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차기작과 도부자 메일링을 기다리시는 우리 독자님들을 달래줄 단편 프로젝트
EP1. 수호 : 오빠입니다
EP2. ?? : ?
EP3. ?? : ?
오빠입니다 : 복학생과 계피 사탕
사탕 한 개
옆집에 이상한 아저씨가 산다.
그것도
엄청
옆집 아저씨를 처음 본 건, 2학년에서 드디어 고쓰리로 진화하는 봄 방학때였다.
여느 때처럼 잉여롭게 방 안에 틀어박혀 우리 옵하들의 사진을 줍줍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부셔버릴 듯 옆집 문을 미친듯이 두드리는 것이었다. 직감적으로 빚쟁이가 아닐까 하며 우리 오빠들 사진을 마저 저장하고 숨을 죽이니 아파트 복도에서부터 미세하게 어머니... 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품에 폰을 안고 거실로 나가 귀를 쫑긋 세우니 어머니..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대체 누가 이런 아침부터 엄마를 찾는거야.... 초상이라도 났나... 엄마도 부녀회라며 나가고 아빠도 친구들이랑 만난다며 나가고 아무도없이 텅 빈 집안에서 홀로 남아있었기에 근본없는 소리는 내게 먼저 두려움을 주었다. 하지만 두려움이 호기심을 이기진 못한 듯 의자에 대충 걸쳐져있던 후드집업을 입고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현관으로 나간 난 혹시라도 장기를 노리는 인신매매단이 동정심을 유발해서 날 끌어들이려는 수작이 아닐까 안전고리까지 걸어놓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복도를 살펴보았다.
" 어머니...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
... 문 틈 사이로 눈살을 찌푸리며 본 복도에서 애타게 어머니를 불러대는 건 길 잃은 꼬마도 아니고,
" 어머니... 오늘 제대했는데... 왜... "
다름아닌 군인아저씨였다. 머리에 쓴 군모가 벗겨질 정도로 이마를 문에 박고 질질 짜는 그 모습은 흉하기 짝이 없었다. 한 3분 정도였을까? 아무 소식없는 문만 부셔져라 두드리던 군인 아저씨를 바라보던 나는 위험인자가 아님을 감지하고 안전 고리를 풀고 문을 활짝 열었다.
" 어머니.. 아들이... 어ㅁ.. "
" 오늘 부녀회 날이에요 "
그래서 지금 우리 엄마도 우리 집에 없는데, 왜 울고 난리
" ... 누구십니까..? "
... 그럼 아저씨는 누군데요.. 라고하며 도로 문을 닫을 뻔했지만 추운 겨울 빨개진 코를 훌쩍이는 아저씨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보여서 차마 무시할 수가 없다.
" 옆집인데요.. 그럼 아저씨는 누구신데 여기서 이러고 계세요 "
" ... 아저씨 아닙니다 "
뭐래
" 아, 네. 누구신데 여기서 이러고 계시냐구요 "
" 오늘 제대 했는데... "
" ... "
"아무래도 가족들이 제가 없는 사이 이사를 간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내가 부녀회 날이라고 한 말을 못들은 것 같습니다만. 나는 숨을 들이키고 다시 한 번 더 또박또박 설명을 해주었다.
" 오늘, 부녀회 날이라서, 지금 집에, 아무도 안계신 것 같으니까, 기다려보세요 "
" ... "
그 말을 끝으로 다시는 보지 않기를 기대하며 문을 닫는데 푸헹취! 하는 우렁찬 재채기 소리가 내 발목을 잡았다. 내가 또 누구냐... 대한민국 마음씨 따뜻한 여고생인데.. 아..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시련을... 닫힐랑 말랑하는 문을 조금 열고 아까까지만해도 애타게 어머니를 부르던 군인 아저씨를 다시 쳐다보니 부녀회라는 말을 듣고 이제는 포기한 듯 옆집 문에 등을 기대 쪼그려앉아 궁상맞게 허공만 올려다 보고있었다.
에이씨 더럽게 불쌍하네..
" 저기요 아저ㅆ... 아니 저기요!"
그러자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보는 군인 아저씨
" 부녀회 막 시작했으니까 좀 걸릴텐데, 저희 집에서 기다리실래요? "
사실 아무 생각없이 정말 불쌍해서 건낸 말이었다. 거절하든 좋다고 하든 무슨 상관, 아까 질질 짜는거보니까 딱히 나쁜짓 할 것 같지도않고 정말 옆집같으니까 정말 순수한 이웃의 마음으로. 하지만 군인 아저씨는 미간을 곱게 좁히며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 보였다. 아니 추우면 그냥 들어와서 쉬면 되는거고 싫으면 계속 거기 쪼그려 앉아 궁상맞게 천장만 쳐다보면서 기다리면 되지
말없이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찬기운이 세차게 얼굴을 덮치고 참다 못한 내가 이만 들어가볼게요 하며 문을 닫으려하자 벌떡 일어나 아직 닫히지 않은 문 틈 사이로 번쩍번쩍 광이 나는 군화를 밀어넣는 아저씨. 깜짝 놀란 내가 문고리를 놓치자 슬며시 문을 열며 반짝 하얀 이를 드려내며 사람 좋게 웃어보인다.
"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그렇게 군인 아저씨를 거실 쇼파에 앉혀놓고 냉장고에 있던 오렌지 주스를 한 컵 따라건내주니 집 안에서 그 허여멀건한 얼굴이 더 제대로 보인다. 정말 군대 갔다온 사람이 맞는건지 싶을정도로 멀쩡한 얼굴에 내심 놀랐다. 우리 사촌 오빠는 역변 중에 최강 역변을 자랑하던데.
" 저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못보던 얼굴이신데 혹시 이사오셨습니까? "
오렌지 주스를 들이키며 아직 군인티를 제대로 못벗어난 투로 말을 거는 군인아저씨
" 멀리서 온 건 아니고, 2층 살다가 지금 층으로 올라온거에요 "
" 아, 그렇습니까 "
" 조금있다가 부녀회 끝나고 아주머니 올라오시면 그 때 한 번 나가보세요 "
그리고 내 방에 다시 들어가려다가 거실에 티비도 안켜놓고 낯선 사람 혼자만 우두커니 놔두는건 좀 아닌 것 같아 잠깐 방에 들러 폰을 가져와선 군인 아저씨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쇼파 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때마침 케이블에서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좋아한다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와 채널을 고정시켜놓고 나는 우리 옵하들 사진을 마저 줍줍하고 있는데 뻘쭘하게 컵만 매만지고 있던 군인 아저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 학생이십니까 "
" 네, 학생입니다 "
잘생긴 우리 옵하들 얼굴에 정신이 팔려있느라 무심하게 대답을 해주는데도 이 아저씨는 빈정도 안상하는지 계속 말을 걸어온다.
" 혹시 어디 대학교 다니십니까 "
...
" 열아홉이거든요? "
내 얼굴이 그렇게 숙성됐나? 고쓰리인 것도 슬픈데.. 울컥하는 마음에 열심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조금 앙칼지게 말하자 음, 하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 그럼 어디 고등학교? "
" 세문고등학교요 "
" 오, 공부 잘하나보네 "
좋은 고등학교라고 다 공부 잘 하라는 법은 없는ㄷ, 잠깐 아까까지만해도 빼곡히 배어있던 다나까 말투를 지워버린 군인 아저씨를 쳐다보자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볼이 터져라 오렌지 주스를 물고있다. 분명 내 시선을 느끼고 있음에도 이리저리 능글맞게 시선을 피하던 아저씨는 문뜩 내 폰 화면을 메우고있는 우리 오빠들 사진을 보며 삿대질을 했다.
" 남친이야? "
그랬으면 이대로 죽어도 좋을텐데
" 아뇨 그냥 좋아하는 가수.. "
" 그래, 너 고삼인데 남친 만들면 대학 못간다 "
.. 뭔 오지랖이여..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입술을 비죽이며 눈을 쫙 째보이자 여유롭게 다시 시선을 피한다. 참 나 자기는 대학을 얼마나 잘갔다고, 그럼 나 지금 남친 없는데 대학 가겠네? 나는 될 년이구만!! 흥 콧방귀를 껴주고 다시 고개를 숙여 폰을 보는데 볼이 따끔거린다. 아 진짜. 괜히 들어오라고 했나 그냥 거기서 궁상맞게 앉아있으라고 냅뒀어야하는건데...
어금니를 물고 왜요.. 하고 묻자 아니 그냥,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아저씨. 컵을 싹다 비운 걸 보니 오렌지 주스를 더 달라고 시위를 하는 건가보다. 그래. 먼저 아저씨를 집 안에 들인 내가 잘못이지. 내가 잘못했네!!! 아주 그냥 내가 잘못했어!!! 더이상 우리 오빠들 얼굴을 볼 기분이 나지않아 핸드폰을 옆으로 던져놓고 빈 컵을 달라며 손을 내밀자 아저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주스 더 가져다 드릴게요 "
" 아, 그럼 나야 고맙지 "
컵을 받아들고 주방으로 가 오렌지 주스를 따르는데 한켠에 놓아둔 과자들이 눈에 띈다. 군인들, 군대에서 단 거 못먹어서 과자 같은 거 겁나 좋아한다던데. ... ㅇ.. 아냐.. 저 아저씨가 뭐라고. 이렇게 따뜻한 우리 집에서 기다리게 해주는데다가 오렌지 주스까지 주는데 나는 충분히 많이 해줬지! 아무렴! ㄱㅡ...어...음.. 많이 해줬긴한데... 거실에서 나를 쳐다보는 저 울망울망한 눈망울이란..
하.. 결국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여고생의 표본인 나는 과자 몇가지와 그득히 쌓여있던 사탕을 대충 한 움쿰 집어서 쇼파에 앉아있던 아저씨에게 건냈다. 생각도 못했는지 예상외의 군것질 거리에 아저씨는 화색을 하며 받아들었다.
" 너 생각보다 센스가 있구나 "
" 그냥, 눈에 보이길래.. 군인 아저씨들 이런거 좋아ㅎ "
" 오빠입니다 "
...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색을 하며 다나까 말투로 대답한다. 순간적으로 쫄아버린 내가 흠칫하자 자신도 꽤나 놀랐는지 하하 웃으며 뒤늦게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야~ 라고 정정은 하지만 군인 아저씨지 웬 군인 오빠.
께름칙하게 네, 하고 대답한 나는 다시 쇼파 끄트머리에 앉아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 사탕을 먹여서 인건지 아니면 이제는 말 걸기가 귀찮아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아무 말없이 제 집처럼 편안하게 앉아 티비를 보는 아저씨에 나도 실없이 낄낄 거리며 티비를 보는데 너무 정신없이 있었던 탓일까 시간이 얼마나 흐른건지 현관에서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가 벌써 돌아올리는 없고 엄마인가 싶어 가만히 앉아 현관을 바라보자 역시나 엄마가 부녀회에서 나눠준 종이를 팔랑거리며 들어온다.
" 어, 엄마 오늘 부녀회 왜 이렇게 빨리 끝났어? "
" 아니 옆집 준면이 엄마가 오늘 준면이 제대한다고 얼마나 성화던지, 그래서 그냥 빨리 끝내버렸어 "
...
..어.. 제대한다는 그 준면이라는 사람이 어..
" 어머, 준면이 아니야???? 준면이 너가 왜 여기있어???? "
맞구나.. 아저씨 군복에 달린 명찰에는 관심을 안가졌더니 이제야 아저씨 이름을 알게되었다. 준면이. 무슨 준면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인사를 한다. 둘이 원래부터 알고 있는 사이였나.. 둘 사이에서 한순간에 쭈구리가 된 나는 다리를 긁적거리며 눈만 굴렸다.
" 세상에 어제 입대한거 같은데 어떻게 벌써 제대니~ 군대 갔다오더니 남자 냄새 나네~ "
" 하하 감사합니다 "
" 근데 우리 집인거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너 군대 가고 난 후에 이사왔는데 "
" 아 그게, "
쇼파에 앉아있던 나를 힐끔 내려다보던 아저씨는 음, 하고 생각하는가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 집에 아무도 없어서 가만히 복도에서 기다리고있는데 따님께서 추우니까 들어오라고해서... "
? 가만히 기다렸다구요???? 군모가 벗겨질 정도로 문에 이마를 박으면서 어머니..어머니..하고 질질 짜던게 누군데?????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며 저 인간의 말은 개구라라는 걸 암묵적으로 표현했지만 엄마는 못난 딸의 얼굴보다 번듯한 아저씨의 얼굴을 더 신뢰하는 듯했다.
" 세상에 우리 딸이? 웬일로 좋은 일을 다했어? "
참.. 누가 들으면 내가 양아치짓만 골라서 하고 다니는 줄 알겠네. 꽁알꽁알 거리며 고개를 돌려버리자 현관까지 아저씨를 배웅해주면서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는 엄마. 대체 저 군인 아저씨가 뭐길래 저렇게 좋아하는건지. 우리 집에서 나가기 전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낸다. 딱히 해줄 대답도 없어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다음에 또 찾아뵙겠다며 집을 나선다. 다음에 또 어딜 찾아 봬.
콧노래를 부르며 내 옆에 앉는 엄마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툭 치며 물었다.
" 뭔데, 알아? 저 아저씨? "
" 아저씨? 준면이가 왜 아저씨야? 아직 대학생이니까 오빠지 "
" 아저씨건 오빠건, 알아? "
" 당연히 알지, 내가 준면이 엄마랑 얼마나 친한데 "
근데 난 왜 이 아파트 살면서 저 아저씨 얼굴을 한 번도 못봤을까. 이제 이웃이면 많이 마주치려나, 하고 옆에 둔 폰을 집는데 엄마가 뜬금없이 짝하고 손뼉을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 너, 준면이랑 친하게 지내 "
" 내가 왜, 저 아저씨 좀 이상한거 같아 "
" 이상하기는 무슨, 저만큼 번듯한 애가 없어 "
대체 우리 엄마의 취향은 알 수가 없다.
" 공부하다가 궁금한 거 있으면 준면이한테 가서 물어보고 "
" 뭘 물어봐, 친하지도 않은데. 저 아저씨 공부 잘 해? "
내 물음에 엄마는 으이구 얘가! 하면서 날 타박했다. 아니 그냥 공부 잘하냐고 물어본건데 이런 식으로 타박을 받아야한다니 고쓰리로서의 인생은 참으로 고달픈 것 같다.
" 준면이가 저래봬도 한송대야 "
...
...
...???????????????????????????????
으어어어어ㅓ???????? 정말 상상 이상의 학벌에 흡사 소울음소리와 비슷한 리액션이 멋대로 튀어나왔다. 한송대, 서연고 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바로 뒤에 있다는 그 한송대???????????????? 나보고 지금 남친 사귀면 대학 못간다고 오지랖 펼칠 자격이.... . 있었구나... 그렇구나... 그런거였어...
" 과는 제대로 기억이 안나는데... 정치외교학과였을걸? "
????????????????????? 뭐야 존나 안어울려. 생긴건 철학과같이 생겼는데. 저 아저씨가 정치외교라니... 우리 나라의 미래가..... ㅇ..어서 이민 갈 준비를 ㅎ..
" 무튼 이제라도 친하게 지내봐, 공부에 도움될지 어떻게 알아 "
" 됐어, 모르는 건 그냥 선생님한테 물어보면 되지 뭘 친해지고 안친해지고.. "
툴툴 거리며 옆에 있던 핸드폰을 들고 쇼파에서 일어나 방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이제 학교 가면 아침 일찍 학교 나가고 야자하느라 얼굴도 많이 못볼텐데.
.
.
.
하지만 나의 그런 생각은 거대한 경기도 오산이었다.
" 안녕, 학교가니? "
학기가 시작되고 고쓰리로서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나오면 학교를 나가는 5일 중 3일, 많으면 4일정도 얼굴을 마주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아침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건지 츄리닝 차림에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인사를 건내는데 이거 참 이미 안면을 튼 뒤라 안받아줄 수도 없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면 거기서 끝이 아니라 항상 잠깐만 기다리라며 나를 붙잡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처음에는 뭘 줄까싶어 기대했지만 이제는 기대조차 안한다. 왜냐하면
" 자, 오늘은 계피 사탕이야 "
계피 사탕을 주기 때문이다.
" 감사합니다.. "
" 그래 먹고 공부 열심히 해, ○○야 "
맨날 계피 사탕만 주는 건 아니지만 주는 사탕의 맛들을 보자하면 홍삼 사탕, 소금 사탕, 흑사탕 대체 어디서 그런 사탕들은 잘도 구해오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나도 그렇고 내 친구들도 그렇고 지극히 여고생같은 입맛이라 상큼달달한 사탕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아무리 너 이 사탕 먹을래? 먹을래? 하고 권해봐도 아침마다 아저씨에게 받아둔 사탕 뭉텅이는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 매직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우리 엄마도 안먹으니까 말 다했지.
오늘도 역시 아저씨가 주는 사탕을 받아들고 엘레베이터에 탔다. 출근하는 아줌마,아저씨들 사이에 낑겨 또 얼마나 다이나믹한 사탕을 주었을까 하며 손바닥을 펼쳐보니 역시나 사탕 대여섯개 사이에 계피사탕은 꼭 껴있다. 다만 새로 추가 된 건, 호박엿? 고삼이니까 엿이나 먹어라 이건가? 그래도 홍삼 젤리보다는 나은 것 같아 주섬주섬 까서 입에 넣으니 달달한 향이 퍼지는게 이제는 계피 사탕 말고 호박엿이나 줬으면 좋겠다.
근데 나머지 계피 사탕이랑 홍삼 사탕은 어떻게 처리하지
*
옆집 학생에게 아침부터 상큼하게 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와 방 책상 위를 가득 채운 사탕 봉지들을 보는 준면이의 마음은 도곤도곤 설렜다. 왜냐, 오늘 준 사탕에는 새로운 호박엿이 추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옆집 학생에게 사탕을 주게 된 이유는 모두 첫만남에 있었다. 수줍게 사탕을 건내주던 여고생의 모습이란... 하지만 그 사탕들이 계피 사탕이라는 점에서 컬쳐 쇼크를 받았었다. 앞에서는 센스 있다고는 해주었지만 아..! 이 학생은 다른 여고생들과 다르게 이런 사탕을 좋아하는구나..!
그 날 집으로 돌아와 군복도 갈아입지 않은 채 책상 위에 옆집 학생이 준 사탕을 가지런히놓고 살펴보던 준면이는 사탕 종류들을 보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계피 사탕에 흑사탕에, 홍삼 사탕,소금 사탕. 보통 여고생들과 다른 입맛은 똑똑히 준면이의 뇌리에 박혔다.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가 처음 눈 앞에 보이는 것을 엄마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군대에서 제대하고 나서 처음 만난 여자가 이런 중후한 입맛을 가진 여고생이라니. 인상이 깊을 수 밖에.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귀여움을 느낀 준면이는 받은 사탕을 소중히 모아 책상 구석에 있던 작은 통에 우르르 쏟아넣었다.
그래, 이런 사탕을 좋아하는구나
그 때부터 였다. 사탕을 잘 먹지 않던 준면이가 마트나 잠깐 동네 슈퍼에 나가서 사탕을 한 봉지씩 사오던게. 사실 처음부터 사탕을 사줘야겠다. 라는 마음을 먹은 건 아니다. 하지만 슈퍼에 갈 때마다 팔리지않아 가판대 아랫쪽을 보란듯이 차지하고있는 사탕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게 아닌가. 첫번째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샀었는데 점점 한 봉지, 두 봉지 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던 책상은 사탕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리고 준면이는 꼭 아침에 운동하러 나갈 때 뿐만아니라 어디 나갈 때마다 주머니에는 그 사탕들을 한 움큼씩 넣어가지고서야 나갔다. 혹시라도 나갔다가 그 애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물론 복학 후, 학교 갈 때에도 사탕은 빼놓지 않았다.
" 준면아, 너네 집 사탕공장해? "
한 번은 너무 사탕을 많이 들고간 나머지 시도때도없이 주머니에서 사탕들이 우르르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동기 종대는 대신 사탕을 주워건내주며 물었다.
" 아니, 왜? "
" 근데 뭔 사탕을 이렇게 가지고 다녀. 군대 갔다오더니 너 할아버지 입맛돼서 왔구나 "
" 줄 애가 있어서 "
줄 애? 줄 애라는 말에 종대는 눈을 크게 떴다. 이 놈 새끼, 군대 갔다오더니 역시나 여자에 눈을 떴구만!! 군대 갔다오기 전만해도 정치외교학과의 성스러운 미모를 담당하던 준면이는 다른 학과에서 들어오는 미팅에는 일체 관심도 안주고 학점 관리에만 힘썼기 때문에 줄 애가 생겼다는 말은 그야말로 준면이의 청춘 사업이 시작되었다는 말과는 다름이 없었다.
" 줄 애???? 누군데, 우리 학과???? "
그냥 귀여운 애 있어. 중얼거리며 혹여나 사탕이 깨지지는 않았을까 하나하나 만져보던 준면이는 미지근하게 어깨를 으쓱 거려주었다. 아, 계피 사탕 하나 깨졌네. 이러면 못주는데. 괜시리 속상해진 준면이는 사탕을 종대에게 건내려 손을 내미는데 뒤쪽에서부터 공간을 벨 정도로 높은 목소리들이 준면 선배~~~ 을 외쳤다. 달갑지 않은 목소리들에 티나지 않을 정도로 미간을 찌푸리고 뒤를 돌자 자칭 새내기 여자애들이 격하게 손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었다. 개강 하고 나서 얼마나 봤다고.
" 선배~ 점심 먹었어요? "
" 선배 손에 사탕 뭐에요? 저도 주세요! "
한순간에 눈을 반짝이는 여자아이들로 둘러쌓인 준면이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요즘 여자애들은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하지만 곧 활짝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쥐고있던 깨진 사탕을 내밀었다.
" 그래 사탕 이거 하나 남았는데 먹어, 다른 애들은 오빠가 나중에 줄게 "
" 우와 저 사탕 완전 좋아ㅎ "
...
준면이가 내미는 사탕을 본 여자후배들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갔다.
" 어머.. 계피 사탕이네... "
" 하하.. 선배 계피 사탕 좋아하나보다~ "
내가 아니라 옆집 애가 좋아하는건데. 계피 사탕한테 맞은 적이라도 있는건지 기껏 주는 사탕을 받지도 않고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는 후배들. 자기들이 달라고 했으면서. 후다닥 자리를 피하는 후배들의 뒷모습을 보던 종대는 으휴, 하며 준면이를 타박했다.
" 여자애들한테 계피 사탕을 주면 어떡하냐, 주머니에 사탕 많으면서 "
" 그건 이미 주인이 정해져있어 "
" 너 완전 말로만 듣던 연서복이네 연서복, 연애에 서툰 복학생. 넝담~ㅎ 이랑 이상한 드립만 안했지 "
넝담~ㅎ ? 그게 또 뭐야. 군대에 갔다오는 동안 별 말이 다생겼다. 이거 신조어 공부 좀 해야겠는데.
" 종대야 이거 너 먹어 "
" 됐어, 나 계피 사탕 안좋아해! "
왜 다들 사람이 준다는데 안 먹는다는건지. 그 애처럼 감사합니다. 하고 이쁘게 받아가면 어디 덧 나나. 어쩔 수 없이 조각난 사탕을 입 안에 넣는데, 알싸한 계피향과 달달함이 이상하게 옆집 아이랑 닮아있다.
맨날 무뚝뚝하게 말하면서도 때론 여자애답게 귀여운게.
앞으로 내 이상형은 계피 사탕같은 여자다.
*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책상 위에 아저씨가 준 사탕을 주머니에서 쏟아내자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관심도 안주는 친구들. 처음 사탕을 쏟아냈을 때는 아빠가 준거냐며 그렇게 관심을 가지더니... 매정한 것들..
싹싹 모아서 가방에 달린 작은 주머니에 넣으려고하자 뒤에 앉아있던 친구가 말을 걸었다.
" 야 그 놈의 사탕은 왜 맨날 가져와, 먹지도 않으면서 "
" 내가 가지고 오고 싶어서 가지고 오는게 아니란다 "
" 또 옆집 아저씨가 준거야? "
" 어, 그 아저씨 이런 사탕 좋아하나봐. 대학생이면서 입맛 개구려 "
꽁시렁거리며 사탕을 하나하나 가방에 넣자 대학생?????????? 하며 반문을 한다.
" 야 대학생이 왜 아저씨야, 오빠지 "
" 군인 아저씨야 나한테는 "
" 똥 싸네, 너 나중에 나이먹어봐 군인 오빠들이 네 동생들이 되는 수가 있어 "
웃겨, 아직은 내가 한참 어린데 아저씨지
" 나는 또 아저씨라길래 한 서른 넘은 아저씬줄 알고 조심하라고 하려 했는데 "
" 뭘 조심해 "
" 왜 요즘 변태같은 아저씨들 많잖아. 완전 철컹철컹감인ㄷ"
친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수다를 그칠 줄 모르는 친구는 계속해서 작게 말을 했다.
" 잘생겼어? "
" 그냥 번듯하게 생겼는데.. "
" 거기 조용히 하고, 자습해 자습. 이제 고삼이니까 한 달마다 모의고사 있는 거 잊지말고 정신 차려 "
진짜... 또 공부소리야.. 토 나오겠네.. 쯧, 혀를 차고 샤프를 딸깍 거렸다. 나도 한송대 가고싶다.. 그럼 소원이 없을텐데..10년 넘게 배워도 하나도 못알아먹겠는 영어 수능 특강을 피고 공백에 의미없는 낙서를 했다. 더럽게 집중 안되네, 옛날만 해도 고쓰리되면 저절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되어보니 그것도 아니다.
단어 뜻을 봐도 이게 뭔 말인지 모르는 내 마음을 담아 도라에몽 암기 빵을 문제집 구석에 끄적끄적 그려넣는데 문뜩 엄마가 그 아저씨랑 친해져보라는 말과 전에 아저씨가 사탕을 주면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 공부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 '
...
참.. 뭘 친해져. 지금 말 한마디도 안 섞어본 반 애들이 수두룩한데. 거기다 한송대라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도 된다니, 좋겠다 좋겠어 한송대라서. 무심코 손에 힘이 들어간 바람에 뚝 하고 샤프심이 부러져버렸다. 평소같았다면 샤프심을 다시 빼면되지만 오늘은 괜시리 신경질이 난다.
언제 10시까지 학교에서 버티나. 새학기 시작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지겨워 죽겠네
집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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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식을 먹고 일어나보니 어느 새 밤 10시가 되어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칸막이는 쳐져있지 애들은 다 조용하지 아무도 나 신경 써주는 사람없지 거기다 야자실이 너무 따뜻하고 아늑해서 그만..! 제기랄.. 눈에서 땀이 난다. 다른 애들은 내가 잘 동안 열나게 공부했을텐데 나란 년은..!! 한송대는 개뿔, 수도권 대학교의 마지노선인 운일대도 못 갈 판이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자책해서 어쩌랴.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데 오늘따라 집에도 들어가기 싫다. 분명 엄마는 날 보고 딸 공부 잘하고 왔어? 라고 묻겠지. 그럼 나는 양심에 발모제를 바른 다음. 아~ 너무 열심히해서 피곤해. 라고 대답을 해야하나 아니면 양심의 순결을 지키는 대신 너무 잘자고 왔어.라고 해야하나. 그냥 현관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궈버릴까. 고삼이 되니 다시 한 번 더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오는 것 같다. 이 빌어먹을 세상아.
쌔까만 밤하늘, 간간히 가로등이 길을 비추고있는 보도블럭을 따라 우리 아파트를 향해 걷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보이는 사람들이라고는 취객들이나 밤운동을 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들뿐이다. 꼴에 나도 여자라고 조금씩 으슬으슬해지는 분위기에 겨드랑이에 끼고있는 문제집을 꼭 안는데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저 나무 뒤에서 칼을 들고 튀어나올 것 같다. 옆동네에서는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고하고 좀 멀지만 떨어진 지방에서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하질 않나 세상에는 또라이가 너무 많은데 우리 동네라고 또 그런 또라이가 없다는 법은 없으니..
아 진짜 왜 우리 학교는 야자를 죄다 하라고.. 대학 못보내서 환장했나. 아니면 개인별 보디가드라도 좀 붙여주지.. 이거 셜록춤이라도 추면서 뛰어가야ㄷ
" 얘 "
" 으아ㅏ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아아ㅏㅏㅏㄱ아아ㅏ아아아악!!!!!!!!!!!!!!!!!!!!!!!!!!!!!!!!!!!!!!!!!!!!!!!!!!!!!!!!!!!!!!!!!!!!!!!!!!!!!!!!!!!!!!!!!!!!!!! "
...
" ㅇ...아..악... "
" ... "
갑자기 내 어깨를 붙잡는 손길에 무서운 생각이 든 나머지 무작정 소리를 지르고보니 날 붙잡은건 다름아닌 옆집 아저씨였다. 내 비명에 본인이 더 놀라가지고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굳어있다.
...
락스타 버금가는 샤우팅을 하느라 헠헠 숨을 내뿜으며 심장을 부여잡자 그제야 눈을 두어번 꿈뻑거리더니 왜 그래? 하며 묻는다.
" 완전 깜짝 놀랐잖아요!!!! 아... 진짜.. 심장 떨어질뻔 했네 "
" 아니 나는 그냥.. 너 보이길래.. "
" 인기척 좀 내요! 무슨 바닥을 슬라이딩해서 다니나 "
내가 우는 소리로 칭얼거리자 바닥에 떨어뜨린 문제집을 주워서는 탁탁 털어 건내준다. 문제집을 받아들며 천천히 호흡을 고르자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저씨
" 내가 너무 반가워서? "
뭐라는 거야.. 나는 속으로 그 짧은 시간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구만.. 이대로 잡혀가서 우리 엄마 얼굴 못보는 거 아닌가. 내 장기는 전세계 곳곳으로 가서 온갖 호화를 누리는 거 아닌가. 아니면 새우잡이 배에 팔려가서는 배 멀미에 실신하는 거아닌가.
" 됐어요 진짜. 아저씨 갈 길이나 가세요 "
" 지금 가는게 내 갈 길인데 "
아 네 그러세요. 대꾸도 안하고 문제집을 겨드랑이에 낄 힘도 없어 대강 모서리를 손에 쥐고 팔랑이며 가는데 대각선 뒤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바스락거리며 따라오는 아저씨가 신경쓰인다. 대체 저 아저씨는 이 시간에 어디갔다가 이제 집에 들어가는 거야... 다른 한 손에 있던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하려하자 마침 말을 걸어온다.
" 지금 야자 끝난거야? "
" 고삼 야자가 다 지금 끝나죠 "
" 힘들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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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는거? 잠깐 걸음을 멈춰서 아저씨를 째리는데 자꾸 부스럭거리는 비닐봉지가 신경쓰인다. 저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 아저씨는 어디 갔다오는데요 "
" 오빠라니까, 너랑 나랑 여섯살차이 밖에 안 나"
히이에에에에ㅔ에엑 무려 여섯살차이나! 라고 놀려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간 비닐봉지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안알려줄 것 같아 조용히 인중을 긁적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래서 어디 갔다오시는데요 "
" 밤산책, 밤 공기가 참 좋지않니? "
어..
ㄴ..네.. 그렇게 안봤는데 감수성이 풍부하시네. 도시 공기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다고.. 미세 먼지 천국이구만..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는 아저씨의 말에 작게 고개를 젓고 아파트 공동 현관에 도착한 내가 먼저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생각해보니 중간에 깜짝 놀란건 있지만 그나마 아는 얼굴을 만나 집까지 마음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이상한 소리만 안하면 정말 좋았으련만.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는데 아저씨 손목에 걸린 비닐봉지가 아직까지도 쓸 때없이 너무 궁금하다. 대체 저게 뭘까..저게..저게!!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흘끔흘끔 옆에 나란히 서있는 아저씨의 검은 비닐봉지를 의식하자 내 시선을 느꼈는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 왜? "
" .. 아니.. 어디.. 슈퍼 갔다왔어요? "
" 아, 응. 산책 갔다가 잠깐 들렀어 "
" 그래요? 그럼, 뭐.. 샀는데요? "
좋았어! 자연스러웠어!! 내심 기대에 찬 눈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참 눈을 마주치고있던 아저씨는 갑자기 푸훗, 하며 수줍게 웃었다.
?
뭐하자는 플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아저씨에 미간을 찌푸리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안알려주겠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 검은 봉다리에 뭐가 들었길래 안알려주겠다는거여..
안알려주면 말지하는 심경으로 엘레베이터에 올라타는데 계속해서 수줍은 미소를 지우지못해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던 아저씨가 은근슬쩍 말했다.
" 뭐 샀는지 궁금해? "
" 안알려준다며요 "
" 궁금하지 "
아 존나 이 아저씨는 알 수가 없어. 내가 뭐샀냐고 물어본게 그렇게 좋나보다. 혹시 관종?
" 알려주기 싫으면 알려주지 마요 "
" 응, 내일 아침까지 안알려줄거야 "
안알려줄거면 무덤갈 때까지 알려주지 말던가 애매하게 내일 아침까지 안알려줄거라는 말은 또 무슨 소리야. 이런 사람이 한송대라니. 밀폐된 한공간에서 같은 산소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다. 깊게 한숨을 쉬고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빠르게 우리 집 문으로 달려갔다.
비닐봉지에 뭐가 들었는지 안알려주겠다는 말에 왠지 자존심이 상한 나는 인사도 없이 도어락을 해제하고 재빨리 집에 들어가려는데 어슬렁어슬렁 뒤늦게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아저씨가 입으로 똑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총모양을 만들어 빵야 쏴보인다.
으윽.. 집에 들어갈 생각도 못한 채 내적 경악을 하며 멍 때리고 있자 여유롭게 자기 집 도어락 커버를 열며 말한다.
" 내일 아침 기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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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 뭘 기대하라는 걸까. 아저씨의 말 때문에 괜히 기대가 돼서 잠도 제대로 못잤다. 원래 그 봉지에 담긴게 뭔지 안알려주면 그냥 안알려주는대로 평생 모르는 채 살려고했는데 기대하라고해서..!! 영혼이 반 이탈된 상태로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데 엄마가 내 가방을 들고 다급히 뛰어왔다.
" 왜 가방 안 메고 가!! 학생이 학교에 가방을 메고 가야지!! "
.. 아차..
아 진짜.. 이게 다 아저씨 때문이다.. 왜 그딴 말은 해가지고, 별 거 아니기만 해봐. 엄마가 메기 좋게 벌려놓은 가방끈 사이로 팔을 집어넣고 나서야 진정으로 다녀올게, 하고 인사를 했다.
비장한 마음으로 집 밖으로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인사를 하는 아저씨
" 안녕 "
" ... 안녕하세요 "
뭐 줄 거 없냐는 듯이 우두커니 서서 얼굴만 쳐다보자 아, 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도대체 어제 비닐봉지에 고이 숨겨놓고있던게 뭔지 한 번 봅시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긴장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어떤 거길래 이렇게 길게 뒤적거리는 거야.. 혹시 눈을 게슴츠레 뜨면 까만 주머니 안쪽이 더 잘보일까 티벳 여우 눈을 하는데 곧 손을 빼더니 내게 자, 하고 무언가 건냈다.
아랫입술을 꽉 물고 보자 하는 심정으로 두 손을 모아보니 평소와 다름없는 사탕들뿐이다. 뭐야, 기대하라며!!!!! 어이가 없어 억울한 표정을 짓자 손바닥에 올려진 사탕 하나를 집어서 내 눈 앞에 살랑살랑 흔들어보인다.
" 이게 바로 어제 산 거야 "
" ... "
" 미네랄 소금 사탕, 피곤할 때 먹으면 좋대 "
....
이런 씨... 내가 이런 그지같은 소금 사탕때문에 잠을 못잤다니!!!!!!!! 으ㅏ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당장이라도 집 안으로 달려들어가 침대에 엎드려 울고싶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금스흡느드... 인사를 하며 사탕을 부셔버릴 정도로 있는 힘껏 주먹을 꽉 쥐었다.
더이상 이 아저씨의 얼굴을 보면 한 대 때릴 것 같아 서둘러 내려오는 엘레베이터를 잡기위해 버튼을 누르는데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기 바로 직전 사춘기 소녀처럼 제 집 문 뒤에 숨어있던 아저씨는 날 향해 외쳤다.
" ○○야!! "
" ... "
" 오늘 오후에 비 온다는데 내 마음에는 너때문에 볕든다!!! "
그리고 오후엔 비가 오지않았다.
...
아, 옆집 아저씨 진짜 이상하다니까
이상형이 계피 사탕같은 여자인 연서복 김준면 X 미네랄 소금 사탕에 분한 옆집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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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독자님들 달래줄 프로젝트라고 쓰고 글잡 준며니 지분율 높이기 프로젝트라고 읽는다. 준며나!!!!!!!!!!!!!!!!! 나는 너도 굉장히 죠아해!!!!!!!!!!!!!!!!!!!!!!!!!!!!!
근데 여러분 단편이 좀 빨리 돌아왔져.. 여러분들 도부자 좀 떨쳐버리신 뒤에 찾아왔어야 하는 건데... 장편 차기작을 좀더 앞당기려면 이미 다 계획을 세워둔 단편을 끝내버리고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는지라... 장편 차기작하면서 틈틈이 올리거나 아니면 나중에 올려도 되겠지만 저는 막 떠오른 소재를 저장해둔다고 냅두면 나중에는 쓸 맘에 싹 사라져버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리 써두면 올리고싶은 마음또한 소멸해버리구요 ㅜㅜㅜ 기껏 생각해냈는데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ㅜㅜ 그래서 이렇게 그냥 후딱 와버렸습니다..
사실 단편 프로젝트는 보셔도 좋고 안보셔도 좋은 글입니다ㅋㅋㅋㅋㅋㅋ 저마저도 부담 별로 안가지고 마음 가는대로, 손 가는대로 쓰는 글이라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에피소드당 기본 3편 정도 잡고있구요 길면 5편정도? 그냥 가끔 들러주셔서 아무 생ㅇ각없이 보고가시면 되는 글이라고해야하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첫번째 에피소드는 준면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헠ㅋㅋㅋㅋㅋ 옛날에는 분명 치명돋는거 썼는데 이 인간이 갑자기 왜 준면이를 이렇게 만드나.. 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사실 저는 헐랭돋는 준면이도 좋아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준배야!!!!!!!!!!!!!!!!!!!!!! 제가 글잡에 있으면서 아쉬운 점이 준면이 지분율이 얼마 없다는 거였거든요. 제가 준면이 나를 ~하는 시리즈를 쓰면서 사담 때 한 번 이야기 했었는데ㅎㅎ.. 준면이글 쓴다궁..ㅎㅎ..
근데 저는 아무래도 로코에서 못 벗어날거 같아요. 어쩔 수 없는 로코순이인가봐요.. 도부자도 로맨틱코미디, 장편 차기작도 로맨틱코미디고 단편 세 에피소드 마저 죄다 로코니.. 물론 다른 장르에 대해서 아예 생각을 안해본건 아닙니다ㅜㅜ 제목에다 인물설정까지 죄다 해놓은 스릴러도 있고 조직물도 있고, 정통로맨스도 있지만! 저는 로코가 가장 잘맞더라구요ㅋㅋㅋㅋ 하.. 그래도 한번에 장르를 확 바꾸다보면 독자님들께서 원래도 어색한데 더 어색하게 느끼실 수도 있으시니까..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열심히 텍파 준비하구있구요. 불마크 텍파 공지처럼 단편이 올라올 때 같이 텍파 메일링 공지도 올릴 예정이니 꼭 기다려주세요~
너구리걸님/면하트님/우비님/망고님/카페알바생님/아메리카노님/정수정수연님/바닐라라떼님/굔듀님/뽑뽀님
됴됴륵님/종순이님/몽구님/복숭아님/핫초코님/첸스님/모나리자님/쀼님/2평님/맴매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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