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늘은 모든 게 최악이다.
네가 와도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어.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은 그대로이고, 거기다가 안 좋은 일만 가득 추가 된 기분이었다.
생각한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뭔가 자꾸 꼬이기만 한다.
난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네가 오길 빌었던 걸까.
가만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내 손바닥을 기를 쓰고 뒤집더니 그 위로 올라오는 지민.
"무슨 일 있어요?"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질문에 대답 할 기분도 아니라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내 입가로 날아와 입꼬리를 주욱 늘린다.
뭐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그냥 가만히 있자 이젠 내 볼을 쿡 찌른다.
"좀 웃어요!"
기분이 안 좋은데 어떻게 웃으라는건지. 대책도, 계획도 없는 너의 말에 헛웃음이 픽 나왔다.
그래도 딴에 요정이라고 제 역할에 책임감은 있는 모양이다.
"방금 웃었죠?"
좋아서 웃은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가 더 좋아서 방방 뛰는 모습에 그래도 꽉 막혔던 속이 조금 누그러진다.
이 요정은 웃는 거 하나까지 꼭 자기 자신을 빼닮게 귀엽다.
얼굴을 찌푸리면서 자기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웃는 모습이, 누가 봐도 행복 요정이구나 싶을 정도로.
도로 손바닥으로 내려가더니 엉덩이를 씰룩여가며 기쁨의 춤인지, 행복의 춤인지 아무튼 신나서 말도 주체 못하고 옹알거리는 주제에 열심히 이리저리 몸을 흔든다.
중간중간 계속 자기에게 집중하라는 작은 타박도 귀엽게 귓가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고.
작은 몸에서는 춤이 조금 버거운지 헥헥 거리면서도 열심히 춘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고 나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무언가를 해준다는 게 좋은 거구나 싶어 활짝 웃자, 춤을 추다말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녀석.
"그대, 웃는 게 예뻐요!"
네가 웃어야 저도 행복 에너지 충전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어요.
애들 소꿉놀이 같은 소리. 나도 참 이 나이 먹고 이런 장단에 맞춰주고나 있다니.
그래도 내 동심을 찾아주려 애 쓰는 것 같아 괜히 대견하다.
보통 주위 사람이 우울하면 저도 우울해지기 마련인데, 내가 언제 그랬냐는 것 마냥 금방 들뜨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지민은 그런 존재다.
역시 힘들긴 힘들었던 건지 내 손바닥 위에 주저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는 지민의 머리를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어주자 또 고개를 휙 든다.
반짝이는 눈망울이 금새 또 유하게 휘어진다.
"그대가 언제나 웃고,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길 바라요.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테니까 언제나 웃기만 해줘요.
행복은 가만히 있는다고 찾아오는 게 아니고, 만들어 내는 거거든요!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나쁜 일이 있다고 해서 축 쳐져있으면 지는 거에요.
나쁜 일도 웃어 넘기면 또 다른 좋은 일이 찾아올지도 몰라요.
항상 그래왔잖아요, 나쁜 일이 있었지만 결국은 좋은 일도 있었던 것 처럼!
옹알옹알 애기같으면서도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듯한 지민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또한 언젠가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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