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랍시고 술을 마시자며 불러낸 친구들. 불금인지라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들이켰던 것 같다. 오늘따라 술이 달기도 했고. 집에 와서 목욕을 하고 자려고 하는데 생전 울리지 않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카카오톡. 설레는 마음에 냅다 암호를 풀었더니, 이게 웬걸, 전 남자친구였다. 깨진 이후론 서로 연락도 없이 지냈는데. 내용을 보니, 이게 더 가관이었다. '잘 지내?' '보고싶다' '나 기억은 하냐' '내일 시간있어?' '약속 지키게' 이 문자로 끝이었다. 약속? 무슨 약속? 손은 시간 없어를 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얘랑 내가 한 약속이 있었나를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기억에 나는 쓰던 문장을 지우고 몇시인지를 물었다. 보내자마자 지워진 1. '9시 괜찮아?' 어,라고 답장을 한 후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아침에 그렇게나 떠지지 않는 눈이 저절로 떠졌다. 시계를 보니 7시 10분.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한 뒤 옷장을 뒤졌다. 몇년 동안 고이 모셔뒀던 교복을 보자, 주책맞게도 여고생처럼 다시 설레왔다.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닐 땐 빼놓기 일쑤였던 리본도 매달았다. 토요일에 교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라니. 버스를 타자 사람들 눈빛이 이상했지만, 무시하고 여섯 정류장 뒤 화이고등학교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정문을 지나 우리 고등학교의 명물인 벤치에 앉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사방에 피어있었다. 20분쯤 기다렸을까, 오지 않는 그에 실망하고 자리를 뜨려던 참이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왔고, 벚꽃잎들이 떨어졌다. 그리고 내 뒤에서, 선명하게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오랫만이야." 뒤돌아보자 그는 예전과 다름없는 환한 미소로 나를 보고 있었다. 사담: 네 내일이 개학이라는 걸 믿지 못한 쓰니가 7분만에 쓴 똥글입니다. 내일부터 야자....ㅂㄷㅂㄷ...번외는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시면...(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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