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 누나! 천사 누나!
" 누나!! "
" 쉿! 조용히해!! "
" 에이 엘레베이터에 우리 밖에 없잖아요 "
업무차 재무부로 올라가기 위해 서둘러 잡은 엘레베이터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딱 마주친 영업부 박찬열 후배님, 박찬열 인턴, 박찬열,
찬열이.
내 2살 연하 남자친구. 그래 영업부 대학생 인턴 내 남자친구 찬열이는 커피심부름을 갔다왔는지 양 손 한가득 커피 캐리어를 들고있었다. 바쁜 일만 아니었다면 쉬쉬거리며 찬열이를 먼저 올려보내고 다음 엘레베이터를 기다렸겠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바람에 단둘이 엘레베이터를 타고말았다. 평소에 내 얼굴만 보면 회사라는 것도 망각한 채 선배님! 보다 누나! 가 먼저 나오는 찬열이기에 열심히 피해다녔건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만 마주쳐버리고만게 아닌가.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없어서 다행이지, 있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한 나머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데 커피 4잔이 이쁘게 담긴 캐리어 하나를 내 눈 앞에서 딸랑딸랑 흔들어보인다.
" 누나 커피 마실래요?
" 회사에서는 선배라고 부르라고 했지 "
" 인턴 들어온지도 얼마 안됐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불리나, 그럼 선배 커피 마실래요? 카라멜 마끼아또도 있고, 바닐라 라떼도 있고, 하나 골라가요 "
" 심부름이잖아, 내가 잘못해서 하필 너네 팀장님 커피 고르면 어쩌려고 그래 "
" 깜빡했다고 하고 또 가서 사오지 뭐 "
" 이게, 힘들게 인턴 들어왔으면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해 "
내 핀잔에도 히히 거리며 팔꿈치로 나를 툭툭 건드린다. 밉지만 차마 미워할 수 없게 키는 나보다 한참 크면서 연하라고 또 귀여운 짓은 엄청한다. 분명 아무도 신경 쓰지않을 CCTV를 의식하며 찬열이의 장난을 가만히 받아주는데
" 누나는 어디까지 올라가요? "
" 재무부, 너네 부서 다왔네, 다들 커피 기다리시느라 목 빠지시겠다 "
때마침 문이 열리며 숨막히는 사무실 공기가 엘레베이터 안으로 훅 끼쳐왔다. 한걸음 나아가 누구 없나 이리저리 둘러보던 찬열이는 이내 성큼 내려서는 커피 캐리어를 꼭 쥔 손으로 몰래 인사를 했다. 나는 누가 지켜볼까 은근슬쩍 손을 뒤로 살짝 숨기고 흔들어주자 지나가던 같은 팀 사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찬열이에게 말을 건다.
" 박찬열 씨 여기서 뭐하고있어, 지금 대리님 커피 언제오냐고 승질이란 승질은 다내고있잖아 "
" 아, 이제 막 엘레베이터에서 내려서.. 아! 무튼! 누ㄴ.. "
" ... "
" 아니 선배님!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다음에 커피 한 잔 사드리겠습니다!! "
순간 찬열이가 또 내게 누나라고 할까 가슴이 덜컹했다.머쓱하게 시선을 피하며 처음부터 어색한 사이인 척 고개를 끄덕여주는데 서서히 닫히는 엘레베이터 문틈 사이로 언뜻 찬열이에게 아는 사이냐고 묻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잘 알지요.
아주
대학생 인턴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내 남자친구였는데. 어느새 번듯한 정장을 입고 같은 회사에서 누나누나 거리는 찬열이를 보니 괜히 첫만남 때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벌써 1년이 훨씬 넘었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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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특성상 여자들만 잔뜩 우글거리는 우리 CS팀, 쉽게 말하면 고객 지원, 관리부는 기획1팀 미남 두 명들 때문에 요즘 굉장히 분위기가 핫하다. 한 명은 Y대 엘리트 핫바디에다가 또 다른 한 명은 S대 나온 사장님 아들..!! 사장님 아들은 고객지원부 말고는 반응이 쎄하지만 그래도 꽃돌이 두 명이 회사에 들어왔다는 건 정말 이슈가 안 되고는 못배기는 일이었다. 가끔 기획부로 심부름을 보낼라 치면 여기저기서 열광적으로 저요저요!! 하며 심부름꾼을 자청하니 그 럭키걸의 주인공은 대체 누가 될까 매번 궁금 할 따름이다. 40대 아주머니이신 우리 팀 과장님은 그런 여사원들의 반응이 재밌는지 자꾸 기획부 연관 업무를 끌어오신다.
근데 또 이해가 안되는건 엄연히 컴퓨터라는 좋은 도구와 IT 기업답게 사내 네트워크가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조선시대마냥 사람을 직접 보내신다는 것이다.
" 기획 1팀 갔다올 사람!!! "
" 저요!!!!!!!! 제가 완전 잘 갈 수 있습니다!!!!!!!!!!! "
" 저저저!!!!!!!!!! 저 시켜주시면 진짜 개같이 기어서 가겠습니다!!!!!! "
.. 와 대단하다.. 진짜 무섭다 무서워... 벌떡 일어나 손을 드는 다른 여사원들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쳐다보는데 문뜩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과장님의 눈과 마주쳤다. 쫄아버린 나는 고개를 수그리며 소리나게 키보드를 치기시작했다. 아, ..일 너무 재밌다.
" 오늘은 "
" ... "
" ☆☆씨 "
오늘의 럭키걸은 ☆☆씨 구ㄴ...
....
" 저요? "
난데없이 불린 내 이름에 나 자신에게 삿대짓을 하며 눈을 크게 떠보이니 벌떡 일어나 열광적으로 외치던 다른 사원들은 힘없이 의자에 앉아 아..뭐야... 하며 궁시렁 거렸다.
" 그래, 한 번도 가본 적 없지? "
" 아니 전 괜찮은데.. "
식당에서도 몇번 보고 굳이 기획부까지 가서 볼 정도까지ㄴ...
" 빨리 갔다와 "
꾸역꾸역 파일을 받아드는 내게 그래 복 받은 줄 알아~ 빨리 갔다와 하며 재촉을 하는 팀 분위기에 살살 눈치를 보며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부러우면 대신 갔다오라고 하고싶지만 말단 사원인 내가 누구에게 부탁할 처지가 아닌지라... 아니 세상에 잘생긴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식당에서는 멀리서 봐서 그런가 그렇게 미친듯이 보고싶을 정도는 아닌 것 같던데... 푸후..숨을 뱉으며 화제의 기획부로 올라가기 위해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한번도 기획부에 와본적이 없는 나였기에 우리 부서와 다르게 비교적 남자들이 많은 기획부의 공기는 꽤나 무거웠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몇발자국 안떨어져있는 1팀에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책상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한 남자. 흠칫 놀라며 얼굴을 보니 우리 팀 대리님이 몰래 연모하는 Y대 엘리트 핫바디가 되시겠다.
" 처음보는 얼굴인데 어느 부에서 왔어요? "
엘리트...라고 하기에는 능글거리는 모습이 참으로 당황스럽다. 사교성이 좋다고하던데 역시... C..CS팀이요. 라고 작게 말하니 아~ 하며 손으로 딱!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낸다. 맨날 회사,집,회사,집을 전전하는 내게 남자가! 그것도 이런 잘생긴 남자가 말을 걸어준다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CS? 거기서 여기까지 올라온거에요? 그냥 네트워크 쓰시지, 하며 말을 거는 핫바디에게 웃고싶지만 차마 웃을 수 없는 얼굴로 이런저런 대답을 해주는데 옆에 앉은 동글동글한 뒷통수가 미간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 일이나 하세요 김종인 씨 "
... 이 곳은...
파라다이스...?
딱딱한 말투로 날카롭게 얘기하는 사장님 아들은 멀리서 대충 본 것보다 반반하니 잘생겼다. 혹시하며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사원들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왕자님이라고 불리기보다는 눈치채지 못하게 그냥 신데렐라고 불려서 남자보고 뭔 신데렐라냐고 참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간부도 나도 신데렐라로 부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처음보는 얼굴이라 그러지.. 무튼 도경수 씨 더럽게 깐깐해 "
" 깐깐한게 아니ㄹ "
" 아~알았어 알았어!! 일할게! 일해야지! 도경수 씨가 일하라고 하면 일해야지!! 아무렴!! 그래!! "
그러면서 티격태격하는데 훈훈한 모습에 심부름을 보낸 과장님에 대한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앞으로는 나도 열심히 손 들어서 심부름 해야지
그 날 이후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나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과장님이 럭키걸을 정할 때에는 미친듯이 손을 들었다. 그렇게 몇번 뽑히고 나니 가끔은 커피 들고 설렁설렁 걸어다니는 핫바디와 인사도 하고 신데렐라에게 한번 본 얼굴이라고 가볍게 목례를 하면 무뚝뚝하게 받아주기도 하고,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야... 나는 리터소프트에 뼈를 묻기로 했다.
그 둘을 남모르게 은근히 따라다니던 나는 어느 날 운좋게도 핫바디 옆에서 밥을 받을 수 있었다. 말이 많은 핫바디는 반찬을 쓸어담으면서도 대답이 없는 신데렐라에게 조잘거리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 도경수 씨, 우리 회사 돈까스 언제 나와 "
" .. "
" 사장님 아들이 그것도 모르면 어떡해!! "
" 외주인데 제가 어떻게 압니까 "
" 그래? 미안 "
보는 눈이 많아서 그 흔한 의미심장한 미소도 짓지 못한 채 콧구멍만 벌름거리며 미트볼을 집는데 밥을 다받은 둘은 자리에 앉기 위해 내 뒤를 스쳐지나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 도경수 씨, 오늘도 퇴근하고 카페 갈꺼지? "
" ... "
" 대답 좀 해 "
" 당연한 거 묻지 마세요 "
커다란 국그릇에 미역국을 담던 나는 조금만 받아야지 하던 생각도 잊어버리고 그만 넘칠정도로 부어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남자 둘이서 카페를..? 거기다 오늘도..? 오늘도 라고 했겠다..? 이거 왠지 냄새가 나는데... 그동안 맨날 붙어다니고..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핫바디는 맨날 도경수 씨~ 도경수 씨~ 신데렐라만 찾고.. 거기에 신데렐라는 츤츤거리면서 다 받아주고, 이 게.. 이.. 뭐야..
이거 혹시...
혹시...!!!!!!
학창 시절 누구보다도 열심히 아이돌수니로 활동했을 때의 내가 오버랩이 되면서 한동안 내 눈알을 벗어났던 호모렌즈가 장착되는 느낌이었다. 학창시절에 한명쯤 있다는 다들 공부하는데 교실 뒷쪽에서 혼자 전자사전에 팬픽 넣고 흐흐거리며 보던 여자아이, 그게 바로 나였는데... 스르르 등을 돌려 저 쪽 창가에 마주앉은 핫바디와 신데렐라를 살펴보았다. 뭔가 묘한 기류가 흐르는게... 정말...
" ☆☆씨 밥 다 받았으면 빨리 앉아,길막하지 말고 "
" ㅇ.. 아 네 "
대리님 말씀에 나는 서둘러 아무 자리를 잡아앉고는 식판을 내려놓았다. 동성애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있거나 싫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이렇게 현실로 보게되니까 내심 충격인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서... 우리 회사 꽃돌이 2명이... 이거 완전.. 인터넷 소설 아니야..? 이미 내 머릿 속에서는 메모장이 켜져있었다.
이건..
연성해야해..!!
나는 국을 뜬 숟가락을 허공에 들고 열심히 핫바디와 신데렐라의 동태를 관찰했다. 예상대로 핫바디는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신데렐라는 묵묵히 밥을 먹으며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망상에 쩔어있을 때 생각하던 그대로였다. 이건 진짜 레전드다.
" ☆☆씨 왜 콧구멍으로 국을 마셔 "
" ㅇ...아 내 정신 좀 봐, 오늘 국이 참 맛있네요 "
정신을 차려보니 내 콧구멍을 찌르려고하는 숟가락을 얼른 내려놓고 미트볼을 입 안에 넣었다. 여전히 시선은 신데렐라와 핫바디에게.피실피실 웃으며 핫바디가 종알거리는 모습을 지켜보자 대리님이 젓가락으로 내 식판을 탕탕치며 말을 걸었다.
" 무슨 좋은 일 있어? 밥 먹어 밥, "
" 아뇨, 아... 참.. 오늘 밥이 맛있네요 "
나는 억지로 웃으며 미역국에 밥을 말았다. 오늘 밥은 최하 하 중 상 최상 중에 하였지만 와구와구 빠른 속도로 밥을 먹는 둘의 속도를 따라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 가만히 실실 웃다가 갑자기 밥을 흡입하는 날 이상하게 쳐다보는 대리님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밥을 거의 후루룩 넘기다시피하는데 남자라 그런가 금세 싹 비워버린 식판과 함께 벌떡 일어나는 신데렐라와 핫바디에 반사신경이 작용하는 것마냥 통하고 튀어오르듯이 일어섰다.
" 뭐야 다 안먹었잖아? 다 먹고 가 "
" 아뇨! ㄱ..괜찮습니다!! 일 덜 끝낸게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
벙찐 표정을 하는 대리님을 두고 식당을 빠져나가는 둘을 빠르게 뒤쫓아갔다.
둘의 한순간이라도 놓칠 수 없어!!!!!!!!!!!!!
(힐끔)
오늘은 업무가 끝나는 6시 반이 되자마자 땡하고 미친듯이 로비로 뛰어 내려왔다. 후폭풍은 모르겠지만 매일 핫바디와 신데렐라가 같이 회사를 나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경비아저씨의 시선은 뒤로하고 로비 화장실 쪽 구석에 숨어 빌딩 현관 쪽만 바라보았다.
한참 차가운 대리석 뒤 추위에 벌벌 떨고 있을 때쯤 열두번째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수많은 사람이 우르르 내렸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낑겨있다가 인상을 쓰고 내리는 핫바디를 볼 수 있었다. 신데렐라는 어디갔지..? 하는 순간 사람들이 다 내린 후 가장 마지막에 여유롭게 내리는 신데렐라. 둘은 신경도 안쓰지만 나는 흡! 하고 대리석 뒤로 숨어 그 둘이 카드를 찍고 회사에서 나가는 것까지 지켜본 후 종종걸음으로 뒤따라갔다.
하지만 그대로 회사를 나가지않고 회사 뒷편 작게 마련된 캐노피 밑에 주차한 벤츠에 올라타는 신데렐라와 핫바디. 뭐야 카페 간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이만 부득부득 갈았다. 이 주변 카페에 가는 거 아니었나?... 아니야.. 그래.. 회사 주변에서 단 둘이 만나면 분명 회사 사람들도 보고 의심사니까 분명 멀리나가는 걸꺼야... 어디 카페에 갈까 도대체.. 청담? 압구정 로데오? 너무 궁금하다!!!!!!!!!!! 궁금해!!!!!!!!
연인을 몰래 지켜보고 따라간다 건 굉장히 양심에 찔리고 변태같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양심은 내 호기심을 이기지못했다..... ㄴ..나도 커피가 마시고 싶다.. 그래 나도 커피를 마시고 싶은 거야! 커피를 마시려면 카페에 가야지!! 그래!! 나도 카페에 가는거야!! 하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벤츠에 시동이 걸리기 전 나는 재빨리 회사 밖으로 뛰쳐나가 급한 마음에 방방 뛰고나서야 겨우 택시 하나를 잡아탈 수 있었다. 섣불리 목적지를 말하지 않는 나를 룸미러로 힐끔힐끔 쳐다보시던 기사아저씨는 어.. 하고 말을 꺼내려다 내가 회사에서 빠져나오는 벤츠에 삿대질을 하자 퍼뜩 핸들을 잡으셨다.
" ㅈ쩌ㅓ쩌저저!! 저거 따라가주세요!! "
기사아저씨는 도대체 왜 따라가는지 물어보실법도 하셨지만 너무나도 광분한 나에 조용히 악셀을 밟으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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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도착했습니다. "
...그리고 도착한 곳은 존나 5분거리?
이 거리를 벤츠를 움직여서 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기름이 났나? 아주 그냥 사장님 아들이라고 기름 막 쓰네. 기사아저씨게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들릴듯 말듯 죄송합니다... 하며 요금을 따블로 얹어드렸다. 민망함에 서둘러 택시에서 내린 나는 주차장에서부터 걸어오는 신데렐라와 핫바디를 기다리기위해 가로등 불빛이 없는 어둠쪽으로 몸을 숨겼다. 아 나.. 진짜 변태같다..
갑자기 밀려오는 자괴감에 눈을 꽉 감았다가 뜨는데 바로 내 앞을 지나가는 둘에 숨을 크게 삼켰다.
" 도경수 씨도 오늘은 카푸치노 시켜, 저번처럼 내 거 뺏어먹지말고 "
" 말 안하셔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
" 하트도 꼭 그려달라고 그러고 "
" 그 말도 하려고 했습니다 "
" 내가 무슨 말을 못하겠네, 다 알아서 해,다 알아서 "
딸랑, 종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둘이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와 창문을 통해 카페 안쪽 상황을 염탐했다.
카운터에 서있는 신데렐라 주위를 낯선 키 큰 남자 두명이 둘러싸고있고 거기다 가장 키 큰 한 명은 눈을 반짝이고 있고,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신데렐라의 정체에 인상만 찌푸리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카페에 안에 있는 남자들의 비쥬얼은 대폭발, 작은 우주를 창조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와씨.. 끼리끼리 논다더니..! 이 은혜로운 카페의 주인은 누구일까.
정신없이 남정네들의 얼굴을 구경하다가 이내 한 테이블을 차지하는 신데렐라를 보고나서야 조심스럽게 카페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핫바디와는 몇번 인사를 한지라 혹시라도 내 얼굴을 알아챌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몸을 틀고 슬금슬금 카운터로 걸어갔다. 여전히 신데렐라 주변에는 남자들이 가득했다. 일부다부제인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힘겹게 도착한 카운터 앞, 여자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주문하시겠어요? "
" .. 바닐라라떼요.. "
" 네 바닐라라떼, 오천 백원입니다 "
싹싹한 직원에게 카드를 건내 계산을 한 후 조심조심 아무도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 하게 소리없이 신데렐라와 핫바디가 가장 잘보이는 구석 창가자리로 향했다. 앉자마자 사르르 풀리는 긴장에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귀를 쫑긋 세웠다.
" 형님 뭐 불편하세요? "
" 커피가 빨리 마시고 싶네요 "
생각보다 특별할 거 하나도 없는 네 남자들의 대화에 기운이 빠져 의미없이 폰만 톡톡 두드리며 머릿 속으로 이런저런 궁예질을 했다. 내가 생각한게 아닌가. 뭐 그럼 퇴근 후 남자들끼리의 비밀 모임인가. 비쥬얼이 폭발하는 모임? 아니면 신데렐라가 이 카페 주인? 턱을 괴고 친구들이 올린 사진에 하나하나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잠시 후, 바닐라라떼가 나왔다며 나를 부르는 소리에 커피만 들고 바로 집으로 갈까 했지만 이미 이 카페 남정네들의 훌륭한 비쥬얼에 빠져버린 나는 커피를 들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생각하던게 아니면 어떠랴. 어차피 자취 하느라 집에 늦게 들어가도 걱정하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빨다가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친구들이 좋아요를 눌러놓은 게시글들을 쭉 내리는데 중간에 제대한 남친의 배신.jpg 이라는 글이 눈에 걸렸다.한 장씩 사진을 넘겨 톡 캡쳐를 보니 대략적인 내용은 제대한지 얼마안된 남친이 클럽 다니면서 여자들 꼬시고 2년간 자기 기다려준 여친을 뻥 까버렸다는 그런, 보기만해도 기분이 확 상하는 내용이었다. 또 여자는 답답하게 남자한테 이러지 말라고 붙잡고 있고. 엿같네.
대학교 들어가고나서 처음 사귄 남자친구란 새끼와 내 모습을 꼭 닮아있었다. 조금 다른건 이 글의 남자와 여자는 동갑이고 나는 내가 스물 넷에 그 새끼가 스물 둘, 연상연하 커플일 때 일어난 일이라는 거? 남자친구가 군대가면 절대 기다리지 말라는 선배들의 말을 무시한 채 기껏 기다려줬더니 제대하고나서는 날 질린다는 이유로 뻥 차버리고 나는 자존심도 버리고선 매달렸는데.
그 일 이후 나는 연하라고 하면 치가 떨린다. 지금까지 짧게 만나왔던 사람들도 모두 연상들뿐이니, 다시 그 일이 떠올리자마자 치밀어 오르는 화에 얼른 글을 넘겨버렸다.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폰을 들여다보는데 문뜩 내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져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네 남자 중 가장 키가 큰 남자가 옅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멀뚱히 마주친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핸드폰 화면을 끄자 히힛 작게 수줍은 웃음 소리와 함께 미소를 짓는 남자.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속으로 엿을 날려주며 다시 폰을 켜서 누군가와 바쁘게 연락하는 척을 했지만 계속해서 느껴지는 시선에 진땀을 뺐다.이만 가볼까 싶어 가방을 만지작거리는데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와 꾸벅 목례를 한다.
" 안녕하세요. 리터소프트 다니시나봐요 "
...! 여기서 이렇게 내 정체가 들통나다니..! 오늘 처음 따라온거라구요..! 화들짝 놀라 폰을 가슴팍에 꼭 안으니 하하 웃으며 자연스럽게 내 맞은편에 앉는다.
" 사원증 "
내 가슴팍을 가리키는 남자의 손가락을 따라 퍼뜩 고개를 내려보니 아직까지 목에서 빼지않은 사원증에는 내 굴욕적인 사진과 이름, 부서명 그리고 떡하니 리터소프트가 적혀있었다.
" 저 형들도 리터소프트 다니는데 "
그리고선 소근소근 속삭이듯이 신데렐라와 핫바디를 가리키며 말을 한다. 저 사람들이 리터소프트 다닌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나에요. 왜냐하면 내가 회사에서부터 여기까지 따라왔으니까. 낯선 사람과 재미지게 이야기를 나눌만큼 성격이 좋은 내가 아닌지라 아무 대답없이 시선을 창 밖으로 도피시키자 이내 정적이 가라앉았다. 어색한 분위기 속 머쓱하게 웃던 남자는 어.. 하며 말을 시작했다.
" 제가 이렇게 인사를 하게 된 이유가 다름이 아니라... "
" ... "
" 그.. 혹시 첫눈에 반한다. 라는 말 믿으세요? "
..? 지금 작업거는건가? 아니면 신종 도를 믿으십니까? 뜬금없는 남자의 말에 무심코 아뇨.. 하고 대답을 하니 일순간 정색을 한다.
" 저는 믿거든요 "
뭐야. 이 남자 좀 이상하다. 비쥬얼 폭발이고 뭐고 빨리 이 카페를 떠야겠다싶어 테이블 위에 두었던 가방을 무릎 위로 끌었다. 하지만 내 낌새를 눈치챈 남자는 기싸움을 하듯 가방을 정리하지 못하게 덥썩 잡고 자신의 폰을 눈 앞에 내밀었다.
" 그니까 번호 좀 주세요 "
" 죄송한데 저는 모르는 사람한테 번호 주고 그런거 되게 싫어하거든요? "
" 죄송한데 저도 모르는 사람 번호 함부로 따고 그러는거 안하는 사람인데 협조 좀 해주세요 "
뭔 협조야!! 형사도 아니고!! 초인적인 힘으로 가방을 빼앗아 일어나자 울상을 하는 남자
" 누나 진짜 저 이상한 사람 아니거든요. 진짜 관심 있어서 그래요 "
" 누나요? 절 언제봤다고 관심이 있어요? 세상에 저보다 더 좋은 여자들도 많으니까 다른 여자 찾아보세요 "
" 더 좋은 여자 없어요!! 그니까 번호 좀 주세요!! "
" 보니까 알바 같은데 가서 일 하세요!!! "
언성이 높아지자 멀리 앉아있는 핫바디가 내 쪽을 쳐다보았다. 혹시라도 내 얼굴을 알면 제발 이 남자 좀 떼어내주길 바랐지만 핫바디는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려 신데렐라와 대화를 나눈다. 다시는 인사 안해줄거야!!!!!!!!!!!!!!!!!!
내 어깨에 멘 가방을 놓아줄 생각을 안하는 남자에 힘이 빠져 다시 의자에 풀썩 앉았다.
" 저기요 아까 저보고 누나라고 부른거 보니까, 저보다 나이 어려보이시는데 저 연하 엄청 싫어하니까 포기하세요 "
" 저 진짜 괜찮은 연하인데.. "
그러면서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는데 애잔하기 짝이 없다. 아 나.. 진짜 연하 싫어하는데....
" 그럼 제가 번호 주면 안돼요? 문자,전화 못하는 대신 톡만이라도.. "
남자가 번호 하나로 이렇게 비굴해지는 존재였나. 시무룩한 남자의 얼굴에 굴복한 나는 큰 마음을 먹고 핸드폰 다이얼 화면을 켜서 남자에게 내밀어주었다. 그러자 다시 밝아진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폰을 받아든다.
" 대박 누나는 진짜 천사에요!! "
헤헤 웃으며 말하는데 여느 연하와 다름없는 해맑음이 꺼려진다. 역시나 아직까지는 연하에 대한 혐오감이 남아있는듯하다. 문뜩 떠오르는 그 새끼 생각에 표정을 굳히자 찬녈이 하고 저장된 번호가 띄워진 화면을 내밀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자.
" 귀찮게 굴까봐 그래요? 귀찮게 안할게요,싫으면 제 연락 씹어도 돼요! "
아무 말 없이 폰을 받아 가방 안에 쑤셔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오늘 본 걸로 더이상 볼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나중에 번호를 지워버리는게 좋을 것 같다. 카페에서 나가기 위해 빠르게 문쪽으로 걸어가는데 졸졸졸 나를 따라온다.
" 벌써 가는거에요? 더이상 귀찮게 안할테니까 좀 더 있다가도 되는데 "
" ... "
" 우리 카페 커피 맛있죠, 앞으로 많이 오세요 "
" ... "
" 아 비싸서 힘드려나 그ㄹ "
" 저기요 "
문 앞에서 바로 멈춰서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는데 해맑은 미소는 여전했다. 차마 궂은 말을 꺼낼 수가 없어 다시 고개를 내리고 입을 열었다.
" 제대로 이름이 뭐에요 "
" 제 이름이요? "
고개를 끄덕이며 카페 문 손잡이를 꼭 쥐어잡자 마중해주는 듯 대신해서 문을 밀어주며 말한다.
" 박찬열이에요, 스물 세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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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물 다섯 때 만난 찬열이는 스물 세살이었다. 딱 내가 싫어하는 연하. 딱 내가 싫어하는 두 살 차이. 내 기준 최악의 남자 기준이란 기준은 모두 다갖춘 찬열이었다.덕분에 절대 내가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없었고 심지어 찬열이에게서 연락이 와도 씹는 경우가 다반사였다.하지만 보통 남자들 같았다면 여자가 관심이 없다싶음 떨어져나가기 마련인데 찬열이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연락을 멈추지 않았고 어쩔 때는 답장 없는 톡에 잠깐 알바하다가 퇴근 시간에 맞춰 얼굴을 보러 오겠다는 일방적인통보도 했다.
물론 처음에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기분 또한 좋지않았다. 꼭 자기가 내 남자친구인 것 마냥 행동하는데 나는 아직 연하로부터 받은 상처를 잊지 못하고 있으니. 하지만 퇴근 시간, 회사에서부터 정류장까지 짧은 거리를 가끔씩 함께 걷고 매일같이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듯 정성스러운 톡을 보내주는 찬열이에게 조금씩 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찬열이에게 정을 주고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먼저 나 자신에게 놀랐다. 거의 병에 가까울 정도로 연하포비아가 있던 나였는데.그리고 아직까지 연하는 그 자체로도 싫은데도 이상하게 찬열이에게는 정이 가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싶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찬열이에게 폭 빠져서 연인 관계로 발전한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때는 찬열이가 알바하다 내 퇴근 시간에 맞춰 얼굴을 보러오겠다는 톡에 짧은 답장을 해주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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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
" 너 자꾸 알바하다가 나오면 네 친구 화 안내? "
" 나 신경도 안써, 경수형만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
처음부터 어색해하는 나와 달리 넉살좋게 말을 걸어준 덕분에 말도 놓고 대꾸도 해줄 정도가 되자 내가 몰랐던 사실 하나하나를 전해주는 찬열이.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전에 카페에서 본 그 싹싹한 알바생이 신데렐라와 러브러브한 사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차가운 바람을 헤치며 버스정류장에 반정도 와갈 때 찬열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누나는 왜 이제 우리 카페에 안놀러와요? "
" ... "
" 놀러오면 경수형처럼 맨날 같이 있을 수 있을텐데 "
" 됐어, 일 끝나면 집에 가서 쉬어야지. 쉬는게 최고야 "
" 뭔가 섭섭한데 "
내 말을 듣고 입을 비죽이는 찬열이에 실없이 웃다가 갑자기 휘몰아치는 찬바람이 눈을 찔러 미간을 찌푸리자 찬열이가 서둘러 걸음을 옮기더니 내 코 앞에서 걷기시작한다.
" 뭐하는거야? "
" 인간 바람막이 "
자기가 인간 바람막이라며 양 팔을 옆으로 넓게 벌리는데 바람막이는 커녕 얇아가지고 옆으로 바람이 더 세게 숭숭 들어오니, 없는건만 못하다.
" 완전 듬직하죠 "
" 그래, 완전 듬직하다 "
장난스레 앞서가는 찬열이의 등을 두어번 쳐주었다. 꼭 칭찬받지 못해 안달난 아이같아서. 듬직하다고 하자 미소를 숨길 줄 모르는 찬열이는 이거다 싶은지 계속해서 내 앞을 가로막으며 걸었다. 키가 있어서 그런지 왠지 바람이 덜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뒷통수만 올려다보며 걷는데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개구진 미소로 뒤를 돌아본다.
" 이런 듬직한 남친 어때요 "
" ... "
남친 소리에 그만 표정 관리 할 여유도 없이 얼굴을 굳히고 입을 다물자 찬열이는 아.. 하고 낮은 탄식을 내뱉으며 내 옆에 서서 말을 걸었다.
" 아직도 연하 별로에요? "
" 그냥.. 좀 그렇네 "
내가 먼저 다시 느리게 걷기 시작하자 한참동안 뒤에서 멍하니 서있던 찬열이는 뒤늦게 날 쫓아왔다. 사실 지금까지 준 정은 연인으로가 아니라 친한 동네 동생같은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남자친구 소리를 하니 당황스럽다. 물론 찬열이가 처음 내게 다가왔을 때 감정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 자꾸만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가방끈을 꼭 쥐고 점점 걸음의 속도를 올렸다.
" 왜 그런지 물어봐도 돼요? "
" ... "
" 듬직한 남자 좋아하면 듬직해질게, 어리광도 안피우면 되잖아요 "
다 아니야. 안듬직해도, 어리광 피워도 되는데 연하는 안돼. 성격상 모질게 답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저 멀리 보이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거의 뛰어가듯 걸어가는데 내가 타야할 버스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려면 최소 10분은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뒤에서 날 부르는 찬열이를 무시하고 무작정 뛰었지만 사람 무시한 것에 대한 벌이라도 되는 듯 무심하게도 버스는 쌩하고 출발해버렸다.
뛴 노력이 물거품이 되버리자 가쁜 숨을 내뱉으며 퇴근 시간에 복작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는데 끝까지 날 따라온 찬열이가 뒤에서 내 팔을 정류장 뒷편으로 강하게 잡아끌었다. 환하게 켜진 광고판 앞, 잔뜩 인상을 쓴 찬열이의 얼굴이를 처음 마주할 수 있었다.
" 누나!! "
" 대답하기 싫으니까 이거 놔 "
" 너무 가혹하잖아,연하한테는 기회조차 없는거에요? "
" 어 없어, 연하한테는 기회조차 주기 싫어. 그니까 좀 가! "
찬열이에게 잡힌 팔목을 비틀어 빼며 성질을 내자 작게 떨리는 숨을 내뱉는다. 나도 잘 알고있다. 그 새끼하고 찬열이가 엄연히 다르다는 건 잘 알고있는데 그래도 연하는 아직까지 무섭다.
" 연하 어떤 면이 싫은건데요. 뭐 아니면 옛날에 연하한테 차였어요? 대체 왜 싫어하는건데요 "
" 그래! 나 옛날에 연하한테 차였다!! "
하필이면 내 트라우마를 건들고야만 찬열이에 화가 머리 끝까지 솟아오른 내가 주위 시선들도 무시하곤 버럭 소리쳤다. 그동안 보여주지않은 내 모습에 찬열이는 흠칫 뒤로 물러서서는 눈을 동그랗게 떠보인다.
" 군대까지 기다려줬는데도 차였어! 그 새끼 지금 아마 너랑 나이 똑같을거다!!!!!!! 그런데 내가 연하 안싫어하고 배겨 못배겨?!!!!!!! "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 옛날에 멍청하게 남자 군대까지 기다려주고 차였다~ 를 광고하고나니 늦게 부끄러움이 훅 끼쳐온다. 아... 짜증나.. 팔꿈치까지 내려온 가방끈을 고쳐메고 뒤를 도는데 찬열이가 다시 내 팔을 잡고 매달렸다.
" 미안, 미안해요, 누나.. "
" 나 버스 몇분 남았는지 봐야하니까 이것 좀 놔줄래? "
" 나 진짜 몰랐어.. 그거 완전 개썅놈이네.. 진짜 어떡해.. "
여기서 울어야할 건 나인데 오히려 자기가 울먹거리면서 사과를 한다. 엄청난 쪽팔림에 내적 몸부림을 치는데 연신 어떡하면 좋아..하며 자연스럽게 날 자신의 품에 꼭 안는다.갑작스러운 스킨쉽에 찬열이를 밀어낼 생각은 않고 두 팔을 내 가슴팍 위로 곱게 모았다.
" 내가 미쳤나봐 누나한테 그런 말이나 하고.. "
" 됐고, 카페나 가 "
" 진짜 그 새끼 완전 개새끼네.. 누나 그럼 2년동안이나 기다려준거에요? 그 개새끼를? 진짜 착하다.. 누나 천사 맞는 거 같아. 천사 누나 맞아, 그 2년을 어떻게 기다렸어요? 나같으면 차버리고 더 좋은 남자 만나겠다, 근데 그 새끼는 2년동안이나 자기 기다려준 누나를 찬거야? 그 새끼 때문에 누나가 나 막 싫어하잖아 "
카페나 가라는 내 말은 다 씹어먹어버리고 자기 할 말만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 너 막 안싫어ㅎ "
" 누나 "
내 말을 끊는 찬열이에 입을 꾹 다물자 어깨를 안았던 팔에 힘을 풀고 여전히 울먹거리는 얼굴을 마주한다.
" ☆☆☆누나 "
" ... "
" 이제는 내가 기다릴게 "
" ... "
" 2년이라도 좋으니까 기다려주면 연하 다시 좋아해주는거 맞죠? "
자기가 2년 기다려주면 내가 연하 다시 좋아해준다는 논리는 어디서 튀어나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감동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가서 눈 흘긴다고 자기가 날 찬 것도 아닌데 괜히 미워한다고 충분히 짜증낼법 하지만 반대로 기다려주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찬열이는 그 새끼와는 급이 다르구나
잘들어가요, 가 아닌 기다릴게요! 하는 인사를 받고 버스에 올라탄 나는 중간에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덜컹거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고심에 빠졌다. 청춘사업을 하면서 난생 처음 들어보는 기다릴게라는 말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기껏 들어봐야 나 기다리게 하지마, 나 기다리는거 딱 질색이야. 이런 말인데 기다릴게요. 라는 말을 들어보니 내가 얼마나 개망나니같은 새끼들만 골라 만나왔는지 실감이 난다.
영혼없이 SNS를 살펴보다 친추 추천 목록에 뜨는 그 새끼 이름에 그동안 치를 떨며 터치조차 하지않았는데 오늘은 왠지 용기가 나 힘을 주어 꾹 눌러보았다. 자기가 담배피는 허세 가득한 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해놓은 미친놈... 자기가 밥을 사주겠다고 글을 올려도 좋아요도 댓글도 아무것도 없고, 피씨방에서 찍은 셀카에는 빨리 돈 갚아라 개새끼야 라는 댓글만 덜렁 남겨져있다. 찌질이 새끼 나 차고나서 존나 잘 먹고 잘 살 줄 알았는데... 내가 이딴 새끼 때문에 청춘사업에 2년가까운 공백이 생겼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그렇게 그동안 과거는 모두 잊었다. 과거의 남자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는다. 라고 자부해왔지만 생각해보니 연하포비아라는 명목하에 나는 과거의 남자들에게 얽매여있었다. 지금껏 들지 않았던 나에 대한 한심함과 함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에 눈물이 몰칵 몰려왔다. 퇴근길, 사람 가득한 버스 안에서 청승맞게 울고싶지 않아 비비는 척 고인 눈물을 닦으며 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가로등들을 바라보았다.
더이상
연하가 싫지 않다.
연하포비아를 극복한 내가 조금 적극적으로 다가가자 찬열이는 애마냥 금세 누나~ 누나~ 하며 달라붙었다.
" 누나 이 영화 보러갈래요? "
" 이거 완전 슬픈거잖아 "
" 이거 보자~ 이거 봐요~ 이거 꼭 봐야돼요 "
갑자기 영화를 보러가자고 조르길래 같이 가서 부둥켜안고 엉엉 울기도 하고 가끔씩 가뭄에 콩나듯 카페에 놀러가면 그 때마다 항상 격한 반응을 보여주며 튀어나오기도 하고 자기가 어디 놀러간다 하면 나중에 꼭 같이 오자며 찍은 사진 수십장을 내게 보내주기도 했다. 물론 사진의 2/3이 자기 셀카지만. 아무튼 내 연하포비아를 아주 지워주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는 찬열이에 감동한 나는 이미 마음을 활짝 열고도 남았지만 애정표현에 어색한지라 찬열이는 그를 못느낀듯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않아 있었다. 정말 2년을 기다릴 기세로 말이다.
맨날 2년 언제 기다려요~ 하며 어리광을 피우는 찬열이에 머쓱히 미소만 지어줬는데 나도 이제는 2년은 못기다릴 것 같다. 오늘도 역시 버스정류장에 나란히 앉아 옆에서 2년 언제 기다려요~ 하고 징징거리는 찬열이
" 그럼 기다리지 마 "
" .. 아니 그건 아니고.. "
무뚝뚝한 장난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 더이상 기다릴 필요 없으니까 "
"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내가 2년 기다린다 "
" 그럴 필요 없다니까 "
왜냐하면
" 나 연하 이제 안싫어해 "
...
내 말에 2분동안 망부석처럼 굳어서 날 바라보던 찬열이는 이내 헉! 하며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진짜요!!!!!!!!!!!!!!!!???????????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방방 뛰는데 진짜 애가 따로없다.
" 누나!!!!!! 진짜 이제 안싫어해요??????? 나 그럼 진짜 기다릴 필요 없겠다 그쵸?????? "
" 그렇지 "
" 그럼 이런 남친 어때요??? "
바로 앞에 쪼그려앉아 손으로 꽃받침을 하고선 끼를 부리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 나야 좋지 "
" 누나!!!!!!!!!!!!!!!!!!!!!! "
보는 눈은 모조리 무시하고 잔뜩 흥분한 채 누나!!!!!!천사 누나!!!!!!!!만 외쳐대며 날 꼭 껴안는 찬열이
상상 속의 로맨틱한 고백도, 무드있는 고백도 아니지만 찬열이다운 고백또한 설레기엔 충분했다.
.
.
.
그런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나 따라서 인턴한다고 들어와선..
항상 설레는 퇴근 시간, 몇번이나 사람이 가득 찬 엘레베이터를 내려보내고 나서야 서서히 줄어드는 사람에 이제 타도 되겠다싶어 급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굴렸다. 찬열이 나 기다린다고 밑에서 멀뚱멀뚱히 서있을텐데.. 보는 건 좋은데 일단 마주치면 누나!! 그 소리만 안했으면 좋으련만. 한참 한적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느라 가방을 멘 한쪽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해 다른 쪽으로 바꿔 메는데 마침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 누나 안녕 '
큰 키 탓에 엘레베이터 맨 뒤에 쳐박혀있던 찬열이가 바로 보였다. 딱 마주친 눈에 소리없이 누나 안녕! 하고 수줍게 손을 든 찬열이. 차마 인사를 받아주지 못하고 어물쩡거리자 엘레베이터 버튼쪽에 있던 사원 한 명이 얼른 안타냐며 재촉한다.
" 아 죄송합니다 "
꾸벅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몸을 싣는데 가만히 층수 표시판을 보는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누군가의 손가락. 분명 찬열이렷다. 이를 앙물고 꿋꿋히 서있는데 이제는 다른 직원들은 신경도 안쓰이는지 내 옷을 쭉쭉 끌어당긴다. 참다 못한 내가 고개를 돌려보니 시선을 위쪽으로 돌린 찬열이가 웃음을 참느라 입을 안쪽으로 말아넣은 채 입꼬리를 올리고있었다. 저게... 참을 인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던데 그래 참아야지. 깊게 콧바람을 내쉬며 일층까지 내 인내심을 단련했다.
우리 회사가 이렇게 높았던가 하는 생각과 함께 엘레베이터에서 빠르게 내려 회사 현관으로 달려가는데 일순간 누나!!!!!!!!!!!!! 하는 외침이 로비를 가득 채웠다. 너무나도 낯익은 부름에 눈을 크게 뜨고 뒤를 돌자 막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외침의 장본인인 찬열이도 자신에게 우수수 쏟아지는 시선에 놀란 듯 몸을 빳빳이 굳히고있다가 서둘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귀에 가져다 댄다.
" 누나!! 내가 그러지 말랬지!!! "
이미 늦은 것 같은데.. 뒤늦은 상황극을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내 쪽으로 다가온다.
" 내가 먼저 가지 말랬잖아. 같이 가자고요. 좀! "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출입증장치를 막고 있는 내 등 뒤 너머로 긴 팔을 쭉 뻗어 자기 사원증을 삑, 하고 찍는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내 카드를 찍을 생각도 못하고 벙쪄있는데 찬열이는 계속 전화받는 척하며 말을 이어갔다.
" 그리고 인사는 왜 안해? 내가 창피해요? "
" ... "
" 진짜 섭섭하다 "
...
그 말을 끝으로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곤 내 손에 있던 사원증을 뺏어들어 대신 찍어주며 낮게 들릴듯 말듯 속삭인다.
" 어? 나 진짜 섭섭해 "
먼저 회사를 빠져나가는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는데 옆에서 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경비 아저씨에 어색하게 웃으며 찬열이를 따라 달려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밖으로 나오자마자 회사 뒷편 주차장으로 이어져있는 어둑어둑 인적없는 길목, 나무 아래에 서서 날 기다리고있는 찬열이의 모습이 보였다. 죄지은 사람처럼 우물쭈물 다가가자 오만하게 끼고있던 팔짱을 풀고선 말한다.
" 같은 회사 들어와서 좋아하고있었는데 이게 뭐야. 인턴으로 죽어라 들어온 보람이 없잖아요 "
" 찬열아, 누나 이해 좀 해줘. 너가 아무리 대학생 인턴이라도 근본적으로 사내 연애인데.. "
" 그래도 인사는 좀 해달라구요. 안녕 후배님? 이런거라도 좀!!! "
안녕 후배님???? ㅁ..뭐라는거야..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몸부림을 치며 앙탈을 부린다.
" 내가!!!얼마나!! 섭섭했는지 알아요?? 누나는 내 마음 이해 못!!!! 해!!! "
" 조용히 하라고 찬열아!! 제발!!! "
아직 회사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이 많은 시간임에도 으악거리며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찬열이에 미칠지경이다. 옛날에 신데렐ㄹ... 아니 사장님 아들 연애한다는 사실이 터졌을 때는 사장님 아들이라서 그런가 했는데 다른 부서에서 일반 사원들끼리 사내 연애가 한 번 터졌을 때에도 보통 놀림감이 된게 아니라 나도 조심하자 조심하자 다짐을 했건만.. 만약 이게 소문이 난다면 과장님부터 옆팀 차장님까지 날 볼 때마다... !!!!!
한 번만 더 찬열이가 소리를 치면 멱살을 잡겠다는 심정으로 두 손을 꽉 쥐는데 멍하니 내 등 뒤로 시선을 던지는 찬열이. 설마하며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얼굴은
...
다름 아닌 사장님 아들, 도경수 대리님이었다. 회사 뒷편 주차장으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나와 찬열이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도대리님은 피식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 보기 좋네요 "
... 지금 비꼬는 거 맞죠..?
" 아니 대리님 그게 아니라 "
" 아뇨, 경수형 그거 맞아요!! "
" 찬열이하고 저는 그냥 ㅊ "
" 사귑니다!!! 이 누나가 바로 우리 천사누나에요!! "
큰 키를 이용해 나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꾹꾹 누르는 찬열이에 가장 중요한 말은 모조리 뺏기고 말았다. 요란법석에 이제 회사에서 나오던 사원들의 관심이 한두명씩 나와 찬열이에게 쏠렸고 도대리님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다.
" 아, 그럼 행쇼 "
....?
그러며 다시 걸음을 옮기는 대리님. 행쇼..? 세상에 저 사람 입에서 방금 행쇼라는 말이 나온게 맞나요...? 대리님의 말에 빵 웃음을 터뜨린 찬열이는 다른 사원들이 보든 말든 날 부숴버릴 듯 껴안으며 볼에 쪼옥 진한 뽀뽀를 한다.
" 우리 이제 사장님 아들이 인정해준 공식 사내 커플이에요!!!!! "
" 좀!! 저리 가!! "
" 이제 내가 리터소프트 정식 입사만 하면 되겠다!!!! 그쵸!!!!? "
정식 입사가 제일 힘든거야!!!!!!!!!!!!!!!
다음 날 우리 팀 과장님이 어제 뽀뽀쇼 잘봤다고한 건 안비밀
한 번 소문나니까 이제 숨지도 않고 회사 내에서도 누나~ 하면서 날 졸졸 쫓아다니는 찬열이도 안비밀
*
사담 ( 필독 )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이번 편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던 천사누나 이야기 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첫만남은 도부자 8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스빈다ㅋㅋㅋ 원래는 알바하는 찬열학생이라는 부제목으로 여러편 나누려고했는데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억지로 한 편에 꾸역꾸역 다 넣다보니 생략된 이야기도 많고 그런데.. 음.. 네.. 무튼 불마크에 대한 여러분들의 화력은 잘 보았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여러분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응큼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끄러어ㅜ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큼해! 화력 깜짝 놀랫쟈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처음썻ㄴ느ㅜㄷㄴ데 나보고 수상하다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흐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우리 비회원 독자님들 기다리셨지요... 불맠.. 텍...파...
넴 불맠텍파는 메일링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조금있다가 공지사항쪽으로 진행될 예정이니 불마크 보고싶으신 비회원독자분들께서는 꼭 참여해주세용. 기간 정해져있으니 꼭 기간내로 참여해주시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가장 중요한건
나중에 번외까지 담긴 공식 텍스트 파일에는 불마크가 담겨있지 않습니다!!!!!!!!!!!!!!!!!!!!!!!!!!!!!!!!!! 기간내로 참여해주시는 분들에 한해서 추첨,선착순 따위 없이 모두 포인트 없이 불맠 텍파 보내드릴 예정이니 비회원 독자분들이시나 일반 독자분들께서는 모두 불마크 텤파 원하시면 멜링 참여해주세요!!!!!!!!!!!!!!!!!!!
그롬 뿅 저는 텍파 만들러 갑니당, 독자님들 사랑해용 사랑사랑스릉스릉!!!!!!!!!!!!!!!!!!!!!!!!!!!!!! 불맠멜링 많이 참여해주시떼~☞☜
너구리걸님/면하트님/우비님/망고님/카페알바생님/아메리카노님/정수정수연님/바닐라라떼님/굔듀님/뽑뽀님
됴됴륵님/종순이님/몽구님/복숭아님/핫초코님/첸스님/모나리자님/쀼님/2평님/맴매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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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빵님/허니님/초코나무숲님/두유님/Believer님/아퀼라님/츄파츕스님/티슈님/까꿍님/잼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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