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차기작과 도부자 메일링을 기다리시는 우리 독자님들을 달래줄 단편 프로젝트
EP1. 수호 : 오빠입니다
EP2. ?? : ?
EP3. ?? : ?
오빠입니다 : 복학생과 계피 사탕
사탕 두 개
미네랄 소금 사탕.
빌어먹을 미네랄 소금 사탕만 집에 한가득이다. 고삼이니까 피곤할 때 먹으면 좋다나 뭐라나. 그 후로 계속해서 미네랄 소금 사탕까지 추가해서 주는데 나 생각해주는 건 정말 고맙지만 마음같아서는 한꺼번에 다 까서 아저씨 입에 우겨넣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자꾸만 내 책상 위에 늘어가는 사탕들을 보고 엄마는 도대체 어디서 할매같은 사탕들만 들고오냐고하는데 솔직히 나도 정말 곤란하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안먹지, 또 주는 사람 성의가 있는데 버리기도 뭐하지.
자기 전 가방에 넣어두었던 사탕들을 빼서 책상에 올려두니 이대로 가다간 내 방에서 한약방 냄새가 날 날이 머지 않은 듯하다. 계피 냄새에 홍삼 냄새에... 이런 사탕을 먹어서 한송대를 간 건가. 딱봐도 먹으면 겁나 지혜로워질 것 같은데...
" 딸, 내일 토요일이라고 늦게까지 깨있지말고 빨리 자 "
책상에 턱을 괴고 멍하니 사탕을 내려다보는데 갑자기 엄마가 방 문을 벌컥 열었다.
" 알았어, 이제 자려고 했어 "
" 너는 애가, 엄마가 사탕 그만 가져오라고 했지 "
" 내가 가져오고 싶어서 가져오는게 아니야 "
" 그럼 누가 이 사탕 안가져가면 죽인다고 협박하디? "
...
그 아저씨가 죽인다고 협박은 안했지만 사탕을 매몰차게 거절하거나 버려버리면 내 마음 속 그린벨트에 살고있는 착함의 요정이 죽는달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사탕을 한쪽 구석에 쓱쓱 밀어넣으며 말했다.
" 옆집 아저씨가 준거야 "
" 옆집 아저씨? 그 집 바깥 양반이 너한테 왜 사탕을 줘 "
" 아니! 대학생 있잖아 준면인가 뭔가하는 아저씨 "
" 너도 참 이상하다, 준면이가 왜 아저씨야 "
" 군대 갔다오면 나한텐 아저씨야. 무튼 그 아저씨가 맨날 나만 보면 사탕을 주는거야. 또 사탕이 청포도 사탕같은거면 몰라!!! 이런 것만 준다니까? "
" 기지배가, 줬으면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오면되지 "
그래서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왔더니 엄마가 왜 가져오냐며!!!!!! 마치 영원히 끝나지않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대화를 멈추기 위해 으휴! 소리내어 한숨을 쉬고 주섬주섬 침대에 누웠다.
" 근데 준면이가 왜 너한테 사탕을 줘, 보니까 하루,이틀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
" 몰라, 내가 저런 사탕 잘먹게 생겼나보지 "
" 아냐. 엄마가 보기에는 준면이가 너한테 관심있는거 같아 "
" 뭔소리야. 그 아저씨가 나한테 관심있으면 감옥가야지. 아청법 철컹철컹 "
" 너도 이제 일 년만 있어봐. 벌써 민증도 나왔으면서 "
그러면서 엄마는 아빠한테 준다며 많고 많던 사탕을 양손 가득 쓸어담는다. 갑자기 책상 위가 휑하니까 내가 먹을 것도 아니면서 괜히 아깝기도하고.. 이불을 코까지 덮은 채 눈만 빼꼼 내밀고있는데 이내 바닥에 떨어진 사탕 하나까지 주운 엄마가 불을 끄며 얼른 자, 하고 나가버린다.
그 아저씨가 나를 얼마나 봤다고 좋아하기는 개뿔을 좋아해.. 근데 또 저번에 내가 학교 갈 때 뭐라고했었지? 뭐 오후에 비온다는데 자기 마음에는 볕든다고? 그런 미친 소리를 하는 건보면... 설마... 정말 설마하는 마음에 충전기를 꽂아두었던 핸드폰을 이불 속으로 끌어당겼다. 어둠 속, 눈을 찌르는 핸드폰 불빛에 온갖 인상을 쓰며 초록창에 [ 남자 계피사탕 ]을 쳐보았다.
남자가 계피사탕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심각하게 초집중을 하며 본 검색 결과, 8할을 차지하고 있는 답변이 계피 사탕 3개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빨간마스크가 무서워한다는 이야기 뿐이다.그렇구나! 빨간 마스크한테서 나를 보호해주려고 그랬ㄱ.
이런 염병할. 됐다 됐어. 내가 초록창에 뭘 기대하겠니. 승질머리가 난 나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허공에 발길질을 했다.
빨간 마스크고 복학생 아저씨고 다 짜증나 죽겠네,무슨 조선시대 때 이야기를 하고 있어.. 에이씨 우리 옵하들 이번에 새로 나온 티져나 보고 자야지
.
.
.
" 딸!!! 일어나!! 아침 먹어!!! "
...
" 일어나!! "
" ㅇ.. 아.. 제발.. 나중에 먹을게 "
어제 우리 오빠들이 너무 잘생겨서 짤줍하느라 못잤단 말이야... 잠결에 웅얼웅얼 내가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를정도로 목소리를 뭉개자 아휴! 어제 뭐하다 잤어!! 하며 핀잔을 주는 엄마. 그래도 여전히 일어날 생각을 안하자 깨우길 포기하고 적당히 자라며 다시 방을 나가버린다. 그렇게 평화로움을 되찾은 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리고 아주 깊게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 우리 오빠들이 나 와 ㅆ... ㅇ... ㅡ...
" 안녕 ○○야 "
...
난데없이 보이는 옆집 아저씨의 모습에 나는 평소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츄리닝보다는 훨씬 차려입었지만 왠지 더 복학생 같은 모습에 주춤거리는 것도 잠시. 아, 기다려봐. 하면서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아저씨. 또 계피사탕이나 주겠지. 시큰둥하게 서서 기다리고있는데 작은 주머니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건
" 자 오늘은 "
" ... "
" 대왕 계피 사탕이야 "
아저씨 얼굴 두 개를 합친 것만한 계피 사탕이었다. 와씨 이게 뭐야.... 입을 쩍 벌리고 대왕 계피 사탕을 받아드는데 또 기다려보라며 작은 주머니에서 또 무언갈 꺼낸다.
" 이건 대왕 미네랄 소금 사탕 "
" ... "
" 이건 대왕 홍삼 사탕 "
저 작은 주머니가 도라에몽 주머니라도 되는지 미친듯이 쏟아져나오는 대왕 사탕들을 품에 가득 안는데 크기가 크기인 만큼 무게를 주체못하겠다. 품에서 탑처럼 쌓여있는 사탕들을 안고 그만 그만 주세요!!! 하고 목청이 터져라 외쳤지만 아저씨는 들리지도 않는지 계속 사탕을 꺼낸다.
그만 달라고!!!!!!!!!!!!!!!!!!!!!!!!!!!!! 괴로움에 울상을 짓는데 아저씨가 검지를 하나 펴보이며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려보이며 말을 했다.
" 이제 마지막. "
" 그..그만 "
" 이번에는 대왕 ... "
그만!!!!!!!!!!!!!!!!!!!!!!!!!!!!!!!!!!!!!!!!!!!!!!!!!!!!!!!!!!!!!!!!!!!!!!!!!!!!!!!!!!!!!!!!!!!!!!!!!!!!!!!!!!!!!!!!!!!!!!!!!!!!!!
!!!!!!!!!!!!!!!!!!!!!!!!!
그리고 번쩍. 눈을 뜨자 내 방 천장이 눈에 들어찬다. 아 슈발 꿈... 뭐 이런 병신같은 꿈이 다있어... 당장이라도 내 품에는 아저씨가 준 대왕 사탕들이 있을 것 같은데 다행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 생생해서 그만.. 악몽인듯 악몽아닌 꿈에 잠이 싹 달아나버린 나머지 가만히 침대 위에 앉아있는데 꼬르륵 배가 울린다. 이게 다 엄마가 깨워서 그래... 우리 오빠들이 나올 수 있었는데 어쩌다 꿈이 꼬여가지고..
썩 좋지않은 기분으로 아침을 맞은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시체마냥 방문을 열었다. 음, 오늘 아침은 뭘ㄱ
" 어, 안녕 "
.. 생각지도 못한 아저씨의 얼굴에 나는 그대로 방문을 닫아버렸다.
....
뭐지? 뭘까????????????????????????? 아까 전 꿈이 예지몽인걸까? 나한테 대왕 계피 사탕을 주려고 온걸까??????? 안그래도 까치집인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는데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덜컥 문고리를 잡는 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난 서둘러 아저씨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고리를 꽉 잡고 문에 몸을 기댔다.
" ○○야, 오빠야 "
" ... "
" 인사는 해야지 "
" ㅇ..안녕하세요!!!!!!!!!! "
지금 인사할 상태가 아니란말이에요!!!!!!!!!!!!!
" 에이, 얼굴은 보고 해야지 "
" ㅈ..잠깐만요!!! "
문에 완전히 등을 기대고 눈꼽을 떼는데 생각해보니지금 나는 머리도 산발에다 옷도 목 늘어난 티에 꼬질꼬질한 수면바지까지 풀장착한 흉물스러움의 만렙 상태였다. 저 아저씨는 왜 갑자기 찾아와서는..!! 마음같아선 문을 아예 잠궈버리고 나중에 보자고하고 싶지만 하필 이런 상황일 때 내 마음도 모르는 바보같은 방광년은 가득 찼다며 위험 신호를 보낸다. 다리를 베베 꼬며 이를 악무는데 자꾸 문고리는 덜컥거리면서 재촉하는 아저씨.
" 왜 그래, 어디 아파? "
얼굴이 아픕니다 얼굴이!!!!!!!!!!! 아랫입술을 꽉 물고 최대한 참아보려고 했지만 한계치에 다다르고만 나는 에라 모르겠다 문을 벌컥 열고 럭비선수 마냥 바로 앞에 있던 아저씨를 밀치고 화장실로 냅다 달렸다.
흐아아아ㅏ아ㅏㅏㅏㅏㅏ아아ㅏ!!!!!!!!!!!!!!!!!! 비키세요!!!!!!!!!!!!!!! 위험합니다!!!!!!!!!!!!!!!!!!!!!!!!! 내 얼굴이 위험해요!!!!!!!!!!!!!!!!!!!!!!!!!!!!!
*
기분 좋게 일어난 아침, 부녀회일로 옆집에 놀러간다는 어머니를 따라 온 준면이는 평소 좋아하는 귀여운 옆집 학생에게 인사를 하려다 강력한 어깨빵을 맞는 불상사를 당했다. 폭주 기관차처럼 자신을 밀고 화장실로 들어간 학생의 뒷모습만 얼빠진 표정으로 쳐다보던 준면이는 이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막 자고 일어났나, 머리가 완전 산발이네.
" 준면아, 거기서 뭐해. 와서 앉아 "
" 아, 네 "
가만히 서있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성실히 대답을 하고 거실에 마련된 테이블로 향하는데 쇼파를 보니 아직까지 제대한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그 때 진짜 계속 말 걸고 싶었는데 핸드폰에 있는 가수들 사진 보느라 귀찮아하는것 같아서 제대로 말도 못해보고. 준면이가 여전히 시선을 화장실 문에 둔 채 자리에 앉자 본격적인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딸이 이제 고삼 맞나? "
" 그래, 야자다 뭐다 하고 밤 늦게 들어오는데 요즘 하도 세상이 흉흉하니까 걱정돼 죽겠어 "
" 으이, 거기다 아무래도 여자애니까. 저기 2동에서는 성폭행 일어났다며 "
" 그렇다고 고삼인데 야자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
그 말에 조용히 앞에 이쁘게 놓여진 롤케익을 포크날로 자르려던 준면이의 손이 멈칫했다. ... 저번에 우연히 밤산책을 하다가 만난 적이 있는데 그렇게 깜짝 놀란 이유가..
' 완전 깜짝 놀랐잖아요!!!! 아... 진짜.. 심장 떨어질뻔 했네 '
' 아니 나는 그냥.. 너 보이길래.. '
' 인기척 좀 내요! 무슨 바닥을 슬라이딩해서 다니나 '
무서워서 그런거구나. 하긴, 생각해보니 무서울만도 하겠다. 어두컴컴한 동네에서 난데없이 어깨를 잡았으니. 어깨를 잡고 나쁜짓을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찔린 나머지, 준면이는 포크를 놓고 계속해서 화장실 문만 바라보는데 어느새 이야기는 이제는 자신과 거리가 멀어진 공부 이야기로 넘어갔다. 애가 화장실 변기에 빠졌나, 왜 안나오지.
" 그럼 공부는 잘하고있어? "
" 모르겠어, 시험만 보고 들어오면 죽을상을 하고 들어오는데, 내가 욕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미안해서 못 물어보겠어 "
" 그래도 대학은 가야지 "
" 당연히 대학은 보내야지.. 준면이같은 애였으면 내가 걱정도 안하고 얼마나 좋아.. "
" 어후~ 무슨, 나도 우리 아들 뒤치닥거리하느라 죽을 뻔했어 "
군대도 갔다온 아들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준면이는 하하 멋쩍게 웃으며 자신의 팔뚝을 문질렀다. 저번에 책 떨어뜨린거 주워주면서 언뜻 보니까 아예 공부를 안하는 것 같지는 않던데, 뭐 애초에 공부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애였다면 책을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겠지만.
" 준면이는 공부 어떻게 했어? 노하우 같은 거 없어? "
" 노하우라뇨. 전 그냥 선생님들께서 시키시는 대로만 했어요 "
" 그러지말고 우리 ○○한테도 조금 알려줘 "
사실 군대 가기 전까지만해도 용돈벌이 삼아 과외를 뛴 경력이 있는 준면이였다. 그래서 더더욱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으니 슬금슬금 입꼬리가 올라갈 수 밖에. 대놓고 웃을 수는 없으니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넣으며 꾹 참자 그 얼굴이 싫은 얼굴처럼 보였던건지 과외비가 필요하냐며 50부터 통크게 제시하신다.
" 아뇨, 어떻게 과외비를 받아요 제가 "
" 준면아, 아줌마가 좀 부탁할게. 우리 딸은 운일대라도 가야할텐데.. "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돌아와 복도에서 샌드위치와 함께 어슬렁거리며 기다리다가 겨우겨우 하루에 한 번 마주치는 것도 모자랐던 준면이는 속으로 올레를 외쳤다. 안그래도 공부하다가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지만 대체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건지 지금까지 한 번도 질문을 받아본적이 없었는데. 과외비는 필요 없으니 그럼 날짜는 언제언제로 정할까요. 하고 말을 하려는데 때마침 화장실 문이 열렸다.
아까보다 뽀얘진 얼굴로 멀뚱히 서있는 아이를 보던 준면이는 다시 수줍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 안녕 "
*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자마자 거실에 있던 우리 엄마, 옆집 아주머니, 준면이 아저씨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향했다. 시선공포증에 순간 당황한 내가 가만히 서있자 아저씨가 다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준다.
" 안녕 "
" .. 안녕하세요 "
인사를 받아준 후 아까보다 훨씬 가벼운 방광과 여유로워진 발걸음으로 내 방에 가려는데 아저씨가 우리 엄마한테 잠깐만요. 하더니 내 뒤를 졸졸 따라온다.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방문을 열려던 손을 멈추고 왜요. 하고 뒤를 돌자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 공부 안힘들어? "
" 공부가 어떻게 안힘들어요 "
" 그래? 그래서 말인데 "
...
혹시 대왕 미네랄 소금 사탕을 주머니에서 꺼내며 이거 먹으면 괜찮아질ㄱ
" 앞으로 오빠가 공부 좀 도와주려고 "
...
대왕 골치거리다!!! 대왕 골치거리가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할 말을 잃은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니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기만 한다.
" 됐ㄱ.. 아니 저는 정말 괜찮거든요? "
" 어머니께서 특별히 부탁하셨는데.. 응? 우리 같이 한 번 잘 해보자 "
뭘 잘해봐!!! 혼자 하세요!!!! 경악을 하며 거실에 있는 엄마를 쳐다보니 마치 해냈다는 듯 뿌듯한 표정을 짓고있다. 엄마는 왜 쓸 때없는 소리를 해서!!!!!!!!!!!! 세상에 공부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왜 이 아저씨야!!!! 울망울망한 눈빛을 보내는 아저씨 얼굴을 억지로 밀어내는데 진짜 고역이다. 불굴의 의지로는 뒤지지 않는 나는 아저씨의 빈틈을 노려 재빨리 방문을 열고 몸을 숨겼지만 아저씨도 지지않겠다는 듯이 닫지 못하게 있는 힘껏 문을 꾹 민다.
문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틈새로 조곤조곤 말을 걸었다.
" 으즈쓰... 저는 괜찮다구요... "
" 어머니께서 네 대학때문에 걱정이 많으시던데 정말 괜찮아? "
" 인강도 있고, 저희 학교 선생님들도 좋아요~ "
" 그래도 나만할까. 잠깐만, 정말 잠깐만 이거 열고 이야기 좀 하자. ○○야 "
무력전쟁을 끝내고 평화 협정을 시도하려는 아저씨에 여전히 잔뜩 힘이 들어간 몸을 기댄채 문틈 사이로 눈만 빼꼼 내보였다.
" 무슨 이야기요 "
" 사탕줄까? "
" 아 됐고, 할 말만 해요!! "
" 알았어, 우리 제대로 얼굴 보고 이야기 하자. 문 좀 열어줘 "
아저씨의 말에 어쩌지 하며 고개를 돌려 내 방을 보는데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다. 이불은 이리저리 엉켜가지고 사람 한 명이 안에 드러누워있는 것같지 책상 위에는 풀지도 않은 문제집들이 산처럼 쌓여있지 꾸민다치고 사뒀던 화장품들은 널려있지... 이건 진짜 우리 아빠한테도 안보여주는 모습인데..금방이라도 천리안을 쓸 것처럼 유심히 내 방 안을 들여다보는 아저씨에 얼른 문을 닫아버리고 말했다.
" 옷 좀 갈아입고 제가 나갈게요 "
지금 이 꼴로 옆집 아주머니 보는 것도 조금 아닌 것 같으니까. 알아들었다는듯 아무 대답없는 방문너머에 빠르게 트레이닝복을 찾아 방 여기저기를 들쑤셨다. 아무리 복학왕 옆집 아저씨라지만 이런 꼴을 보였다는 상황이 너무 창피하다. 거기다가 아침에 막 자고 일어난 꼬질꼬질한 모습까지 보여줬으니..
곧 죽을상으로 옷을 찾던 나는 구석에 박혀있던 트레이닝복을 겨우 찾아 입은 후 살며시 다시 문을 열었다. 문 앞에서 조용히 서서 기다리고 있던 아저씨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화색을 한다.
" 이제 이야기 할 마음이 좀 생겼어? "
" 생겼는데, 아저씨랑 공부 할 마음은 안 생겼어요 "
" 왜, 근데 너 또 아저씨라고 하네 "
참 나 아저씨를 아저씨라고 하지.. 뒤에서 제대로 닫지 않아 슬그머니 열리려던 내 방문을 세게 닫고 아무 말 없이 주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 왜 나랑 공부하기 싫어? 어? "
" ... "
" 내가 싫어서 그래? "
아침으로 뭘 먹을까 냄비와 냉장고를 뒤적거리는데 계속해서 날 따라 다니며 왜에, 하고 묻는 아저씨.
" 아니면 오빠가 공부 못가르칠까봐? "
" ... "
" 열심히 준비해올게 "
" 아저씨 "
" 이거 봐, 또 아저씨래 "
하도 먹을게 없어 냉장고를 뒤적거리던 나는 한 켠을 차지하고있던 텅텅 빈 우유곽을 꺼내들며 성질을 냈다. 아니 애도 아니고 왜 이렇게 재촉해. 보통 학생들이 선생님따라다니면서 제발 알려주세요. 하지 선생님이 학생 따라다니면서 제발 가르칠 수 있게 해줘. 하는 경우는 없지 않나?
에이씨 근데 왜 빈 우유곽은 냉장고에 계속 쳐박아두고 난리, 사와야겠네. 좀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빈 우유곽으로 통, 소리 나게 아저씨 팔뚝을 때린 후 탁자 의자에 걸쳐두었던 엄마의 얇은 점퍼를 대충 입었다. 나갈 채비를 하자 거실에 있던 엄마는 어디 가냐며 물었고 나는 무성의하게 슈퍼, 하고 대답했다.
" 슈퍼에는 왜~ "
" 우유 사러 "
" 엄마 점퍼 주머니에 돈 있으니까 그걸로 사 "
오, 하며 점퍼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진짜 만 원짜리 한 장이 나온다. 우유 사러간다지만 진짜 우유만 딱 사고 올 내가 아니지. 급 기분이 좋아진 나는 계속 오빠랑 공부하자. 하며 징징거리는 아저씨를 무시하고 밖까지는 안따라오겠지라는 생각으로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끈질기게 달라붙는 아저씨는 재빨리 현관까지 따라와 신발을 구겨신는다.
" 어어, 오빠랑 같이 가자 "
" 아 그냥 여기 있어요 "
" 안돼, 요즘 동네 위험하다고 아주머니께서 걱정하시더라 "
또 따라오면서 왜 오빠랑 공부하기 싫은건데~ 공부하자~ 공부~공부공부공부공부겅부겅부겅부!!!!!!!!!!!!!!!!!!!!!!!! 그 놈의 공부!!!!!!!!!!!! 공부하자고 하겠지!!!!!!! 누가 한송대 아니랄까봐 공부 소리는 더럽게 해요!!!!!!!!!!
작게 한숨을 쉬고 집을 나선 내가 먼저 엘레베이터 앞으로 가 버튼을 눌러놓자 생각보다 조용히 내 발에 맞춰 나란히 선다. 그리고는 기웃기웃 대놓고 내 얼굴을 쳐다보는데 이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 왜요 "
" 아니 "
" ... "
" 사탕 먹을래? "
아까 분명히 됐다고 했는데.. 이렇게 먹어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지. 무뚝뚝하게 손만 내밀자 눈을 반달로 휘어보이며 사탕을 한 움큼 쥐어준다. 대왕 계피 사탕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거기다 레어템인 호박엿도 있겠다 막 도착한 엘레베이터에 타면서 엿을 까먹는데 내 그런 모습을 뿌듯한 표정으로 보는 아저씨.
" 맛있어? "
... 그나마 이 호박엿이 제일 괜찮아서 먹는건데.. 차마 잔뜩 기대하고 있는 인간에게 그냥 그래요. 라고 대답 할 수는 없는지라 네.. 하고 작게 대답했다.
" 고삼 생활은 괜찮아? "
" 아뇨 "
" 야자 끝나고 보니까 많이 힘들어 보이더라 "
그걸 아는 사람이 왜 물어봐. 연신 시시콜콜한 대화를 건내는 아저씨의 말에 단답만 해주며 아파트를 나오는데 멀지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는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눈에 띈다. 저 당차면서도 금방이라도 날아갈거같은 양아치같은 실루엣은..
요즘 한창 우리 고등학교에서 핫한 이과 도련님 오세훈이다. 1학년 때만 해도 같은 반이어서 맨날 마주치다가 또 2학년 때 과 갈라지면서 얼굴도 못보다가 3학년 들어서 갑자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문과반에 자주 나타나는 신출귀몰한 녀석. 같은 반이었을 때 가끔 시덥잖은 넝담도 했던 사이라서 내심 반가운 마음에 어, 하고 보니 발 앞에 웬 강아지 한 마리를 몰고 다닌다.
... 뭐하는거지? 보통 견주들이 강아지 산책 시킬 때 강아지는 풀어놓고 자기는 핸드폰 보면서 걸어다니나..? 가장 좋은 해답은 직접 물어보는것일 것같아 이과 왕자! 하고 부르니 귓등으로도 안쳐듣고 꿋꿋이 핸드폰에 시선을 꽂고 걸어온다.
" 야 오세훈!!! "
목청을 높이자 그제서야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나를 본다. 옆에 있던 아저씨는 친구야? 하고 물었다.
" 네, 같은 고. "
" 잘생겼네 "
씁쓸한 표정으로 오세훈의 미모를 칭찬하는 아저씨를 뒤로하고 오세훈에게 가서 하룽 하고 인사를 하니 재수없게 어, 하고 받아준다. 오세훈이 내게 가까이오자 앞에 몰고오던 강아지는 해맑은 얼굴로 내 주위를 빙빙 돈다.
" 뭐야 이 강아지? "
" 우리 누나 개 "
" 너네 집 개면 개지, 너네 누나 개는 또 뭐야 "
" 그런게 있어 "
그 자리에 쭈그려앉아 하얗고 퐁실퐁실한 강아지와 손장난을 하는데 무덤덤하게 날 내려다보는 오세훈은 지 혼자 무언가 쪽쪽 빨고있다.
" 뭐 먹냐? "
" 츄파츕스 "
" 미친 나도 줘 "
" 이게 마지막이야 "
" 웃기지말고 내가 니 주머니 뒤지기 전에 줘 "
벌떡 일어나서 간절하게 손을 내밀자 내 말에 그만 좀 먹으라며 궁시렁 거리면서도 주머니에서 자신의 온기에 뜨뜻하게 데워진 사탕을 준다. 오예 득템. 받자마자 먹는게 예의라고 신나게 껍질을 까서 사탕을 입에 넣는데 오세훈네 강아지가 아직도 내 발밑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 야 너네 집 강아지, 주인보다 내가 더 좋은갑다 "
" 내가 주인아니라고. 누나년 개야 "
" 말하는 꼬라지하고는, 누나년이 뭐야 누나년이 "
" 이것도 다 누나년 때문에 나온건ㄷ.. 어 저 개ㅅ, 아니 덕수야!!!!!! 어디 가!!!!!! "
계속해서 누나년,누나년하던 오세훈은 갑자기 저 멀리 주차장 쪽을 향해 뛰어가버리는 강아지에 화들짝 놀라며 덕수야!! 하고 쫓아간다. 어휴.. 작명센스 봐라.. ㅉㅉ.. 저 귀여운 강아지한테 덕수라니.. 땅콩이 이런걸로 해도 모자란데.. 조그맣게 혀를 끌끌 차자 여지껏 대화에 끼지도 못했던 아저씨가 이제서야 한마디 한다.
" 너 남자친구 없다더니 "
" 없어요 "
" 그럼 저 앤 뭐야 "
..남자 사람 친구...? 아니 친구도 붙이기 좀 그러면 그냥 조금 아는 남자 사람? 아저씨의 물음에 멀뚱히 서서 생각하는데 갑자기 왜 이딴 걸 묻는지 모르겠다. 내 남자친구도 아니고
" 아 그냥 아는 애에요. 아저씨가 지금 남친 만들면 대학 못간다면서요 "
" 그렇지 "
" 저 대학 갈 거거든요, 대학가서 미팅도 하고 다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 미팅도 하고 다 한다고???? "
미팅도 하고 다 한다고? 하며 되묻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아파트 단지 내를 울렸다. ㄲ.. 깜짝이야..
" 왜요!! "
" 너 그럴려고 대학가는 거야? "
" 어차피 대학 가면 다 하는 거잖아요!! 아저씨는 안해봤어요? "
" 또또 아저씨! 아니 이게 아니라. 그래도 대학은 진정한 지식인이 되려고 가는거지 어떻게 그런 걸 하려고.. "
그런 거라니!!! 내 로망인데!! 과팅! 훈훈한 남친! 대학교 캠퍼스!! 성공적!!!!!!!!!!!!!!!!!!!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걸음을 멈추고 마주본 아저씨와 나 사이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스파크가 튀겼다. 대학이 무슨 진정한 지식인이 되려고 가는 곳이야, 그냥 취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안꿀리려고 가는거지 어이가 없어서 진짜.
" 그래서 아저씨는 미팅 안해봤냐구요 "
생긴건 그런데 꼬박꼬박 챙겨나가게 생겨가지고.. 따지듯이 묻자 말문이 막힌 아저씨는 입만 꾹 다문채 표정만 찌푸리고있다. 거 봐. 그러면서 나보고 대학은 진정한 지식인이 되려고 가는 거다 뭐다. 생각해보니 오늘 꿈 완전 개꿈이잖아. 마지막에 아저씨가 주려던 대왕... 이 이런 대왕엿일줄이야. 나는 더이상 가치도 없는 이야기가지고 시간 끌지 말라는 의미로 됐어요!! 하며 등을 돌리니 ○○야! 하고 크게 내 이름을 부른다.
" 어디 가! 너 진짜, "
아 거참, 우유 좀 사러갑시다. 네?
*
그렇게 미팅 이야기로 쓰잘때기없이 옆집 학생과 작은 다툼을 벌인 준면이는 주말 내내, 그리고 월요일 날 학교에 가서도 심각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미팅 안해봤냐고 물어봤을 때 안해봤다고 할 걸, 너무 양심에 찔리는 바람에... 아니 차라리 애초부터 미팅에 머릿수만 채워달라고 할 때 나가는게 아니었어. 덕분에 오늘 아침 만났을 때, 괜히 뻘쭘해서 사탕도 못주고...
작은 교정 외곽에 줄 지어있는 벤치 하나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준면이의 모습은 그가 복학생이라는 걸 모르는다는 것에 한해서 뭇 여자아이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기에 좋았다.
왜냐, 복학생 치고는 잘생겼으니까.
" 준면쓰, 왜 여기서 궁상맞게 이러고 있어 "
과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려던 종대는 마침 보이는 준면이에게 영혼이 탈곡된 상태로 인사를 건냈다.
" ... "
" 왜, 계피 사탕 안가져왔어? "
" ... 안녕 종대야 "
준면이의 인사 한 마디에도 왠지 모를 치명적인 오글거림이 느껴져 종대는 눈치채지 못하게 몸을 베베 꼬았다. 자신도 복학했을 때 이런 모습이었을까? 슬며시 준면이의 옆에 앉은 종대는 다소곳이 다리를 모았다.
" 왜 그래, 여자애가 계피 사탕 안받아줘? "
" ...하.. 종대야, 원래 여자애들 대학와서 미팅같은거 많이 하니? "
" 그럼 미팅을 남자애들끼리만 해? "
" 그런 곳에 여자애들 나가면 험한 일 안당해? 이상한 놈들이 치근덕대거나, 그런.. "
" 전부터 대체 누군데~ 우리 과야? "
준면이는 대답을 재촉하는 종대에게 애달픈 눈빛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주었다.
" 아직 대학생 아니야... 이제 고사..ㅁ "
" 네, 선배 "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징징 울리는 전화를 받는 종대에 준면이는 작게 벌린 입을 그대로 두었다.
" 아 네, 지금 도서관 가서 한 번 찾아보려구요, "
" ... "
" 그 부분 출처요? 다 찾아 쓴다고 썼는데 누락됐나봐요 "
" ... "
" 죄송해요. 도서관 도착해서 한꺼번에 정리해가지고 싹 다 보내드릴게요. "
" ... "
" 네, 네, 알겠습니다. 네~ "
전화를 끊고 씨부렁씨부렁 욕을 하는 종대는 이내 옆에서 멍하니 있는 준면이를 물끄러미 한 번 보고서는 에라이! 하며 핸드폰을 꽉 쥐고있던 손을 위협적으로 올렸다.난데없는 봉변을 막을 새도 없이 핸드폰 모서리로 정수리를 가격당한 준면이는 스읍, 하며 머리를 매만졌다.
" 야이씨, 너 이 새끼 그동안 여자 왜 안만나나했더니 보니까 완전 위험한 새끼였네 "
" ... 무슨 소리야 "
" 고삼? 어? 고삼? 미쳤어???? "
" 왜... "
아직까지 아려오는 정수리에 손을 올려놓으며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준면이
" 도둑놈아!!! 고삼이면 아직 미자도 못 뗀 아가아니야!!!! 어떻게 이래!! "
" ... "
" 뭐 서른하고 스물 넷이면 그렇다 쳐, 근데 고삼??? 고삼???? 어떻게 교복 입고있는 애한테 눈독을 들여!!! "
근데 진짜 귀여운 애라서 눈독을 안들일 수가... 입 안에서 웅웅 맴도는 말만 꾹 삼킨 채 입꼬리만 축 늘어뜨리고있자 종대는 연신 으유, 으유!!! 하며 곧 머리에 하얀 띠를 매고 병상에 앓아 누울 사람처럼 무섭게 가슴팍을 쳐댔다.
" 넌 진짜 전자발찌감이야, 이 도둑놈아. 어디가서 내 친구라고 이야기 하지마, 누가 들으면 내 친구 중에 전자발찌 예정자 있다고 한다니까. 어휴 점잖은 개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앉는다더니 "
다다다 쏘아붙이듯 준면이를 꾸짖는 종대의 모습은 그야말로 못된 시어머니가 따로 없었다.
" 그래도 ㅇ, "
" 됐고, 나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이만 도서관 가보련다. 너 집에 갈 때 몸 사리고 다녀라 왜냐하면 내가 니 뒷통수 치고 지나갈거거든 "
" ... "
대꾸조차 하지못하고 종대에게 한소리만 들은 준면이는 다시 시무룩하게 벤치에 등을 기대 앉았다. 사람 마음이란게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꾸 신경쓰이고 마음 가는 걸 어떡하라고.
" 잘 가 "
힐끔 뒤에서 처량하게 앉아 인사를 해주는 준면이를 본 종대는 씩씩 거리며 도서관을 향하던 발걸음을 멈췄다. 말을 너무 심하게 했나. 하긴 애만 보면 어리다고 여자 좋아할 애는 아니긴한데.... 종대는 메고있던 가방끈을 힘주어 꼭 쥐었다가 천천히 뒷걸음을 쳐 준면이가 앉아있는 벤치로 다가가서는 낮게 속삭여주었다.
" 야, 준면아 "
" ... "
" 여자애한테 계피 사탕은 좀 아니야 "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헐레벌떡 도서관으로 뛰어가는 종대. 여자애한테 계피 사탕은 좀 아니라니. 아침에 주지 못해서 주머니에 남아있던 사탕들을 꺼내 살펴보던 준면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분명 그 날 나한테 준 사탕들인데..
...
그러고보니 내 눈 앞에서 바로 까서 먹는 모습은 한 번밖에 못 본 것 같다.
...
그럼 혹시 이런 사탕을 안좋아하나?
*
어제 아침, 아저씨에게 사탕을 받지 못했다. 가방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건 좋아해야 할 일이지만 왜인지 기분이 꽁기꽁기하다. 어차피 먹지도 않는 사탕이었는데도 받던 걸 못받으니 괜히 속상한게... 거의 매일 아침 있었던 행사였는데.. 엄마가 아저씨가 준 사탕을 쓸어가버린 뒤로 텅텅 비어 지금까지 깨끗한 책상 위를 한 번 훑고 힘없이 학교에 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다.
...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건 안녕. 하는 인사도, 밝은 아저씨의 얼굴도 아닌, 등을 긁적거리고 있는 아저씨의 뒷모습이었다. 아침부터 눈갱이라니.. 몰래 훔쳐본 것도 아닌데 민망해진 내가 눈을 가리고 조용히 집에서 나와 문을 닫자 그제서야 나를 알아챈 아저씨가 어,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 안녕 "
" 왜 남의 집 문 앞에서 등을 긁고 계세요 "
... 아직도 등에서 손을 빼지 못하던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서야 아차 하며 팔을 내렸다.
" .. 너가 나올 줄 몰랐어 "
" ... "
" 오늘은 좀 빨리 나왔네 "
...
?
빨리 나왔다고?
그동안 아저씨 아침 운동하고 들어가는 거 맨날 시간대 겹쳐서 우연히 만난 줄 알았는데 빨리 나왔다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아.. 하며 머쓱하게 코 밑을 문지른다. 그리고는 잠깐잠깐, 하며 나를 붙잡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아저씨.
오늘은 사탕 주려나보다. 내심 반가운 마음에 기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 자, 사탕 "
사탕이긴한데.
계피 사탕도, 흑사탕도,미네랄 소금 사탕도 아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막대사탕이다.
" 학교 잘다녀와 "
분명 내가 좋아하는 사탕들인데 아쉬운 마음에 드는 건 왜일까
" 그럼 혹시 이런 사탕을 안좋아하나? " 이제 서야 깨달은 김준면 X " 사탕이긴한데 " 계피 사탕이 아니라서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옆집 학생
돌아와요 연서복!!!
*
사담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도부자 텍파 기다리시느라 많이 지치시져...^^ 그 맘 잘 압니다 근데 이게 은근 정리하고 다듬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죄송해요... 것다가 평일에는 시간도 넉넉치않아서 보통 주말에 밀어서 글 쓰고 정리하고 평일 밤에 조금 쓰고 하는데 요즘은 잠도 많아져서.. 하..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여러붑ㄴ들 사랑하는거알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단편보고 조금만 참아주시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준묘니 에피소드는 다음 편, 사탕 세 개가 마지막으로 바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울히 연서복 쥰묘니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굉장히 기분 좋았스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핰ㅋㅋㅋㅋ이번편도 많이 사랑해주세용 독자님들 사랑해요!!!!!!!!!라뷰라뷰!!!!!!!!!
너구리걸님/면하트님/우비님/망고님/카페알바생님/아메리카노님/정수정수연님/바닐라라떼님/굔듀님/뽑뽀님
됴됴륵님/종순이님/몽구님/복숭아님/핫초코님/첸스님/모나리자님/쀼님/2평님/맴매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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