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차기작과 도부자 메일링을 기다리시는 우리 독자님들을 달래줄 단편 프로젝트
EP1. 수호 : 오빠입니다
EP2. 세훈 : 오! 마이 로미오!
EP3. ?? : ?
오! 마이 로미오! : 이과 로미오 문과 줄리엣
Oh! My
줄리엣에게 반해버린 로미오는 친구들을 따라가지 않고 줄리엣의 정원에 숨어듭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줄거리 中
.
.
.
" 안녕 "
...
어.. 지금 이과 로미오가 나한테 한게 혹시 인사..?
화장실에서 나와 젖은 손을 탈탈 털며 교실로 돌아가는데 오늘도 우리 반 복도 창문 쪽에서 기웃거리고 있는 오세훈을 볼 수 있었다. 딱히 친하지도 않고 전에 인사 받는 것도 불편한데 먼저 인사하고 싶지도 않아 팔꿈치로 조용히 뒷문을 열자 휙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안녕,하는게 아닌가. 못들었다 치고 자연스럽게 반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노릇이었지만 눈에 띄게 딱 멈춰버린 바람에 오세훈과 마주 볼 수 밖에 없었다. 저번에 창문으로 봤을 땐 몰랐는데 이렇게 장애물없이 직접적으로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 보니까 키가 꽤나 크다. 엄청 압도적인게... 잘생긴건 둘째치고
ㅁ... 무서워..!
" ㅇ..안녕.. "
어색하게 인사를 받아주자 싱글 눈을 휘어보이는 오세훈. 더 이상 할 말은 없겠다 싶어 열린 문틈사이로 발을 한 발짝 내딛으려하자 다급하게 날 부른다.
" 잠깐, 줄ㄹ.. 아니 ○○○ "
들리는 내 이름에 반안으로 넣었던 발을 빼고 오세훈을 보긴했지만, 문뜩 드는 생각이,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ㅈ...ㅣ....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설마 내가 전국 연합 일진회에 찍힌거라던가 아니면 새로운 장난감이 되는.. 그런... 개쓰레기같은.. 분명 최대한 평범하게, 조용하게 산다고 살았는데... 부회장과 아이들에게 밉보일만한 짓을 했는지 과거를 회상해보았지만 나는 그냥 친구들이랑 또라이같이 논 기억밖에 없다.
다음부터는 또라이같이 안놀겠습니다.. 반에서 조용히 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다잡고 가만히 서있자 가까이 와서는 뒷문을 완전히 다 열어버리고 우리 반 맨 뒤에 앉아 폰을 하고 있던 남자애들 무리를 콕 찝었다.
" 쟤 좀 불러줘 "
" 쟤? "
" 어.. 저기.. 창문가 바로 옆에 앉아있는 애 "
그냥 이름 말하면 되지..
" 박준용? "
" 어어, 박준용, 그래 준용이 좀 불러줘 "
내가 일진회에 찍힌거라는 생각은 대단한 오해였다. 박준용이 찍혔구나. 저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나부터 살고봐야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얼른 박준용에게 달려가 뒷문에 무섭게 서있는 오세훈을 가르키며 너 불러, 하고 말해주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다.
" 오세훈이? 나를? "
" 어, 너 "
" ... "
박준용은 제 친구들하고 몇번 눈빛으로 대화를 주고 받더니 주춤거리며 일어나 오세훈에게 걸어갔다. 중간중간 발걸음이 꼬이는 뒷모습이 안쓰러워보인다. 평소에 오세훈이 박준용이랑 친하다는 건 몰랐는데 갑자기 이렇게 불러내고 대체 무슨 일일까하는 호기심도 들었지만 안녕 준용아~ 하고 인사하는 오세훈에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호기심은 어쩔 수 없는 법, 귀를 쫑긋 세우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고 온 신경을 복도쪽으로 곤두세우자 언뜻언뜻 들려오는 번호 이야기에 문뜩 문과 줄리엣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혹시,
혹시 문과 줄리엣이 우리 반에?
눈을 크게 뜨고 복도 창문 너머로 우뚝 솟아 아른거리는 오세훈의 실루엣을 보는데 이거 감이 오는게... 맞는 것같다. 박준용이 줄리엣은 아닐거고... 줄리엣하고 가까운 애들부터 쿡쿡 찔러가면서 줄리엣하고 엮이겠다는 건가... 그럼 내 주변에 줄리엣이..!!!!!! 내 주변에 앉아있는 여자애들을 한 번 둘러보는데 생각보다 오세훈은 치밀한 것같다. 예상보다 비상한 오세훈의 머리를 칭찬하며 입을 꾹 다무는데 속에서부터 쿡쿡 거리는 웃음이 새어나온다.
내가 우리 학교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 코딱지만큼이라도 관여를 하게 되다니 영광인데 이거, 하하하.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오세훈의 실루엣을 마저 관음하는데 다음에는 그냥 직접적으로 줄리엣이 누구냐고 물어볼까한다.
엮어주겠다고하면 말해줄지 어떻게 알아.
*
" 몰라? "
" .. 몰라.. 진짜 몰라.. "
" 왜 몰라? "
원래 얼굴조차 모르던 준용이를 복도로 불러낸 세훈이는 예상밖으로 잘 풀리지않는 연애전선에 울상을 지었다. 대놓고 물어보기에는 쑥스러워서 좀 돌아가는 방법이지만 줄리엣하고 같은 반인 애 아무나 불러서 번호를 물어보면 당연히 알 줄 알았는데... 이것들은 이제 고삼이라고 친목질도 안했나. 딱히 성질을 내고자하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미간을 찌푸리는 세훈이의 모습은 반에서 한가로이 핸드폰을 하고있다가 갑자기 불려나온 준용이를 오금이 저릴 정도로 겁주기에 충분했다.
" 진짜 몰라? "
" 몰라... 나 우리 반 여자애들 번호 다 몰라.. "
.. 뭐야 그냥 불쌍한 놈이네...하지만 준용이가 겁을 먹은만큼 세훈이 또한 간절했기에 마지막으로 물어본다는 뜻으로 준용이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주고는 꽉 붙잡았다.
" ...정말 몰라? "
" 아아아.. .아..알아가지고 올게.. "
" 알아가지고 온다고? "
" ㅇ..애들한테 물어보거나 안되면 ㄴ..내가 물어봐서라도 알아가지고 올게 "
" 진짜????????? "
알아가지고 온다는 준용이의 말에 세훈이는 활짝 웃었다. 너 정말 불쌍하지만 좋은 아이였구나!!! 감격을 먹은 세훈이는 당황한 준용이를 과격하게 껴안아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등을 두드려주었다.
" 준용아 너가 최고야!!! "
한순간에 세훈이에게 최고가 된 준용이는 기가 빨려서 대답할 수 없었다.
" 너만 믿을게 친구야!! 부탁할게, 어? 좀있다가 쉬는시간에 또 올테니까 부탁해!! "
그리고는 이과반쪽으로 쌩하고 사라져버리는데 복도 한중간에서 가만히 서있던 준용이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쉬야를 할 뻔했다. 육시럴.. 지가 물어보면 되지 왜 나한테... 무서운 새끼...
.
.
.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위해 열심히 달려 반에 도착한 세훈이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올리며 문을 열었다. 오늘도 교실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백현이와 종인이는 여자 연예인들 사진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자신만만하게 옆에 의자를 끌어다가 떡하니 앉았지만 여전히 관심을 주지않는 백현이와 종인이. 괜한 오기에 발끝으로 툭툭 백현이의 다리를 차며 관심을 끌었지만 멍청하게 무언가에 홀린듯 입을 벌리고 핸드폰만 보고있을 뿐이다.
" 야, 야 "
" 방해 노노 "
" 진짜 너무하네 "
" 그럼 너는 양파하네 "
...
아까 헤어진 준용이가 보고싶다. 세훈이가 대놓고 실망했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 제자리로 돌아가려하자 그제야 종인이 눈을 지켜올려뜨며 관심을 보였다.
" 왜 오찌질 "
.......ㅇ.. 오, 오찌질? 하, 찌질이라니...그 놈의 찌질이 소리는 고등학교 올라와서부터 도통 벗어날 수가 없다.내가 진짜 오늘 얼마나 과감하고도 대단한 일을 벌이고 왔는데...! 하지만 화내는 법을 모르는 세훈이는 아무말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제자리에 있던 의자를 뺄수밖에 없었다. 내 저것들하고 이야기 하나봐라... 서랍에서 풀다가 쳐박아놓은 적분과 통계 문제집을 꺼내 의미없이 촤르륵 넘기는데 아직도 뒤에서 히히덕거릴뿐, 줄리엣과 무슨 진전이라도 있남? 하는 일체의 관심조차 주지않는다. 하, 존나 자랑하고 싶었는데.
의리도 없는 새끼들이라며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주변이 모두 공부에 영혼을 판 애들뿐이라 그랬다간 뒤지게 욕을 쳐먹는 현실에 세훈이는 속만 부글부글 끓였다.
그래 쟤네들 노는 시간에 나는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거야. 세훈이는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고 고등학교 올라와 산 꼬질꼬질한 필통에서 샤프를 하나 꺼내 쥐다가 이내 책을 보던 시선을 허공에 놓고 딴 생각를 하기시작했다. 우리 준용이는 잘 하고 있나 궁금해서 공부도 안되네. 꽉 잡고있던 샤프를 바닥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소심하게 책상 위로 던졌다.
하지만 세훈이의 마음도 모르는 바보같은 샤프는 그만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고 어느새 껄렁거리는 걸음으로 가까이 온 종인이 떨어진 샤프를 주워건냈다.
" 왜 샤프한테 화풀이야 "
" 냅둬 "
사춘기 소년같은 세훈이의 대답에 종인이 뒤에 있던 백현이 얄미운 웃음소리를 냈다.
" 에에에에ㅔㅔㅔ에ㅔ 세후니 삐져쬬 "
" ... "
" 왜 삐지고 그램 "
" 맞아 왜 삐지고 그러냐 "
이게 친구야 원수야.
" 너네가 먼저 나보고 양파하라고 했거든? "
" 헤에에엥 누가? 종인아 너가 그랬냐? "
아니 너요 너. 일부러인지 뭔지도 모르게 오버액션을 하는 백현이를 보고있자니 세훈이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나왔다. 미친놈...
필통에서 도르르 굴러나온 볼펜을 다시 주섬주섬 넣고는 됐다~됐어~ 하며 책상에 엎드리려고하자 종인이 어어어, 하고 세훈이를 막아섰다.
" 왜 "
" 할 말 있었던거 아니었어? "
" 없어 "
" 없기는, 이 새끼 이거 입꼬리 움찔움찔 거리는게 뭐 있는데 "
" 아 없다니까 "
" 아 들어주겠다면 좀 곱게 말해라 "
...
난데없는 종인의 성질에 세훈이는 말문이 막혔다. 고등학교 일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지만 가끔가다 내는 성질은 도통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언제봐도 무섭달까. 세훈이는 뒤로 빼고 앉아있던 의자를 싹싹 끌어당겨 자세를 다소곳하게 고쳐앉고는 입을 열었다.
" 나, 줄리엣 번호 땄어 "
그리고 잠깐의 정적. 옆에서 쭈구리처럼 기웃거리던 백현이가 먼저 음? 하고 반응했다.
" 번호 땄다고? 너가? "
" 어.. 정확히 말하면 이제 딸 예정인ㄷ "
" 뭔 개소리야 이게. 그니까 다음 쉬는시간에 가서 번호를 딸 거라고? "
하.. 언어영역 공부 좀 할 걸...수학은 싫지만 태생부터 이과체질인 세훈이는 잠시 코를 긁적이며 머릿속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단어를 정리했다.
" 그니까. 내가 줄리엣 반 애한테 "
" 어 "
" 줄리엣 번호 좀 따다 달라고 부탁을 했고 "
" ... "
" 다음 쉬는 시간에, 그 애한테 줄리엣 번호를 받으러 가 "
세훈이의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아있던 종인이는 한참동안 허공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다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 그냥 애 하나 시켜먹은거네 , 외국인도 아니고 말 존나 어렵게하네 "
" 종인아 외국인 모욕하지마 "
" 미안하다 "
토종 한국인이지만 외국인보다 못한 언어실력을 검증받은 세훈이는 책을 읽기 싫어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원망했다. 엄마가 책 좀 읽으라고 할 때 많이 읽을 걸... 세훈이는 다른 사람이라면 분명 발끈할 디스에는 아랑곳않고 언제 다음 쉬는 시간이 되려나 아무런 연락없는 핸드폰을 괜히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내 폰에 줄리엣 번호가 뿅하고 추가 될 거라, 이거지...
" 야 근데 너가 직접 안따고 왜 다른 애를 시켜먹어, 시켜먹기는 "
" 준용이가 먼저 따다준다고했어 "
" 준용이가 누ㄱ... 니가 협박한 건 아니고? "
협박? 내가 그런걸 할 사람이 되나... 그런거 나도 무섭고 받는 사람도 무서운데 어떻게 해...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고개를 저어보였지만 종인이는 못미더운 눈치였다.
" 뭐 그래도 번호 땄으니까 잘해봐 "
" 당연하지 "
" 찌질이가 좀 덜 찌질이 됐네, 그래도 이왕이면 직접 좀 따지 "
종인이의 응원같지 않은 응원에 세훈이는 소녀같은 수줍은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빨리 다음 쉬는 시간이 되었으면,
*
점심시간이 되고,아침에 잠깐 들어갔다가 확인도 안해본 톡을 들어가보니 추천친구 목록에 한 명이 추가 되었다. 그 인물은 우리 엄마뻘 산악회 다니시는 모르는 아주머니도 아닌 롤 챔피언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은 초딩도 아닌, 이과 로미오, 오세훈이었다.
...
뭘까 얜?
쉬는 시간에 몰래 내 번호를 따간건 분명 제발 번호 좀 달라고, 안그럼 자기는 죽는다고 땡깡을 피우던 박준용이었는데 왜인지 오세훈이 추가되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위해 짐승같은 속도로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버리는 친구를 느릿느릿 뒤따라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꽂고걷는데, 봄이라며 학교 벚꽃 나무 아래에서 제 친구 두명과 엄청난 또라이같은 포즈로 찍은 오세훈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느낌이 쎄하다.
" 야, 빨리 내려와 "
" 알았어... "
" 뭔데, 뭐뭐, 뭘 그렇게 봐 "
" 아니! ... 아니.. 광고톡이 많이 와서 "
예고도 없이 훅 얼굴을 들이밀어 내 폰을 보려는 친구에 화들짝 놀라며 홀드버튼을 눌러 화면을 꺼버렸다. 굳이 따지고 보자면 추천친구에 오세훈이 떠있다는 것을 숨길 이유가 없지만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반응이었다고 하면 적절할까.
" 남친 생겼냐 "
" 무슨 남친이야 "
내 시큰둥한 대답에 친구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더니 그럼 됐다며 빨리빨리!! 을 외쳤다.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일초라도 급식을 더 빨리 받기위해 걸음을 재촉하자 덩달아 다급해진 나또한 여유있게 걸어가는 아이들을 뚫고 급식실을 향해 파워워킹을 했다. 오늘도 우리 학교 급식은 맛없을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줄의 앞쪽을 선점한 내 차례가 오자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급식판을 드는데 오늘 제육볶음 맵게 생겼다,라고 말을 하려던 친구가 갑자기 아 뭐야!! 하며 아연실색을 했다.
" 아 오세훈 니 왜 이렇게 나 따라다니냐? "
밥을 받으며 뒤로 머리를 빼서 누군가에게 시비를 거는 친구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내 바로 뒤에 오세훈이 서있었다. 항상 같이 다니던 변백현,김종인과 함께. 내가 대놓고 화들짝 놀라자 오세훈은 그대로 친구의 말을 씹어버리고는 안녕, 인사를 한다. 얘는 도대체 하루에 인사를 몇번이나 하는거야...
" 안녕.. "
" 요즘 많이 마주치는 것 같네 "
너가 내 앞에 많이 나타나는게 아닐까?... 으응.. 떨떠름하게 대답을 해주고 급식아주머니께 제육볶음 좀 많이 달라고 하자 오세훈이 또 말을 걸어왔다.
" 고기 좋아해? "
" 으응.. "
고기는 항상 옳아.
" 너 밥 맨날 쟤랑 같이 먹어? 너 앞에 있는 애 "
" 으응.. "
" 친해? "
" ..응.. "
그러니까 말 좀 그만 걸어.
1초가 10분같던 어색함을 견디고 된장국까지 다 받은 나는 친구를 따라 빠르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겨우 한숨 돌린 뒤 힐끔 국을 받고있는 오세훈을 보니 언뜻 눈을 마주쳤다.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젓가락을 쥐는데 아직까지 얼굴이 따끔거린다. 무섭쟈나... 내 옆에 앉으면 나는 체 할지도 모르겠..
" 옆에 아무도 없지? "
내 바로 옆에 제 식판을 놓는 오세훈. 굳이 내 옆에 누가 있지않아도 자리는 많은데...
" 그런 거 같아.. "
" 잘됐네 "
오세훈은 잘됐네 하며, 멀리서 급식판에 김치를 담는 변백현한테 여기여기, 하고 손짓을 했다. 저 놈 새끼는 맨날 밍기적거려.. 하고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궁시렁거리는 까만애의 눈치를 보니 이건 뭐, 끼리끼리 논다더니 똑같이 겁나 무섭다. 왠지 모를 압박감 말도 안하고 묵묵히 밥만 먹는데 뒤늦게 김치를 받아와 김종인 옆에 식판을 놓던 변백현이 오세훈을 보자마자 오오오올~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 세훈이 많이 컸네~ "
뭐야.. 개뜬금없어.. 눈만 굴리며 옆에 앉은 오세훈을 보자 피식피식 웃으며 된장국을 뒤적거리고 있다.
" 일 년동안 삽질만 하더니 뭐야, 존나 상남자였네 "
" 내가 할 때는 하거든 "
" 알았어, 우리 세훈이. 더 분발하도록 "
" 오케이 "
남자들의 대화는 존나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영어 듣기 평가도 아니고뭐라는건지.. 오세훈 키가 많이 컸다는 건가.. 그냥 신경을 끄고 있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아 급식판에 얼굴을 묻어버릴 듯 고개를 숙이는데 내 맞은편에 앉아 젓가락으로 손장난을 치던 친구가 입을 열었다.
" 야 오세훈 "
" 왜 "
" 줄리엣이 누구냐? "
...
내 가려웠던 부분을 긁어주듯 친구는 그러다 맞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오세훈에게 질문을 돌직구로 날렸다. 정곡을 찔린 것처럼 콩나물무침을 향해있던 오세훈의 손이 딱,하고 멈추었다.
" ... 있어 "
" 그니까, 누군데. 니 맨날 우리 반 오잖아. 우리 반에 있냐? "
" ㅇ..아 그냥 있어 "
" 찌질이 "
" ... "
" 오찌ㅈ "
" 지금 줄리엣하고 완전 잘돼가고있으니까, 나중에. 나중에 확인 해 "
줄리엣이 누군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잘되어가고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낸 나는 속으로 감탄을 했다. 나중에 확인 하라니... 자신감 쩌네.. 보통 생긴대로 얼굴 값 한다고 줄리엣은 얼마나 예쁜 애련지
" 지금 줄리엣 누구냐고 문과에서도 난리야 "
" 문과에서는 왜 "
" 너 맨날 문과 복도 오잖아 "
" 다들 나한테 너무 관심이 많네 "
나 말고 모두가 아는 사이인듯 술술 풀리는 대화 중간에 껴서 아무 말 없이 쭈구리처럼 밥을 먹다보니 어느새 먹을게 디저트로 나온 얼린 망고밖에 남지않았다. 성격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까닭에 먹는 속도를 맞춘다고 이제와서 말을 걸기에도 뭐한 나머지 젓가락으로 망고를 쿡 찍어 한 입 베어물었다.
아 이 시려, 띵해져오는 머리에 망고를 내려놓으려하는데 주르륵 힘없이 쇠젓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망고가 철퍼덕 소리를 내며 그만 바닥에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어!! 하고 소리를 내자 밥을 먹다말고 바닥에 처참하게 나뒹구는 내 망고를 바라보는 오세훈.
" 헐 존나 아깝다 "
" 요즘 망고 완전 맛있는데 진짜 까비.. "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자 망고를 잃은 내 가슴이 더 아려왔다. 내 망고... 나라 잃은 사람처럼 허망하게 망고만 바라보고있자 말 없이 있던 오세훈이 꼭 쥐고있던 내 젓가락을 가져가서는 자기 망고를 찍어서 건내준다. 생각도 못했던 친절에 눈만 동그랗게 뜨자 친절하게 내 손에 자기 망고가 꿰어져 있는 젓가락을 쥐어준다.
" 너는? "
" 나 망고 안좋아해 "
" 진짜? "
" 응, 너 먹어 "
.. 너란 아이... 착한 아이였구나...! 세상에 먹을거 양보해주는 사람 중에서 나쁜 사람은 없다고 엄청난 감동이 밀려왔다.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돼... 이번에는 절대 떨어뜨리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고 망고를 먹는데 김종인 옆에 앉아 나와 오세훈을 번갈아 보던 변백현은 난데없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키득거렸다.
" 아 진짜 어쩌면 좋냐 종인아 "
" 왜 이래, 밥 먹는데 이거 놔 미친놈아 "
" 나 진짜 부끄러워 "
" 사실 나도 "
그러더니 둘은 마음이 동한 듯 서로를 붙잡고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놀림받는 느낌이 드는 건 그냥 기분탓일까? 웃느라 시뻘개진 고개를 든 변백현은 큼큼 거리며 목을 가다듬다가 오세훈의 얼굴을 보고 다시 웃음을 빵 터뜨렸다.
" ㅋㅋㅋㅋㅋㅋㅋ나 세훈이한테 옮았나봐, 왜 이렇게 부끄럽지 "
" 됐어, 귀엽잖아 "
" 순박한 산골 소년같아 "
ㅅ..순박한? 도저히 쟤네들이 왜 웃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옆에서 제육볶음을 뒤적거리는 오세훈을 쳐다보자 금세 시선을 의식하고 물끄러미 날 내려다본다. 10분 전만 같았더라도 눈을 마주치면 금방 피해버렸겠지만 이제보니까 그렇게 무서운 애는 아닌 것 같다. 아니.. 꼭 망고를 줘서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냥.. 느낌적인 느낌? 오세훈도 시선을 피하지않다가 이내 고개를 급식판 쪽으로 휙 돌리며 말했다.
" 이해해, 쟤네들이 원래 좀 이상해 "
" .. 아니.. "
쟤네가 이상한건 변백현이 2학년 전교 부회장 후보 연설할 때부터 알아봤지..
" 왜? "
" 그.. 줄리엣.. "
" ... "
" 우리 반이야? "
내 질문에 당사자인 오세훈은 잠깐 멈칫하다 태연히 밥을 먹는데 제 3자인 변백현만 요란법석을 떨었다.
" 야 너가 진짜 뭘 모르는데 "
" ... "
" 내가 특별히 하나 알려줄게 "
" ... "
" 세훈이 사실 망고 좋ㅇ "
" 아, 밥 먹고 매점이나 갈까 "
매점이나 갈까. 하며 변백현의 말을 끊은 오세훈은 숟가락을 소리나게 손에서 놓았다. 그리고 특유의 매서운 눈빛으로 변백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아까까지만해도 나한테 망고를 줬던 애가 맞나 싶다.
"오늘 내가 싫.어 하는 망고가 나와서 입가심도 못했고 "
" ... "
" ○○○, 너도 갈래? 사줄게 "
대체 특별히 알려준다는게 뭐였을까, 입술을 비죽이는 변백현의 눈치를 보다 갑자기 내게 매점에 가자는 오세훈에 얼떨결에 ㅇ..어 하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줄리엣이 우리 반이냐는 내 질문은 자연스럽게 묻혔네...
언제 내가 오세훈하고 매점까지 같이 가는 사이가 됐지
*
줄리엣에게 과자 한 봉지를 쥐어 반으로 돌려보내고 비교적 따뜻해진 날씨에 각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있는 이과 트리오는 고삼답지 않게 잉여처럼 교내를 배회했다. 실내화라고 집에서 준비해온 아디다스 슬리퍼를 찍찍 끌던 백현이는 지나가다가 안녕하세요. 형 하고 인사하는 학생회 후배의 엉덩이를 툭툭 쳐주며 공부 열심히 해. 하고 응원했다. 그 모습을 보던 종인이는 정작 공부를 열심히 해야할 사람은 누구인데.. 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서 똑같이 백현이의 엉덩이를 팡팡 때려주고 말했다.
" 너도 공부 좀 열심히 해, 새끼야 "
" 아! 씁, 너 손 존나 맵네 "
" 그런 소리 많이 들어, 내가 왕년에 주경중학교 핫페퍼였지 "
" 지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 주경중 핫페펔ㅋㅋㅋㅋㅋ "
시덥지않은 농담으로 백현이와 종인이가 낄낄 거리는 와중에도 세훈이는 계속해서 핸드폰만 심각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곧 핸드폰에 빨려들어갈 것같이 있자 백현이 까치발을 들고는 왜,왜, 하며 깔짝거렸다.
" 왜 그래 "
" ... 줄리엣 번호를 얻었는데 "
" 축하 "
"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
뭔가 엄청난 불도저남이 된 것 같다가 다시금 찌질해지는 세훈이의 모습에 백현이는 할 말을 잃었다. 보통 할 말이 없어도 관심이 있으면 뭐해? 라던가. 괜히 한 번 찔러보지 않나?
" 근데 세훈아, 너 왜 아까 망고 싫어한다고 했냐? "
" ... "
" 너가 내 말 끊어먹고 쳐다볼 때 나 뚫리는 줄 "
" 부담스럽잖아 "
" 뭐? "
" 그냥 무턱대고 먹으라고 주면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 "
대단한 로맨티스트..! 멋있어는 보이지만 왜 과자는 무턱대고 사주었는지 이해가 안하는 백현이는 종인이에게 몰래 어깨를 으쓱거려보였다. 뭐래냐? , 몰라. 다먹은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잘근잘근 씹던 종인이 말했다.
" 그래서 고백은 언제 할건데 "
" ㄱ.. 고백? "
" 어 "
" 이제 인사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줄리엣은 나에대해 많이 모ㄹ "
" 변명따윈 필요 없다. 찌질아 "
...나쁜 새끼...
" 그냥 너가 내 줄리엣이다! 하고 고백해버려, 걔도 너 안좋아하는 것같진 않던데. 한 번 해봤잖아 "
그럼 니가 해봐. 하고 반격을 하려던 세훈이는 말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왜나하면 종인이는 정말로 아무 여자애나 붙잡고 던진 다음에 장난이야. 하면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 .. 그냥, 아직은 아닌 거 같아 "
" 무서워서? "
" 뭐가 "
" 차일까봐 "
" ... "
차마 아니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세훈이는 일년 전 로잘린에게 고백했을 때를 떠올렸다. 지금 로잘린에게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지만 차일 때만 생각하면 왜인지 눈 앞이 까마득해지는게 영 좋지 않은 느낌이다. 진짜 좋아했는데 허망하고, 숨이 턱 막히는게. 무조건적으로 받아줄거라는 생각도 안했지만 차일 거라는 생각도 안했기에 예상치못한 실연은 1년 가까이 여리디 여린 세훈이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거기다 줄리엣에게 하는 고백도 그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더더욱 겁이 날 수 밖에. 종인에게 눈치없이 깝치다가 아이스크림 막대기로 쳐맞던 백현이 낄낄 웃으며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 걔는 지가 줄리엣인 것도 모르잖아 바보야 바보 "
" .. "
" 그런데 차이길 뭘 차여 "
.
.
.
종례가 끝나고 학원을 다닌다 뻥을 쳐 야자를 뺀 세훈이는 혹시나 싶어서 문과반 복도를 지나가다 천천히 줄리엣의 반 창문 앞에서 걸음 속도를 줄였다. 안에 줄리엣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1년동안 그렇게 따라다녔는데 생각해보니 정작 직접 일구어낸건 얼마 없다. 아니 아예 없을지도. 번호도 하나 직접 물어보지못해 다른 애에게 도움을 받았고 지금까지 기껏 해준게 오늘 망고 주고 과자 사주고. 대체 나는 일년을 따라다니면서 뭘한걸까?
아직까지 로잘린에게 받은 상처 그거 하나 잊지 못하고, 분명 나보다 더 많은 상처를 입은 사람은 많을텐데 나는 고작 한번 가지고 지레 겁을 먹고.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복도창문을 심각하게 바라보던 세훈이는 그동안 부정해왔던 찌질이라는 별명이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어울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긴 맨날 뒷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고 몰래몰래 얼굴만 봤는데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게 더 이상하지.
학교를 빠져나가느라 시끌벅적한 아이들 사이, 복도 한중간에 우뚝 솟아있는 세훈이는 발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나는 줄리엣을 잘 알고있는데 줄리엣은 날 잘 모르겠지. 그야 인사를 시작한 것도 정작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 나는 1년이 넘도록 알았는데 줄리엣는 날 3주정도는 알고지냈을까. 이거 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줄리엣이 자신이 줄리엣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나는 지난 일년간 삽질만 한 것일까?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이라고 했는데 표현이 아닌 그냥 애정이었네.
앞으로 어떡해야할까. 고민에 빠진 세훈이 겨우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흐릿한 창문 가까이 투덜거리며 다가오는 누군가의 실루엣에 다시금 시선을 창문에 꽂았다.
*
줄리엣은 로미오가 듣고 있는 줄 모르고 자신의 마음을 독백으로 털어놓았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줄거리 中
.
.
.
" 오세훈이 너한테 관심 있다는 거 맞다니까? "
" 뭘 맞아 맞기는, 걔가 날 어떻게 알고 "
친구와 나란히 청소 당번이 된 나는 빗자루로 열심히 바닥을 쓸며 친구에게 대꾸를 해주었다. 점심시간에 오세훈이 과자를 사주고나서부터 계속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댄다. 솔직히 나도 오세훈이 카톡 친구 추천에 뜬 거 보고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긴했다만 혼자 너무 설레발치는 것 같아 자제하고있었는데 친구라는게 거기다 기름을 붓는다. 다른 아이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웅얼거리며 대답을 하자 맞다니까!!!!!하고 크게 외치는 친구
" 조용히 해!! "
" 맞아 맞아, 맞다고!! 망고를 너한테 준 걸 보면 심상치 않아 "
" 망고 싫어한다고했잖아 "
" 아니야!! 걔 일학년 체육 대회 때 망고주스 먹는거 봤단말이야 "
그걸 어떻게 아직까지 세세하게 기억해!!! 구라치고 있네!!!!!!! 조용히 하라는 뜻에서 빗자루로 확마, 하고 위협하니 아 진짜 줄리엣년.. 하고 궁시렁거린다. 분명 오세훈은 지금 줄리엣이랑 완전 잘되어가고있다고 했고. 나랑은 잘되기는커녕 그냥 인사만 하는데 무슨... 애써 설레발을 꾹꾹 누르며 바닥에 한주먹 모인 먼지를 쓰레받기에 싹싹 쓸어담았다. 이제 내 역할은 끝난듯 싶어 반을 한 번 쭉 둘러보자 교탁에 서계시던 선생님께서 콜록콜록 두어번 기침을 하시더니 창문 좀 싹 다 열자. 하고 외치셨다.
" ○○야, 복도 창문도 좀 열고, 어차피 여기 방과후 있으니까 그대로 둬도 돼 "
선생님의 말씀에 네에, 성실하게 대답을 하고 복도 창문 쪽으로 가자 나를 도와 옆에서 창문 잠금 고리를 푸는 친구는 여전히 줄리엣 음모론을 제기했다.
" 아 좀 조용히 하라고!! 괜히 다른 애들 들으면 오해해!! "
" 너 아니면 오세훈이랑 인사하는 여자애 없다니까? "
...
정말? 나 아니면 오세훈이랑 인사하는 여자애가 없다는 말을 듣자 기분이 묘하다. 정말?? 곁눈질로 달그락거리며 창문 잠금 고리를 푸는 친구를 훑다가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 인사야 뭐.. 인사가 별건가.. "
" 뭐? "
" 아냐 "
싱겁게 대답을 해주고 과감히 창문을 여니 시야를 가득 채운 누군가에 고개를 들자 여기가 마치 제 고정석인 듯 오세훈이 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얘는 또 왜 여기에 있는가. 관음증이라도 있ㄴ.. 아니 나하고 친구가 한 말을 들은 건 아니겠지... 멍하니 시선을 마추고있던 나는 어색함을 깨기 위해 억지로 하하 웃으며 안녕, 하고 인사를 건냈다. 하지만 원래는 항상 먼저 인사를 건내주던 오세훈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들었나.
머릿속으로 바쁘게 변명거리는 찾는데 비스듬히 주머니에 손을 꽂고있던 오세훈이 몸을 제대로 세우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
" 안녕 "
" ... "
" 줄리엣 "
더이상의 트라우마는 다메요! 이과 로미오 오세훈 X 너 줄리엣 맞아. 문과 줄리엣
*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요즘 조금씩 연재텀이 길어지고, 재미또한 반감되고있다......라고 느끼시는 독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한가지 전해드리고자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본래 인스티즈 라는 사이트에서 강남 사는 도부자로 처음 팬픽이란 것을 써보고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어쩔 땐 하루종일 글 쓰는 생각만 하고 그럴 때가 있었는데 어느 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3월달이 시작되면서 저또한 디자인이 본업이다보니 작업량도 많아지고 글에 할애하는 시간은 줄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재텀이 길어지게되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차기작을 계획하고 도부자를 전체적으로 검토하면서 텍스트 파일을 만들던 도중 꽤 오랜시간 전에 계획해두었던 퓨전사극물이 눈에 띄면서 욕심이 나더라구요.
사극물은 2014년 2월달 중반에 제 개인 블로그에서 남몰래 계획한 스토리이고 그 당시 꽤나 정성을 들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비공개로 남았지만요.
당시에 사극물을 쓸만한 역량이 되지못한다고 생각해서 차마 연재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대로 버려두기에는 아까운 스토리라 굉장히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여전히 저는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하고 또 쓰는 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장르를 좋아하지않는 건 아니니까요.
스토리 수정을 몇번 거치다보니 주변에서 연재 권유가 꽤 들어와 저는 미리 계획해둔 사극을 함께 연재하려합니다. 제본까지 예상하고 있는 글이구요.필명은 인스티즈에서 사용하는 [Richter] 라는 필명과는 전혀 다른 필명으로 연재할 계획입니다. 아무래도 작가의 개인블로그와 인스티즈를 분리해야한다는 것이 중요한 규칙이고 제가 인스티즈에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곳 글잡담에 두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왜 인스티즈에서 연재하지않고 개인 블로그에 쓰냐고 하신다면 이유 중 하나가 초록글 순위 제도 때문이라고 해야할까요. 제가 아끼는 스토리인만큼 호응을 얻지못하고 그대로 그저 그런 글로 남게된다면 혼자 우울해지고 이 글은 정말 아닌가. 하는 터무니 없는 자괴감에 빠질 것 같아서 딱 저만의 공간에 글을 쓰려고합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글을 연재한다고 해서 인스티즈 글잡담을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알려드리는 이유는 연재텀이 길어지는 부분의 뒷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라는 걸 설명해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계속해서 인스티즈 독자 여러분들께서 [Richter]라는 작가를 통해서 재밌는 글을 접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너구리걸님/면하트님/우비님/망고님/카페알바생님/아메리카노님/정수정수연님/바닐라라떼님/굔듀님/뽑뽀님
됴됴륵님/종순이님/몽구님/복숭아님/핫초코님/첸스님/모나리자님/쀼님/2평님/맴매맹님
꽯뚧쐛뢟님/이웃집여자님/제인님/베이비파우더님/데후니님/안녕님/안열님/랭거스님/6002님/사랑둥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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