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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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
"...백현,"
"닥쳐."
"..형."
"닥치고.."
"....."
"빨리 출발해."
네가 운다.
"지금 당장 올라가서 도경수한테 무릎 꿇고 씨발 빌 것 같다."
네가 울어 경수야.
"그러면 지금까지 해온거 다 좆되는거니까."
저 어두운 곳에서 네가 울고 있어.
"빨리 좀 가자고.."
감히..널 울게하나봐 내가.
"..제발."
경수야. 나는 항상 생각했다. 나에게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게 허락해준 하늘이 언젠간 날 벌할 것 같다고. 그렇잖아. 정말로 신이 있다면..너라는 사람을 지독히도 과분한 나에게 선물할 리가 없지 않나. 알면서도 너를 사랑한 나를 괘씸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병처럼 앓던 너에 대한 사랑을 내게 보여주는 것 같아 조금 웃었던 것 같기도 해. 아, 뭐라고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너 하나 생각하기도 하루가 짧다고 했잖아.
'길어야 6개월 입니다.'
널 사랑하고 볼 수 있도록 내게 남겨진 시간이 6개월이나 된다니. 경수야. 나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 틀림없다. 지금 당장 내 모든 것을 거두어간데도 난 감히 불평할 수 없을텐데. 널 사랑한 시간들을 안고 갈 수만 있다면 난 어디든 상관이 없는데 6개월이라니. 경수야. 이게 다 사랑받아 마땅한 너를 경외하듯 섬긴 내게 건네진 큰 선물이다.
"너 뭐 사고친거 없냐."
"..개새끼. 씨발새끼. 넌 진짜 개같은 인간말종새끼야..."
"사고친거 뭐 없냐고 박찬열. 김준면이나 김민석은 뭐 없을거 아냐."
"...."
"뭐라도 있어야 그거 뒤집어쓰고 어디로 잠적을 하지."
"...나쁜새끼."
"아니까 거기까지만 해라."
"....경수한테 다 말할거야."
"해라."
"....."
"지금 당장 우리 도경수한테 가서 다 말해라."
"......"
"그래서 네 친구 씨발 죽기 직전까지 질질 짜면서 죄책감에 허덕이다가 뒤지게 둬라."
".....좆같은 새끼 진짜...."
"좆한테 미안하다 새끼야.""
"너한테도 미안하고."
"....."
"내가 그동안 너한테 험한소리 많이하고 더 개같이 굴었던거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라."
"...그만해."
"뒤늦게 너네 팀에 껴들어서 눈치보이고 자존심 상해서 괜히 만만해 보이는 너한테 더 시비트고 그랬던거니까."
"..그만...하라고 씨발.."
"그래도 너나하니까 나같은 새끼랑 친구먹고 이렇게 몇년씩이나 옆에 있어준거 다 알아. 고맙게 생각해."
"...닥쳐."
"..나 불쌍하게 생각해서 우리 경수..."
"......"
"..잘 좀 해줘라.."
"싫다 개새끼야. 맨날 구박하고 니새끼 어디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뒤졌다고 말할거야."
"..제발."
".....'"
"제발 찬열아..."
"...너 이런다고 경수가 너한테... 고마워 할 줄 알아?"
"야. 감히 뭘 우리 도경수가 나한테 고마워하길 바래."
"..뭐?"
"우리 도경수가 나같은 새끼 잊고 예전처럼만 살아주면 내가 고마워서 절해야지."
나는 정말이지 누구에게도 무릎꿇고 땅에 머리를 쳐박아 빌 수 있다. 너 하나 온전히 예전처럼 지낼 수만 있다면. 우리 도경수가 나같은 새끼 못놓고 슬픔에 빠져 아까운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게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난 정말 상관없어. 경수야. 널 만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인생은 그 누구보다도 값지고 빛났다. 그런데 널 사랑하는 행운도모자라 너에게 사랑을 받는 기적까지 내게 일어났다. 더이상 욕심낼 수 없도록 멈춰진 내인생을 난 오히려 감사히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 당장 길거리로 내몰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해도 난 괜찮다. 그보다 더 큰 환희와 축복이 가득한 여러 날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너라는, 도경수라는 사람이 내 인생에 스며든 순간부터 나는 이미 모든걸 초월한 공간속에서 너 하나로 호흡하고 살아왔으니까. 형용할 수 없는 고통속에서도 그이상의 쾌락을 안고 미소로 난 모든걸 받아들일 수 있다.
-...백현아.
"왜."
우리 경수 오빠한테 전화했네. 왜, 뭐 먹고싶은거 있어? 오빠 보고싶어?
-..아직..안갔네..?
"어."
우리 도경수 여기 두고 오빠가 어떻게 발을 뗄 수가 있겠어. 미칠 것 같다 경수야. 지금 데리러 갈까.
-....나 밥도 먹고..보일러도 켰어.
"어."
우리 경수 국은 데워 먹었어? 또 차가운거 먹었지. 보일러실도 추운데. 오빠가 켜주고 나왔어야 했는데. 또 보일러실에 슬리퍼도 안신고 나갔지. 오빠가 냉장고에 우리 경수 좋아하는 딸기도 사다놨는데. 씻어주고 나와야 하는데. 설거지는 하지마 경수야. 고무장갑에 구멍났는데 우리 경수 손에 비눗물 묻으면 어떡해.
-...내 걱정은 하지마..
"안해."
우리 경수 문단속은 잘했어? 보일러 그대로 켜놓고 자면 너무 더운데. 취침모드 어떻게 누르는지 우리 경수 모르는데. 오늘 우리 경수 좋아하는 영화 하던데 11시에. 우리 경수 좋아하는 과자 오빠가 찬장에 사다놨는데 봤어? 잘 떄 이불도 차고 자서 오빠가 덮어줘야 하는데. 아침에 햇빛에 우리 경수 잠깨니까 커튼도 쳐야하고. 우리 경수 아침에 저혈압이라서 오빠가 팔에 눕히고 배도 만져줘야 하는데. 목 건조해서 우리 경수 물도 테이블에 떠다놔야 하는데.
-...백현아.
"어."
계속 불러줘 경수야. 제발 경수야. 아무 말이라도 좋아.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우리 경수 우는 것만 아니면 나는 다 좋아. 지금 뭐해 경수야? 끊지마..끊지말고 숨소리라도 들려줘. 우리 경수 매순간 듣고 싶어. 응? 경수야..지금 소파에 앉아있어? 거실 춥지 않아?
-...귀찮아..?끊을까..?
"좀. 바빠서."
아니. 경수야. 아니. 끊지마. 숨소리라도 한번 더 들려줘. 경수야. 경수야. 이름도 한번만 더 불러줘. 경수야. 나 너한테 못되게 굴고 나왔잖아. 욕이라도 해줘. 응? 한번만..제발..더...그냥 네가 있는 곳의 바람소리라도 좋으니까...
-..알겠어..빨리..끝내고...와...
"일정 봐서."
경수야. 지금 당장이라도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 짧은 찰나라도 널 눈물짓게 만들었던 시간들을 참회하며 네앞에 웅크려 평생을 속죄하며 사는 삶을 나는 갈구하고 있다.
-...끊을게.
"어."
끊지마..끊지마 경수야. 한번한...아니..1초만 더...네가 있는 곳..숨이라도 한번 더..아니..경수야..끊지마..끊지마라 제발...
뚝-
전화가 끊겼다.
그제서야 나온다.
"..사랑해.."
네숨소리 마저도 들리지 않는 전화기 너머로.
"..우리 도경수는..."
그제서야 죽을 힘을 다해 내리 눌렀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오빠..사랑안하냐..."
나는 너를 상처입히는 이순간을 잊지 못한다.
경수야. 만일 신이 있다면. 그래서 내게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져 널 처음 만난 그날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면. 그러면..난 지금 이순간을 미리 알고도 널 사랑할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너무나 우습게도 생각조차 내겐 허락되지 않아.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경수야. 널..너를. 도경수를. 내 도경수를. 널 사랑한다 크게 부풀려 내보이지만 결국엔 이렇게 형편없는 남자다 . 네가 사랑한 남자는.
사실..사실은 말이야.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날 떠나갈 수 있을지 이미 난 알고있다. 그런데도 그러지 못하고 희망고문이라도 하듯 널 붙잡고 널 상처입히며 내옆에 묶어두는 이유는 아직 내옆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너를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견딜 수가 없어서. 내 옆이 아닌 곳에서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살아가는 네 모습이 숨이 막혀서. 그래서 차마 널 온전히 보내주지 못하고 하루하루 널 더욱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용서하지마 경수야.
하나 더..말해줄까.
이걸 듣는다면 정말 날 용서할 수 없을거야.
난 지금 조금은 기쁜 마음이 든다.
널 앓듯이 사랑한 내마음이 나타난 것 같은 기분에.
지금 내가 혹시나 훗날에 너에게 갈 수 있을 아주 조금의 형벌까지 떠안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그래서...별다른 저항없이 내게 주어진 부름을 받들 수 있다.
정말. 난 정말 상관없어.
너만 모르게.
너 하나만 모르게.
너 하나 온전한 삶을 이어갈 수만 있게 해줄 수 있다면
세상사람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가장 처참한 마지막이 주어진대도
나는 가장 성스러운 마음으로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만 없을 죽음이 있다면.
이어집니다.
저도 클리셰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특별편이니까..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