리에 기를 모으는데 살기를 느낀 녀석이 잠깐 딜을 하자며 몸을 슬쩍 옆으로 피했다. 나는 진심으로 빡쳤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 후, 작게 숨을 내뱉었고 박찬열은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눈 앞에 들이밀었다.
" 대체 어디가 마음에 안드는데. 남자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완전 좋은데 "
" 완전 오그라들잖아. 하트는 뭐 또 이렇게 많아 "
" 너 혹시 경수형 별로 안좋아해서 하트를 싫어하는 거야? 그런거야? "
그게 어떻게 그런 말이 돼!!!! 잔뜩 미간을 찌푸리니 알았다며 다시 화면을 톡톡 치는 박찬열에 불안해져 까치발을 들고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기를 쓰고 염탐했다.
" 하트만 지우지말고 저기 찡도 지우라고 찡이 뭐냐, 찡이 "
" 왜 경수찡 얼마나 귀여워 "
" 됐고, 찡을 씨로 바꾸고 하트는 뒤에 두 개만 남겨 "
" 인간적으로 내가 찡은 양보할게, 하트는 냅두자. 너 경수형 많이 좋아하잖아 "
그래, 내가 우리 도경수 씨 많이 좋아해. 아무렴~ 많이 좋아하는데~ 그래!!!!!!!!!!!! 내가 도경수 씨 엄청 좋아한다!!! 사랑해!!!! 근데 대체 왜 너가 하트에 집착을 하는건데?
내 제 2의 심장인 휴대폰을 들고있는 박찬열의 손이라 혹여나 폰을 떨어뜨릴까 멋대로 칠 수도 없고 답답하다. 내 핍박에 궁시렁 거리던 박찬열은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 야, 경수형한테서 톡왔다 "
나는 독수리처럼 박찬열의 손에서 폰을 채가 톡을 확인했다. 여전히 눈웃음을 놓지 못하는 도경수 씨. 대체 어떤 이모티콘을 배웠길래 이렇게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걸까
?
아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려버렸다. 꼭 어디서 자기같은 것만 배워와서는. 요즘 가뜩이나 그냥 막 축축 지치고 웃을 일도 없는데 이렇게 도경수 씨 덕분에 웃어보게되네
핸드폰을 보고 큭큭 웃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박찬열.미안 나혼자 좀 웃을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경수 씨 내가 이모티콘 써보라고 할 때부터 지금까지 :) 이거 하나 배운건가? 참으로 애쓰셨네 ,은근히 업무 중에 농땡이도 칠 줄 알고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닌가보다.
도경수 씨 완전 짱짱맨이라고 답장을 하려다가 시간도 좀 지났고 괜히 일하는 사람 나 혼자 심심하다고 붙잡는거 아닌가 싶어 이만 손님 오셨다고 대강 둘러대고 즐거웠던 톡을 끝냈다. 종종 선톡해야겠다.
핸드폰을 집어넣어도 흥겨운 여운이 남아 여전히 수줍은 표정으로 있으니 박찬열은 이때다 싶어 다시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 뭔데 그렇게 좋아하는데. 경수형이 뭘 어떻게 했는데 그렇게 좋아해 "
" 알아서 뭐하게 "
얘는 왜 자꾸 남의 연애에 관심이 많아. 자꾸 알려달라며 들러붙는 박찬열이 귀찮아 옛다하고 도경수 씨와의 대화 내용을 보여주었다. 너가 도경수 씨 말하는 것의 반의 반만큼만 이쁘게 말해도 천사 누나가 좋아할거다.
핸드폰을 유심히 보던 박찬열은 오호..하며 낮게 속삭이고는 후다닥 자기 폰이 놓여진 테이블로 뛰어갔다. 꼴에 나도 박찬열 친구라 속으로 연애를 파이팅해주고 때마침 카페 안으로 들어오시는 손님께 인사를 했다. 맞아 나 알바였지. 종강하고 카페에서 사는 수준이 되니까 정신이 없네
주문을 받는 내내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가있다. 빨리 퇴근 시간 됐으면 좋겠다.
언제 기다려
.
.
.
" 네~ 바닐라 라떼 한 잔 주문 받았습니다. 5200원 입니다~ "
한겨울 저녁 추위를 피하기 위해 따뜻한 카페로 밀려들어오는 손님을 수용하려면 분업은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홀 청소만 하던 박찬열은 얼마되지도 않은 짬밥 좀 먹었다고 카운터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주방에서 거들 뿐...☆★ 비참한 인생이여....
생각해보니 박찬열이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여자 손님이 늘었다는 느낌은 왜일까...? 그것도 주방에서 흘끔흘끔 주문하는 여자 손님들 얼굴을 보면 전부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다. 서럽다...
보통 저녁을 먹고오는 도경수 씨와 김종인 씨가 오려면 피크 시간대에서부터 조금 지나야 한다. 그때까지는 나는 계속해서 박찬열을 거들 뿐...하...내가 어쩌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샌드위치도 받았던 사람이었는데...
" 너도 봤냐? 내 인기? "
주문을 받고 조금 여유가 생긴 박찬열은 잔뜩 자신만만해져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내 주변을 알짱거렸다. 오랜만에 결투 신청이로군
" 꺼져! 내 커피가 맛있어서 오는거지 "
나도...ㅇ ㅣ 런말을 하는 내가...정말루...싫ㄷr....현실을 부정해봤자 여기저기 커피를 기다리며 박찬열을 보는 애정 어린 시선들은 당해낼 수가 없었다.
" 참 나, 평생 이렇게 있어야겠다. 나는 얼굴마담으로 주문 받고 너는 이렇게 커피 만들고 "
" 꺼지라고 너 혼자 평생 카페에서 주문이나 받으면서 살아, 나는 대박 터뜨려서 부동산 부자 될 거니까 "
" 한 마디도 안 지려고하지 하여튼... 나 간다. 여기 있으면 너 누님들한테 맞을 듯 "
나도 느끼고 있거든, 박찬열이 나한테 친한 척을 할 때마다 몰래 날카로운 눈매로 지켜보는 언니들의 시선을, 박찬열이 뭐길래!!!뭔데 나한테 왜 이러세요!! 하지만 그건 마음 속의 외침일 뿐 그저 소금처럼 커피 내리기에 집중하는 척 했다. 하하 언니들이 날 너무 좋아하네
영혼이 탈곡되어 내가 오늘 대체 몇 잔의 커피를 만든건지 싶을 정도의 상태가 되었을 때 카운터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냥 저한테 주문 하시면 된다니까요 "
" 아뇨. 저는 못하겠습니다. "
" 아니 형님, 그냥 제가 "
" 아뇨. 안됩니다. "
... 가만 들어보자 이 단호박을 통째로 삼킨 말투와 목소리, 귀에 콕 박히는 낮은 음색은
" 빨리 ○○씨 불러주시죠 "
박찬열의 롤모델이자 나를 웃게만든 장본인 도경수 씨
" 뭐하세요 도경수 씨? "
아무리 손님들이 다 빠져나가는 시간대라지만 이게 어처구니 없게 카운터 앞에서 뭐하는 짓이람.
" ○○씨! 왜 찬열군이 카운터를 봅니까? 깜짝 놀랐잖아요 "
" 와 경수형! 제가 카운터 보는게 어때서요! "
박찬열이 카운터를 보는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하긴 내가 알바 자리 구해서 방학동안에도 사람 만든게 놀라울 일이긴 하지
여전히 아웅다웅거리는 도경수 씨와 박찬열을 냅두고 뒤에 둘의 말다툼을 아빠 미소로 지켜보고있는 김종인 씨한테 작게 목례를 건냈다. 고생이 많으세요.
" 진짜 경수형 미워! 열이 카운터 안 볼거야! "
그러면서 갑자기 냅따 카운터에서 뛰쳐나가는 박찬열, 헹 그래봤자 또 술 마시면 나는 켱수형 조은데ㅠㅠㅠㅠㅠ 켱수형은 나 미오해ㅠㅠㅠㅠㅠ 이럴꺼면서, 언제 한 번 둘이 친해지길 바라! 계획을 짜야겠구만. 나는 성이 나서 폭풍 걸레질을 하는 박찬열의 뒷통수를 보다가 멋쩍게 웃으며 도경수 씨와 마주섰다.
" 주문은 찬열이한테 해도 되는데, 어차피 커피는 제가 만들잖아요 "
" 그래도 카운터에 항상있던 ○○씨가 없으니까 놀라서... "
말 끝을 흐리는 도경수 씨. 나는 일단 그가 항상 자동적으로 내미는 카드를 받아들었다.
" 오늘도 아메리카노 한 잔, 카푸치노 한 잔인가요? "
" 오늘은 카푸치노 두 잔이에요 "
웬일
" 대신 하나는 하트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절대 그려주지 마세요. "
하나는 하트 그려주고 다른 건 절!대! 그려주지 말라니... 도경수 씨의 속이 보이는 건 나뿐일까..? 물론 그런 도경수 씨의 속이 보이는 건 나뿐만이 아닌 지라 뒤에서 조용히 말을 듣고있는 김종인 씨도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
계산을 하고 커피를 뽑으려 등을 돌려는데 평소같았다면 누가 채갈 새라 재빠르게 카운터 가장 가까이 있는 고정석을 차지하던 도경수 씨가 아직도 카운터 앞에 서있다. 할 말이 있나
" 앉아계세요, 불러드릴게요 "
" 그게 ... 제가 해열제를 먹어야 하는지... "
" 열이 나면 먹어야죠. 왜요 해열제 없어요? 여기 앞에 편의점 있는데 사다드릴까요? "
도경수 씨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다. 대체 뭐때문에 이렇게 눈도 못마주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슬슬 카운터 쪽으로 기우는 그의 머리 때문에 겨우 알아차렸다.
" 보자보자! 우리 도경수 씨 해열제를 먹어야 되는지 안먹어도 되는지! "
그러며 도경수 씨의 앞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기며 이마를 어루만져 주었다. 저번에 그저 걱정돼서 아무 생각없이 이마에 손을 올려준게 그렇게 좋았나보다. 알면 알아갈수록 남자들은 애같다더니 꼭 그게 지금 도경수 씨네
" 제가 준 약 잘 챙겨먹었나봐요. 열 다 내렸네~ 기침도 덜하고 "
그제서야 실실 웃으며 그래요? 란다.
" 해열제 안 먹어도 되니까 가서 앉아계세요 "
도경수 씨의 이마에 있던 손을 거두고 자리를 가리키며 말하니 끄덕끄덕 말도 잘듣는다.
징징윙윙. 열심히 커피를 만드는데 나를 부르는 핸드폰, 요즘 또라이톡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지 웬만하면 톡도 안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싶어 손을 멈추고 핸드폰을 찾았다.
갑자기 도경수 씨가 왜 이러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경수 씨를 쳐다보니 김종인 씨와 이마를 맞대고 열정적으로 핸드폰을 보다가 내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올려 나한테 손을 흔들어준다.
"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
" 제 마음이에요! "
ㅋㅋㅋㅋ김종인 씨가 도경수 씨 가르치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ㅋㅋㅋㅋㅋ 열심히 배우라고 살짝 팔을 들어 주먹을 꽉 쥐고 작게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스팀밀크를 만들고 이쁘게 하트를 그리고 이건 모두 다 하트성애자인 도경수 씨 덕분이었다. 오늘따라 이쁘게 만들어진 하트와 무난무난한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혹시 망가질까 부르지 않고 직접 서빙에 나섰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도경수 씨는 곧바로 일어나서 대신 트레이를 받아주었다. 도경수 씨 행동 하나하나는 받을 때는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소중히 여겨주는 것 같아 설레기 짝이 없다. 거기가 친히 옆 테이블에서 의자까지 끌어와 앉으라니 새삼 내가 여기 알바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손님도 없으니 잠깐 앉아 쉬는 것도 괜찮겠지
" 커피만 마시고 바로 가야겠네 "
핸드폰 시계를 내려다보더니 아쉬운 소리를 하는 김종인 씨, 알게 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들 10년은 된 것 같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왜요? 왜 가야되는데요? 라고 대놓고 물어 볼 수가 없어 그냥 아 그래요.하는데 냅따 대걸레만 붙잡고 멍때리던 박찬열이 끼어들어 말을 했다.
" 왜요? 형 나 오늘 형한테 밥 얻어먹으려고 했는데 "
...박찬열도 김종인 씨하고 안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언제부터 밥을 막 얻어먹는 사이가 됐을까...
김종인 씨는 박찬열의 말에 살짝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안물어보길 잘했지! 어쩔꺼야 박찬열!!!
" 무슨 밥이야 밥은. 박찬열 너 나랑 저녁 먹었잖아 "
" 나는 그걸로 안되지. 종인이형~ 나 진짜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러는데.. "
야!!!!!! 나이가 먹었으면 어느정도 눈치는 챙겨라!!!!!!!!!!!!!!!!! 어금니를 물며 팔꿈치로 박찬열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 형 병원 가야돼서 그래. 나중에 밥 사줄게 "
아닌 밤 중에 웬 병원... 알고싶지만 물어보면 엄청난 민폐일 것 같아 그냥 입만 다물었다.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 머리만 긁적이면서 커피를 마시는 도경수 씨를 힐끔 훔쳐보았다. 도경수 씨도 똑같이 가라앉은 분위기에 눈치만 보고 있었다. 우리 뭔가 통하는 것 같ㅇ...
" 아, 아니다 "
갑자기 김종인 씨가 시무룩해하는 박찬열을 붙잡았다.
" ○○씨 오늘 마감 좀 빨리 해줄 수 있어요? 찬열이 데리고 갈 데가 있어서요 "
...제가 카페 주인이 ㅇ..아닙니다만... 간절하게 날 보는 김종인 씨의 눈빛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지르고보자! 어차피 오늘 이모도 자리를 비웠겠다 나도 집에 빨리 가겠다 마감 빨리 해버리지 뭐!
내 말에 일사불란하게 휴대폰을 챙기는 김종인 씨는 이내 박찬열에게 뭐라고 속삭이더니 아직 채 못비운 커피잔을 두고 '저 먼저 갈게요!' 하며 카페에서 사라졌다. 박찬열 또한 히히 웃더니 앞치마를 제대로 접어두지도 않고는 ' 열이 갈게!' 하고 가버린다.
한참 두 남자가 사라진 문을 바라보다가 도경수 씨와 단둘이 남게 돼 어색해진 분위기에 억지로 하하 웃으며 말했다.
" 좀 쉬었다가 마감해야겠네요. 도경수 씨는 안 힘들어요? "
" 힘드냐구요 ? "
" 네, 회사 일도 하는데 카페까지 와서 있다가 저 데려다 주랴, 안 힘들어요? "
도경수 씨는 한참 무언가 생각하는 듯 컵을 만지작 거리다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 예전에는 회사 때문에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매일매일 다음 날이 기다려지고 그래요 "
" 왜요? "
혹시 나때문에~? ( ͡° ͜ʖ ͡°) 도경수 씨의 꿀 떨어지는 눈빛 덕분에 왜인지 알 것만 같은 느낌. 서로 눈만 마주치고 말이 없다가 다시 그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 알면서 물어보는 거죠? "
에구머니 들켰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배를 잡고 웃는다는 고등학교 시절에 빙의해 꺄르르 웃으며 도경수 씨의 어깨를 쳤다. 편하다가도 어쩔 때는 밑도 끝도 없이 설레게 만들어주는 그
도경수 씨 컵을 보니 커피도 다마신 것 같고 언제까지 수다나 떨며 발목을 잡을 수는 없으니 으쌰 하고 힘을 주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빨리 마감하고 올게요 "
" 좀 더 쉬다해요 "
어이고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 얼른 차 얻어타고 집에 가야죠 "
차 얻어탄다는 말에 얼굴에 화색을 띄며 긍정하는 도경수 씨. 나는 내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그의 표정이 참 좋다. 표정도 하나 못숨기고 내가 뭐라고 시무룩했다가 좋았다가 난리도 아니구만
전체적으로 둘러본 카페는 깔끔했다. 박찬열 처음 알바 할 때에는 진짜 도움 안되서 이모 대신 해고통지 하려고 했는데 요즘은 별 말 안해도 홀 쓱싹쓱싹 닦고 정리하고 쓰레기통도 미리미리 비워놓고 역시 사람이 된 듯 싶다. 그럼 이제 그라인더도 미리 청소 해놨겠다 커피 머신만 정리하면 마감 끝!
귀찮지만 필수적인 머신 세척에 포터필터까지 닦고나서 젖은 손을 탈탈 털던 날 보던 도경수 씨가 정리를 다 끝낸 걸 눈치 채고 카운터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내민다.
ㅎ..하이파이브 하자는 건가? 오늘 하루 잘 끝낸 기념 하이파이브..? 나는 가만히 있다가 하이파이브 안해주면 도경수 씨 손이 민망해질까 짝하고 손바닥을 부딪히는데 손이 맞닿은 순간 그가 손깍지를 껴왔다.
" 그럼 이제 갈까요 "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적극적이셔. 뜬끔없는 도경수 씨 행동에 놀랐지만 이내 같이 손깍지를 껴주었다.
.
.
.
오랜만에 함께맞는 담벼락에 붙어있는 가로등 불빛. 저번에는 새끼손가락이었지만 오늘은 손바닥으로 많이 발전하기도 했다. 이 다음으로 발전하면 ㅇ..음란마귀가 터져버렷..!! 나란 음란마귀를 잠재우며 입을 꾹 다물고있는데 도경수 씨가 먼저 은근슬쩍 말을 했다.
" 저 머리 아픈 것 같아요 "
....
" 그냥 안아달라고 해요 "
" 안아줄래요? "
한 번 부둥부둥 안기 시작하니 이제는 계속 안아달라고 한다. 마치 내가 테디베어가 된 느낌. 물론 싫지 않다.
" 네, 안아줄게요 "
꼬옥, 나는 도경수 씨의 등허리를 감싸안고 도경수 씨는 내 어깨를 감싸안아 서로의 체온으로 버팅기다보면 한겨울 칼바람도 문제 없다!
히히 웃으며 안고있기를 한참 그는 나를 감싼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집도 코 앞이라 언제 가족 중 누군가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진 나는 입을 열었다.
" ㅇ.. 이만 들어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
도경수 씨는 내 어깨에 턱을 기대고 한숨을 푸욱 쉬었다.
" 욕심이 나요 "
네?
" 모든게 처음이에요 "
" ... "
"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보기도 처음, 번호를 따본 것도 처음, 그 누군가가 아프면 안절부절 못해보는 것도 처음,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는 것도 처음,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주고 직접 약까지 사다준 것도 처음, 점점 사람에 대해 욕심이 나는 것도 처음 "
그는 내 어깨를 감싸안은 팔을 풀고는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코닿을 거리까지 얼굴을 가까이 했다. 사근사근 도경수 씨의 숨결이 볼을 간지럽힌다.
평소라면 부끄러워 피해버릴 눈이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멈춘 듯 가만히 서로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때지 못했다.
" 저 조금만 더 욕심내도 될까요? "
그리고 도경수 씨는 다시 한 번 더 나를 부서질 듯 꼭 껴안고 잘 들어가요! 하며 후다닥 자기 차로 뛰어가버렸다.
.
" 나왔어 "
엄마 딸 왔어
문을 열고 집 안을 울리듯이 크게 외쳤지만 딸 왔니~라던가 이 놈 기지배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와! 라는 메아리는 들리지 않았다. 문은 열려있고 엄마는 없고 무슨일 인가 싶어 기웃기웃 안방 쪽으로 가는데 뒤에서 현관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이리오너라 "
아 깜짝이야. 아니 엄마 어디 갔다가 이렇게 들어오는거야
" 왜 이래, 어디 갔다왔어 "
" 그건 네가 할 말이 아니라 엄마가 할 말인 거 같구나 "
" 무슨 소리야 "
엄마는 금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슬금슬금 거실로 들어왔다.
" 저번에 남자 없다더니 "
" ... ㅁ.. 무슨!! 내가 남자가 어딨어!! "
" 그럼 여기 앞에서 껴안고 있던건 가로등이니? "
아!!! 그건 언제 봤어!!!!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보니 엄마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 아니 글쎄~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 왔더니 딸이 어떤 머스마하고 아주 그냥 꼬옥! 껴안고있어 세상에나, 그걸 본 엄마는 놀라 안놀라? "
" 놀랄 건 뭐있..어.. "
엄마는 내 말대답이 마음에 들지않는 듯 내 등을 찰싹 때렸다.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인사는 해야지? "
*
지루한 업무 시간, 턱을 괴고 파일을 뒤적거리던 경수의 귀에 휴대폰 진동소리가 들렸다. 확인하기 전 상사들의 눈치를 보는 건 필수. 아무리 파티션에 가려져 있더라도 그걸 넘어서는 눈치는 보통 감당해낼 거리가 못 되니 아무리 휴대폰 전체 음소거를 해놔도 다른 사람들 방해가 될까 경수는 몰래 휴대폰을 켰다.
그녀의 톡이다. 무채색에 물들여져 있던 경수의 얼굴에 무지개가 솟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쩔쩔 맸던 눈치는 고이접어 나빌레라. 미소를 지우지 못하고 톡토독 답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경수의 오기를 발동시킨 단어 하나
이모티콘.
심심이란 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놈이 쓰는 이모티콘을 자신이 못쓰다니, 경수는 자존심이 상했다. 너무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그동안 도움 구하지 않았던 옆자리 종인에게 도움을 외쳤다. 도움!!!
" 김종인 씨 "
종인은 바쁘게 키보드 위에서 춤추고 있던 손을 멈추고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 왜 좋은친구? "
" .. 이모티콘.. 많이 아십니까? "
경수는 좋은 친구라는 대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주변에 자신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종인밖에 없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마저 말을 했다.
" 이모티콘? 뭐 유유~ 눈웃음~ 이런 거? "
" 오 ,맞습니다 그런거 "
어떻게 딱 알아맞췄지. 종인은 젠틀한 미소를 짓더니 눈을 찡긋 거렸다.
" 내가 왕년에 sns 좀 했지 "
자신만만한 태도로 모니터에 메모장을 띄운 종인은 키보드를 몇 번 치더니 수많은 이모티콘을 만들어냈다. ^^부터 ^*^ , ^0^ , @_@ 이런 세세한 것 까지. 세상에 그렇게 많은 이모티콘이 존재하는 줄 몰랐던 경수는 경이로운 표정으로 밑도 끝도 없이 늘어가는 이모티콘을 보았다.
" 너무 어렵습니다 "
" 도경수 씨 나보다 좋은 대학교 컴공과 나왔으면서 순 할아버지네 "
할아버지라니.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심심이에 비교 당한 것보다는 덜 상했다.
" 그럼 내가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완전 핫한 이모티콘 하나 알려줄게, 이거 하나면 끝이야 "
쫑긋, 경수는 귀를 세우고 눈을 반짝였다. 그 이모티콘 하나면 끝이라니. 두근두근 대체 어떤 이모티콘이길래
:)
....
" 이게 뭡니까? "
이게 무슨 이모티콘일까, 음악책에서 비슷한 걸 본 것 같은데...
" 이거 웃는 거야 웃는 거 "
" 이게 어떻게 웃는겁니까? "
경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경수의 반응이 답답한 종인은 직접 경수의 머리를 좀 더 땡겨와 손으로 직접 머리를 옆으로 돌려주었다. 그렇게 돌아간 모니터를 보게 된 경수
" 자 잘봐 봐, 웃는 거라니까? "
그제야 :) 가 웃는 모습으로 보이게 된 경수는 오오~ 하는 감탄사를 금치 못했다. 이걸 처음 발견한 사람은 천재일 것이다. 빨리 ○○씨한테 써야지 하며 재빨리 의자를 당겨 자기자리로 돌아가는 경수
종인은 자기가 경수에게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기뻐 파티션 너머로 몰래 경수를 힐끔힐끔 염탐했으나 머지않아 핸드폰을 옆으로 밀어놓고 일을 하는 모습에 말을 걸었다.
" ○○씨랑 톡하는 거 아니었어? "
" 했습니다 "
" 오래동안 할 것처럼 굴더니 왜, 안 귀엽대? "
" 아뇨 훨씬 부드러워 보인다고 했습니다. 근데 손님 오셨다고 저보고는 일 하라고 해서.. "
뭐야.. 더럽게 말 잘듣네... 종인은 일 하라고하니 곧이 곧대로 하는 경수를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흘겨보았다. 이제보니 할아버지가 아니라 팔불출이네 팔불출
" 맞아 도경수 씨, 나 오늘 카페에서 잠깐 있다가 바로 병원 가야 돼 "
퇴근 후, 야근은 안하지만 함께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카페로 향하는데 종인이 말했다.
" 무슨 일 있습니까? 그럼 지금 바로 병원까지 가는 건.. "
" 아니 병원 면회시간은 10시까지라서 괜찮아. 찬열이하고 세훈이 보고 갈꺼야 걔네가 워낙 내 동생같아야지 "
경수는 종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봇대 브라더스만 보면 어렸을 때지만 자꾸 하늘로 간 자신의 동생이 생각 난다던 종인이었으니까
종인이 이렇게까지 전봇대 브라더스를 좋아하는데 한 번 자기도 좋아하도록 노력이나 해볼까 했지만 그런 경수의 생각은 한순간에 와장창 깨져버렸다.
" 안녕하세요 경수형 "
그녀 대신 카운터를 지키고 서있는 전봇대, 매일매일 카페 들어오면서 인사하는데 오늘따라 인사할 맛이 안난다 했어
" ○○씨 어디갔습니까 "
" 걔는 커피 만들고있으니까 걱정마시고 주문하세요 "
걱정말고 주문하라니,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찬열군을 쳐다보니 찬열군이 히히 웃으며 말을 했다.
" 그냥 저한테 주문 하시면 된다니까요 "
" 아뇨. 저는 못하겠습니다. "
○○씨 아니면 못하겠습니다.
" 아니 형님, 그냥 제가 "
" 아뇨. 안됩니다. "
○○씨 아니면 안됩니다.
" 빨리 ○○씨 불러주시죠 "
위에서부터 억울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찬열군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그래도 안된다. 그녀가 아니면 안된다. 단호한 표정으로 일관하니 저 뒤에서 ○○씨가 쪼르르 달려나왔다.
" 뭐하세요 도경수 씨? "
그녀 얼굴을 보니까 숨톰이 좀 트인다.
" ○○씨! 왜 찬열군이 카운터를 봅니까? 깜짝 놀랐잖아요 "
" 와 경수형! 제가 카운터 보는게 어때서요! "
조용히 하세요. 찬열군
찬열군은 이내 당돌한 표정으로 ' 진짜 경수형 미워! 열이 카운터 안 볼거야! ' 이라며 카운터에서 나갔다. 그래요 웬만하면 제가 주문할 때 카운터 안보는게 좋을 겁니다.
" 주문은 찬열이한테 해도 되는데, 어차피 커피는 제가 만들잖아요 "
" 그래도 카운터에 항상있던 ○○씨가 없으니까 놀라서... "
누가 뭐라고 해도 저를 맞아주는 건 ○○씨 아니면 안돼요. 카페에 오는 이유가 없어지잖아요.
" 오늘도 아메리카노 한 잔, 카푸치노 한 잔인가요? "
" 오늘은 카푸치노 두 잔이에요 "
물론
" 대신 하나는 하트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절대 그려주지 마세요. "
저번에 김종인 씨가 하트를 먹을 뻔 했어요. 소중한 하트인데
" 앉아계세요, 불러드릴게요 "
○○씨는 계산을 하고 등을 돌리려는데 어제 그녀의 손길이 아련하다. 어렸을 적에 엄마가 몇 번 어루만져주었던 이마에 두번째로 손을 댄 사람, 부모님 말고 처음으로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준 사람이라 있지도 않은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다.
자리에 앉지않고 멀뚱히 서있는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말했다.
" 그게 ... 제가 해열제를 먹어야 하는지... "
" 열이 나면 먹어야죠. 왜요 해열제 없어요? 여기 앞에 편의점 있는데 사다드릴까요? "
그냥 열 좀 재달라고 하면 될텐데 말이 왜 이리도 안나오는지, 괜히 말을 꺼냈나 싶어 나 자신을 인상을 찌푸리며 책망하려는데 내 마음을 알아준 그녀가 불쑥 손을 내밀어 앞머리를 부드럽게 넘기고 이마를 어루만져주었다.
" 보자보자! 우리 도경수 씨 해열제를 먹어야 되는지 안먹어도 되는지! "
좋다.
" 제가 준 약 잘 챙겨먹었나봐요. 열 다 내렸네~ 기침도 덜하고 "
네, 정말 열심히 챙겨먹었거든요. ○○씨는 활짝 웃으며 조심조심 내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이것도 좋다.
" 해열제 안 먹어도 되니까 가서 앉아계세요 "
좋아요. 앉아있으라고 하면 앉아있어야죠.
조용히 김종인 씨와 마주앉아있는 테이블은 심심하기 짝이 없었다. 다시금 심심이라는 놈이 떠오르기도 하고....
" 김종인 씨 혹시 다른 이모티콘은 없습니까? "
" 다른 이모티콘? 아까 웃는 거 같은 이모티콘? "
네 그런거요. 크게 고개를 끄덕이니 김종인 씨가 폰을 들어 아까처럼 여러가지 이모티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 이거는 슬픈 거, 이거는 메롱, 이거는 놀란 거 "
흐음, 다 괜찮지만 아까처럼 임팩트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이모티콘을 따라하다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그를 알아챈 김종인 씨는 기다려보라며 야심차게 다른 이모티콘을 보여주었다.
[ ♡o♡ ]
" 이건 또 뭡니까? "
" 딱 보면 몰라? 도경수 씨잖아 "
나라니.. 혹시 이것도 아까 웃는 것과 같은 원리일까 싶어 핸드폰을 이리저리 뒤집어봐도 아무것도 안보인다.
" 사랑에 빠진 표정이잖아. 그러니까 도경수 씨지 "
아하 그렇구나, 이거다 싶어 강한 긍정을 해주고 열심히 하트를 찾아 이모티콘을 만들어내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보낸 후 성적표를 검사맞는 학생 때처럼 조마조마 하며 주방에서 핸드폰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씨를 훔쳐보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녀는 밝게 웃으며 내게 외쳤다.
"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
" 제 마음이에요! "
사랑에 빠진 도경수에요!
찬열군과 김종인 씨가 빠져나간 카페에 오랜만에 그녀와 나만 이렇게 단둘이 남게되었다. ○○씨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을 걸어왔다.
" 좀 쉬었다가 마감해야겠네요. 도경수 씨는 안 힘들어요? "
" 힘드냐구요? "
" 네, 회사 일도 하는데 카페까지 와서 있다가 저 데려다 주랴, 안 힘들어요? "
하나도 안 힘든데. 카페 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데요. 요즘 카페때문에 하루하루 견딜 수 있는 건데
" 예전에는 회사 때문에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매일매일 다음 날이 기다려지고 그래요 "
" 왜요? "
○○씨는 새침하게 턱을 살짝 들고는 말했다. 아무리 내가 눈치 없다지만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일 정도. 물론 그 생각이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 알면서 물어보는 거죠? "
내 말에 그녀는 들켰다는 듯이 꺄르륵 웃으며 가볍게 나를 쳤다.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짓만 할 수 있는 걸까?
실없이 웃으며 귀엽게 빨개진 얼굴을 보는데 갑자기 으쌰하며 일어나는 그녀
" 빨리 마감하고 올게요 "
" 좀 더 쉬다해요 "
웃는거 더 보고 싶은데
" 얼른 차 얻어타고 집에 가야죠 "
아, 맞아. 네 그래야죠. 오늘 꼭 제 차 타셔야죠. 어제 약속했으니까. 나는 더이상 그녀를 붙잡지 못하고 그저 열심히 주방 청소하는 모습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한창 열심히 청소하다가 이내 손을 깨끗이 씻고 눈을 꼭 감고 탈탈 터는 ○○씨에게 걸어갔다. 끝난거죠? 자연스럽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려다가 문뜩 어제 그녀가 꼭 잡아주었던 손이 기억났다.
우리 이제 손 잡아도 되는거죠?
손바닥을 쫙 펴보이니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그 작은 손을 맞대어왔다. 이거 해보고 싶었어요. 손깍지.
" 그럼 이제 갈까요 "
혹여나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했던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쁘게 웃으며 오밀조밀한 손가락으로 똑같이 손깍지를 껴주었다. 아 이쁘다.
.
.
.
첫 정식 데이트 때처럼 맞잡은 손을 흥겹게 흔들며 도착한 그녀의 집 앞, 아쉬워라. 이대로 헤어지기 싫은데
" 저 머리 아픈 것 같아요 "
얼토당토않은 말을 해대며 슬쩍 ○○씨를 찔러보니 그녀는 이미 눈치를 챈 듯 눈을 굴리다가 말했다.
" 그냥 안아달라고 해요 "
들켰다. 어떻게 내 마음을 이리도 잘 알까
" 안아줄래요? "
아파도, 안아파도 포옹은 언제나 좋더라구요. 더군다나 ○○씨하고라면!!
" 네, 안아줄게요 "
그녀는 그 작은 몸을 포옥 내 품에 기대었다. 포옹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매번 설레고만다. 황홀경에 빠진 것도 같고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속에서부터 뜨거운게 귀가 떨어질 것 같던 추위도 사라져버린 것 같고 맨날 이렇게 안고다니고 싶다.
1분,2분, 시간이 멈춘 것 같던 때가 지나고 그녀는 내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을 풀었다.
" ㅇ.. 이만 들어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
싫은데
안들어가면 안될까요?
괜히 안은걸까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커져 정말 그녀를 집에 들여보내기가 싫다.
" 욕심이 나요 "
같이 있으면 더 같이있고 싶어져요.
" 모든게 처음이에요 "
" ... "
"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보기도 처음, 번호를 따본 것도 처음, 그 누군가가 아프면 안절부절 못해보는 것도 처음,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는 것도 처음,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주고 직접 약까지 사다준 것도 처음, 점점 사람에 대해 욕심이 나는 것도 처음 "
홀린 듯 그녀와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니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찬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금방이라도 입을 맞춰버릴 것 같다. 가로등 밑 그녀의 눈동자가 이쁘게 빛난다. 코도, 입술도, 이쁘다.
" 저 조금만 더 욕심내도 될까요? "
아니요. 조금 더 욕심 낼게요. 지금 당장은 너무 갑작스러울까봐 못하지만 언젠가는 꼭 한 번쯤 욕심 낼게요. 그대 입술을
.
" 다녀왔습니다. "
보일러를 얼마나 튼 건지 이 넓은 집 안이 후끈하다. 경수는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공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 보일러 온도 좀 내려 "
" 너가 밖에서 막 들어와서 그래 조금만 있어봐 "
경수의 아버지가 저번 주부터 해외 출장을 나가계시는 바람에 쓸쓸히 TV를 시청하고 계시는 엄마의 뒷모습이 안쓰러워진 경수는 터벅터벅 걸어가 쇼파에 앉았다.
" 아버지는 언제 오시는데 "
" 모르겠다~ 니네 아빠는 나가서 딴 살림 차리나보다 "
" 무슨 소리야 "
경수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맞아 경수야, 기분 나빠하지말고 들어 "
기분 나빠하지말고 들어, 이 부분에서부터 경수는 불길함을 느꼈다.
" 너 연애한다며, 회사에 소문 쫙 났더라~ 아주 그냥 사장님 아들 연애한대요~ 얼레리꼴레리~가 따로 없다더라고 "
...대체 누가 그런,
" 헤어지라는 소리는 안하마, 그건 나에게 선택권이 없으니까 "
경수는 다시 쇼파에 앉으며 무섭게 엄마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경수의 눈빛에도 지지 않는 경수의 엄마
" 대신 우리 아들 애인이 어떤 애인지 정도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
사귀기 전부터 상견례 할 판인 도부자와 카페 노예
*
사담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상견례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다들 방학시즌이라 시간 많으실텐데 제 시간은 왜 이리도 없는지..^^ 연시되니까 더 힘드네옄ㅋㅋㅋ핰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맞아 여러분 제가 하나 진짜 죄송하지만 진짜 죄송죄송하지만!!!!!!!!! 정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말 대역죄인입니다 제가ㅠㅠㅠㅠㅠㅠㅠ제가 정말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는 정말 꾸준히 연재하고싶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그ㅓ흐ㅡ흫으으ㅡㅎ흐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이번 2월 달 중순쯤 부터 약 2주정도간 영국에 나갔다 와야 할 일이 생겨서 딱 그때 되면 공식 공지를 올리겠지만 미리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ㅠㅠㅠㅠㅠㅠ 정말 미리 죄송합니다!!!!! 그때까지 완전 열심히 연재 할게요!!!!
근데 여러분, 저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니에요? 하 정말, 어떻게
어떻게!!!! 인기글에 강남 사는 도부자를 막 올려주셔!!! 어떻게!!!! 여러분들 어떻게 이래!!!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감동을 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쩌뮤ㅠㅠㅠㅠㅠ 여러분들은 쏘 러블리 프리티!!! 마이러브!!!!!! 싸랑해요!!!!!!!!!!! 진짜 놀란게 올린지 꽤 됀 2화도 막막 올려놓고 ㅠㅠㅠㅠㅠ
그리고 가끔 댓글을 읽다보면 어떤 독자분들은 독방에다가 제 글도 추천해주시고 그러신다던데ㅠㅠㅠㅠㅠㅠ 어떻게ㅠㅠㅠㅠㅠㅠ 이뽀ㅠㅠㅠㅠㅠ 정말 뽀뽀해드리고 싶네요ㅠㅠㅠㅠㅠ 제 글을 추천해주신다니ㅠㅠㅠㅠ 그만큼 우리 도부자를 사랑해주신다는 말씀이겠죠??? 그러므로 앞으로도 우리 강남 사는 도부자 많이 사랑해주세요!! 여러분들 사랑해요!!!!!!!!뿅뾰ㅃ뵹뵹ㅂ뿅! 제가 요즘 시간이 없어서 여러분들 댓글에 최대한 답댓글 달려고하지만 시간이 안나서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절대 속상해 하지 말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는 일일히 여러분들 댓글 한자한자 꼭꼭 본답니다!!! 그리고 행복해하죠!!! 사랑해요!! 쥬뗌므!!!아이시떼루요!!!
[암호닉]
너구리걸님/면하트님/우비님/망고님/카페알바생님/아메리카노님/정수정수연님/바닐라라떼님/굔듀님/뽑뽀님/됴됴륵님/종순이님/몽구님/복숭아님/핫초코님/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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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사님/소녀님/제이너님/경수하트워더님/민속만두님/시카고걸님/모카님/찬호세한님/마름달님
제가 치매인가봐요..^^ 가장 소듕한 암호닉인데..!!(울먹울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