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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환] 고대 응원단장x연대 응원단장 

w.삼공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결정하기 힘든 것들이 있고, 무수히 많은 반대가 있다. 예를 들면 먹을 때마다 고민하게 되는 자장면이냐, 짬뽕이냐. 또 어릴 때부터 항상 들어왔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짬뽕을 먹으면 짜장면을 못 먹고, 짜장면을 먹으면 짬뽕을 못 먹는다. 엄마가 좋으면 아빠가 삐지고, 아빠가 좋으면 엄마가 삐진다. 

 

짜장면과 짬뽕, 엄마와 아빠. 또 무엇이 갈등하게 만들고 결정하기 어렵게 만들까.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대학교가 있다. 전문대부터 시작해서 4년제 대학까지. 듣도 보도 못한 대학부터 인서울 대학까지. 왜 갑자기 대학 얘기가 나오냐고 물으신 다면 대답하는 게 인지상정. 

 

대학계의 짜장면과 짬뽕, 대학계의 엄마와 아빠. 바로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를 말하기 위해서이다. 태어날 때부터 앙숙이라는, 서로의 대학 주변은 얼씬도 안하고 만나기만 하면 물어뜯는 고려대와 연세대만큼 결정하기 힘들고 반대인 것이 어디 있나. 

 

고려대와 연세대는 가을에 운동회를 개최한다. 운동회 치고는 스케일이 큰. 친선의 경쟁이라고 말 하지만 그 속은 경쟁을 해서 우위를 가리는 고려대에게는 고연전인, 연세대에게는 연고전인 운동회를 개최한다. 

 

운동회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응원인데 운동회도 스케일이 큰 만큼 응원도 스케일이 크다. 응원단은 두 대학에 존재한다. 들어가도 울면서 들어가고 나와도 울면서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두 응원단이 있다. 엄청난 연습량과 힘듦을 겪을 수 있는.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고대 응원단장과 연대 응원단장의 이야기다. 

 

스파르타와 돌직구로 응원단을 이끌어가는 고대 응원단장 김한빈과 달래고 격려하며 응원단을 이끌어가는 연대 응원단장 김진환.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과 기름, N극과 S극인 이 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똑바로 안 해? 하기 싫으면 나가. 애초에 하고 싶다고 자진납세한건 너였어. 하고 싶다고 니 발로 들어왔으면 니 발로 버티고 서있어. 다른 사람들까지 붙잡아가면서 서있지 말고.” 

“아닙니다. 제 발로 서있겠습니다!” 

 

 

 

 

 

다시 간다. 서늘해진 목소리가 단원들의 귀에 꽂혔다. 손의 각도, 발의 위치 하나하나 관찰하는 한빈에게 걸리지 않으려면 우리는 한 몸이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날카롭고 예민한 -항상 예민했지만- 살쾡이 한 마리에게 물리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사려야했다. 

 

단원들에게 들리는 응원가는 지옥으로 어서 오라는 인사말 같았다.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는 와중에 어서 빨리 연습을 끝내고 밥을 먹고 싶지만 무섭게 눈을 치켜뜨고 있는 살쾡이는 배도 고프지 않은지 다시를 외쳤다. 

 

 

 

 

 

-지잉. 

 

 

 

 

 

연습 중에 핸드폰은 항상 꺼두거나 무음으로 바꿔야했다. 그게 고대 응원단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응원단 중 핸드폰을 꺼두지 않고 무음으로 하지 않고 무려 진동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응원단장인 살쾡이, 한빈 밖에 없었다. 

 

 

 

 

 

“2시 10분까지 연습실로 다시 모인다. 알았나?” 

 

 

 

 

 

옙!! 우렁찬 목소리는 살쾡이가 연습실 문을 열고 난후 사라졌다. 바닥에 드러누워 땀으로 샤워를 한 단원들의 입에서는 불평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우리의 응원단장, 살쾡이는 점심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어제 마시다 못해 쏟아 부은 술이 속에서 끓었다. 게다가 한동안 연습 좀 느슨하게 했다고 그 티를 팍팍 보여주는 단원들 덕분에 이번에는 열이 끓었다. 술이 속에서 끓었다면 열은 밖으로 분출하며 끓었다. 한 명이라도 걸려봐라 하는 심정으로 평소보다 배로 눈을 뜨고 귀를 기울였다. 

 

 

 

 

 

[연고전 하니까 우리 한빈이 신났겠네? 빨리 연고전 해야 되는데, 그치? -김밥] 

 

 

 

 

 

밥을 줄 생각이 없었던 한빈이 밥을 주게 된 건 순전히 문자 탓이었다. 누가 보냈는지 확인을 안 해도 연고전이라고 말하는 것부터 내가 보냈어요~ 하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한빈 주위에 연고전이라고 말할 사람은 단 한명 지원뿐이었다. 고려대학교 학생 한빈에게는 남들은 모르는, 알아서도 안 되는 연세대학교 친구가 있었다. 그게 바로 연고전을 외치며 문자를 보낸 지원이었다. 

 

 

 

 

 

[닥쳐. 고연전이야.] 

“와우, 까칠해!” 

 

 

 

 

 

익숙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한빈이 보낸 문자를 확인하는 지원이 서있었다. 연세대인 지원이 여기까지 오려면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하던 한빈은 지원이 입고 있는 옷을 보고 알아차렸다. 고대 과잠바. 고려대를 상징하는 마크가 달려있는 과잠바를 입은 지원은 여유있게 웃었다. 

 

 

 

 

 

“미친놈아. 니가 그걸 왜 입고 있어?” 

“내가 친히 너를 보기위해서 좀 빌렸지.” 

“미친-.” 

 

 

 

 

 

한빈이 욕을 하든지 말든지 지원은 샐쭉 웃을 뿐이었다. 지원의 팔이 한빈의 어깨에 걸쳐졌다. 

 

 

 

 

 

“그나저나 우리 한빈이의 그대는 뭐하고 있으려나?” 

 

 

 

 

 

지원의 팔을 치워내며 오만상을 다 쓰던 한빈이 지원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몸이 굳었다. 그 모습을 보곤 지원은 이런 일은 없을 거라며 물개 박수를 치며 웃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가는 사랑이야, 아주.” 

 

 

 

 

 

한빈은 실실 웃으며 제 속을 긁는 지원을 한 대 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한빈의 그대라는 사람의 소식을 못 들으니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한빈은 답답할 뿐이었다. 내가 왜 얘한테 말했을까. 한빈은 술에 취해 목도리 짜듯 술술 불어버린 제 입을 탓했다. 요놈의 입이 방정이지 방정. 

 

 

 

 

 

 

 

 

 

 

 

 

 

 

 

지워나. 내가 뫄리야? 어? 이 고려대 학생 기맘빈이 연세대 김지난을 조아한다거. 어? 그 쪼꼬만 애가 퍼런 옷, 붕실붕실한 옷 입꼬 팔 펄럭꺼리는데 그게 너어무 귀엽다. 어. 너무 귀여워 아주. 씹어 먹고 싶어. 한빈은 그 말을 하면서 중간, 중간 책상을 쿵쿵 쳐가며 말했다. 지원은 이런 한빈의 모습이 오랜만이라 킬킬 웃었다. 

 

 

 

 

 

“얘? 너 지금 얘 말하는 거야?” 

 

 

 

 

 

지원이 진환의 카톡프사를 보여주며 말하자 한빈은 눈을 크게 뜨고 누군지 알아보려고 오만상을 쓰다 진환임을 알아채고 지원의 핸드폰을 뺏었다. 

 

 

 

 

 

“너, 너 이색히! 너 가튼 노미 왜 우리 지나니 사진 가지고 있어! 너 역쉬! 스토커지?! 이 변태 같은 놈!” 

“뭐래. 동기라고 말했잖아. 내가 죽어라 말하고 다닌 거 같은데? 너 이 새끼, 연대 얘기라고 개 무시했지?” 

 

 

 

 

 

다 꼬인 혀로 지원의 멱살을 잡고 동전 털 듯 짤짤 흔드는 한빈의 얘기를 듣다 지원도 어이없어 같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한빈의 고백을 시작으로 서로의 멱살을 잡으며 흔드는 것으로 밤은 끝났다. 남은 건 지원의 놀림과 쓰린 속만 남았을 뿐이었다. 

 

 

 

 

 

 

 

 

 

 

 

 

 

 

 

한빈이 12년의 공부 끝에 고려대에 입학한 것을 후회한 적이 2번 있었다. 한 번은 대학교 등록금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대학교 등록금이 그러하듯 어마어마한 공(0)들을 자랑했다. 부모님이 대출을 받아가며 제 등록금을 대주는 것에 고려대가 아닌 다른 학교를 갔으면 장학금을 받고 들어갈 수 있었을걸. 하는 마음이었다. 등록금만 아니면 고려대 학생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또 한 번 자신이 고려대인 것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바로 연세대학교 4학년 김진환 때문이었다. 그 귀엽고 어린 얼굴로 4학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응원단장이라니. 고연전 때, 대기실 뒤로 잠깐 봤던 그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지원을 시켜 분석이라는 이유를 붙여 연대 응원단을 찍게 만들었을까. 고대와 연대는 30분 거리에 위치하지만 연대 쪽은 고대를 약 올리는 온갖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어느 고대생이 그런 현수막을 보고 가만히 있겠나? 고대생이 연대 쪽에서 난장판을 치는 일도, 연대생이 고대 쪽에서 난장판을 치는 일도 자주 있었다. 하지만 한빈은 그런 쪽팔리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보러 갈 수 조차 없었다. 

 

한빈이 진환을 볼 수 있는 건 지원이 찍어다 주는 사진이나 동영상, 페이스북 좋아요 등 밖에 없었다. 사진 말고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는 고연전 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한빈은 그 누구보다 이번 고연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내가 좋은 소식을 알아왔는데 말이야.” 

 

 

 

 

 

그런 한빈에게 고연전 전에 진환을 볼 수 있는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원과 악마의 거래를 하고 난 후 한빈은 입이 귀에 걸렸다. 점심을 먹고 연습실로 돌아온 단원들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방법인가 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다들 앉아봐.” 

 

 

 

 

 

평소와 같은, 그러니까 점심을 먹기 전 목소리와는 톤 자체가 달랐다. 강압적이고 명령적이었던 말투가 아니라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갑작스러운 한빈의 변화에 단원들은 어리둥절하며 바닥에 하나, 둘 자리 잡았다. 

 

 

 

 

 

“일주일 뒤에 우리는 어디에 있다고?” 

“고연전!!!!” 

 

 

 

 

 

남자만 있는 것도 아닌데 우렁찬 목소리가 연습실을 울렸다. 환호성을 지르고, 휘바람을 불고 난장판이었다. 한빈이 손바닥을 두어 번 치자 바로 조용해졌다. 응원단 살쾡이의 힘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연습실 말고 넓고 탁 트인 곳에서 연습을 한 번 해보려고. 연습실에서 거울 보고 하는 거랑 밖에서 하는 거랑 다르니까. 거기서 잘하면 서있는 거고 못하면,” 

 

 

 

 

 

꿀꺽. 단원들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눈치를 보듯 울렸다. 상냥하고 다정했던 말투는 어느새 원래 말투로 돌아와 연습실을 얼렸다. 응원단 살쾡이가 어디 가겠나. 날카로운 눈에 연습할 때와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단원들의 눈이 빠르게 굴러갔다. 

 

 

 

 

 

“알지?” 

 

 

 

 

 

예!! 죽기 싫은, 살고 싶은 단원들의 목소리가 또 한 번 우렁차게 울렸다. 

 

 

 

 

 

 

 

 

 

 

 

 

 

 

 

진환은 지금 이 상황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연고전이 얼마 남지 않아 막힌 곳이 아니라 거울도 없고 탁 트인 공터에서 연습 해보자 하고 왔는데 저 멀리서 빨간색이 우르르 몰려왔다. 분명 저 빨간색은 30분 거리에 있는 고려대학교 잠바였다. 눈 병신이 아닌 이상 저 튀는 빨간색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한빈도 지금 이 상황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아니, 한빈은 황당하고 어이없는 척 하고 있었다. 왜 너네가 이곳에 있냐는 듯 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속으로는 저 멀리서 보이는 파란색 무리들이 반가웠다. 물어뜯고 씹어도 시원치 않을망정 반갑다니,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다. 고급 정보를 가져다준 지원에게 술이라도 사줘야겠다. 

 

 

 

 

 

“저 새끼들 뭐에요?” 

“씁-. 구준회 또 막나간다. 패기 좀 줄여.” 

“아니, 쟤네가 왜 여기 있어요?” 

“연습하러 왔나보지.” 

“연습하러 1시간이나 걸리는 공터로 와? 지네 연습실 냅두구요?” 

 

 

 

 

 

빨간 무리를 보며 황당해 하며 말을 하는 준회를 진정시키느라 바빴다. 준회는 이 상황이 어이없다 못해 거지같았다. 사람들이 많이 아는 장소도 아니었고 버스 타고 1시간 와야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겹치다니, 뭔가 이상했다. 가지 말라고 하는 단원들을 달래며 순둥이 진환은 그 작은 몸으로 빨간 무리에게 다가갔다.  

 

 

 

 

 

“단장이 누구예요?” 

 

 

 

 

 

원체 키가 작은 진환인지라 키 크고 덩치 있는 고대 단원들 사이에 있으니 더 작아보였다. 빨간색 속 파란색은 한 눈에 띄었다. 응원단장이 누구냐는 말에 고대 단원들은 짜증을 내며 눈으로 한빈을 가리켰다. 고대 응원단장 살쾡이를. 

 

 

 

 

 

“어, 반가워요. 연대 응원단장 김진환이에요.” 

 

 

 

 

 

내밀어진 진환의 손을 한빈은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연대라서 손을 잡기 싫다, 가 아니라 이 작고 하얀 손을 자신의 손으로 잡아도 되는지 하는 갈등 때문이었다. 연대 단원들은 한빈이 진환의 손을 보고만 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구겼다. 아나, 저 싸가지! 평소에 패기 좀 줄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 준회는 진환의 입 닫으라는 제스처를 보고 발만 구를 수밖에 없었다. 

 

 

 

 

 

“고대 응원단장 김한빈입니다.” 

 

 

 

 

 

한빈은 손을 잡는 대신 고개만 살짝 숙였다. 진환은 내밀은 손을 어색하게 뒤로 물렸다. 연대 단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심사가 뒤틀리다 못해 몸에서 사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응원단장이 빨간 무리들 사이에서 저런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가기 그렇잖아요? 저희 연습할 때 쉬시고, 저희 쉴 때 연습하실래요?” 

 

 

 

 

 

진환의 말에 연대 단원들은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 그냥 가라고 해요! 하지만 마음 착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대 응원단장은 모진 말을 내뱉지 못했다. 껌과 고대는 씹으라고 있는 존재지만 유일하게 진환에게는 그 말이 성립이 되지 못했다. 말을 내뱉고 한빈의 눈치를 보는 진환은 한빈의 입장에서 귀여웠다. 원래 무표정으로 있으면 인상이 더럽다는 말을 자주 듣는 데 그게 이런 곳에서 좋게 쓰일 줄은 몰랐다. 

 

 

 

 

 

“그냥 적당히 선 긋고 응원가 안 맞물리게 연습하죠. 서로 시간도 없을 텐데.” 

“음, 그럼 그러자!” 

 

 

 

 

 

뒤에서 땅을 치고 뛰어다니고 서로 멱살을 잡고 흔드는 연대 단원들을 보며 고대 단원들은 이상하게 쳐다봤다. 고대 단원들은 절대로 연대 단원들의 마음을 알지 못할 것이다. 진환은 어이없는 이 상황에 적응이 되었다는 듯 해맑게 웃고 파란 무리 쪽으로 걸어갔다. 

 

 

 

 

 

“키 존나 작다.” 

 

 

 

 

 

한 고대 단원이 말했다. 나름 혼잣말이라고 조용히 말했는데 조용히의 범위를 넘어섰다. 파란 무리로 걸어가던 진환은 고대 단원의 말에 잠시 발이 멈칫했지만 저 멀리서 달려와 싸움 한판 할 준비가 되어있는 자신의 단원들을 보며 무시했다. 여기서 단원들은 한 번 더 열이 끓어올랐지만 고대 단원 중 한 명이 바닥에 앉아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실례야- 하며 입을 찰싹 때렸다. 그리고 살쾡이의 눈에 띄었다. 

 

 

 

 

 

 

 

 

 

 

 

 

 

 

 

연대의 응원가인 ‘연세여 사랑한다’ 에 맞춰 땀을 한바탕 쏟은 단원들을 보며 진환은 물과 수건을 가져다주며 좀 쉬라고 말했다. 고대 응원단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연습실에서만 하던 거랑 밖에 나와서 하는 거랑 느낌 자체가 틀렸다.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것보다 힘든 연습에 단원들은 모래바닥임에도 불구하고 주저앉거나 드러누웠다. 

 

 

 

 

 

“동작을 연습실에서 했던 것보다 크게 해야 될 것 같아. 팔도 좀 더 뻗구, 보폭도 더 크게 하고.” 

 

 

 

 

 

단원들과 함께 연습하랴 관찰하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진환은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고쳐야할 부분을 말해줬다. 단장이라는 이유로 진환을 혼낼 사람은 없지만 진환은 신입 단원들 보다 열심히 했다. 이런 점을 단원들이 좋아해서 진환을 잘 따르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연대 응원단은 진환이 단장이 되기 전까지 빡빡하고 맞고 혼났지만 진환이 단장이 된 순간부터 바뀌었다. 부드럽고 다정한 응원단으로. 

 

 

 

 

 

“연세여 사랑한다 몇 번 더 하구, 고.밟.꿈 하자. 고대가 옆에 있어서 좀 미안하긴 한데 연습은 해야지.” 

“나는 고.밟.꿈이 제일 좋아!” 

 

 

 

 

 

준회의 말에 단원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동조했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단원들이 하나 둘 일어나 서로 묻은 흙들을 털어주고 여자단원들은 머리를 질끈 묵었다. 단원들의 마음은 하나 같이 연세여 사랑한다를 빨리 끝내고 고대 옆에서 고.밟.꿈을 할 생각에 신이 나있었다. 

 

 

 

 

 

“똑바로 안 해?!” 

 

 

 

 

 

응원가를 틀려고 하던 진환이 고대 쪽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틀려던 응원가를 멈추고 연대, 고대 상관없이 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다. 고대 단원들은 익숙한 듯 단원 모두가 뒷짐을 지고 고개를 숙인다. 우리는 한 몸이다, 라는 정신이 박혀 있는 고대 단원들이라 혼날 때도 함께였다. 순둥한 진환 덕분에 혼날 일이 없는 연대 단원들은 신기한 광경에 하나 둘 자리를 깔고 앉아 구경했다. 진환은 혼내다가 자신이 먼저 울어 되려 미안하게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인지 저렇게 혼나는 모습은 진환이 단장이 되기 전 때 밖에 없어서 오랜만이었다. 

 

 

 

 

 

“정신 안차려? 저번에는 김상원이 그러더니, 오늘은 너가 그러냐? 커플들이 아주 쌍으로 욕 처먹고 앉아있어.”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죄송할 짓을 안 하면 되잖아. 왜 자꾸 죄송하게 만들어. 내가 항상 말하지. 주저앉으려면 너 혼자 앉아. 다른 단원들 잡고 있지 말고. 니 발로 들어와 있으면 니 발로 서있어.” 

 

 

 

 

 

응원단 살쾡이는 여자, 남자 상관없었다. 신기함이 불쌍함으로 바뀌어 쳐다보는 연대 단원들은 자신이 고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연신 다행이다를 외쳤다. 한빈이 혼내는 게 1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보다 지친 연대 단원들은 저들끼리 쉬고 있었고 고대 단원들은 변함없이 뒷짐 지고 고개를 숙였다. 

 

 

 

 

 

 

“요 며칠 연습 빠지는 거 봐줬잖아. 니들 데이트 하러 간다고 할 때 내가 뭐라고 했어. 연습 빠지고 똑바로 안 하면 족 쳐버린 다고 했지. 니 입으로 열심히 한다며. 내가 지난 일주일 중에 널 3번 밖에 못 본 것 같거든? 정신 똑바로 차,” 

 

 

 

 

 

고개를 숙이고 한빈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단원은 한빈의 말이 끊기자 의아함을 품으며 고개를 들었다. 나머지 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살쾡이가 말을 멈출 위인은 아닌데 하며 하나, 둘 고개를 들었다. 

 

 

 

 

 

“적당히 하지?” 

 

 

 

 

 

방금 전까지 파란 무리에 있던 진환이 어느새 빨간 무리로 건너와 한빈의 팔을 잡고 있었다. 그 무서운 살쾡이를 멈춘 게 누군가 했더니 연대 응원당장이었다. 진환은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미간을 구기고 서있었다. 연대 단원들은 진환의 모습에 놀라 저들끼리 떠들던 수다를 멈추고 진환을 쳐다봤다. 저 마음 착한 응원단장이 일을 쳤군아. 

 

허-. 한빈은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진환은 더 마음에 안 드는지 미간이 펴지지 않았다. 당신한테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만났는데 웃는 모습 봐도 모자랄 판에 그렇게 굳히고 있으면 내가 뭐가 되. 한빈은 들리지 않을 말을 수없이 내뱉었다. 

 

 

 

 

 

“형, 고대 일에 뭘 신경 써. 우리 연습해야지.” 

“놔.” 

 

 

 

 

 

김진환이 화났다. 준회가 일이 커질 것 같은 느낌에 진환의 팔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진환은 할 말은 해야겠는지 준회의 손을 쳐냈다. 준회는 망했다는 듯이 인상을 쓰다 눈이 마주친 고대 단원에게 입모양으로 어떻게 좀 해봐, 라고 sos 쳤지만 고대 단원에게 살쾡이는 하늘이었다. 고대 단원은 입모양으로 불가능이라고 말할 뿐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네 단원이면 챙겨주지 못할망정 왜 그렇게 혼내? 좀 좋게 혼내면 안돼? 꼭 그렇게 비수를 꽂아야겠어?” 

 

 

 

 

 

존댓말 따위 저 멀리 날려버리고 진환은 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처음 보는 진환의 모습에 연대 단원뿐만 아니라 고대 단원도 놀랐다. 마냥 순하게만 생겼는데 제법 강단있다. 

 

 

 

 

 

“그렇게 다 챙겨주고 좋게 혼내면 누가 알아먹습니까. 이게 제 방식이고 저희 고대 응원단입니다. 연대는,” 

“…….” 

“좀 꺼져주십쇼.” 

 

 

 

 

 

한빈의 말에 진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 옆에 있던 준회도 슬슬 열이 오르는지 혀를 굴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가 먼저 입을 열기 전에 제 앞에서 잔뜩 화가 난 진환을 말리는 게 급선무였다. 

 

 

 

 

 

“말 똑바로 하자. 좋게 말하고 다 챙겨줘도 다 알아 쳐 먹어. 애들이 짐승이야? 못 알아먹어서 후려치게? 단장이라는 사람이 보듬어주지도 못하고 왜 이렇게 빡빡하게 해.” 

“…….” 

“니 말대로라면 내 단원들은 뭘까. 좋게 말하고 다 챙겨줘도 알아먹고 열심히 하는 내 단원들은 뭘까. 어? 네 단원들을 조금만 생각해봐. 즐거워서 하겠어? 틀릴까봐 무서워하겠어?” 

“그러니까, 연대가 재작년부터 지는 겁니다. 전 단장이 있기 전까지는 연대도 그렇게 물렁하진 않았는데 바뀐 뒤로 물렁합니다. 동작 하나 틀리면 그건 바로 미끼가 돼서 이리저리 물어뜯깁니다. 당신은 그쪽 단원들이 물어 뜯겨도 됩니까? 물어뜯기기 전에 고쳐주는 것 뿐입니다.” 

 

 

 

 

 

한빈은 머리를 헤집었다. 말하다 보니 말이 격해졌다. 진환은 어느새 눈에 눈물이 가득 차있었다. 진환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응원단장으로 바뀐 후부터 연고전에서 패배하던 사실을. 응원을 할 때마다 한 두 명이 동작을 틀리고 미끼가 되어 물어 뜯긴다는 사실을. 대기실 뒤편에서 자신의 단원들이 욕을 먹는 것을 들으면서도 한빈처럼 호되게 혼내지는 못했다. 이게 다 제가 단장이 되어서일까봐. 

 

진환은 고개를 숙였다. 한빈도 당황했고 준회는 모르겠다는 듯 눈을 가렸다. 고대 단원들도 당황했고 연대 단원들은 한숨을 쉬었다. 마음 여린 단장은 자주 울었다. 진환이 눈을 그 작은 손으로 문질렀다. 금세 눈 주위는 발갛게 일어났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는 안할 거야.” 

 

 

 

 

 

눈물을 주르륵 흘려가며 말하던 진환이 몸을 돌려 달렸다. 진환의 행동에 당황한 준회는 진환을 잡을 세도 못하고 멍하니 진환이 달려간 쪽만 바라봤다. 

 

 

 

 

 

“저기요. 고대 응원단장님. 사내새끼 주제에 눈물은 존나 많고 존나 착한 저희 응원단장님 좀 데려와 주실래요. 울린 장본인이 해결하셔야죠.” 

“내가 왜,” 

“단장. 책임은 지셔야죠.” 

 

 

 

 

 

나이스. 아까 준회와 눈이 마주쳤던 동혁이 준회를 거들었다. 유난히 동혁에게는 별 말 못하던 한빈이 작게 욕을 하며 진환이 사라진 쪽으로 달렸다. 준회는 동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혁은 얜 뭐야, 하고 쳐다보다가 그 뜻을 알아차리곤 손바닥을 부딪쳤다. 서로 다른 단장 밑에서 고생한다. 

 

 

 

 

 

“올 때까지 치킨이나 뜯을래?” 

“단장들 오면 먹어.” 

“오래 걸릴걸. 김진환 저거 울면 쭉쭉 운다.” 

“그럼 시켜. 2인당 1마리니까 20마리 시키면 되겠네.” 

 

 

 

 

너네 20명 정도 되지? 굽네로 시킨다? 아무거나 상관없어. 오래된 친구마냥 말을 하고 상황을 정리하다 못해 치킨까지 시키는 준회와 동혁을 단원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내가 왜 고대랑 치킨을 뜯어.” 

“얘네가 무슨 에볼라냐. 그냥 좀 쳐 먹어.” 

“그냥 우리끼리 먹자.” 

“치킨 시켰는데 안 먹겠다고? 니가?” 

 

 

 

 

 

단원들의 불평을 조용히 눌러버린 고대 부단장 김동혁과 연대 부단장 구준회였다. 결국 툴툴 거리며 연대, 고대 상관없이 다 같이 모래 가득한 땅바닥에 주저앉아 단장들이 올 때까지 치킨을 뜯었다. 

 

 

 

 

 

“진짜 오래걸린다.” 

“울보야. 울보. 꽤나 애 먹을 거다.” 

“근데 둘이 무슨 사이야?” 

 

 

 

 

 

파란색 티와 빨간색 티를 입고 치킨을 뜯으며 수다를 떨고 있던 동혁과 준회에게 물음이 들려왔다. 

 

 

 

 

 

“친구.” 

“친구.” 

 

 

 

 

 

고대와 연대 친구는 김한빈과 김지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김동혁과 구준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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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더 써주ㅛㅔ여 너무 젛다능....콘 사랑해.....고대가 연대보다 앞에 위치하고 있는건 살짝 거슬리긴 하디만 빈환이즈뭔들.....
9년 전
독자2
그래서 당장 신알신하면 된다구요? 와 진짜 고연전썰은 생각지도 못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ㅠ작가님의 존재에 치얼스...★
9년 전
비회원181.55
헐 취저....탕탕ㅠㅠㅠㅠㅠㅠㅠ재밌어ㅛㅠㅠㅠㅠㅠㅠㅠ달래러 갔는데 왜 달래는 장면이 없는거죠ㅠㅠㅠㅠㅠㅠ빨리 더 써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여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으앙 신알신 했어요ㅜㅜ 자까님 글 취저 ㅜㅜ
8년 전
독자4
작가님 어디갔어요 당장 와주세요ㅠㅠ하깅 꾸ㅝ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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